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03. 다시 게이트로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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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같은 경우는 주로 파티플레이로 공략을 하는 편이다. 각자 역할에 맞추어 인력을 배분해 조직력으로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C급 게이트 기준으로 C등급 플레이어 5명이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1인 던전이나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던전의 경우는 예외겠지만.
어쨌거나 군대가 아니라 일반 길드에서 C등급 플레이어 10명이 남아 있다면 C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의 상황은 길드와 달랐다. 길드처럼 플레이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전문화시킨 게 아니다보니 인력으로 때우는 게 기본 원칙이었다.
C등급 게이트, 그것도 게이트 밀도 100인 경우라면 C등급 각성 병사가 20명이 필요한데 현재 남아 있는 인력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진우도 그 사정에 대해서는 이해는 했다. 블랙 게이트 작전을 지휘한 지휘관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천 명의 각성 병사 중 C등급은 300명이었다. 나머지 인원도 수준급 경력을 충분히 갖춘 D등급 각성 병사들이었다. 11사단 전체에서 끌어 모은 주력 병력을 전부 블랙 게이트에 보낸 것이다.
그런데 천 명의 인원이 전부 던전에서 죽어버렸다. 당연하게도 고작 1년 만에 그 인원을 다시 채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블랙게이트가 그레이게이트로 바뀌고 천명이 갇혔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 강원도 11사단으로 각성자들의 지원이 뚝 끊어져버렸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 다시 지원자들이 생겨나는 추세라지만.
어쨌거나 현재 부대에 있는 각성병사 인원은 대략 300명 수준이었다.
지난번에 얼핏 그 얘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린 진우가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갈 수 있는 인원이 몇 명이라는 거야?”
“그게······. C등급 플레이어 5명. D등급 플레이어 25명 정도면 어떻습니까?”
홍인욱 중위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바로 얘기했다.
“나하고 거래해? 아니면 협상하는 거야 뭐야?”
진우가 다시 짜증을 냈다. 가능하면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홍인욱 중위의 말이 자꾸 신경을 긁었다.
그러자 홍인욱 중위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 만약을 대비해 예비 전력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인원 전원을 다 배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홍인욱 중위가 뒤따라 들어 온 김세령 소령의 눈치를 보듯 말했다.
순간 진우는 뭔가 께름칙했다.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김세령 소령이 쐐기를 박았다.
“부부대장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까?”
진우의 날선 시선이 김세령 소령을 향했다. 하지만 김세령 소령이 별 일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부부대장님 곧 A등급으로 올라가지 않습니까? A등급 플레이어는 C등급 던전을 혼자서도 충분히 클리어 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
진우는 그저 헛웃음만 났다. 물론 A등급 플레이어는 C등급 게이트를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겠지만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C등급 게이트를 홀로 공략해 유명해진 A등급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지만 진우는 아직 표면상으로는 BS등급이었다. 그리고 여긴 일반 길드가 아니라 군대였다.
“아직 B등급이지 A등급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 그레이 게이트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제가 직접 움직입니까? 게다가 게이트 안에 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압니까?”
“······.”
진우가 작게 한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에 블랙 게이트에 들어갈 때 천 명의 인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당시 군에서는 각성병사를 무슨 천 명씩이나 데리고 가냐며 보여주기 식 편제라며 말들이 많았다. 이러다 몬스터 숫자보다 더 많을 것 같다는 소리도 나왔었다.
하지만 결과는 천 명의 죽음.
애석하게도 살아 돌아 온 인원은 단 한 명뿐이다.
딩시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도 작전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슬그머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홍인욱 중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비상편제 배제하고 다 인원 투입합니까?”
홍인욱 중위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진우 역시 할 말이 없었다.
각성부대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진짜 다 데리고 갔다가 다른 곳에 게이트가 발생하면 큰일이었다.
그리되면 긴급편제가 이루어져야하는데 현제 데려다 쓸 인원이 없다. 진우가 데리고 간 인원이 나오거나 다른 작전에 투입된 이들이 복귀할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몰랐다.
“하아, 알았다. 대신에 이번 작전에는 김슬기 대위도 함께 들어가도록 하겠다.”
“네? 김 대위는 교육장교이지 않습니까?”
“교육장교지만 플레이어잖아. 왜? 안 돼?”
“그건 아니지만······.”
홍인욱 중위의 시선이 김세령 소령에게 향했다.
사실 김슬기 대위가 사단으로 올라와 교육장교로 있는 이유는 김세령 소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김세령 소령의 질투심 때문이었다. 소위로 임관해 벌써 대위까지 올라 온 김슬기 대위는 김세령 소령이 보더라도 재능이 넘쳐 보였다. 저 재능이라면 앞으로 계속 치고 올라갈 것 같은 강한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 진우도 게이트 활동을 통해 공을 세우며 진급에 진급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병으로 입대를 했으니 병장 제대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부사관을 거쳐 어느 새 대위를 달았다. 그것을 본 김세령 소령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김슬기 대위도 진우의 전철을 밟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그래서 김세령 소령은 김슬기 대위를 교육장교로 묶어 둔 채 던전활동을 못하게 방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김슬기 대위를 합류시키겠다고 얘기를 하니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그렇다고 인력도 부족한데 반대할 수도 없었다.
“김 대위면 되는 겁니까?”
“충분합니다. 지금은 손 하나라도 필요합니다. 김 대위 어때?”
진우가 고개를 돌려 김슬기 대위를 봤다.
“게이트 들어갈 수 있겠어?”
“네네, 들어갈 수 있습니다.”
김슬기 대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7
진우를 따라 장교들이 밖으로 나가고.
상황실에는 김세령 소령과 홍인욱 중위 두 명만 남았다.
김세령 소령은 조금 전 진우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 짜증이 났다.
“와, 이진우 저 자식! 내 밑에서 빌빌 거릴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 부부대장이라고 까부는 거 봐. 야! 아까 봤지?”
김세령 소령이 고개를 홱 돌려 홍인욱 중위를 봤다. 그러자 홍인욱 중위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습니다. 그러니 과장님께서 참으십시오. 그래도 저보다는 낫지 않으십니까.”
“하긴 홍 중위는 이진우를 직접 교육했지?”
“후우······. 네.”
홍인욱 중위가 씁쓸하게 웃었다.
진우가 처음 군에 입대했을 당시 홍인욱 중위는 교육장교였다. 진우가 기본 교육을 받을 때 홍인욱 중위가 담당했었다.
이후 진우가 승승장구해서 대위를 달았을 때도 선배이기 때문에 존대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진우 앞에서 존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게이트에 대해서 이렇게 알려줘도 되는 겁니까?”
홍인욱 대위가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며 물었다. 그러자 김세령 소령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잘못 알려 준 거 있어? 100전후 인 게 맞잖아. 그러면 B등급이 될 수 있고 C등급이 될 수 있는 거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좀 더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 실제 130으로 나왔는데 그럼 확실한 B등급이지 말입니다.”
C등급 기준 최상위 난이도에 투입되는 적정 인력은 C등급 각성 병사 20명이다.
반면 B등급 기준일 경우 투입되는 각성 병사의 등급이 달라진다.
C등급에서 B등급으로.
게이트 지수 101에서 150 사이의 하위 B등급 게이트의 경우 원칙 상 B등급 각성 병사 10명을 투입해야 했다.
물론 군부대 내에 B등급 각성 병사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니 하위 등급인 C등급 각성 병사를 3배수로 투입하는 식으로 대체를 하는 편인데 그렇게 되면 C등급 각성병사 30명을 투입해야 했다.
반면 지금 편제한 병력은 C등급 5명에 D등급 25명.
C등급 환산 13명이니까 기본 편제 전력의 4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어차피 이진우가 A등급인데 무슨 상관이야?”
“제가 알기론 C등급 게이트까지는 A등급 플레이어 혼자 감당이 되지만 B등급 게이트부터는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
“A급 플레이어 기준으로 보조 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데?”
“일반 길드에서는 B등급 게이트 클리어 할 때 A등급 플레이어 한 명 이상에 나머지 인원을 전부 B등급으로 채운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보다 인원은 적게 투입하지 않겠어?”
“그렇다고 C등급 게이트 공략할 때처럼 인원이 확 줄지는 않습니다.”
B등급 게이트와 C등급 게이트는 게이트 밀도 범위 자체에 차이가 있다.
현재 게이트는 E등급부터 S등급까지 총 6단계로 분류를 하는데 노란색 보호장을 가진 C등급 게이트의 경우 게이트 밀도가 21-100사이였다.
반면 오렌지색 보호장을 가진 B등급 게이트는 게이트 밀도가 101-300사이다.
극단적으로 비교해서 C등급 게이트 최하 수준(게이트 밀도 21)과 B등급 게이트 최고 수준(게이트 밀도 300)은 15배나 차이가 났다.
게다가 게이트 밀도라는 것이 숫자적인 표현일 뿐 정확하게 그만큼 차이가 난다는 게 아니었다.
게이트 등급이 높아질수록 게이트 밀도 1의 차이는 점점 커졌다. 게다가 게이트 밀도라는 게 몬스터의 공략난이도가 될 수도 있고 던전 내 개체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일반 길드에서도 C등급 게이트를 공략할 때 손발이 맞는 C등급 플레이어 5명을 기본 공략 단위로 잡지만 B등급 게이트부터는 만약을 대비해 A등급 플레이어를 집어넣고 B등급 플레이어를 추가로 10명 정도 합류시키는 편이었다.
물론 공략 레벨이 낮은 B등급 게이트의 경우 교육 차원에서 C등급 플레이어 몇 명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이때는 C등급 플레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다.
“만약에 B등급이면 편제를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거야?”
김세령 소령의 물음에 홍인욱 중위가 바로 말했다.
“저희 군의 기준으로 B등급 플레이어 10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사단에 B등급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하긴. B등급이면 길드로 가겠지. 그럼 C등급 플레이어로 30명?”
“계산상으로는 그런데 C등급 플레이어 30명을 넣는다고 해도 B등급 플레이어 5명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그럼 그 두 배인 60명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네.”
“우리 부대에 그 정도 인원이 어디 있어? 부대에 있는 각성병사라고는 300명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