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01. 귀환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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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야!”
정체모를 누군가가 어머니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 이진상이 손을 뻗어 이진우의 어깨를 확 잡아챘다.
자연스럽게 이진우의 얼굴이 드러났고.
“뭐, 뭐야?”
깜짝 놀란 이진상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야이씨! 이진상. 넌 형도 못 알아보냐?”
“······뭐? 형이라고? 진짜 형이야?”
이진상이 다시 몸을 일으켜 이진우 앞에 섰다.
1년 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이진우가 맞았다.
“진짜 우리 형 맞는 거지?”
이진상이 조심스럽게 진우의 얼굴에 팔을 뻗었다. 그러자 진우가 바로 그 손을 낚아채 꺾어 버렸다.
“아악!”
“이 짜식이 어디 형님의 얼굴을 손을 가져다대려고 해.”
1년만에 만난 형에게 팔을 꺾였지만 정작 이진상의 얼굴은 환해졌다.
“맞구나. 진짜 형이야.”
그래. 진짜 이진우라면 이렇게 나와야지.
얼굴은 복제할 수 있지만 이 지랄 맞은 성격까지 100퍼센트 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진우라고?”
“아빠도 참. 어떻게 아들을 못 알아 봐요?”
“뭐? 우리 진우가 살아 있어?”
“아, 그 사진 좀 치워! 멀쩡이 살아 있는 자식을 왜 자꾸 보내는데?”
“아이고 진우야! 이놈아!”
그렇게 다소 웃픈 재회가 이루어졌다.
03
“많이 먹어. 이것도 먹고.”
한 시간만에 한상 똑 부러지게 차린 박순영이 살아 돌아온 큰아들을 챙겼다.
진우는 1년 만에 먹어보는 집밥을 정신없이 입에 우겨넣었다.
“천천히 먹어. 천천히. 그러다가 체할라.”
“엄마, 진짜 맛있어. 너무 맛있는데. 뭐지? 설마 여기에 뭐 탔어?”
“타긴 뭘 타. 천천히 먹기나 해.”
그 모습을 아버지 이태경이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빠, 그렇게 바라보지 마. 나 안 죽었고, 귀신도 아니야.”
“누가 뭐라고 그래.”
“그런데 정말 내 아들 맞는 거니.”
“아, 진짜 내가 뭐 어떻게 해 드릴까? 지금 당장 유전자 검사라도 해?”
“그럼 내일 아침에······.”
그러자 박순영이 곧바로 남편 이태경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 인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딱 봐도 우리 큰 아들 진우가 맞는데. 당신 정말 아빠가 맞아? 어떻게 아들을 못 알아볼 수가 있어.”
“아니, 나는 믿기지가 않아서 그렇지.”
잔뜩 풀이 죽은 이태경은 손이 닿지 않은 등짝을 어루만졌다.
“어후, 우리 아빠는 아직도 엄마에게 잡혀 사시네.”
진우가 밥 두 그릇째를 먹고는 배를 어루만졌다.
“와, 많이 먹었다.”
“더 먹어. 밥 더 줄게.”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먹을래. 그건 그렇고 나 없는 동안 집에 별 일 없었죠?”
“지, 집에?”
이태경이 바로 움찔했다. 그러자 엄마가 나섰다.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었어. 너 돌아왔으니까 됐어.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어. 일단 푹 쉬고 몸부터 추슬러.”
“엄마, 나 괜찮아.”
진우는 슬쩍 아버지 이태경의 표정을 살폈다. 나직이 한숨을 내쉬는 게 박순영 때문에 뭔가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우는 애써 모르는 척하며 동생 이진상을 봤다.
“진상아, 내 방 그래도 있냐?”
“그대로 있지.”
“어디더라?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
“형 방도 모른다고? 왜 그래? 던전 들어갔다가······ 어디 다친 거 아냐?”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그래. 그러니까 네가 앞장 서.”
진우가 일어났다.
“엄마, 아빠. 저 좀 쉬고 있을게요.”
“그래.”
“그래라.”
진우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진상이 앞장 서서 진우의 방문을 열었다.
“형 방은 여기잖아.”
“오오, 깔끔하네. 청소는 계속 했나 봐?”
“그럼. 엄마가 만날 아침마다 형 방 청소 했어.”
“역시 엄마밖에 없네.”
진우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뒤따라 들어온 이진상이 버럭 했다.
“나도 형 걱정 했거든?”
“어이구, 퍽이나 그랬겠다. 솔직히 말 해 봐? 은근히 나 죽길 바라지 않았냐? 그러면 보배그룹도 네 거가 될 텐데?”
살갑게 구는 동생 이진상이 적응이 되지 않아서일까. 진우가 일부러 짓궂게 굴었다.
그러자 이진상이 버럭 짜증을 냈다.
“진짜 뭔 소리야? 내가 형인 줄 알아?”
“인마, 그래도 너는 형 때문에 군대도 면제 받았잖아. 넌 나한테 평생 잘 해야 해. 알아?”
현재 세상은 능력 있는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군대도 플레이어가 군에 입대한 경우 형제 1명을 병역 면제 시켜주는 정책을 시행중이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진우가 입대하면서 이진상은 자연스럽게 병역이 면제됐다.
“누가 뭐래?”
“뭐야. 짜식이 삐졌냐? 뭘 그렇게 성질을 내고 그래. 아니면 다른 무슨 일이라도 있냐?”
“뭔 일은 무슨. 없어. 아무 일도······.”
이진상이 진우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러자 진우가 바로 이진상에게 말했다.
“이진상. 형 눈을 똑바로 쳐다봐. 뭐야, 무슨 일이야?”
“아무 일 없다니까.”
“너 형이 좋은 말 할 때 불어라.”
“······.”
“맞고 말할래, 그냥 말할래?”
“아이씨, 형은 예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냐.”
“인마! 딱 보면 몰라? 달라졌잖아. 성격이 더 더러워졌잖아.”
“어후, 진짜······. 됐어.”
이진상이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진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진상아. 지금부터 하나도 빼먹지 말고 모두 설명해봐. 도대체 나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냥 아버지에게 들으면 안 돼?”
“이 새끼가 진짜······. 형 성격 급한 거 몰라? 빨리 말해봐.”
“······실은 말이지.”
잠깐 주춤하던 이진상은 진우의 눈빛을 보고는 포기를 했는지 차근차근 얘기를 해 줬다.
진우와 천명의 각성병사들이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고 나서 방송에서 매일같이 보도를 했다고 한다.
-강원도 게이트 아직까지 별 소식 없음.
-블랙 게이트 주변. 맑음.
블랙 게이트 탐사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부산물들을 얻을 수 있으니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블랙게이트의 색깔이 바뀌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어둠에서 잿빛으로.
“뭐?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었다고? 진짜?”
“그래.”
“이상하네. 그레이 게이트라면······. 군부대도 발칵 뒤집어 졌을 텐데?”
“맞아. 난리도 아니었어.”
블랙 게이트는 비활성화 던전이다. 탐사 결과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며 다른 게이트들보다 더 많은 부산물들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반면 그레이 게이트는 던전 폐쇄를 의미했다.
한 마디로 던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던전 자체가 그대로 닫혀버렸다는 의미였다.
실제 블랙 게이트였다가 그레이 게이트가 된 사례가 제법 많은데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군부대에서 난리가 났다. 대형 길드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걸 거절하고 군부에서 독단적으로 블랙 게이트 탐사를 주도하다 일을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했고.
각성부대 인솔자인 이진우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갔다.
“어이가 없네. 그러니까 결국 다 나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말이지?”
“형이 총대장이고 책임자였으니까. 군인들은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형이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
“와, 젠장······. 대한민국 군대가 진짜 군대했네.”
그렇게 비난의 화살이 이진우에게 향하자 군부대는 자연스럽게 보배그룹과의 거리를 끊어버렸다.
“거래를 끊어? 어떻게?”
“어음을 받았는데 날짜가 다 되어서 지급해 달라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어음 지급을 못하겠다고 하는 거야.”
“결국 물건만 받고 돈을 안 줬단 말이지.”
“맞아.”
“인마, 그랬으면 국방부나 플레이어 협회에 연락을 했어야지!”
“나도 당연히 찾아가서 말했지. 그런데 돌아 온 답은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는 거야. 형도 알잖아 우리가 수수료 아끼려고 11사단하고 단독으로 계약을 했잖아.”
“하아, 돌겠네.”
진우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잔뜩 인상을 구기며 이진상을 바라봤다.
“그래서 지금 회사 사정이 얼마나 안 좋은 거야?”
“사실 아버지가 이리저리 은행대출까지 받아가면서 1차 위기는 막았는데······. 이달 말까지 돈이 해결되지 않으면 부도는 막지 못할 것 같아.”
“하아, 미치겠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그룹으로 불리는 회사인데 그 정도로 무너진다는 것이 말이 돼?”
진우가 답답함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진상이 살짝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사실······ 형 들어가고 나서 아버지가 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시키셨어.”
“사업을? 그래서? 결과는? 성공했고?”
이진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제야 진우는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해가 되었다.
무리한 사업확장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주 거래처 11사단에서 돈을 주지 않으니 부도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진짜······. 아빠는 왜 그렇게 일을 벌이시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진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 이태경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밤새 어머니한테 등짝을 얻어맞게 될 것 같았다.
“후우······. 일단 난 죽은 사람 취급이고 모든 죄는 내가 다 떠안았는데 회사까지 망하게 생겼다는 말이지?”
“맞아.”
“알았다. 이 일은 내가 해결 할 테니까. 넌 그런 줄 알고 있어.”
“형이? 형이 어떻게 처리 하려고?”
“내가 직접 사단장 멱살을 잡아 비틀어서라도 담판을 지을 거야.”
“사단장을? 미쳤어?”
이진상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군면제를 받았지만 사단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아버지 이태경을 통해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원 스타도 아니고 투 스타.
강원도 전체를 지키는 11사단을 지휘하는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사병으로 입대해 대위까지 진급해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 온 진우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암튼 집 잘 지키고 있어.”
“어디 가게?”
“넌 방금 형이 한 말을 어디로 들었어? 내가 해결 한다고 했잖아.”
“지금?”
“그럼? 나는 이미 죽은 몸이고, 회사는 내일 모레 부도가 날판인데 한가롭게 집에 있을까?”
“그래도 일단 며칠 쉬면서······.”
“됐어. 내가 가서 수습하고 올 테니까. 부모님한테는 네가 얘기 잘 해. 그렇다고 진짜로 사단장 멱살 잡으러 갔단 소리 하지 말고.”
“······혀엉.”
진우는 이진상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형!”
이진상은 진우가 뛰어내린 창문으로 뛰어와 다급하게 뛰어가 불렀다.
하지만 진우의 신형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04
한참을 내달려 다시 돌아 온 군부대.
저만치 사단 위병소가 보이자 진우는 잠시 고심했다.
“아, 위병소를 통과해야 하나?”
현재 진우는 군인신분이고 군부대를 오고 갈 때는 위병소를 통과해야 했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위병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위병소를 통과했다간 당장에 게이트 헌병대가 출동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부대는 죽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귀환으로 난리가 나겠지.
“이대로 무작정 들이닥치는 건 아니야.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지 좀 더 알아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