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03. 다시 게이트로 (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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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1사단에 소속된 각성병사 인원은 300명이고 그 중에서 C등급인원은 50명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B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려면 사단에 있는 모든 C등급 각성병사를 투입시켜야 했다. 그런데 현재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정석대로라면 다른 인근 사단이나 아니면 길드 쪽으로 의뢰를 해야 했지만 이런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할 각성부대장 임경식 중령은 휴가를 가버린 상태였다.
물론 이 모든 일을 다 알고 휴가를 써서 튀어 버린 것이지만······.
“아무튼 걱정입니다. 게이트 밀도가 130이지만 만에 하나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던전이 위험하면 지금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홍인욱 중위가 솔직하게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김세령 소령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다 말하자고?”
“그건······ 아닙니다.”
“홍 중위.”
“네.”
“정신 똑바로 차려! 너나 나나 다 작전참모님 라인 인 것은 알고 있지?”
홍인욱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부대를 이끄는 임경식 중령은 완벽하게 이준식 대령의 라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반면 김세령 소령이나 홍인욱 중위는 오랜 시간 이준식 대령과 함께 해 왔다.
비록 부대는 다르지만 임경식 중령도 두 사람을 각별히 챙겼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임경식 중령도 두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고 오늘 휴가를 써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중에 혹시라도 이 소령이 뭐라고 하면 몰랐다고 잡아 떼! 알았어?”
“그런데 부부대장이 그렇게 잡아뗀다고 넘어가겠습니까?”
“넘어가지 않으면 뭘 어쩔 거야? 게이트 관리과에 쳐들어가서 따질 거야? 원래 군대는 까라면 까는 거야!”
김세령 소령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군대란 본래 이런 곳이다. 플레이어 출신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8
이번 게이트 작전에는 지휘장교 유지태 중위와 지휘장교 안유정 중위가 투입되었다.
진우는 다가 온 유지태 중위에게 말했다.
“같이 작전 나가는 거 오랜만이지?”
“네.”
“이번에도 잘 부탁 해.”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부부대장님.”
유지태 중위는 진우와 원래 안면이 있었다. 진우가 대위로서 지휘장교를 했을 때 같이 돌아다닌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유지태 중위는 진우의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진우의 시선이 유지태 중위의 옆에 있는 안유정 중위에게 향했다.
“안유정 중위라고 했지.”
“네.”
“안 중위는 세부 등급이 어떻게 돼?”
“저는 C3입니다.”
“C3면 전자야 후자야?”
C3 등급은 통상적으로 C등급 게이트를 50회 이상한 경력자나 플레이어 지수 50 이상의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등급이다. 여기서 전자는 게이트 활동을 말하고, 후자는 플레이어 지수를 말한다.
둘 중 어느 한 조건을 충족해도 C3등급이 주어지지만 현실적으로 C등급 게이트를 50회 이상 들어간다는 건 어지간한 대형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는 후자입니다.”
“오, 플레이어 지수가 높나봐.”
“네.”
안유정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진우가 두 사람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일단 두 사람이 나를 도와줘야 하니까 부지런히 움직이자고.”
“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럼 유 중위는 병력 차출 받아서 대기시켜.”
“어디에 대기하면 됩니까?”
“연병장에 집합해.”
“알겠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병력을 지원받기 위해 움직였고, 남은 안유정 중위는 진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안 중위는 보급지원 받아서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도 지시를 받고 바로 움직였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김슬기 대위가 슬쩍 물었다.
“부부대장님 그럼 저는 뭐합니까?”
“김 대위? 김 대위는 내 보좌를 해야지.”
“아, 넵.”
“그보다 김 대위는 게이트에 들어가 본 적 있어?”
“초반에 몇 차례 들어갔습니다.”
“그래? 김 대위도 여기 전출 온 건가?”
“그렇습니다.”
“어쩐지 나 있을 때 못 봤던 것 같은데······,”
진우의 말에 김슬기 대위가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한데······, 부부대장님 계실 때 전출 왔습니다.”
순간 진우가 당황했다.
“어어, 그래? 몰랐네. 내가 그때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마 그 때는 교육장교 교육받느라 교육장에만 있어서 모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부대장님께서도 항상 게이트에만 들어가셔서······.”
“내가 그랬나?”
“네.”
김슬기 대위는 전라도 광주에서 이곳 강원도 11사단으로 전출을 왔다. 전 부대에서는 지휘 장교로 활동을 했는데 11사단에서는 게이트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교육장교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원래는 지휘 장교였다는 거지?”
“네.”
“그런데 왜 교육 장교를 하고 있어?”
“저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하는 김슬기 대위의 얼굴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진우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의 짓이겠지. 중위면 모를까 대위면 일계급 특진만 해도 자신과 같았으니까.’
예전 진우가 대위를 달았던 시절에도 김세령 소령은 은연중에 견제를 했다. 가끔 술이 들어가면 취중진담삼아 본심을 말하는 편인데 그 때마다 플레이어 진급체계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다.
“플레이어 진급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식으로 따지면 플레이어가 육군참모총장까지 올라가는 거 아니야!”
김세령 소령은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군 조직에 통제를 받아야한다고 큰소리를 냈다.
그 당시 진우는 군 생활을 오래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김세령 소령이 뭐라고 떠들던 그냥 웃고 말았는데 막상 각성부대 부부대장으로 되고나니 플레이어 출신 장교 후배들을 잘 챙겨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김 대위는 등급이 어떻게 되지?”
“C4입니다.”
“김 대위도 후자지?”
“네.”
“C4면 플레이어지수가 제법 높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은 걸로 플레이어지수가 잘 나오지는 않지.”
진우가 새삼스럽다는 눈길로 김슬기 대위를 봤다. 김슬기 대위 역시 존경스런 눈길로 바라봤다.
김슬기 대위가 알기론 진우도 C4등급으로 입대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 각성을 하면 플레이어 지수와 상관없이 0등급으로 표기되지만 진우는 군대 입대하기 전에 프리랜서로서 게이트 활동을 해서 군에 입대할 때부터 C4등급이었다.
그런 진우가 현재 BS까지 올라갔다.
그걸 보면서 김슬기 대위는 꿈을 가졌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그 때 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때? 교육장교는 할 만해?”
“네?”
“교육장교는 할 만하냐고.”
“그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교육장교에 대한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슬기 대위는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얘기했다. 진우는 김슬기 대위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듣기로 김슬기 대위가 부임하자마자 원래 교육장교였던 장교가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며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버렸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던 장교들에게 교육장교를 맡길 수 없어서 새로 전임 온 김슬기 대위에게 일을 맡겼다.
작은 부대에 있다가 큰 부대로 넘어오면서 좀 더 경험을 쌓을 줄 알았던 김슬기 대위는 실망이 컸다.
군대에서는 까라면 까야 했고 그녀 역시 불평불만을 드러낼 성격이 못되었기에 꾹 참고 있지만 교육장교에 만족할 리 없었다.
그나마 새로운 교육장교가 올 때까지 교육장교를 맡아 달라고 하던 각성부대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교육장교가 됐는데 당분간이라고 했던 것이 어느 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저는 솔직히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지휘장교로서 복무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등급이 낮은 것도 아니고 C4등급인데. 그 정도면 B등급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잖아.”
“그렇습니까?”
“그럼. 나도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잘해야 해. 만약 김 대위가 나를 잘 보좌하면 내가 부대장님께 건의해서 다시 지휘장교로 밀어 줄 테니까.”
“저, 정말입니까?”
김슬기 대위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흑룡의 힘을 숨길 필요가 있었는데 희귀한 보조 계열을 만났으니 군대를 떠나기 전까지 철저하게 부려먹어야겠어.’
진우가 전해 듣기로는 김슬기 대위는 보조계열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군대에 보조계열 각성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보조계열 각성자들은 주로 서울 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방 쪽으로는 잘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군 작전에서 보조계열 각성자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힘들었다.
전 부대에서도 김슬기 대위를 11사단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을 터. 군 내부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전 부대에 묶여있었을지 모른다.
‘보아하니 보국회 쪽에서 김슬기를 잘 키워서 서울로 끌어올리려는 모양인데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자신의 속마음도 모른 채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는 김슬기 대위를 보며 진우가 씩 웃어 주었다.
잠시 후 각성부대 행정보급관 김태만 상사가 도착했다.
김태만 상사는 진우를 보고 매우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어? 이게 누굽니까? 오랜만입니다.”
“김 상사님. 아직도 여기 계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어떻게 혼자서만 찾아왔습니까.”
만약 이런 소리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진우는 기분이 상당히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만 상사는 오랫동안 진우와 알고 지냈고 블랙게이트에 함께 들어간 임백호 상사와도 오랜 친우였다.
게다가 일반 군인출신임에도 각성부대의 엄마 같은 존재로 각성병사들의 편의를 봐주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고생 많았습니다. 뭐, 그 친구는······ 잘 갔죠?”
김태만 상사가 말하는 그 친구는 임백호 상사를 뜻했다.
진우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죽었는데 살아나서 숨어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 대위님이라도 살아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아니지, 이제 이 소령님이라고 불러야하는구나.”
“뭘 그런 걸 따집니까. 편하게 하십시오.”
“에이, 그건 아니죠. 그보다 바로 작전 나가셔야 한다면서요?”
“네. 지금 준비해서 나갈 겁니다.”
“아이고 나오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부대장님까지 휴가를 가시는 바람에 말이죠.”
“어이구 그 양반도 참······.”
그러다가 같이 온 안유정 중위를 힐끔 보며 말했다.
“크흠, 내가 별 소리를 다했네. 그러면 인원은 어떻게 됩니까?”
“병력을 지원받기 위해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직인가?”
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유 중위!”
-네. 부부대장님.
“병력은 어떻게 됐어?”
-그게······.
잠시 뜸을 들이던 유지태 중위가 보고를 했다.
-C등급 5명에 D등급 20명입니다.
“C등급 5명에 D등급 20명? 그게 전부야?”
-좀 더 충원해 달라고 합니까?
진우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작전 장교가 C등급 5명에 D등급 25명을 말 했을 때도 어이가 없었는데 그보다 D등급 인원이 줄어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