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20화 (20/177)

〈 20화 〉 03. 다시 게이트로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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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중사의 얘기를 들은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김철수 중사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 좋아. 다 좋은데 난 솔직히 군대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 난 한시라도 빨리 군대를 나가고 싶다고.”

-대장! 군대를 나가더라도 기댈 곳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제대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혹시 가업을 물려받을 생각이십니까?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 당장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은 없어. 아버지도 정정하시고.”

-던전에서 죽은 병사들의 원혼을 달래주려면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대장이 조금 더 위로 올라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판단이지만요.

임백호 상사도 김철수 중사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대장. 김 중사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대장이 군에 발목이 잡혀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대장은 현재 드러나지 않은 S급 플레이어 아닙니까. 부대에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말입니다.

“모르죠. 측정을 몇 번을 했는데 BS등급으로 나오더라고요.”

-게다가 내가 아는 대장이라면 군대의 농간에 휘둘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행보관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저도 고민이 됩니다.”

김철수 중사가 부대의 브레인 역할을 해 왔다면 임백호 상사는 진우의 멘토나 다름없었다. 20명 남짓의 소수의 부대만 이끌어 왔던 진우가 1000명을 통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게 다름 아닌 임백호 상사였다.

그래서 이성적인 김철수 중사의 조언보다 자신을 믿는다는 임백호 상사의 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때 최대근 중사가 뜬금없이 물었다.

-그런데 대장! 부대에서 등급조사 다 받았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S급인 것을 안 들킵니까?

-그러게 말이다. 나도 등급이 걸릴 줄 알았는데 측정결과는 계속 BS등급으로 나오더라.

진우가 조사를 받으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역시나 플레이어 등급이었다.

A등급의 플레이어가 기연을 얻어 S등급이 된 경우는 몇 번 있지만 B등급의 플레이어가 단숨에 S등급으로 올라선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군의 최신식 측정 장치를 동원했음에도 진우의 등급을 밝혀내지 못했다.

측정마다 약간의 오차가 생기긴 했지만 결과는 매번 BS등급이었다.

플레이어 지수는 당장 A등급으로 올라서도 이상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등급 표기상의 등급은 B등급.

-이상하네. 어떻게 A등급도 안 나오지?

-나도 좀 허탈하더라. 사실 A등급으로 나오면 둘러대려고 변명도 몇 가지 생각해 놨었거든. 그런데 다 쓸모 없어졌어.

물론 헌병대에서는 BS 등급으로 나온 결과를 가지고도 호들갑을 떨었다.

1년 전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측정했던 등급보다 플레이어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진우의 등급은 B7.

플레이어 지수 101~300에 속한 B등급 플레이어의 세부 기준 등급 중 8번째였다.

추정 플레이어 지수는 270 정도.

처음 군에 들어왔을 때 C등급(플레이어 지수 70)이었는데 미친 듯이 게이트 활동을 하다 보니 운 좋게 B등급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래서 진우는 이번에도 최소 A등급이 됐을 줄 알았다.

지난 1년 간 쉬지 않고 싸워 왔으니까.

군의 허술한 측정 장비로 S등급이 바로 뜨지는 않을 테니 A등급이 나오면 지금은 사라진 군대체질(A) 스킬을 팔 생각이었는데 A등급은커녕 B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심 기분은 나빴지만 덕분에 진우는 모든 병사를 제물로 삼아 게이트에서 벗어났다는 항간의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측정 결과 등급이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던전에서 보상을 받은 게 아닌데 플레이어 지수가 높아졌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블랙 게이트에서 일 년을 보냈으니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에 막혔다.

-그럼 우리도 상태창에 표시된 것만 A등급인 거 아닙니까?

-뭐야, 결국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야. 김철수. 시비걸지 마라. 나 지금 진지해.

-너야말로 바보같은 소리 좀 하지 마라. 네 능력들 제대로 체크 안 해봤지?

-이리저리 자리 옮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확인할 시간이 어디 있어?

-어휴. 너는 진짜······. 내가 말했지. 빨리 한 군데 정착하라고 말이야. 너는 노숙에 맛 들였니?

-흐흐, 처음에 노숙이 힘들었는데 이것도 나름 괜찮네. 운치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고 말이야. 게다가 곧 여름이잖아.

-그러다 밤새 모기한테 물어 뜯여봐야 정신을 차리지.

-음? 너 몰라?

-뭘?

-내가 말 안 했어? 노숙하는데 풀벌레들이 접근을 안 해. 아예 날 피해서 간다니까?

-뭐? 그게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밖에 나가서 홀딱 벗고 자 봐. 모기 절대 안 물릴 걸?

-어휴, 내가 너냐! 됐다. 너나 실컷 밖에서 자라.

오늘도 여지없이 티격태격 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진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 거기까지 하고 김 중사. 일단 하던 이야기 마무리 하자.

임백호 상사가 다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김철수 중사가 말을 이었다.

-등급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저는 잘못 표기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시스템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셨습니까? 게이트 관련 기술들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완벽한 건 아닙니다. 오차도 심한 편이고요. 그보다는 상태창에 표시된 등급은 정확 할 겁니다.

-그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장.

-제가 집에서 쉬면서 스킬을 전부 다 확인해 봤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위력이 강해졌습니다.

김철수 중사의 말에 임백호 상사도 공감을 했다.

-저도 지나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힐링 마법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기운이 쭉쭉 빠졌을 텐데 지금은 낮은 레벨의 힐링 마법은 마나가 소비된 티도 안 나더라고요. 스킬 관련 랭크가 확 올라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꼼꼼한 김철수 중사에 이어 임백호 상사까지 체감을 했다고 하니까 플레이어 등급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현 시대의 기술력으로 흑룡의 힘을 100퍼센트 측정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를 일.

-어쨌거나 대장. 내키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군부와 잘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저쪽이 몰라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진우는 그 말을 끝으로 대화창을 껐다.

이후 최대근 중사의 푸념으로 보이는 대화들이 올라왔지만 진우는 무시했다.

어차피 최대근 중사는 김철수 중사가 상대해 줄 터였다.

진우는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에 김승철 사단장을 만나러 움직였다.

“사단장님! 결정했습니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나?”

“네. 말씀해주신 제안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누가 뭐래도 자네는 그레이 게이트에서 살아 나온 영웅이야. 남들이 뭐라건 신경쓰지 마. 자네는 자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김승철 사단장이 크게 웃었다. 진우가 딴 생각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순순히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니 기쁜 것이다.

이로서 김승철 사단장은 자신이 속해 있는 평화회에게 진우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좋았어.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이건 기회야. 기회’

진우를 통해 더 위로 올라갈 생각으로 가득한 김승철 사단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3

다음날 진우는 곧바로 진급을 통해 소령이 되었다. 이미 소령 진급이 확정이 된 상황이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소령으로 진급한 후 진우는 각성부대 부대장으로 발령이 났다.

“어, 그래! 이 소령. 잘 왔다.”

진우가 오자 각성부대장 임경식 중령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넵! 대대장님. 신고식 하겠습니다.”

“됐어! 신고식은 무슨. 솔직히 말해서 이 소령은 일반군인은 아니잖아. 일반 군인들이나 그렇게 하는거고 자네는 굳이 하지 않아도 돼.”

“아, 그런 겁니까?”

진우는 임경식 중령의 말을 듣고 쓴 웃음을 지었다. 육사 출신인 임경식 중령이 플레이어 출신인 자신과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하지만 임경식 중령이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각성부대가 뭔가? 각성자들만 모아 둔 부대가 아닌가. 그런데 왜 굳이 일반 군대처럼 허례허식을 따지냐 이거야. 물론 여기도 군대니까 지휘가 필요하고 통제도 있어야 하겠지. 하지만 각성부대는 각성부대만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하네. 안 그런가?”

“아, 네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소령.”

“네.”

“자네가 각성부대에서 기초적인 교육을 맡아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네? 교육 말입니까?”

“그래. 이번에 모처럼 신병들이 들어 왔거든.”

“하지만······ 교육담당관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있지. 그런데 그 친구는 게이트가 뭔지도 몰라. 게이트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을 걸? 그냥 위에서 만든 자료를 가지고 교육을 한단 말이지. 한 마디로 이론만 강해, 이론만!”

원칙대로라면 사단 내 각성부대 장교들은 전부 각성자로만 구성이 되어야 했다. 교육 장교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오히려 경험 많은 플레이어가 교육을 맡아야 각성 병사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부대장부터 일반 군인인 사단에 플레이어 출신 교육 장교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자네도 생각해 봐. 플레이어도 아니고 일반 군인이 교육을 하는데 각성병사들의 수업태도가 좋을 것 같나? 다들 각성자들이고 그 중 몇 몇은 던전에서 활동한 경험도 있을 텐데 조금이라도 말실수가 나와 봐. 야유에 비웃음에 수업 하기가 쉽지가 않아.”

“그렇습니까?”

“내가 한 번 참관을 해 봤는데 어찌나 엉망이던지 원.”

임경식 중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사단의 각성부대는 각성병사들을 제대로 통제해 줄 지휘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실제로 일부 실력 있는 각성 병사들은 일반인 출신 간부들을 무시하기까지 했다.

“그럼 지금까지 교육은 어떻게 진행한 겁니까?”

“후우······. 그래서 대안이라고 생각한 것이 여자 장교를 투입하는 것이었어.”

“여자 장교를 말입니까?”

“그래. 각성병사들 대부분이 남자잖아. 여자장교가 들어가면 그나마 좀 집중을 하더란 말이지. 물론 최근에는 여자 각성병사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이것 역시 통하지 않게 되었지만.”

“······.”

“지난번에는 말이지. 여자 각성병사랑 교육 장교랑 별 것도 아닌 걸로 시비가 붙었는데······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그만 둔다고 난리도 아니었어.”

임경식 중령의 푸념에 진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진우도 병사 시절에 교육 장교에게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 교육은 진우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들어왔는데 그것보다도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협회에서 요구하는 기본 소양 교육을 대신하기 위해 군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시간을 할애해 집중해서 수업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이트 시대 초창기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 때보다 많은 정보들이 풀린 상태인데 그때와 똑같은 교육을 각성병사들에게 한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후우······.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딱히 할 것도 없었던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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