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18화 (18/177)

〈 18화 〉 03. 다시 게이트로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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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다시 게이트로

1

진우는 첫날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그 이야기는 무려 네 시간이나 이어졌다.

“잠깐. 그 정도까지 하고 우리 잠깐 식사라도 할까?”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래. 복귀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텐데 일단 식사부터 하지.”

“아, 네.”

이승기 소령은 녹음기와 녹화장치를 정지 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상태로 밖으로 나온 이승기 소령은 대기하고 있던 김승철 소장을 만났다.

“이 소령. 어떻게 조사는 잘 되고 있나?”

“와······. 사단장님. 이거 장난 아닙니다.”

“왜? 이 대위가 비협조적이야?”

“그건 아닙니다.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얘기를 하는데 완전 소름 돋았습니다. 게이트가 이리도 위험한 곳입니까?”

“나도 모르지. 게이트에 들어가 봤어야 알지.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를 했나?”

“이제 한 보름치 정도 얘기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누가 죽고 어떻게 죽었는지 또 몬스터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했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병사들 죽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까 갑자기 우울해졌습니다.”

이승기 소령은 거기까지 얘기를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자신도 게이트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하나하나 상세하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대위는 어때? 괜찮아 보여? 뭐, PTSD라던가 그런 증상은 없던가?”

“제가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일단 멀쩡해 보였습니다. 얘기할 때 표정이 어둡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멘탈은 강한 모양입니다.”

진우는 플레이어였다.

당연히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봐야 했다.

“그렇군. 알겠네. 어쨌든 자네가 수고 좀 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사는 열흘 동안 진행됐고 조사를 마칠 때쯤 이승기 소령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소령님 고생하셨습니다.”

“아니네, 아니야. 이렇듯 게이트 내부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그리 생각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보다 결론을 내리자면 지금 안에 들어갔던 병사들은 다 사망을 한 것이라는 거지?”

“네.”

“시신들은 찾을 수 없는 것이고.”

“저도 어쩌다보니 거의 반 강제적으로 튕겨져 나온 거라서요. 저도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모든 걸 있는 그대로 털어 놓았지만 진우는 마지막에 흑룡을 만난 일은 숨겼다. 그 얘기를 꺼냈다간 당장에 군연구소로 끌려가 생체 실험을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지난 열흘 간 함께 한 이승기 소령은 진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주었다.

“그러니까. 천 명이 들어가서 자네 빼고 다 죽었다?”

“이 소령님. 천 명이 아니라 천 한 명이 들어간 것입니다. 저는 천 명의 대원들 지휘관으로 들어간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군. 그래. 그렇게 되는 거였군······.”

이승기 소령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뭔가를 떠올리고는 눈을 빛냈다.

‘가만 그리 된다면 던전에서 나오는 방법이 천 명의 희생이라는 말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이 대위 혼자 튕기듯 나온 건가? 만약에 정말로 과정이 그렇다면······.’

이승기 소령이 다시 진우에게 말했다.

“알겠네. 일단은 알겠고······. 던전을 나오면서 다른 일은 없었나? 아니면 뭐라도 얻은 것이거나.”

보통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나 아이템이 주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한 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아시지 않습니까. 저 동료들, 아니 죽은 병사들 유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뭘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군. 알겠네.”

괴로워하는 진우를 보며 이승기 소령도 더 이상 추궁할 수가 없었다.

1차 조사가 끝이 나고 이승기 소령은 곧바로 보고서를 올렸다. 진우가 워낙에 상세하게 진술을 해 준 터라 이승기 소령은 단순히 정리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본 육군본부 게이트 헌병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이 대위가 혼자 생존했다면 뭔가 아이템이라도 나왔어야 합니다.”

“이 대위의 소지품은 전부 확인했습니다. 따로 숨기는 건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 대위 말처럼 모두 다 죽고 이 대위 혼자만 살아 남은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모든 일이 이 대위가 꾸민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 대위가 꾸미다니요?”

“이 대위가 살아남기 위해서 게이트 안에서 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모두 살해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천 명이 죽고 혼자 살아 나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됩니다. 아무 보상도 얻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거짓말 탐지기를 하시죠.”

“거짓말 탐지기?”

육군 본부 게이트 헌병대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2차 조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이승기 소령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년 간 고생한 진우를 다시 한 번 괴롭히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윗선을 설득시키려면 보다 확실한 결과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다시 진우가 이승기 소령 앞에 앉았다.

이승기 소령의 옆에는 기무사에서 파견 나온 박종찬 상사가 나와 있었다.

“이 대위. 아무래도 다른 윗분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거짓말 탐지기를 보여줘야 할 것 같네. 괜찮겠나?”

“네. 저는 상관없습니다.”

진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이승기 소령이 옆에 앉은 박종찬 상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설치하겠습니다.”

모든 장비를 설치한 후 박종찬 상사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진우입니다.”

“계급은 어떻게 됩니까?”

“대위입니다.”

“소속은 어디입니까?”

“강원 11사단입니다.”

“당신이 받은 최근 임무는 무엇입니까?”

“블랙게이트 조사입니다.”

“오케이, 확인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편안하게 질문하십시오.”

박종찬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기 소령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진우에게서는 아무런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게이트 보상에 대해서도 거짓으로 둘러댔는데 거짓말 탐지기는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이 정도면 확실한 것 같은데요?”

조사를 함께 한 박종찬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육군 본부는 그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렇게 된 거 최면 수사까지 하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냥 혼자 살아 돌아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뭘 더 확인하자는 겁니까?”

“이진우 대위는 플레이어입니다. 그것도 B6 등급이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 탐지기를 속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최면 수사는요? 최면 수사는 다를 거 같습니까?”

이승기 소령이 화를 냈다. 지난 두 차례의 조사 과정에서 진우가 얼마나 자책하고 괴로워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트 헌병대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레이 게이트입니다. 여태까지 그레이 게이트에서 나온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의 사례이지 않습니까! 외국에서는 드물지만 그레이 게이트를 빠져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 철저하게 조사해야죠.”

“지금 국회에서 이진우 대위를 출석시키라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이진우 대위를 몰아붙였다가 나중에 반발이라도 하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그 책임을 게이트 헌병대에서 지는 겁니까?”

“그럼 이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이야기입니까?”

“이미 조사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럼 뭐라고 발표합니까?”

“사실 그대로 발표해야죠. 모든 부대원들이 죽었고 이진우 대위가 유일한 생존자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때 누군가 얘기를 꺼냈다.

“그걸 꼭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는 사실 그대로 발표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 중에 이진우 대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나타나더라도 그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죠.”

“이미 이진우 대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습니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더 보란 듯이 이진우 대위를 욕할 겁니다.”

결국 육군 본부 헌병대는 그대로 사실을 밝히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평화회와 부국회가 그레이 게이트 사건을 정리했지만 이준식 대령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이건 아니지.”

“그렇습니다. 무려 천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진우 대위 혼자 살아 남은 것도 이상하고 그레이 게이트에서 갑자기 튕겨 나왔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진우 대위 어디 있어?”

“아직도 안일국 비서실장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새끼를 취조했어야 하는데······. 그래야 모든 걸 밝히는 것인데.”

이준식 대령은 진우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육군 본부에서 이 사실을 그냥 덮고 넘어가려는 거라고 여겼다.

작전처 김태식 소령이 슬쩍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뭘?”

“만약 이 대위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면 사실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다시 게이트에 밀어 넣는 것은 어떻습니까?”

“뭐? 그게 말이 돼?”

“말이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 대위는 혼자서 살아남았고 벌써 진급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령을 달게 된다면 각성부대 부대장 정도는 올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이트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각성병사 천 명이 희생됐는데 혼자 살아 돌아온 이진우 대위의 사정을 봐 줄 형편이 아니니까요.”

김태식 소령의 말을 들은 이준식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무리한 계획이긴 했지만 적당히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럼 일단 게이트부터 확인해야겠군.”

“네. 제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강원도에 새로운 게이트가 열렸다.

2

처음 헌병대 조사를 받을 때 진우는 불명예제대까지 각오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무려 천 명이 희생됐다.

일반 병사도 아니고 각성 병사 천 명의 희생으로 던전에서 탈출한 것이었다.

그 천 명의 각성 병사를 데리고 블랙게이트에 들어간 책임자 역시 진우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진우 혼자만 살아 나왔으니 모든 책임을 지고 불명예제대를 하라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처음 진우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언론은 난리가 났다.

어떤 매체는 진우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대해서 궁금해 했고 또 다른 언론은 진우 외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시간이 지나자 진우와 함께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병사들의 가족들을 끌어들여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승철 사단장이 선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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