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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7화 (17/177)

〈 17화 〉 02. 대위 이진우 (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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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이 대령. 내말 들어. 김승철 소장이 날린다고 그냥 날아갈 사람이야? 그 사람도 나름 인맥이 있어. 청문회 통해서 옷 벗긴다고 그냥 넘어가겠냐 말이야. 분명히 이리저리 걸고넘어질 것이 많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그 친구를 조사한다고 말해봐.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

지금 평화회와 부국회는 강철회를 견제하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친 상태다.

비록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지만 평화회의 주전력 중에 하나인 김승철 소장을 배제시키기 위해서 부국회가 진우를 숨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도록 유도하면 평화회 내부에서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은 김승철 소장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어. 대신에 이진우 대위의 조사권을 달라고 하더군.

“만약 그리되면······.”

-무슨 얘기인지 다 아네. 그런데 우리에게 시비는 걸지 못할 것이야. 내가 지난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우리가 견제해야 할 세력은 강철회라고 말이야. 강철회를 저렇게 독주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답이 없네.

“후우······.”

이준식 대령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자네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리 알고 넘어가. 그리고 김승철 소장은 모 아니면 도야. 만약에 이 일이 잘 풀리면 다시 육본으로 올라갈 것이고. 일이 꼬이면 모든 걸 뒤집어 쓰고 옷을 벗어야 할 거야. 어느 쪽이든 지금 사단장 자리는 때가 되면 바뀌게 될 거라고. 물론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자네 그것도 못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

최준희 육군 인사참모장의 말에 이준식 대령이 대답 한 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꼴 보기 싫은 김승철 소장을 쫓아내 버리고 싶었지만 사정 상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국회 청문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답답한 소리를 하네. 이 일이 알려지면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나? 그리고 말이야. 국회의원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만에 하나 이진우 대위, 그 친구를 증인으로 신청하면 어떻게 되겠어?

“그야······.”

-좋지 않아. 그런데 자네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이준식 대령이 다시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조금 전보다는 진정 된 한 숨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 이래야 이준식이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보다 육본에서 헌병과장을 보냈다고 하던데 맞나?

“네, 좀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잘해줘. 괜히 책 잡히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준식 대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X발! 진짜 엿 같네.”

그 시각.

진우는 계속 사단장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여기서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 거야?”

사단장실이 편하긴 했지만 진우는 좀이 쑤셨다. 어차피 조사를 받을 거 빨리 받고 이 지긋지긋한 군대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 때 소령 계급을 단 사내가 들어왔다.

진우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그래. 반갑다. 육군본부 헌병대 과장 이승기 소령이라고 한다.”

“반갑습니다. 대위 이진우입니다.”

“내가 사단 헌병대를 대신해서 자네를 조사하려고 해. 괜찮지?”

“네. 그렇긴 합니다만······.”

“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 하지 말고. 강압적인 조사는 하지 않을 거야. 자네가 얼마나 고생을 해서 던전을 나왔는데 우리가 설마 그 정도도 모를까. 자네도 알겠지만 요즘 대한민국 군대는 강압적이고 그러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보다 자네 좀 쉬었나?”

“네.”

“부대 복귀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그런데······ 이거 무슨 냄새지?”

이승기 소령이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냄새?’

뒤따라 코를 킁킁거리던 진우는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챘다.

‘설마 아까 관조 때문에?’

진우가 파악하기로 관조는 무협에서 말하는 내공심법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몸 안에 있던 노폐물이 빠져 나왔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 할 수는 없는 노릇.

“죄송합니다. 제가 던전에서 나와서 제대로 씻지 못했습니다.”

“아, 참! 자네 게이트에서 나온 후 곧바로 여기로 온 거지?”

“그렇습니다.”

“아이고 내가 생각도 없이 얘기를 했군.”

“아닙니다. 현재 제 몸에 스스로 익숙하다보니 냄새 나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샤워부터 할 텐가?”

“네, 허락해 주신다면 말입니다.”

“어이구, 당연히 허락해야지. 무슨 그런 얘길 하고 있어.”

이승기 소령이 사무실 문을 열고 자신을 따라 온 김윤태 중위를 불렀다.

“김 중위.”

밖에서 대기하던 김윤태 중위가 다가왔다.

“이 대위 샤워실로 안내하고. 불편함 없도록 자네가 신경 좀 써 주고.”

“네, 알겠습니다.”

말이 좋아 신경을 써 주는 것이지 엄밀히 말을 하면 감시나 다름이 없었다.

김윤태 중위가 진우를 보며 말했다.

“이 대위님. 절 따라 오시죠.”

“어, 그래.”

진우는 김윤태 중위를 따라 샤워실로 향했다.

“여기서 준비하시면 제가 세면도구 구해 오겠습니다.”

“어어, 그래. 부탁해.”

김윤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샤워실을 나갔다.

진우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 텅 빈 샤워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이게 얼마만의 샤워냐.”

시원한 물줄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진우는 머리를 씻었다. 잠시 후 들어온 김윤태 중위가 구해 온 세면가방을 옆에 뒀다.

“여기 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어어, 그래. 고마워.”

그렇게 모처럼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있는데 등이 많이 가려웠다.

“뭐지? 아까부터 등이 간질간질 거리지? 너무 간지러운데.”

진우가 손을 이리저리 가져가봤지만 가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진우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윤태 중위를 불렀다.

“김 중위. 김 중위.”

“네.”

“미안한데 등 좀 밀어 줄래? 너무 가려워서 말이야.”

김윤태 중위가 인상을 팍 썼다.

‘아이씨. 아무리 대위어도 그렇지 어떻게 등을 밀어달란 소리를 하지? 엄연히 족보 자체가 다른데 말이야.’

김윤태 중위의 얼굴에 드러난 불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진우는 이런 식으로 출신부심을 부리는 장교들을 여럿 상대해 왔다.

“왜? 싫어?”

“아닙니다.”

“그래. 좀 밀어줘라. 나도 깨끗하게 씻고 나가야 마음 편히 조사를 받을 거 아냐. 안 그래?”

진우가 능청스럽게 이태리 타올을 내밀었다.

김윤태 중위는 어쩔 수 없이 타올을 받아 들고 진우의 등을 밀었다. 그러다 보란 듯이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바로 진우가 앓은 소리를 내뱉었다.

“야야, 아프다. 아파! 살살 좀 해라.”

“죄송합니다, 제가 힘 조절이 안 돼서······.”

“힘 조절을 안 한 것이 아니고?”

“······.”

“왜 이렇게 과묵해! 헌병대라서 그러나? 됐다. 이리 줘라.”

진우가 때밀이 수건을 받았다. 김윤태 중위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 상태로 진우는 남은 곳을 밀었다. 그런데 등가죽이 벗겨질 것처럼 밀었던 등이 계속 간질간질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간지럽지? 등에 뭔가 있나?”

진우가 힐끔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등을 확인했다. 그런데 등에 자신도 모르는 검은 반점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진우가 이리저리 확인을 해 봤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진우는 또 다시 김윤태 중위를 불렀다.

“야, 김 중위!”

“네.”

샤워실 밖에 있던 김윤태 중위가 다시 들어왔다. 진우가 자신의 등을 보이며 말했다.

“야, 여기 등에 뭐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확인 좀 해 줘.”

“뭐 말입니까?”

“여기, 여기 등에 생겨난 검은 반점 말이야.”

김윤태 중위가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김윤태 중위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김윤태 중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거 그냥 때입니다. 때!”

“때야?”

“네.”

“자세히 좀 봐봐. 진짜 때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때가 이래. 완전 시커멓게······.”

“던전에 일 년 동안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당연히 씻지는 못했을 것이고 그럼 당연히 떼가 있는 거 아닙니까?”

진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막말로 김윤태 중위는 던전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던전이 어떤 곳인지 아는 게 없었다.

그 곳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다 왔는데 김윤태 중위는 자신을 더러운 사람처럼 취급했다.

“야, 김 중위. 말은 바로 하자. 1년 동안 안 씻은 것이 아니라 못 씻은 거지. 그리고 너 말이야. 갑자기 전쟁이 터졌다고 생각해봐. 팔자 좋게 목욕이나 하고 그럴 시간이 있을 것 같아.”

“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닙니다.”

“됐다. 그냥 나가봐라.”

김윤태 중위가 시무룩한 얼굴로 나갔다. 진우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좋게 조사를 받으려고 하는데 자꾸 내 성질 건드리네.”

그러다가 다시 거울을 통해 등을 확인했다.

“진짜 때인가?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진우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등에 난 검은 반점을 확인했다.

“됐다. 이제와 깔끔 떨어서 뭐하려고.”

그대로 대충 샤워를 마친 진우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본격적으로 진우의 조사가 시작됐다.

취조실이 아닌 사단 회의실에서 진우와 이승기 소령이 마주보고 앉았다.

“이 대위. 잘 씻었어?”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아니야. 그나저나 씻으니까, 잘 생겼네.”

“죄송합니다. 아까는 지저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게나. 자네가 어디 놀다가 왔나. 블랙게이트에 들어가서 일 년이나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 와 이런 얘기 하는 게 미안하지만 자네의 그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네.”

‘잉? 뭐야. 갑자기 무슨 낯간지러운 말을 하지. 육본 헌병대과장은 좀 다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진우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 그 이유를 알아챘다.

‘아하. 사단장님께서 손을 쓰셨구나.’

진우가 속으로 웃었다. 그러면서 자세를 조금 풀었다.

진우의 행동을 보던 이승기 소령이 녹음기와 녹화장치를 설치했다.

“자. 이진우 대위. 지금부터 하는 내용은 모두 녹화 및 녹음이 됩니다. 동의하십니까?”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가자 이승기 소령은 존대를 해 줬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의합니다.”

“참, 그 전에 방법은 어떻게 할까? 자네를 취조식으로 하는 것 보다는 편안하게 얘기를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됩니까?”

“이 친구야. 당연히 그래도 되는 거지. 자네가 편안하게 얘기를 해 주게.”

“알겠습니다.”

“좋네. 그럼 블랙게이트 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진우 대위 맞습니까?”

“네.”

“그럼 블랙게이트 안에 들어 간 이후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진우가 천천히 블랙게이트에 들어간 이후의 상황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첫날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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