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03. 다시 게이트로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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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은 D0부터 DS까지 5등급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 D2등급은 D등급 이상의 던전에서 50회 이상 활동했거나 혹은 플레이어 지수 10을 넘긴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등급이었다.
군대라는 특성 상 당장 써먹을 수 없는 플레이어는 짐만 될 뿐.
그러니 가능하면 사회에서 미리 경험을 쌓아 오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 군의 현실성 없는 발표는 플레이어들의 조롱을 받았다.
세상이 바뀌었어도 군대는 군대였다.
D등급 게이트에 50회 이상 들어간 이들은 중소형 길드에서도 즉시전력으로 대접받는데 군대에 갈 이유가 없었다.
실질적으로 각성병사 제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중소형 길드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전력들이었다.
E등급.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D등급.
이들이 경험을 쌓고 군복무도 해결하기 위해서 각성부대로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강의실 안에 쓸모없는 E등급이 18명이나 있는 것이었다. 나머지 2명은 D등급이고 말이다.
진우가 강수찬 일병과 오동규 일병을 봤다.
“어이 너희 둘. 자세가 왜 그래! 똑바로 앉아!”
“네에······.”
“알겠습니다.”
진우의 한 마디에 자세를 고치며 바로 앉았다. 진우는 두 사람 중 강수찬 일병을 보며 물었다.
“강의에 앞서 부부대장이 질문을 하겠다. 너!”
진우가 강수찬 일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말입니까?”
“그래, 너!”
“일병 강수찬.”
강수찬이 살짝 인상을 쓰며 관등성명을 댔는데 자세가 영 불량스러웠다.
하지만 진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게이트 몇 번 들어갔다 오면 다들 겸손해지기 때문이었다.
“너는 이 인원이 전부 E급 게이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E급 게이트 정도는 가뿐하지 않겠습니까?”
진우가 피식 웃었다.
“E급 게이트에 뭐가 나올 줄 알고 가뿐 하다고 하는 거지? 만약에 너희들끼리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얘랑 저는 살아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수찬 일병에 옆에 있는 동기 오동규 일병을 가리켰다. 그러자 오동규 일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고작 E등급 게이트인데. D등급인 우리는 충분히 살아 나오지.”
진우가 순간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던전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라. 부부대장이 장담한다. 아마 너희둘이 제일먼저 죽을 것이다.”
그 말에 두 사람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렇습니까?”
“쟤들은 E등급이고 저희는 D등급인데 말입니다.”
두 사람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우가 바로 답을 얘기해 줬다.
“너희들처럼 게이트 무서운 줄 모르고 자기 등급만 믿고 까부는 녀석들이 재일먼저 죽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
진우의 말에 강수찬 일병이 정색했다.
“부부대장님.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왜? 거짓말인 것 같아? 좋아. 조만간 실습 나갈 때 너희 둘을 가장 앞장세워 주지. 어때? 둘 다 자신 있지?”
진우가 멍석을 깔아 주자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 진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 그레이 게이트 생존자. 거기다가 듣기로는 A등급 승격이 가능한 BS등급이라는 사실까지.
이 정도면 하위 등급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엄청 대단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진우에게 꼼짝 못하자 다른 E등급 병사들도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들을 보며 진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이제야 군인다운 모습이 조금 보이는군. 너희들 말이야. 부부대장인 내가 하는 말을 절대 가볍게 듣지 마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 교육할 때 제대로 듣지도 않고 게이트 들어가서 헛짓거리 하는 놈들 수도 없이 봤다. 그렇게 다치면 누가 손해일까? 군대? 웃기지 마라. 너희를 대체할 지원자들은 많아. 하지만 너희 인생은 한 번 뿐이지.”
“······.”
“미리 말 해 두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뻔한 것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 기왕 교육을 맡기로 한 거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너희들에게 하나씩 알려 줄 생각이다. 그러니까 다들 이 수업을 우습게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듣길 바란다.”
그런 진우의 말을 듣고는 김슬기 대위가 슬쩍 의자를 챙겨서 맨 뒤에 착석했다.
교육을 받는 병사들은 김슬기 대위가 뒤에서 감시를 할 모양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슬기 대위는 다른 병사들처럼 진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수업을 진우가 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조 계열이라는 이유로 김슬기 대위는 던전에서 늘 보호만 받아 왔다. 공략 인원이 많을 때는 던전 후방에서 짐꾼 노릇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늘 생생한 게이트 경험담이 그리웠다.
그런데 진우가 자신의 귀한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하니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김슬기 대위가 눈을 반짝거리며 진우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친구네.’
진우가 고개를 돌려 얘기를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자. 저기 뒤에 있는 두 명은 D등급 나머지는 E등급이지.”
“네. 그렇습니다.”
“E등급과 D등급.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지금 당장 E등급에 던져놔도 생존할 가능성이 10% 미만이다. 최소한 C등급 이상의 지휘관 두 명이 함께해야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위험한 곳이 던전이라는 곳이다. 혹시라도 군대에 와서 던전 활동 횟수나 채우면서 등급 올려서 몸값 올리려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고쳐먹기 바란다.”
그런 진우의 말이 통했는지 다들 마른 침들을 꿀꺽 삼켰다. 솔직히 여기 들어온 대부분 병사들은 사회에서 길드에 들어가지 못한 녀석들이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잉여자원이라는 말이다.
물론 하위 등급 플레이어들이 대접을 받았던 때도 있다. 게이트 시대 초반에 각성자들이 많지 않았을 때는 길드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을 했었다.
하지만 게이트 사회가 완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각성자가 상당히 많았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인구 중 1%에 가까운 인원이 각성자라는 말도 나왔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각성자 천 명을 보유해 플레이어 강국으로 나아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그 외침이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쏟아진 이유는 간단했다.
과거에는 특별한 계시를 받은 인원만이 플레이어가 되었지만 지금은 플레이어 각성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많이 개발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간들은 게이트의 부산물들을 통해 뭔가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각성자들을 찍어 내고 있었다.
그런 편법 때문에 지금은 전 국민의 1%가 플레이어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실제 던전에서 자생할 수 있는 C등급 이상은 전체 각성자들 중에서 채 10%가 되지 않았다.
“자! 모두들 상태창이 불러와. 제일 앞에 너희들의 등급이 적혀 있을 것이다.”
진우의 말에 각성병사들이 상태창을 불러 자신의 등급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E등급이었다. 그 중 강수찬 일병과 오동규 일병만 D등급이었다.
자신의 등급을 확인한 두 사람은 또 다시 괜히 우쭐거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한 마디 했다.
“어이, 너희 둘! 적당히 까불라고 했다. D등급이라고 해 봐야 플레이어 지수는 20도 되지 않아.”
플레이어 지수는 플레이어협회에서 플레이어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한 기준이었다.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 파장으로 플레이어 지수 측정하는데 100퍼센트 정확한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 간의 능력치를 숫자로 변환할 수 있었다.
E급 병사들 앞에서 우쭐거리고 있지만 두 사람은 측정 지수가 5를 넘겨서 D등급을 받은 것 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플레이어 지수가 5미만이 나와서 E등급을 받은 것이다.
진우가 고개를 들어 김슬기 대위를 봤다. 현재 김슬기 대위의 플레이어 등급은 C등급, 세부 등급은 C4등급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위가 C등급 던전 활동을 100회 채우지는 못했을 테고. 그렇다면 플레이지수가 70이상이라는 건가?’
김슬기 대위의 플레이어 지수를 70으로 잡고 가정했을 때 이 강의실에 있는 모든 인원이 덤벼도 김슬기 대위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특성이 보조계열이라 모두를 제압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20명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진우의 시선이 다시 교재로 향했다.
“자! 이제 상태창을 끄고 교재를 보도록. 첫 페이지 플레이어 등급을 봤다면 다음 페이지 던전 등급에 관해서 나와 있다. 다들 보고 있나?”
“네.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적혀 있는 대로 게이트 밀도를 통해 던전 등급을 나눈다. E등급 게이트는 투명한 녹색 빛을 띤다고 해서 그린 게이트라고 부르는데 게이트 밀도가 1에서 5사이다. 한 마디로 게이트 밀도 5이하면 다 E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D등급 게이트는 푸른빛을 띤다고 해서 블루 게이트로 불린다. 밀도는 6에서 20사이다. 뭔가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
진우의 질문에 누군가 하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숫자가 확 늘었습니다.”
“맞다. D등급 게이트라고 해서 다 같은 D등급 게이트가 아니다. 게이트 밀도 20으로 측정된 블루 게이트는 C등급 플레이어도 부담스러운 반면에 게이트 밀도 6인 블루 게이트는 E등급 플레이어도 정신을 잘 차리면 공략이 가능하다. 물론 상급의 지휘관이 필요하겠지만······. 그 다음 C등급을 봐라.”
그러자 누군가 놀란 듯 말했다.
“우씨, 100까지네.”
“장난 아니다.”
각성병사들이 중얼거렸다. 오상진은 그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보면 알겠지만 C등급 게이트는 게이트 지수가 최대 100까지다. 그리고 C등급 이상부터가 너희가 흔히 말하는 진짜 게이트라고 할 수 있다. C등급 이상부터 쓸만한 부산물들이 많이 나오는 반면 D등급과 E등급은 부산물이 적다. 그러니까 D등급과 E등급의 게이트는 초보자 각성자들의 수련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뭔가?”
“여기서 숫자 1의 차이가 어느 정도입니까?”
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주 좋은 질문을 해 줬다. 숫자 1이 늘어날수록 난이도가 똑같이 증가하는 게 아니다. 숫자 1이 늘어난다는 것은 밀도가 가중된다는 뜻이다. 그린 게이트에서 밀도 4와 5의 차이보다 옐로우게이트에서 밀도 21과 22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 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실제 게이트에 들어가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가 있다.”
진우의 설명을 들은 김슬기 대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어 나갔다.
그렇게 한 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의실 문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지휘 장교인 유지태 중위가 들어왔다.
“충성.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야?”
“새로운 게이트가 생겨서 탐사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유지태 중위는 진우의 말에 눈을 끔벅거렸다.
“네?”
“그걸 왜 나한테 말 해? 나 지금 수업중이잖아.”
“그게······. 부부대장님께서 직접 통솔을 하셔야 합니다.”
“그걸 왜? 부대장님은 어디계시고.”
“그것이······. 오늘부터 부대장님 휴가입니다.”
“뭐? 뭘 했다고?”
진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