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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23화 (23/177)

〈 23화 〉 03. 다시 게이트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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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머지 수업은 다음에 하도록 하지.”

진우는 말을 한 후 몸을 돌려 강의실을 나갔다. 그리고는 그 길로 곧장 각성부대장실로 향했다.

“이 와중에 정말 휴가를 간 거야? 정말?”

진우는 일단 각성부대장 임경식 중령부터 찾았다. 그런데 정말 임경식 중령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C.P병!”

“상병 고광택!”

“부대장님은?”

“좀 전에 나가셨습니다.”

“정말 나가셨어?”

“네, 그렇습니다.”

그때 뒤에서 홍인욱 중위가 슬쩍 말했다.

“부대장님 정말 휴가 가셨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홱 돌려 홍인욱 중위를 봤다. 그가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분위기가 살짝 얼어붙으려던 순간.

“무슨 일입니까?”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이 들어왔다.

올 해 서른 두 살인 김세령 소령은 진급이 상당히 빠른 케이스였다. 중요 보직을 빠르게 거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실제로 11사단에는 김세령 소령을 부러워하는 일반 장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김세령 소령도 플레이어인 진우의 진급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성부대는 각성부대장인 임경식 중령을 필두로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이 서열 2위였다.

원칙대로라면 부부대장이 있어야 하지만 플레이어로 소령까지 단 인물이 극히 드물었다. 최전방이나 수도권지역이 아니고 강원도지역에서 플레이어가 각성부대 대장이나 부대장까지 임관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부부대장 자리를 비워 둔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부부대장 자리가 채워졌다. 처음에는 수도권에서 소령급 플레이어가 내려오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우가 소령으로 진급하면서 부부대장에 올라선 것이다.

덕분에 서열 2위였던 작전과장 김세령 소령이 서열 3위로 밀려 버렸다.

물론 경력이나 진급 순서로 보면 김세령 소령이 진우보다 위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군대는 계급만큼이나 직급이 중요했다.

김세령 소령이 선배인 것은 맞지만 부부대장이 작전과장보다 높았다. 그래서 존댓말로 진우를 대해야만 했다.

“부부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아니,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부대장님이 휴가를 가셔서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조금 전에 휴가를 떠나셨습니다. 부부대장님께는 말씀 없으셨습니까?”

“네. 저한테는 아무 말씀 없었습니다.”

“이상합니다. 왜 부부대장님께는 얘기를 안 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저에게는 다 말씀 해 주셨는데 말입니다.”

순간 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언제 말입니까? 혹시 오늘 말씀하셨습니까?”

진우의 물음에 김세령 소령이 살짝 멈칫했다. 사실 김세령 소령도 임경식 중령이 왜 휴가를 갑자기 갔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들어와서는 자신은 오늘부터 휴가니까 찾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혹스러운 마음에 있는 그대로 전달했겠지만 김세령 소령은 임경식 중령을 제법 오랫동안 모셔 왔다. 임경식 중령이 도망치듯 휴가를 떠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래서 그 사실을 진우에게 곧이곧대로 말하지 못했다.

“아닙니다. 이틀 전 쯤에 얘기 들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정말입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아무 얘기 안 하셨을까요?”

“글쎄요. 바쁘셔서 깜빡 하신 게 아닐까요?”

“아닌 거 같은데. 아무래도 엿 먹이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진우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김세령 소령이 눈을 치떴다.

“부부대장님. 아무리 그러셔도 말이 좀 심하십니다. 상관에게 엿 먹이려고 그런 말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대장님이 부부대장님의 친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김세령 소령의 따끔한 말에 진우가 움찔했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듣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언행을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우······. 네.”

사실 진우는 임경식 중령하고는 허물없이 지냈다.

진우가 진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거나 일반군인이었다면 임경식 중령을 엄청 어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딱히 꺼릴 게 없었다.

진우는 플레이어 출신이고 던전 활동을 통해 계급을 쑥쑥 올렸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1년 반만에 소령까지 달았다. 그래서 중령이라는 계급이 얼마나 올라가기 힘든 계급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임경식 중령도 진우를 하급자로만 대하지 않았다. 진우가 대위 시절일 때에도 어떻게 하면 살살 구슬러서 어려운 일을 떠넘길까 생각을 하다 보니 진우를 편하고 살갑게 대해주었다.

하지만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의 눈에는 그런 행동이 꼴사납게 보였다.

진우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뭐야. 평소에는 별 말 없더니. 아무튼 사람 어지간히 불편하게 한다니까.’

군대 내에서는 일반 군인과 플레이어 출신 군인을 차별 없이 대하라고 주문하지만 실제 일반 군인들과 플레이어 출신 군인들은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것은 장교들도 마찬가지. 일반 장교들과 플레이어 출신 장교들은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냈다. 애당초 출신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임관 기간이 짧은 위관급(소위~대위)에서는 신경전이 덜했다. 하지만 영관급(소령~대령)은 이야기가 달랐다.

일반 장교가 소령을 다는 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영관급부터는 진급이 느리다보니 훅훅 치고 올라오는 플레이어 출신 장교들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드물게 영관급 플레이어 장교가 나온다면 보통은 군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영관급까지 올라갔다는 건 군 생활에 미련이 많다는 의미.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장교들과 척을 져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마지못해 군생활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그렇다보니 김세령 소령의 뾰족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전과장.”

“네?”

“궁금해서 말인데 부대장님이 휴가를 갔으면 각성부대 지휘관이 누구입니까?”

“······.”

“각성부대 현재 지휘관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진우의 물음에 김세령 소령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경력으로는 김세령 소령이 지휘관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원칙상 부부대장인 진우가 현재 각성부대 지휘관이자 명령권자였다. 그래서 유지태 중위도 게이트 공략이 필요하다는 말에 후다닥 진우를 찾은 것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저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못마땅합니다. 아시죠? 제가 어디서 나왔는지.”

김세령 소령도 진우가 그레이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김세령 소령은 일반장교이기 때문에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100% 공감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진우처럼 1년 만에 던전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갑자기 게이트 작전을 진행하라고 하면 짜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임경식 중령은 휴가를 핑계로 사라져버렸고 일반 군인인 김세령 소령은 직접 지휘할 수가 없었다.

본래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의 주된 임무는 작전장교들과 함께 작전사항을 전달하는 것 뿐이었다.

실제 게이트 활동은 지휘장교들이 도맡아서 해 왔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진우도 그런 지휘장교 중 하나였다.

물론 그때도 김세령 소령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1년만에 자신보다 위로 올라가니 김세령 소령도 뭔가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김세령 소령이 말을 잇지 못하자 진우가 한 숨을 내쉬었다.

“됐습니다. 내가 작전과장과 싸워서 뭘 하겠습니까. 아무튼 작전사항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작전장교 홍인욱 중위가 나섰다.

“제가 브리핑 하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해봐.”

진우의 시신이 김세령 소령을 지나 홍인욱 중위에게 향향했다. 홍인욱 중위가 조용히 말했다.

“우선 상황실로 이동해 브리핑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 후 이동했다. 이동할 때 김세령 소령 옆을 스치듯 지나자 김세령 소령은 자신도 모르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진우와 홍인욱 중위는 상황실에 도착했다. 홍인욱 중위는 상황실 모니터에 뜬 붉은 점을 가리켰다.

“현재 A-4지역에 게이트가 발생했고 게이트 밀도는 100전후라고 합니다.”

진우가 인상을 썼다.

“뭐? 100전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된 거야?”

“그것이······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홍인욱 중위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보통은 게이트 탐지 연구소에서 게이트를 발견하면 게이트 관리소에서 직접 실사를 하고 그 결과가 다시 게이트 연구소로 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다음에 군부대 작전 지역 내 게이트라는 게 확인되면 다시 군 게이트 관리과로 이관시킨다. 그래서 100 전후라든지 하는 애매한 정보는 나올 수가 없었다.

“뭐야? 내가 전에 있을 때만 해도 이런 식은 아니었어. 100전후가 뭐야!”

진우가 짜증을 내는데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는 김슬기 대위가 슬쩍 입을 열었다.

“100전후면 B등급 게이트입니까? C등급 게이트입니까?”

그러자 지휘장교 안유정 중위가 나직이 대답했다.

“그건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100전후로 나온 걸로 봐서는 지금 등급 측정이 애매한 것이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유지태 중위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길드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요새 무슨 이유때문인지 게이트 밀도 측정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진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래?”

진우가 홍인욱 중위를 보며 물었다.

“이 경우는 B등급이야 C등급이야?”

“권고는 B등급이라고 해도 공략레벨이 낮기 때문에 C등급 기준으로 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B등급 게이트의 게이트 밀도 기준은 101에서 300 사이다. 게이트 밀도가 100이 넘어가면 B등급 게이트로 분류해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B등급 게이트라 하더라도 게이트 밀도 200 이상의 B등급 게이트 보다는 공략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공략 난이도를 따지자면 게이트 등급 100에 육박하는 C등급 게이트 수준일 터.

“C등급 기준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C등급 기준 최상위 난이도인 만큼 C등급 플레이어 20명이 적정선입니다.”

“C등급 플레이어 20명? 현재 부대에 그 정도 인원이 있는 거야?”

“으음······. 그건 파악을 해 봐야 합니다.”

“뭐?”

“아시다시피 지난 블랙 게이트 작전이후로 각성병사 인원이 줄어서 현재 사단에 남은 C등급 플레이어가 작전나간 인원 빼면 10명 정도 남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홍인욱 중위가 변명하듯 말했고 진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인원도 없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군대에서 진행하는 게이트 작전은 원래 인력으로 때려 박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인력이 없다고 하니까 황당해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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