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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4화 (4/177)

〈 4화 〉 01. 귀환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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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러네.”

최대근 중사가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진우를 바라봤다.

“아무튼 대장. 고생했어요.”

“고생은 무슨. 나도 너희들 덕분에 나도 겨우겨우 산 것인데.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흑룡이라는 검은 그림자 말이야. 내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베어지지가 않더라. 그러다 흑룡이 날 집어 삼킨 거 같은데······ 갑자기 퀘스트가 완료되었다고 떴다.”

“그러니까 대장 말은 천 명의 희생으로 히든 퀘스트가 열렸고 부분적으로나마 클리어가 됐다는 거죠? 그 덕분에 대장은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우리를 살린 거고요.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지. 그것이 맞아.”

“그거 말고 또 다른 것은 없습니까?”

“흑룡의 길이라는 퀘스트가 떴어.”

“퀘스트 말입니까?”

김철수 중사가 또 한 번 눈을 반짝였다. 그 때 가만히 듣고 있던 임백호 상사가 끼어들었다.

“대장.”

“네?”

“메인 퀘스트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근 중사가 바로 볼멘소리를 냈다.

“에이, 행보관님 너무 하십니다. 그래도 우리는 남도 아니고······. 저희가 어딜 가서 떠들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개인이 받은 퀘스트는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는 게 기본이었지만 최대근 중사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한심한 얼굴로 최대근 중사를 바라봤다.

“야, 최대근! 너 술에 취해서 헛소리한 것이 한 두 번이야. 그러다가 대장이 흑룡이니 뭐니 떠들면 대장만 엿 되는 거야.”

“야. 그땐 딱 한번 실수한 거고.”

“한 번 같은 소리 하네. 하나하나 다 따져줄까?”

“크흠······.”

최대근 중사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술만 취하면 입이 가벼워지는 건 술버릇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보다 두 사람 다 상태창 확인해봤어?”

“확인했는데요.”

“저도 확인했습니다만······.”

“이상한 거 못 봤어?”

김철수 중사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칭호에 흑룡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임백호 상사도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대장. 저도 그렇습니다.”

최대근 중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흑룡인? 나는 못 봤는데?”

“야, 다시 봐봐.”

“어디?”

최대근 중사가 다시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정말 칭호 옆에 흑룡인이 적혀 있었다.

“어라, 진짜네. 이게 뭐지?”

그들을 보던 진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부터 그것에 대해 내가 얘기를 해 줄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진우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줬다. 그러다 중간에 종속이라는 표현을 하자 최대근 중사가 눈을 부릅떴다.

“네? 그럼 저희 셋 전부 대장의 노예가 된 겁니까?”

“최 중사가 그렇게 말 하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처음엔 나도 몰랐다.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종속된다고 뜨잖아.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말 하자면 나도 흑룡의 노예일지 몰라. 내가 지금 받은 퀘스트가 흑룡을 깨우는 것인데······.”

진우가 조금 더 보충 설명을 하자 김철수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했습니다. 저희는 아마도 운명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 김 중사. 그렇게 말을 해주니 고맙다. 나도 솔직히 처음에 행보관님 깨우면서 그런 것이 떠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24시간 안에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데 너희들을 안 살릴 수는 없잖아.”

김철수 중사가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아마 대장이 저희를 살릴지 않았다면 죽어서도 원망했을 것입니다.”

최대근 중사도 뒤늦게 동조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계속 고생할 때는 이만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죽을 때가 되니까 정말 죽기 싫더라.”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이해해줘서 고맙고······.”

임백호 상사가 말했다.

“그럼 대장. 우리는 계속 흑룡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막연한 생각인데 만약에 제가, 아니 우리가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철수 중사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것은 대장한테 주어진 퀘스트이지만 우리 모두가 깨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장. 살릴 사람이 우리 셋 밖에 없습니까?”

“그래. 24시간 안에 죽은 사람은······.”

“아깝습니다. 그래도 우리 밑에 몇 명 있어야 좋은데. 괜히 우리만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하지 않습니까.”

최대근 중사가 바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혀를 찼다.

“너도 참 너다. 이 와중에 군대놀이를 하고 싶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임백호 상사가 다시 얘기를 끊고 진우를 바라봤다.

정체 모를 블랙 게이트도 조건부나마 클리어가 됐으니 이제 이 빌어먹을 던전을 나가야 했다.

하지만 진우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저도 딱히 계획을 세운 건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던전을 나가고 나면······ 어떻게 된 일 인지부터 알아보려고 합니다.”

부하들이 죽고 살아 돌아갈 거라는 희망이 사라지면서 진우도 던전을 나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들이 자신을 더 나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던전을 나갈 때가 되니까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천 명의 희생을 통해 목숨을 건진 만큼 저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런 진우의 속내를 이해한 듯 김철수 중사가 입을 열었다.

“이 던전이 말입니다. 정말 천 명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군부가 알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그때는 대장도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임백호 상사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 중사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은 은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일은 제가 알아볼 테니까 세 사람은 일단 적당한 곳에서 숨어 지내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 정확한 상태부터 파악해야 할 테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내 몸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진우를 포함해 세 사람 모두 흑룡의 기운을 몸에 주입한 상태였다.

이대로 무턱대고 군부대에 복귀했다가 이상이 발각될 경우 살아 있는 진우는 몰라도 흑룡인이 된 세 사람은 신변이 위험해질지 몰랐다.

하지만 세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죠.”

“아닙니다. 대장님!”

최대근 중사와 김철수 중사가 거의 동시에 반박했다.

김철수 중사가 눈을 똑바로 뜨며 말했다.

“대장.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대장은 이 던전을 나가는 순간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천 명이 죽은 던전입니다. 대장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김 중사와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 조사를 받는 것만 해도 1년은 걸릴 겁니다.”

“조사를 받으면서 따로 알아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대장이 잘못되면 우린 어떻게 합니까? 아까 김 중사 말처럼 운명 공동체가 됐는데 말입니다.”

“흠······.”

“그러니까 블랙 게이트에 대해서는 저희가 은밀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각자 신분을 숨긴 채 그 일을 조사하면 됩니다. 대신 대장은 대장의 일을 하십시오.”

“제 일이요?”

“우리가 사실 확인을 할 때까지 철저하게 광대로 사십시오.”

“광대요?”

“네. 죄책감도 가지지 말고, 이 던전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분명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이 안에 밀어넣은 자들이 있을 겁니다. 또 블랙 게이트에서 나온 대장을 주시하는 사람도 생기겠죠. 그들 모두의 의심을 최대한 피하십시오.”

임백호 상사의 조언에 김철수 중사가 입을 열었다.

“저도 행보관님의 생각에 동감입니다. 대장이 여기저기 파헤치고 다니면 분명 이곳저곳에서 견제가 들어 올 겁니다. 부대원 전체가 살아 있다면 모를까 고작 네 명으로는 아직 위험합니다.”

진우가 김철수 중사를 바라봤다.

“그래도 여기서 죽은 동료들을 잊을 수는 없어.”

“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기억하면 됩니다. 저도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원한을 풀기도 전에 죽으면 그것 역시 개죽음입니다.”

“후우······.”

“모두의 희생으로 게이트를 나가게 됐으니까 일단은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철수 중사의 진지한 말투에 최대근 중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설득하자 진우도 마음이 흔들렸다.

솔직히 진우는 이 던전을 나가는 것과 동시에 여기로 보냈던 놈의 멱살을 잡고 어떻게 된 일이냐며 화를 내고 싶었다. 흑룡을 통해 S급 플레이어가 됐으니 사실 군부대 하나쯤은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나 혼자만의 복수가 아니야. 무려 천 명의 억울한 죽음을 당한 복수야. 나 혼자 나서서 일을 망칠 수는 없지.’

진우가 알겠다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 때 최대근 중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대장.”

“······?”

“흑룡기라는 것 말이죠. 이게 확실히 우리 몸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느껴져?”

진우의 물음에 바로 김철수 중사가 답했다.

“꼭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B등급이었던 플레이어 등급이 현재 A급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어라?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

최대근 중사가 반색하며 임백호 상사를 봤다. 임백호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셋 다 A급이라는 거네.”

흑룡기의 주입으로 인해 세 사람 전부 플레이어 등급이 올랐다.

말이 A급이지 전 세계적으로 A급 부터는 상위 플레이어 취급을 받았다. 물론 그 위 등급인 S급도 존재했지만 워낙에 극소수인데다가 특별한 기연을 얻어야 해서 보통은 A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여겼다.

“이 정도면 솔직히 그냥 플레이어로 신분을 숨기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요.”

최대근 중사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바로 김철수 중사가 잔소리를 했다.

“아니지, 바보야!”

“뭐 인마?”

“모든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 협회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해. 갑자기 A급 플레이어가 나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젠장. 그럼 어쩌라고?”

“무엇을 하더라도 힘을 적당히 숨기고 살아야 해. 돈을 주면 가짜 신분증 정도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물론 던전을 돌더라도 티내지 말아야 하고. 한 마디로 우리는 스스로를 숨기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뭐, 플레이어로 살려고 이러고 있는 거야? 우리는 대장을 대신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참. 그렇지.”

최대근 중사가 뒤늦게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한심스럽게 보던 김철수 중사가 고개를 돌려 진우를 봤다.

“대장. 우리도 일단 3개월 정도 몸을 정비할 테니까 일단 그 다음에 다시 만나서 추가적인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죠.”

“좋아. 그게 좋겠다.”

“그런데 3개월이면 너무 에매하지 않아요?”

“그럼 100일 후로 하자.”

“어디서 만나죠?”

“그건······. 아무래도 밖에 나가봐야 알겠지.”

진우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을 때 김철수 중사가 슬쩍 말했다.

“저어 대장님······.”

김철수 중사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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