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7화 (7/177)

〈 7화 〉 01. 귀환 (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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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위병소를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위병소가 아닌 담을 넘을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왠지 감시가 허술해 보이는 담벼락을 찾아냈다.

“이곳이라면······.”

진우가 중얼거린 후 주위를 확인했다. 딱히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이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을 먹은 이상 넘어가 보는 것이 좋았다.

“좋아.”

잠시 거리를 벌린 진우가 가볍게 점프를 해서 담을 뛰어넘어갔다.

담벼락의 높이는 무려 3미터 가까이 되었다. 게다가 담벼락 위로 철조망이 자리해 있다. 하물며 그 철조망에는 외부의 출입을 막는 고압전류까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가벼운 도약만으로도 그 모든 걸 한꺼번에 넘어갔다.

타앗!

담벼락을 뛰어넘고서야 진우는 확인을 했다. 고압류가 흐르고 있다는 표지판을 확인했다.

예전 같았다면 고압 전류에 걸렸을지도 모를 일.

“이것도 흑룡의 힘인가?”

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진우가 바쁘게 던전을 나오느라 확인을 못했다.

현재 진우가 가지고 있던 능력 중에 흑룡의 힘을 받아서 새롭게 개화된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감지 스킬이었다.

감지(A)의 스킬이 육감(S)로 개화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위험요소라든지 주변사항을 좀 더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부터가 문제인데······, 어디로 가야 하지?”

진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군 내부는 외부의 침입을 막고자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해진 길이 아닌 엉뚱한 길로 들어가면 알람이 울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해진 길로 가자니 순찰 도는 병사들에게 들킬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각 소초에 근무하는 경계병까지 피해야 했다.

그들에게 1년 전 블랙게이트에 들어간 이진우 대위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젠장. 괜히 담을 넘었나? 걸리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군인 신분이라는 제약이 크게 느껴졌다.

“아니지, 아니야.”

잠깐 고민을 하던 진우가 빠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부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파악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진우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함정을 피해서 걸음을 내딛었다.

이때 진우의 몸 주위로 자연스럽게 스킬이 발동됐다.

이 스킬은 각성군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스킬이 있다. 그것은 은폐 및 엄폐라는 스킬이었다.

은폐는 안 보이게 숨는 것이고 엄폐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것을 뜻한다.

은폐와 엄폐는 군 훈련의 기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군인들은 이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진우는 이 스킬의 등급을 A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에 진우는 이 스킬을 믿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귓가로 알람음이 들려왔다.

은신(S)이 발동됩니다.

“응? 은신? 이게 뭐지?”

진우는 곧바로 은신 스킬을 확인했다.

-은신(S)

스킬이 발동되는 동안 주변에서 당신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단, 당신보다 플레이어 등급이 높은 사람이나 특수스킬을 가진 사람은 당신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용가능시간 : 1시간

재사용대기시간 : 1시간

“플레이어 등급이 높은 사람? 그럼 최소한 S등급 이상만 날 볼 수 있다는 거네. 대박······. 그럼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거잖아.”

진우는 조금 당당하게 큰 대로를 따라서 걸어갔다. 그때 저쪽에서 병사들이 걸어왔다.

진우는 곧바로 몸을 숨겼다. 그러던 중 한 병사가 멈칫했다

“최 상병님.”

“왜?”

“저쪽에서 소리가 난 것 같지 말입니다.”

“소리?”

최 상병이 고개를 돌려 확인을 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야이씨!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는데.”

“방금 발 소리가 들렸는데 말입니다.”

최 상병이 바로 인상을 썼다.

“시발, 발소리? 나도 듣지 못한 발소리? 너 지금 장난해. 무섭게 왜 지랄이야.”

“저 진짜 들었는데 말입니다.”

“이 자식이 진짜······. 야, 고강택!”

“일병 고강택.”

“지랄하지 말고 빨리 복귀하자.”

“······알겠습니다.”

고강택 일병이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경계병 앞을 진우가 스윽 하고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두 명의 병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 누구도 진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반응이었다.

‘오호, 은신스킬 장난 아닌데······. 이 스킬만 있으면 군부대를 돌아다녀도 아무 문제도 없겠어.’

자신도 모르게 실실거리던 진우가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블랙게이트에 들어가서 그 고생을 했는데 좋은 스킬 하나 얻었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야, 이진우. 정신 차려.’

진우는 스스로를 자책을 했다. 그러다 다시 쓴 웃음을 지었다.

‘아니지. 아니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 스킬은 받아도 되는 거잖아. 내가 강해져야 죽은 부하들의 원혼도 달래줄 수 있는 거고.’

진우는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이번에는 간부로 보이는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진우가 재빨리 벽 쪽으로 몸을 숨겼다.

“사단장님은 오늘도 집에 안 가신데?”

“사단장님 지금 집에 가시게 생겼습니까.”

“아니 왜?”

“블랙게이트 사건 때문에 국회에서 청문회 한다고 난리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런데 그게 왜?”

“사단장님이 블랙게이트 책임자지 않습니까.”

“뭔 소리야? 내가 알기로 사단장님이 아니라 작전참모님이 한 것 아니야?”

“작전참모님이 진행하기로 했지만 최종 책임자는 사단장님 아닙니까. 작전참모님 성격에 사단장님 대신해서 다 뒤집어 쓸 거 같습니까?”

“그럴 리가.”

“그러니까요. 설사 작전참모님이 대신 국회에 출석한다고 해도 국회의원들이 좋아하겠습니까?”

“결국 사단장님이 다 뒤집어 써야 할 운명이라는 거네.”

“그러니까 집에도 못 가고 계시죠.”

“하아. 우리 사단장님도 참 되는 일이 없으시네. 원래 사단장님 육본 올라가시려고 하다니 물 먹고 내려오신 거라며.”

“말도 마십시오. 보통 진급에서 물 먹으면 명예롭게 제대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단장님은 쓰리 스타 다시겠다고 강원도까지 오셨습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만 피곤하잖아.”

“맞는 말이긴 합니다.”

강원 지역을 지키는 11보병사단 사단장은 김승철 소장이었다.

그는 재작년 중장 진급을 앞두고 미끄러졌다. 주변에서 다들 김승철 소장의 차례라고 했지만 정작 다른 이가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 알아서 옷을 벗기 마련인데 김승철 소장은 끝내 군대 남기를 원했다.

김승철 소장 때문에 후배들의 길이 막히자 육본에서는 어쩔 수 없이 김승철 소장을 강원도 제11보병사단 사단장으로 보내버렸다. 하지만 강원도 제11보병사단은 김승철 소장이 힘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작전참모인 이준식 대령을 비롯해 전 사단장이었던 박용기 소장의 사람들이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냥 사단장만 바뀐 꼴이었다.

심지어 박용기 소장은 김승철 소장과 라인이 달랐다. 상황이 이래버리니 김승철 소장은 사단장으로서 딱히 할 것도 없었다.

그냥 11보병사단에 끈 없이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만 하자. 사단장님도 안 됐지 뭐.”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게이트에 들어간 놈들, 정말 다 죽은 겁니까?”

“그럼 살아 있겠냐. 블랙에서 그레이로 바뀌었는데.”

“그레이 게이트라고 해도 간혹 게이트가 열리기도 한다는데······.”

“그건 어쩌다 한 번이래. 어쩌다! 어쨌든 이번에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사들을 억지로 밀어 넣은 거잖아. 그런데 그것이 열리겠어?”

“하긴······.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거기서 살아 돌아와도 문제 아닙니까. 지금 그레이게이트로 바뀐 지 6개월이 넘었고 다들 그 책임을 떠넘기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인데 누구 하나 살아 나와보십시오. 그러면 부대상황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겠네. 에효, 빨리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던지 해야지 원······.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큰 대로를 따라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벽에 숨어 있던 진우가 씁쓸한 얼굴로 나타났다.

“빌어먹을, 게이트 안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발버둥을 쳤는데, 뭐? 이제 와서 누가 살아남는 것도 골치라고? 저것들이 전우라고······.”

진우는 강한 배신감과 함께 화가 치솟았다. 그렇다고 당장 쫓아가 화풀이를 할 수도 없었다.

방금 지나간 이들은 각성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일반장교였다.

새로 생긴 플레이어 관련법에 따르면 플레이어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일반인들은 던전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저렇게 떠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일반 군인들에게 화를 내서 뭐하냐.”

진우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참, 사단장님께서 퇴근을 하지 않으셨다고? 그럼 사단장님을 한 번 만나볼까?”

정처 없이 군부대를 돌아다니던 진우가 그제야 방향을 정했다.

05

“후우······.”

국회 국방위원회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내려다보던 김승철 소장이 길게 한숨을 내밀었다.

이 빌어먹을 출석 요구서가 도착한 것은 사흘 전이었다. 이유는 블랙게이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였다.

솔직히 말해서 김승철 소장은 자신이 왜 여기에 나가야 하는지 잘 몰랐다.

블랙게이트가 발생했던 시기는 김승철 소장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사단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면 선제적인 대처를 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블랙 게이트의 해결 방안을 두고 자신이 소속된 평화화(평화수호회)에 의견을 구했다.

그런데 평화회에서는 부국회(부국강병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으니 일체 간섭하지 말라는 답이 왔다.

김승철 소장은 당황했다.

아무리 현재 대한민국 군대가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서 서로서로 견제하고 있다지만 강원도 전체를 총괄하는 11보병사단의 총지휘관이 자신인데 간섭하지 말고 신경도 쓰지 말라고 하다니······.

이렇듯 말도 안 되는 경우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김승철 소장은 상부에 따졌다.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아무리 중장 진급에 물을 먹었지만 나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한바탕 난리를 쳤더니 평화회에서 답이 왔다.

“이번에 부국회와 협력할 사안들이 많아. 게다가 그 부대는 부국회 쪽 라인 아닌가.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양해를 해 줬으면 좋겠어.”

군대를 지탱하는 3개의 사조직은 다음과 같았다.

각성병사들 위주로 강철조국을 만들겠다는 강철조국회와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는 평화수호회, 그리고 실리주의 노선을 타고 있는 부국강병회.

이들을 각각 강철회와 평화회, 부국회라 부르는데 이 중 강철회의 힘이 가장 강했다.

이 중에서 김승철 소장은 평화회 소속이었다.

지난번에 중장 자리가 났을 때 김승철 소장은 내심 기대를 했었다. 앞서 강철회 소속 소장과 부국회 소속 소장이 진급을 했으니 이번에는 평화회에서 진급자가 나올 때였다.

때마침 평화회에서 중장으로 진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자신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강철회에서 쪽수로 밀어붙여 자신들의 사람을 중장으로 올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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