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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1화 (11/177)

〈 11화 〉 02. 대위 이진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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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준식 대령은 출근길에 최준일 육군참모부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국회 청문회 열리면 사단장 바뀌는 겁니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김승철 소장이 임기응변에 강한 편이긴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벼르고 있거든. 무슨 대답을 하더라도 꼬투리부터 잡으려 들 거야.

“그러면 좀 미안해지는데 말이죠.”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우리가 거기 가라고 등 떠밀었어? 본인이 어떻게든 옷 안 벗고 버티겠다고 그쪽으로 간 거잖아. 솔직히 우리도 이런 식으로도 써 먹으려고 거기 앉혔지 예뻐서 거기 앉혔을까?

“하긴 그렇지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대령이 속이 좀 쓰리겠어. 이번 블랙 게이트 일이 잘 되었으면 바로 별 다는 건데.

“아닙니다. 아직 대령 단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언감생심 장군 자리를 노리겠습니까.”

-허허, 이 친구.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군. 내 앞에서도 그럴 건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 그래. 자네가 빨리 위로 올라와서 내 뒤를 받쳐주면 좋았을 것인데. 상황이 참 도와주질 않는군. 그래도 청문회 통해서 블랙 게이트 사건 잘 정리하고 나면 다시 기회가 올 거니까 그 부분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게.

“네, 참모부장님.”

-그건 그렇고 게이트는 어때? 잘 관리하고 있나?

“아,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고 난 이후로는 외각 경비만 세워놓고 있습니다. 너무 과하게 신경 쓰면 죽은 자식 불알 만진다는 소리 나올 까봐서요.”

-그러다가 만에 하나라도 들여보냈던 병력이 나오면 어쩌려고?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그레이 게이트로 바뀐 지 벌써 반 년이 지났습니다. 물론 그레이 게이트에서 생존자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렇지. 자네 말대로 그레이 게이트에 병력을 배치하면 또 그걸 가지고 기자들이 지랄을 떨 테고.

“네. 가능하면 떡밥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외면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 그래. 나보다 자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보다 김승철 소장은 요즘 별 말 안하나?

“그렇지 않아도 어제 출석 요구서를 받고는 저에게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왜 자신이 가야 하냐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도 국회에서 부르는 것인데 사단장님이 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간다고 해도 결국 사단장님 찾을 겁니다.”

-그랬더니?

“저를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보던데요.”

-하긴 김 소장 입장에서는 황당하겠지. 솔직히 그곳에서 버티다가 자리가 나면 올라오려고 벼르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그건 좀 욕심이지 않습니까? 딱히 진급이 빨랐던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김 소장이야 거의 꽉꽉 채워서 올라갔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다른 선배님들이었다면 밑에 후배들을 위해서 알아서 자리 정리를 하셨을 텐데 참······.”

-음? 혹시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하하하, 설마요. 참모부장님께 그러겠습니까. 참모부장님은 대한민국 군대를 책임지시는 분이시잖습니까. 저 같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오래 군 생활 해 주십시오. 대장도 되시고 국방부 장관도 하시고요.”

-하하하. 이 사람 참······. 그래서 내가 이 대령을 좋아한다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 그래. 어쨌든 일은 그렇게 처리하는 걸로 하고. 이 대령도 곧 기회가 있을 거야. 걱정 말고.

“네, 참모부장님.”

-수고하게.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통화를 마친 이준식 대령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에이, 젠장! 이번에 올라갈 줄 알았는데······.”

이준식 대령이 분을 삭히듯 창가를 바라봤다. 그때 차가 꿀렁 하고 흔들렸다.

“야이씨, 운전 똑바로 안 해?”

운전병이 바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인마, 너 운전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방지턱 하나를 제대로 못 넘어? 너 경고야. 앞으로 한 번만 더 이 따위로 운전하면 영창 집어넣는다.”

“네, 알겠습니다.”

하얗게 질린 운전병을 매섭게 노려보던 이준식 대령이 다시 혀를 차고는 눈을 감았다. 그 때

지잉지잉.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이 울렸다.

“또 누구야?”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작전처의 김태식 소령이었다.

“김 소령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이준식 대령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나다.”

-작전참모님.

“왜? 무슨 일이야?”

-지금 어디십니까?

“출근길이야. 왜 그래.”

-지금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고 있다고 말 했잖아. 무슨 일인데?”

-그게······ 이진우 대위가 복귀했습니다.

“누구?”

-이진우 대위 말입니다. 그가 지금 복귀했습니다.

“이진우가······, 잠깐······. 설마 그 이진우?”

-네, 맞습니다. 블랙 게이트 통솔자로 들어간······.

“장난해?”

-제가 감히 그럴 리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진짜 이진우 대위라고?”

-네, 모든 신분 확인 끝났습니다. 이진우 대위가 확실합니다.

“하아, 제기랄······. 알았어. 금방 가지.”

-네.

전화를 끊은 이준식 대령이 휴대폰을 꼭 움켜쥐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블랙 게이트 탐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준식 대령은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써야 했다. 한 두명도 아니고 무려 천 명의 각성 병사가 희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충 덮고 넘기기에 사안이 컸다. 그래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김승철 소장까지 묶어 정리하기로 판을 짠 것이다.

국회 청문회가 끝나면 김승철 소장은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을테고.

김승철 소장이 앉아 있던 사단장 자리에 다시 부국회쪽 인물을 앉힌 뒤에 자신은 때를 봐서 육본에 복귀해 별을 다는 게 이준식 대령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진우 대위가 나타났다.

“도대체 그레이 게이트에서 어떻게 빠져 나온 거야? 아니지. 그것보다 이 대위 이 자식······ 설마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닌 것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 사단장이 먼저 데리고 가기 전에 내가 먼저 낚아채야 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이준식 대령이 운전병을 향해 소리쳤다.

“밟아!”

그 시각 진우는 위병소 앞에서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뭐야, 너희들! 지금 나 포위한 거야?”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무슨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죄송합니다. 저희도 지시를 받아서······.”

강수환 병장이 난감한얼굴이 되었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어디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했으니 따르는 것뿐이었다.

차라리 군법을 위반한 경우라면 뭐라도 할 텐데 게이트 탐사를 나갔다 복귀한 사단 소속의 장교에게 위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이 대위.”

그때 김태식 소령이 나타났다.

“김 소령님······.”

진우는 어렵잖게 김태식 소령을 알아봤다.

“그래. 오랜만이야.”

“이게 뭡니까. 간신히 살아 돌아온 사람인데.”

“미안한데 잠시만 이렇게 있어주게. 지금 작전참모님께서 오시는 중이야. 조금만 이대로 있어줘.”

“김 소령님. 저 아시지 않습니까? 신분 확인까지 다 끝났는데 이런 대우를 받으니까 섭섭합니다.”

진우가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김태식 소령도 진우를 함부로 부대 안으로 들일 수가 없었다.

“알아, 아는데······. 아무튼 좀 기다려봐, 이 대위.”

“김 소령님. 너무 하신 것이 아닙니까. 저 지금 던전에서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절 이런 식으로 대하십니까?”

“어허, 이 친구 진짜······. 병사들이 있는데 자꾸 이럴 건가?”

김태식 소령은 무턱대고 위병소로 밀고 들어온 진우가 영 못마땅했다.

“그리고 말이야. 게이트에서 살아 나왔으면 다른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던가 했어야지 아침부터 위병소에 들이 닥쳐서 이러면 어쩌라는 건가? 수습도 못하게.”

마음 같아서는 병사들 앞에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진우의 군기라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진우는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김태식 소령은 일반 군인이었다.

‘진짜 플레이어만 아니었어도.’

김태식 소령은 진우의 대위계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로서 던전에서 활약해 계급을 올린 것과 자신처럼 제대로 군인생활을 통해 진급한 건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저만치서 차가 다가왔다.

눈에 힘을 주고 확인해 보니 이준식 대령의 차였다.

“작전참모님 오셨다.”

진우가 태도를 바로했다.

그 사이 이준식 대령이 차에서 내려 진우에게 다가왔다.

진우가 자연스럽게 경례를 올렸다.

“충성. 대위 이진우 블랙 게이트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오, 정말 이진우 대위 맞나?”

“네, 그렇습니다.”

“군인 인식표로 확인 마쳤습니다.”

“그래?”

이준식 대령이 김태식 소령을 바라봤다. 김태식 소령이 고개를 까닥였다.

위조는 아니라는 의미었다.

게다가 이준식 대령의 눈에도 진짜 이진우 대위처럼 보였다.

“이 대위. 잘 돌아왔어. 안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내가 자네들을 안에 보내고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어.”

이준식 대령이 시작부터 신파를 찍으려 하자 진우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대단하네. 역시 고스톱 쳐서 저 자리까지 올라 간 게 아니라니까?’

진우도 적당히 장단을 맞춰 주었다.

“진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운 좋게 살아 나와서 일단 부대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참······.”

“미안하네. 자네가 이해를 좀 해 줘.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럴 만 한 사정이 좀 있었어. 그것보다 자리를 옮겨서 얘기 좀 나눌까?”

“네. 알겠습니다.”

“자자, 내 차 타고 가지.”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진우가 거절을 하자, 이준식 대령은 괜찮다며 한사코 자신의 차에 타라고 했다.

진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전참모님.”

“감사는 무슨······. 자자, 타자고.”

이준식 대령이 차 뒷문을 열었다. 진우도 그 옆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차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이준식 대령은 슬쩍 진우를 바라봤다.

‘후우, 좋았어. 일단 이놈을 태웠고. 입단속을 시켜야하는데······.’

그 때 끼익, 하고 차가 멈췄다.

“야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서 말입니다.”

“차가 끼어들어?”

이준식 대령이 앞쪽으로 눈을 돌렸다. 정말로 저만치서 차 한 대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야, 저 차는? 나가서 확인해봐!”

“넵!”

운전병이 내리려는데 때 마침 막고 있던 차량에서도 사람이 내렸다.

차 안에서 확인해보니 사단장을 보좌하는 안일국 비서실장이었다.

“저 새끼가 미쳤나.”

이준식 대령이 바로 인상을 쓰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뭐야! 차 안 빼!”

“충성. 죄송합니다. 작전참모님. 사단장님께서 이진우 대위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뭐? 누가?”

“사단장님께서 직접 보겠다고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사단장님께서?”

순간 이준식 대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사단장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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