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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화 (12/177)

〈 12화 〉 02. 대위 이진우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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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미치겠네. 사단장은 또 어떻게 안 거야?’

잠깐 고민하던 이준식 대령이 안일국 비서실장에게 그럴 듯 한 핑계를 댔다.

“이 대위가 부대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일단 안정을 시키고 나서 내가 직접 데리고 간다고 전해드려.”

하지만 안일국 비서실장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 안 소령! 내 말 안 들려?”

“사단장님 지시입니다.”

“이 자식이! 저리 안 비켜?”

“못 비킵니다.”

안일국 비서실장이 버티자 이준식 대령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진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데 평소 자신의 눈치나 보던 안일국 비서실장이 대놓고 길을 막고 있으니 짜증이 솟구쳤다.

“이 새끼가 진짜로 미쳤나!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작전참모님이십니다.”

“내가 데리고 간다잖아! 무슨 말이 많아?”

“사단장님께서 저 보고 직접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뭐! 이 새끼가 진짜······.”

이준식 대령이 쉽게 물러서지 않자 안일국 비서실장도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잠깐 통화를 하더니 이준식 대령의 차로 다가와 활짝 열린 창문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작전참모님 받아보시죠.”

“누군데 받으라 마라야?”

“사단장님이십니다.”

“뭐?”

이준식 대령이 매섭게 안일국 비서실장을 노려봤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너, 나중에 두고 봐.”

낮게 으르렁거린 이준식 대령이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네. 사단님. 이준식 대령입니다.”

그러는 동안 진우가 슬그머니 차에서 내렸다.

“네, 네. 아닙니다. 제가 바로 데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네. 후우······. 일단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이준식 대령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빌어먹을. 왜 이제 와서 난리야?”

짜증을 내뱉던 이준식 대령의 눈으로 안일국 비서실장의 차로 걸어가는 진우의 모습이 보였다.

“저 자식이?”

이준식 대령이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내어 소리쳤다.

“이 대위,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방금 사단장님과 통화하신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럼 가야죠. 사단장님께서 직접 절 부르시는데.”

진우는 그 말을 남기고 안일국 비서실장이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사단 사정을 잘 아는 장교라면 사단장보다 실세인 이준식 대령의 눈치를 봤겠지만 진우는 그런 걸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크으윽!”

그런 진우를 보며 이준식 대령이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3

“이대로 당할 순 없지.”

김승철 소장에게 진우를 뺐긴 이준식 대령은 곧장 각성 부대장인 임경식 중령을 찾아갔다.

임경식 중령은 이준식 대령의 직속 후배였다. 게다가 11보병사단에서 각성병사들로만 구성된 각성대대를 관리하는 대대장이었다.

이준식 대령이 들어오자 C.P병이 곧바로 경례를 붙였다.

“충성!”

“그래. 대대장 있나?”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어디 갔어?”

“그게······ 지금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준식 대령의 표정을 확인한 C.P병이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갔다.

게이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성자들로 편제된 각성부대는 현대군의 가장 중요한 전력 중 하나였다. 아직 플레이어 간 전투가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언제고 플레이어를 앞세워 전쟁이 진행될 경우 각성부대의 전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임경식 중령은 좀처럼 자리에 있는 법이 없었다.

이준식 대령이 왔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각성부대 작전과장 함태준 대위는 곧바로 임경식 중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대장님. 네. 지금 작전참모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함태준 작전과장이 곧장 C.P병을 봤다.

“작전참모님은?”

“지금 대대장실에 계십니다.”

“알았다. 너는 차를 준비해서 들어오고.”

“네, 알겠습니다.”

함태준 작전과장은 갑작스런 사단 2인자의 방문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임경식 중령이 잠시 시간을 벌어 달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이준식 대령은 임경식 중령의 자리에 턱 하니 앉아 있었다.

“너 누구야.”

“충성. 작전과장인 함태준 대위입니다.”

“대대장은 어디 가고 네가 들어 와?”

“잠깐 시찰을 나갔습니다. 바로 들어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시찰?”

“네, 그렇습니다.”

“미치겠군.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이준식 대령이 신경질적으로 말을 했다. 그 사이 C.P병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차를 내려놓고 바로 나갔다.

“금방 오실 겁니다.”

그로부터 30여분이 지나서야 임경식 중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전참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임 중령. 아니 각성부대장.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일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넘기는 임경식 중령을 보며 이준식 대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네는 보고 못 받았나?”

“뭘 말입니까?”

“쯧쯧, 각성대대 대대장이라는 사람이······.”

“······.”

임경식 중령이 바로 고개를 돌려 함태준 작전과장을 봤다. 함태준 작전과장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진우 대위가 나타났네.”

“네? 누구요?”

“이진우!”

“이진우? 이진우 대위라면······ 헐, 그 이진우 말입니까?”

임경식 중령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함태준 대위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년 전 각성병사들을 이끌고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소식이 끊긴 이진우 대위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났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진우가 어떻게······. 설마 게이트에서 나온 겁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지 않아도 그걸 알아보려고 했는데 사단장이 빼갔어.”

“사단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이 양반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이진우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나오면 자네나 나나 끝장이야. 알아?”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임경식 중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각성부대를 이끌고 있지만 임경식 중령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본래 각성부대를 이끄는 장교들은 가능하면 각성을 한 플레이어를 임명되게끔 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대 지휘관 급 각성자들은 서울 근무를 선호하지 강원도 사단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서울 부대에서도 수도권 방어라는 핑계로 지휘관 급 각성자들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반 대대장인 임경식 중령이 각성대대를 맡게 된 것이다.

이준식 대령도 자신의 후배인 임경식 중령을 각성부대장으로 밀어주었다. 끌어 올려 줄 후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귀를 잘 알아듣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이준식 대령 덕분에 각성부대장이 된 임경식 중령도 지금껏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니는데 갑작스럽게 진우가 나타 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저 대령님. 이렇게 되면 저희는 어떻게 됩니까?”

“이진우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가 중요하겠지. 만약에 이진우 입에서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그럼 우리 둘 중에 하나는 옷을 벗게 될 거야.”

이준식 대령은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임경식 중령은 바로 그 옷을 벗을 사람이 누구인지 대번에 알았다. 그는 바로 이준식 대령에게 매달렸다.

“아이고, 이 대령님. 아니 작전참모님. 저는 안 됩니다. 이제 둘째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서 옷 벗으면 진짜 큰 일 납니다.”

이준식 대령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임경식 중령을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니까 누가 늦둥이를 가지래?”

“대령님도 저희 사정을 뻔히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임경식 중령은 진급에서 미끄러지고 난 후 전처와 이혼을 했다. 무능한 아버지에게 자식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 역시 전처가 다 가져갔다.

그 상태로 홀로 강원도로 전출을 온 임경식 중령은 여기서 15살이나 어린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현재 결혼 5년 차. 아직은 신혼이라 지금의 아내와 알콩달콩 죽고 못 살았다.

이준식 대령도 새출발을 한 임경식 중령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쓸데없이 바깥으로 나도는 것보다 가정에 충실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럴 때는 참 철이 없다고 느껴졌다.

“임 중령. 정신 바짝 차려! 일단 내가 참모부장님께 말을 해서 어떻게든 이진우를 우리 쪽으로 넘겨받도록 할 테니까 자네가 책임지고 포섭해!”

“제가 말입니까?”

“그럼 내가 할까? 막말로 내가 그들을 블랙 게이트에 넣은 장본인인데······. 이진우 대위가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르겠냐 이 말이야.”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네야 내가 명령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거라고 하면 되잖아. 그냥 적당히 어르고 달래보란 말이야. 무엇보다 자네는 각성부대장 아닌가. 자네가 이진우 대위의 직속상관이야! 그러니까 자네가 나서야지. 안 그런가!”

임경식 중령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대위는 정말 데리고 올 수 있는 겁니까?”

“그건 걱정 하지 마.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까.”

이준식 대령이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4

진우의 신병을 확보한 김승철 소장은 곧장 평화회를 이끄는 조연일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의 말은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이진우 대위가 살아 돌아왔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로 저쪽으로 넘길 수는 없습니다. 총장님!”

-저쪽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저쪽에서는 무조건 이 대위의 입을 막으려고 할 테고 그러다 보면 불똥이 저희들에게 날아올지도 모릅니다. 일을 벌인 건 부국회 쪽인데 괜히 저희가 피를 볼 필요는 없는 일 아닙니까.”

김승철 소장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조연일 육군참모총장이 긴 한숨이 나왔다.

-흐음······,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

“저 한번만 믿고 도와주십시오.”

-자네는 이 대위를 통제할 수 있어?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통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쪽은 절대 통제 못 할 겁니다.”

-어째서?

“이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이준식 대령 말입니다.”

-이준식이가 왜?

“이진우 대위 집안이 보배그룹 아닙니까.”

-보배그룹? 아, 그래. 알고 있네. 강원도 지역에서 사업하고 있다는······.

“네, 맞습니다.”

-그런데?

“보배그룹하고 거래 하던 것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모양입니다.”

-뭐? 이준식 그 친구 정신 나간 친구일세.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해.

“이진우 대위에게 다 뒤집어 씌우려고 판을 짠 것 같은데 이진우 대위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시끄러워질 테고요.”

-흠······.

“저 쪽은 지은 죄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원만하게 수습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덮으려고 해도 결국엔 터져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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