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21화 (21/177)

〈 21화 〉 03. 다시 게이트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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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m‎‎‍e/No‎‎v‍e‍l‎‎‍‍P‍or‎‎t‎‎‎‎a‎‎‍l

“그래, 그래. 자네만 믿겠네.”

“교육 프로그램은 제가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겁니까?”

“그런데 기본적인 교육 과정은 있으니까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자네가 잘 짜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해. 난 이만 퇴근하네.”

“네?”

진우가 깜짝 놀라며 임경식 중령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는데 퇴근이라니.

아무리 부대의 장이라고 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말입니까?”

“크흠. 내가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각성부대는 우리 이 소령 중심으로 돌아갈 건데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있나? 안 그래?”

“······.”

진우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임경식 중령이 플레이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일반 군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부대장직을 수행하던 상황이다 보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임경식 중령이 씨익 웃으며 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튼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임경식 중령은 정말로 퇴근을 해 버렸다.

진우는 그 자리에서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아무래도 된통 물린 것 같은데.”

그렇게 진우의 군 생활이 조금 더 연장되었다.

4

게이트 탐지 연구소.

오늘의 당직은 한창열 연구원이었다.

한창열 연구원은 여느 때처럼 미리 받아 놓은 드라마를 몰아서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니터 테두리에서 붉은 빛이 번쩍거렸다.

“어, 뭐야?”

한창열 연구원이 다급히 동영상 플레이어를 내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창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새로운 게이트가 탐지되었습니다.

“하아, 젠장할. 하필 내가 당직서고 있는데 게이트가 뜨고 난리야.”

한창열 연구원은 인상을 찡그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새로 게이트가 감지 된 곳은 강원도였다.

“강원도? 몇 등급이지?”

한창열 연구원은 마우스를 움직여 해당 게이트의 게이트 밀도를 확인했다.

게이트 밀도에 따라 보호장의 색이 달라지는데 E등급은 녹색, D등급은 파란색, C등급은 노란색, B등급은 오랜지 색, A등급은 빨간색이었다.

“어디 보자.”

한창열 연구원이 화면을 확대해 파장의 색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두 개의 색깔이 겹쳐진 느낌이었다.

“이건······ C등급이야? B등급이야?”

선임 연구원이었다면 딱 하고 답을 내렸겠지만 연구원에 들어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한창열 연구원은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직접 날아가서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그나마 오렌지색이 확실히 느껴지는 걸로 봐서 B등급일 가능성이 높았다.

“B등급이라면······.”

한창열 연구원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만약 새로 생긴 게이트가 B등급 이상이면 팀장에게 보고를 올려야했다.

“팀장님 한창열입니다.”

-어, 왜?

“지금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현재 확인 된 색은 오렌지색입니다.”

-오렌지색? 그럼 B등급이잖아.

“네. 맞습니다.”

-확실해? 확실히 오렌지색이야?

팀장은 재차 물었다. 한창열 연구원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노란색과 오렌지색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습니다.”

-후우······. 알았어. 내가 가서 확인하지.

“네. 팀장님.”

20분 후 위층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고지식 팀장이 왔다.

“오렌지 게이트 맞아?”

고지식 팀장이 미심쩍은 얼굴로 모니터 확인을 했다. 하지만 10년차 팀장의 눈으로 봤을 때 이건 오렌지색에 더 가까웠다.

“이거 B등급 같은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확실히 해야 하니까. 게이트 관리소에 전화해서 빨리 확인 작업 하라고 해.”

“지금 이 시간에 말이에요?”

“당연하지. 저거 게이트야. 언제 몬스터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고. 우리도 이 시간에 당직 선다고 이 고생을 하는데 게이트 관리소는 놀아?”

그 모습을 본 한창열 연구원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태껏 당직실에서 쉬다 와 놓고 생색은. 한 적도 없으면서······.’

어이가 없었지만 한창열 연구원은 표정을 감추고 다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5

게이트 관리소 박대수 소장은 새벽에 전화를 받고 인상을 찡그렸다.

“네? 게이트요? 하아······. 어디입니까? 아, 거기요? 등급 파악을 빨리 하라는 말씀이시죠. 네, 알겠습니다.”

게이트 탐지 연구소에서는 전국에 세워둔 게이트 감지장치를 통해서 게이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직적인 게이트 밀도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게이트 관리소에서 직접 게이트 보호장까지 가서 측정을 해야 했다.

박대수 소장이 부랴부랴 간측 장비를 챙겨서 차를 타고 움직였다.

게이트 탐지 연구소에서 말해 준 위치에 도착한 박대수 소장은 주변을 살폈다.

“어디 있지?”

그때 저만치 뭔가가 일렁이는 게 보였다.

“저기군.”

보호장으로 다가간 박대수 소장은 눈으로 색을 확인했다.

“으음······. B등급 같기도 하고.”

옅긴 해도 불그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게 B등급에 가까웠다. 다만 측정기로 게이트 밀도를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했다.

“어디보자.”

박대수 소장은 장비를 통해 게이트의 밀도를 확인했다.

잠시 후 장비 화면 창에는 130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게이트 밀도 130이라······. 이러면 B등급이네.”

게이트 등급 규정 상 게이트 밀도 101부터 300사이는 B등급 게이트.

박대수 소장이 재차 체크를 한 뒤 게이트 탐지 연구소에 연락을 했다.

-네, 소장님 측정해 보셨습니까?

“방금 끝냈어요. 130정도 나옵니다.”

-130이면 B등급이네요. 확실 한 거죠?

“네. 두 번 체크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결과를 받은 한창열 연구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B등급 게이트면 게이트 탐사 업체나 대형 길드에서 나서게 될 터. 관행 상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들린 박대수 소장의 말은 한창열 연구원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 군부대 관할입니다.

“네? 정말입니까?”

-완벽하게 군 관할은 아니고 반쯤 걸쳐 있는데요. 이러면 군부대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하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1사단 게이트 관리과로 전화가 걸려왔다.

“통신보안. 11사단 게이트 관리과입니다.”

-관리과되시죠.

“네네, 그렇습니다.”

-여기 게이트 탐지 연구소인데요. 그 지역에 게이크가 발생했습니다.

“게이트 말입니까?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게이트 밀도는 130나왔는데 그러면 B등급입니다.

“B등급 말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관리자 김인호 대위는 보고서를 작성한 후 곧바로 장석중 소령(게이트 관리과 책임자)에게 보고를 올렸다.

“B등급 게이트?”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내가 직접 보고하지.”

“넵.”

김인호 대위가 나가자 장석중 소령은 곧바로 이준식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성! 게이트 관리과 장석중 소령입니다.”

-어어, 그래. 이 시간이 무슨 일이지?

“지난번에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게이트가 나오면 보고하라고 말입니다.”

-그랬지. 혹시 나온 거라도 있나?

“네.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뭔가?

“게이트 밀도는 130으로 B등급인데, B등급 중에서는 하급에 속합니다.”

-B등급 중에 하급이라? 괜찮은 것이 나왔군.

“네?”

-아니다. 그거 우리가 바로 탐사할 수 있나?

“네 그렇습니다. 저희 쪽으로 넘어오면 바로 가능합니다.”

-알았다. 최대한 빨리 관리권한 넘겨받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충성.”

6

임경식 중령의 주문대로 진우는 각성병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아. 적당히 눈치 보다 제대하려고 했는데 교육이라니······.”

진우가 투덜거리며 강의실 문을 열어젖혔다.

강의실에는 이제 막 각성부대에 들어 온 신참 병사들이 20여명이 앉아 있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단상 옆쪽에 서있던 김슬기 대위가 바로 진우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교육장교 대위 김슬기입니다. 교육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진우는 대답을 한 후 단상으로 걸어갔다. 김슬기 대위가 슬쩍 한쪽으로 물러났다.

김슬기 대위는 얼마 전까지 교육을 담당했던 장교였다. 일반 군인 출신 교육 장교가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플레이어인 김슬기 대위가 교육 장교가 됐는데 듣기로 C4등급이라고 했다.

C등급은 C0등급부터 CS등급까지 총 8개 등급으로 세분화되는데 C4등급은 딱 중간에 걸쳐 있었다.

‘C4등급이면 군대에서는 상급 플레이어인데 왜 교육장교로 있지?’

진우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런 진우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슬기 대위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그레이게이트 생존자. 어떻게 수업을 하실지 정말 기대가 돼.’

김슬기 대위는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 군대에 입대를 했다.

처음에 운 좋게 C등급으로 각성을 했고 여러 길드로부터 스카우트제의도 받았다. 하물며 희귀하다는 보조계열 각성자였다.

전투계열 각성자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파티원들의 전투력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보조계열 각성자의 희소성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서로 데려가겠다고 돈보따리를 싸들고 찾아왔다.

하지만 김슬기 대위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보조계열이나 제작계열은 길드를 잘못 선택하면 평생 노예가 되어 착취만 당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낮은 등급의 보조 계열 각성자에게는 차라리 군대가 낫다는 조언들도 많았다. 군대에서 던전 활동을 하면서 등급을 올리고 제대를 하면 길드에 들어가도 계약 조건 자체가 달라질 거라고들 했다.

그 얘기를 맹신한 김슬기 대위는 길드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군대에 입대를 했다.

그런데 또 군대는 군대만의 방식이 있었다. 전투계열 각성자가 아니다보니 한정된 지휘장교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김슬기 대위는 새로운 지휘장교 자리가 나오기 전까지 교육장교로서 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으음······.”

김슬기 대위의 뜨거운 시선을 슬쩍 피하며 진우가 병사들을 쭉 훑었다. 그리곤 탁자위에 놓인 인원명단을 살폈다. 명단에는 이름과 함께 플레이어 등급이 적혀 있었다.

전부 확인해보니 대부분 E등급이었고 D등급이 2명이 섞여 있었다.

“강수찬 일병과 오동규 일병?”

진우가 두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맨 뒤쪽에서 거만하게 앉아 있는 두 명이 손을 들었다.

E등급 플레이어는 이병으로 입대하지만 D등급 플레이어 이상은 일병으로 입대를 하는 것으로 최근 플레이어 병역법이 바뀐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가 피식 웃었다.

‘꼴에 D등급이라고 까불기는······.’

물어보지 않아도 강수찬 일병과 오동규 일병은 교만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E등급들 사이에서 자신들만 D등급이니 자연스럽게 목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던전 내부에서 제대로 된 밥값을 하는 각성자는 거의 C등급부터였다.

D등급이나 E등급들은 보급형 아이템을 착용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괜히 앞에서 알짱거려 봐야 부상당하거나 재수 없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 군대에서 각성부대를 만들 때 최소 제한이 D등급 이상이었다.

그것도 그냥 D등급이 아니라 D2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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