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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6화 (16/177)

〈 16화 〉 02. 대위 이진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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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대령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사실 진우가 사단 위병소에 도착을 한 것은 그것보다 훨씬 전이었다. 그 보고가 위병소를 통해 헌병대장인 최진석 중령에게 전달되었고, 그가 다시 김태식 소령을 통해 이준식 대령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물론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그 보고는 따로 김승철 소장에게도 올라가야겠지만 국회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있는 김승철 소장을 신경 쓰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준식 대령이 생각나는 대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단 제가 먼저 사실 확인을 한 후에 보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마치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준식 대령을 보며 김승철 소장이 바로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앞에서도 저렇게 뻔뻔스럽게 구는데 만에 하나 저들의 손에 진우를 빼앗겼다면? 보나마나 자신을 무시하고 멋대로 구워 삶으려 들었을 것이다.

“작전참모. 우리 여기까지 와서 그러지 말지.”

“사단장님.”

“거기까지만 하자고. 더 듣다간 내 기분이 많이 상할 거 같으니까 말이야.”

“······.”

회의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작전처 김태식 소령이 헌병대장 최진식 중령에게 슬쩍 눈치를 줬다. 그러자 바로 최진석 중령이 나섰다.

“사단장님. 그렇다면 이제라도 절차대로 저희가 이진우 대위를 조사하겠습니다.”

게이트에 들어간 각성자 부대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면 기본적으로 헌병대에 소속된 게이트 헌병대에서 1차 조사를 하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김승철 소장은 이준식 대령의 사람인 최진석 중령에게 진우를 맡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김승철 소장이 눈을 부라리며 최진석 중령을 바라봤다.

“헌병대장.”

“네.”

“블랙게이트가 그레이게이트로 바뀌면서 헌병대에서 한 일이 뭔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레이게이트로 바뀌면서 자네는 무슨 대처를 어떻게 했느냐 이 말이야!”

“······.”

김승철 소장의 호통에 최진석 중령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그레이 게이트로 변한 순간 게이트를 포기하고 헌병대 인력을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자네. 이진우 대위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을 알았나 몰랐나.”

“네?”

“알았냐고, 몰랐냐고!”

“어, 그게······.”

“도대체 게이트 헌병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김승철 소장이 언성을 높이자 최진석 중령은 당황하며 눈알만 굴렸다. 그런 최진석 중령을 바라보며 김승철 소장은 더욱 강하게 몰아 붙였다.

“그레이게이트로 바뀌면서 게이트 관리를 한 번도 안한 인간들이 이제와 누가 누굴 조사해? 지금 나하고 말장난 하자는 거야?”

김승철 소장이 발끈했다. 그러자 참다못한 이준식 대령이 나섰다.

“사단장님. 그 얘기를 지금 왜 하십니까. 그레이게이트로 바뀌고 나서 관리 인력 축소한다고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래, 자네 말 한 번 잘했군. 그 때 자네가 내게 한 말이 통보지 보고인가? 자네 뜻대로 일 처리를 다 해놓고 결과만 말 해주고 끝났잖아! 그랬으면 일처리라도 제대로 하지.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준식 대령은 속에서 열불이 났다.

‘하아, 미치겠네. 이 양반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국회청문회 때문에 그런가?’

한편 이준식 대령에게 끌려오다시피 한 각성부대장 임경식 중령도 눈알을 굴렸다.

사실 임경식 중령은 부국회 라인이고 이준식 대령의 후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준식 대령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애매한 처지인 임경식 중령이 각성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성부대장을 맡은 이유도 단순히 이준식 대령이 부리기 편했기 때문이다.

사단 내에서 이준식 대령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을 꼽으라면 헌병대장 최진석 중령이나 작전처 김태식 소령 정도였다. 그래서 딱히 말도 하지 않고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데 분위기를 자세히 보니 김승철 소장이 대놓고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뭐지? 원래 이런 분위기가 이게 아니었는데······.’

그때 김승철 소장이 고개를 홱 돌려 임경식 중령을 바라봤다. 그러자 임경식 중령이 흠칫 놀랐다.

“각성부대장.”

“네? 아, 네!”

“각성부대장 생각은 어때?”

“어, 그게······.”

임경식 중령이 뭔가 말을 하려는데 이준식 대령이 찌릿하며 노려봤다. 자신의 편을 들라고 압박을 한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 이준식 대령으로부터 한 소리를 듣고 온 임경식 중령은 그 눈빛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은 절차대로 따르는 것은 좋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뒷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절차? 그래 좋네. 자네가 한 번 말해보게. 각성자부대가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임무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를 했어. 그러면 어떤 식으로 조사를 해야 하지?”

“일단 순서대로 하면 게이트 헌병대가 1차적으로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에 각성부대장인 제가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래, 그것이 맞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준식 대령이 슬쩍 입 꼬리를 올렸다. 김승철 소장의 말이 꼬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설마 사단장이 모르고 있는 건가? 어차피 각성부대장이야 내 수족이나 다름이 없는데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하지만 김승철 소장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맞아. 절차상 그런 거지. 그런데 게이트 헌병대는 제대로 출동하지 않았고 이진우 대위는 지금 부대 복귀해 있는 상태인 거 알고 있지?”

“네.”

“지금 이진우 대위가 어떻게 게이트를 나와서 복귀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사단 헌병대에 일을 맡길 수가 있냐 말이야. 그리고 자네는 사단 헌병대에서 1차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 이진우 대위를 조사하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임경식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차가 그렇다는 거지 사실 어지간한 조사는 게이트 헌병대에서 진행했다. 각성부대에서는 게이트 헌병대의 조사 내용을 통해 형식적인 사실 확인만 진행할 뿐이었다.

“내 말이 틀렸어? 틀린 게 있으면 말을 해 봐!”

“아닙니다. 사단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임경식 중령이 김승철 소장의 편을 들자 이준식 대령도 더는 참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단장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뭘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자 안일국 비서실장이 굳어진 표정으로 나섰다.

“작전참모님. 그래도 사단장님이십니다. 말씀을 좀 가려서 해 주십시오.”

안일국 비서실장이 끼어들자 최진석 중령이 지지 않고 한 마디 했다.

“안 소령! 낄 때 껴라.”

“낄 때 끼라니요! 저 비서실장입니다!”

“지금 작전참모님 말씀하시는 거 안 보여?”

그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고.

“들어와.”

김승철 소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어? 자네는······.”

때마침 문을 마주보며 서 있었던 최진식 중령은 들어온 인물을 바로 알아왔다. 바로 육군본부 헌병대 과장인 이승기 소령이었던 것이다.

“충성! 다들 안녕하십니까.”

안일국 비서실장이 바로 그에게 갔다.

“이 소령. 자네는 왔으면 사단장님께 먼저 인사를 해야지. 사단 헌병대장부터 챙기나.”

“안 소령님. 사단장님과는 벌써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런가?”

안일국 비서실장이 미소를 지었다.

다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가운데 김승철 소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자, 다들 알지. 육군본부에서 내려 온 헌병과장 이승기 소령.”

이준식 대령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육본 헌병과장이 왜······.”

김승철 소장이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왜긴 왜야. 여태껏 내가 말하지 않았나. 무슨 말귀를 이렇게 못 알아들어? 우리 사단 헌병대가 초동수사에 실패를 했고 지금 사안이 중차대하니까 당연히 육본에서 나와 직접조사를 해야지. 안 그래? 헌병과장?”

“넵! 육본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준식 대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X발.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그러니까, 나 몰래 평화회를 움직였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바로 따질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사단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준식 대령은 씩씩거리며 회의실을 나섰다. 뒤뒤따 김태식 소령도 함께 움직였다.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고 김승철 소장이 피식 웃었다.

‘이제 와 수습을 해 보시겠다고? 어디 마음대로 해 봐.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테니까.’

김승철 소장의 시선이 최진석 중령에게 향했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눈치만 살폈다.

“헌병대장.”

“네.”

“자네가 작전참모 사람인 건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사단장이야. 명심해!”

“알겠습니다.”

최진석 중령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승철 소장이 코웃음을 쳤다.

“왜? 국회청문회 가면 내 자리가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어? 작전참모가 그래?”

“아, 아닙니다. 그런 말 들은 적 없습니다.”

“아니긴. 표정으로 다 보이는데.”

“정말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사단장이 말하는데 귓등으로 듣는 건 무슨 배짱이야? 최 중령 자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징계였어. 알아?”

김승철 소장이 최진석 중령에게 잔뜩 겁을 줬다. 그리고 시선을 다시 임경식 중령에게 향했다.

“각성부대장은 어때? 내가 불합리한 조치를 했다고 보나?”

임경식 중령이 좌우로 눈알을 굴리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사단장님. 사단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안이 중차대한데 임의로 사단에서 조치를 취했다면 나중에 분명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지! 이제야 각성부대장 머리가 돌아가는구만. 아무튼 각성부대장!”

“넵!”

“여기 있는 이승기 소령. 도와서 조사하는데 적극 협조해주길 바라네.”

“네, 사단장님.”

“내가 말하는 적극이 무슨 뜻인 줄 알지?”

“알고 있습니다.”

임경식 중령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임경식 중령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가볍게 두드렸다.

그런데 임경식 중령은 생각이 많이 복잡했다.

‘이거 어떻게 한다? 어느 동아줄을 잡아야 하는 거야?’

임경식 중령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려댔다.

한편, 밖으로 나간 이준식 대령은 부국회 최준희 육군 인사참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참의 신호음이 가고 수화기 너머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 대령.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네.

“참모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준식 대령의 언성이 높자 최준희 육군 인사참모장이 냉큼 달랬다.

-이 사람아 침착해봐. 내가 지금 얘기를 할 참이잖아.

이준식 대령이 길게 숨을 골랐다. 그 소리가 고스란히 핸드폰을 통해 최준희 육군 인사참모장에게 전해졌다.

-어허, 이 사람 참! 그래가지고 무슨 큰 일 하겠어?

“인사참모장님.”

-됐고, 내가 설명을 할 테니 천천히 잘 들어! 아까 말이야. 참모총장님이 날 불렀네.

“조영일 참모총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사령관님하고 얘기가 끝났다고 이번 사안은 자신들이 조사를 하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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