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04. 게이트가 이상한데?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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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그런 유지태 중위의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현재 유지태 중위의 등급은 C등급이었다.
세부 등급은 C4.
플레이어 지수 70 이상으로 마나를 유형화 시킬 수 있었다.
각성 병사들 중 가장 등급이 높은 최민철 병장과 같은 C등급이지만 실제 전투력은 차이가 있었다.
최민철 병장은 C2등급이고 유지태 중위는 C4등급이었다.
세부등급으로 따지면 고작 2등급차이지만 유지태 중위는 마나를 유형화시켜 자신만의 전투를 할 수 있는 반면 최민철 병장은 아직까지 플총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유지태 중위도 진우에 비해서는 어린 양이었다. 진우가 장난처럼 학살하다시피 한 날개미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일개미들을 상대로 어렵게 검을 휘둘러댔다.
처음 한 두 마리를 베어 넘겼을 때는 표정이 밝아 보였지만.
밀려드는 개미들의 협공에 손이 꼬이자 유지태 중위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 중위! 뭐 하고 있어?”
보다 못한 진우가 바로 안유정 중위를 불렀다.
“네?”
“뭐해, 지원 사격 해 줘야지.”
“아, 넵!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는 활에 화살을 재며 중얼거렸다.
“집중하자. 집중하자!”
그렇게 한 참 동안 마나로 만들어진 화살을 쥐고 있던 안유정 중위가 시위를 놓았다.
순간 팡 하고 날아간 화살이 유지태 중위의 왼쪽으로 파고들려던 변형개미의 옆구리에 그대로 꽂혔다.
끄이이익!
마나 화살을 맞은 변형개미가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쭉 밀려났다. 그러자 유지태 중위가 놓치지 않고 녀석에게 달려가 가슴 부위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푹!
안유정 중위의 공격으로 충격에 빠져 있었던 변형 개미는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때 유지태 중위는 뭔가를 깨달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안유정 중위를 봤다.
‘안 중위! 지금처럼 부탁해!’
‘네. 맡겨주세요. 유 중위님!’
서로 눈빛 교환을 끝낸 뒤 유지태 중위가 다음 변형개미쪽으로 나아갔다. 그때를 같이해 안유정 중위도 활에 화살을 쟀다.
유지태 중위가 일종의 탱킹을 하며 변형 개미들의 어그로를 끄는 동안에 안유정 중위가 허점을 보이는 변형 개미를 맞춰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면 유지태 중위가 재빨리 그 녀석에게 다가가 숨통을 끊어 놓았다.
이런 식으로 협동 플레이를 해 나가자 유지태 중위의 주변으로 변형개미들의 시체가 쌓여 나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웃었다.
“이제 호흡을 척척 맞는데.”
그 때 뒤쪽에 서 있던 장교 개미가 유지태 중위를 주시했다. 그리곤 빠르게 날개짓을 하더니 날카로운 바람을 날리며 유지태 중위를 덮쳤다.
“유 중위! 조심해.”
“크윽!”
유지태 중위가 바람을 맞고 휘청거렸다. 다급히 두 다리에 힘을 줘 봤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쿵!
“크윽······.”
벽면에 몸이 부딪친 유지태 중위가 인상을 썼다.
확실히 유지태 중위에게 장교개미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최하급이라 해도 장교개미는 B등급인 반면 유지태 중위는 C등급이었다.
진우가 소리쳤다.
“유 중위! 괜찮아?”
“아, 네. 괜찮습니다.”
다급히 대답을 하며 몸을 일으켰지만 유지태 중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걸 놓치지 않고 장교개미가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하려는 순간 진우가 뛰쳐나갔다.
“이 자식이······.”
빠르게 달려 나간 진우가 장교개미에게 기운을 뿜어내 날갯짓을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는 단검을 빼내 장교개미의 날개를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삭! 스삭!
끼이이이익!
장교개미가 곧바로 괴성을 질러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개를 잃고 치명상까지 입은 탓에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그 사이 진우가 유지태 중위를 돌아봤다.
“유 중위. 뭐해?”
“네?”
“싸워야지! 이대로 포기할 거야?”
“아, 아닙니다!”
유지태 중위가 이를 악물고 장교 개미에게 달려들었다.
진우는 유지태 중위가 장교 개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주위로 몰려 든 변형 날개미들을 처리했다.
“안 중위는 유 중위 지원하고!”
“넵!”
안유정 중위는 조금 더 앞쪽으로 나와 활에 화살을 쟀다. 그녀가 노리는 곳은 발버둥치고 있는 장교개미의 커다란 눈이었다.
파앙!
마나를 가득 머금은 화살이 쓩 하고 날아가 장교 개미의 눈에 박혔다. 본래라면 이 정도 공격은 여유롭게 피했을 텐데. 날개를 잃은 충격 때문에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끼에에에!
유지태 중위는 발버둥치는 장교개미의 발을 묶기로 마음먹었다.
‘스킬! 나이트 댄싱.’
방금 전처럼 변형 개미들에게 둘러쌓여 있을 때는 쓸 수 없는 스킬이었지만 장교 개미 주변으로 공간이 만들어진 터라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발동했다.
사사사삭!
무공의 고수들이 화려하게 보법을 밟듯 유지태 중위가 장교 개미의 몸을 돌며 다리를 잘라냈다.
장교 개미가 어떻게든 공격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쳐 봤지만 날개를 잃은 탓에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다리를 잃은 장교 개미가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유지태 중위의 검이 그대로 장교개미의 머리에 꽂은 뒤 스킬을 사용했다.
“블러스터!”
유지태 중위의 검에서 유형의 기운이 폭사되며 장교개미의 머리속을 헤집었고.
그렇게 괴성을 질러대던 장교개미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사이 진우는 주변에 있는 변형 날개미들을 전부 처리한 후였다.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유지태 중위가 장교 개미의 머리에서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수고했어. 유 중위.”
진우는 이미 목숨이 끊어진 장교개미를 보며 유지태 중위를 칭찬했다.
“아닙니다. 부부대장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 중위도 잘했고!”
진우의 시선이 어느새 다가온 안유정 중위에게 향했다. 안유정 중위는 부끄러운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유지태 중위도 안유정 중위에게 향했다.
“지원 고마워. 안 중위.”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냐. 안 중위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유 중위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로 칭찬을 주고 받던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협력을 통해 중간 보스 몬스터인 장교 개미를 잡았으니 뿌듯함이 밀려 온 것이다.
하지만 안유정 중위의 기분과는 달리 활시위를 당겼던 오른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안 중위. 괜찮아?”
“네? 아, 네. 괜찮습니다.”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아닙니다.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안유정 중위의 주무기가 활이 된 건 취미로 양궁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마나를 유형화시키기 쉬운 무기들을 선택하는데 안유정 중위에게는 활이었다.
원거리 딜러는 실력 있는 보조 계열 플레이어만큼이나 희귀했다. 그래서 당당히 이름 있는 길드에 들어갔는데 테스트 도중에 몬스터가 아니라 동료의 등을 맞추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물론 동료가 잘못 움직이는 바람에 화살에 맞은 것이지만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안유정 중위는 그때부터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그렇게 테스트에서 탈락한 이후 안유정 중위는 활을 들지 못했다. 원거리 딜러는 후방에서 전방의 플레이어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입혔으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러다 군대에 오게 됐고 자신의 주무기가 활이라는 것을 숨겼다. 대신 뒤에서 다른 병사들과 함께 개량된 장교용 플총을 쏘며 버텼다.
하지만 막상 유지태 중위와 협력해서 B등급 장교개미를 쓰러트리고 나니까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사건 이후로 양궁장도 찾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활을 잡으니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쾌감이 터졌다.
‘그래. 이 맛이야.’
안유정 중위는 자신의 활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활을 들어서 몸이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대로라면 그 때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김슬기 대위가 다가와 유지태 중위와 안유정 중위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줬다.
“감사합니다.”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김슬기 대위가 미소를 보였다.
“아니야.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인 걸. 그래도 멋있었다. 유 중위.”
김슬기 대위의 진심어린 말에 유지태 중위도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장교개미를 봤다. 정말 자신의 이렇게 엄청난 녀석을 쓰러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알림창에는 분명 유지태 중위가 장교 개미를 잡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장교 개미를 처치했습니다.
-55퍼센트의 공헌도를 차지했습니다.
‘정말 내가 잡았구나.’
유지태 중위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7
여세를 몰아 3번째 방까지 클리어 한 공략부대원들은 다들 지친 상태였다.
특히나 이번에도 장교 개미와 사투를 벌였던 유지태 중위는 장교 개미의 진액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상태였다.
“이걸로 좀 닦으시죠.”
안유정 중위가 어느 새 다가와 던전용 물티슈를 꺼냈다.
여성 플레이어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던전용 물티슈는 어지간한 체액이나 몬스터 피를 깨끗이 닦아낼 수 있었다.
“고마워.”
유지태 중위가 물티슈를 두 장 뽑아 얼굴을 닦았다. 그렇지 않아도 개미 진액의 기분 나쁜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던 차였다.
“안 중위 때문에 살았어. 안 그럼 하루 종일 찝찝할 뻔 했어.”
“아닙니다.”
“그런데 안 중위는 원거리 딜러인데 왜 이걸 가지고 다녀?”
“아, 그게······ 혹시 몰라서 챙겼습니다.”
“역시 안 중위는 꼼꼼하다니까?”
안유정 중위는 멋쩍게 웃으며 물티슈를 뒤로 감췄다.
사실 안유정 중위는 결벽증이 있었다. 비록 원거리 딜러라고는 하지만 던전 안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법.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던전용 티슈의 강력한 세정 효과 때문일까.
유독 유지태 중위의 얼굴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유 중위님도 이렇게 보니까······ 잘생기셨네.’
그 때 진우가 다가왔다.
“유 중위. 던전에 들어온 지 4시간이 넘었는데 병사들 배좀 채워야 하지 않을까?”
“아, 네에. 그럼 어떤 걸로······.”
“군인이 먹을 것이 전투식량 밖에 더 있냐. 준비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진우의 지시를 받은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사체에서 핵 찾고 주변 정리한 후 식사하자!”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체에서 핵을 수거해 나갔다. 그러다가 누가 입을 열었다.
“밥을 먹을거면 사체 수거 전에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계속 이걸 보다가는 밥이 안 넘어 갈 것 같습니다.”
“야, 반대로 밥을 먹고 이걸 한다면 속에 있는 것을 다 게워내지 않겠냐.”
“그건 또 그렇겠습니다.”
“그리고 너도 알잖아. 던전 사체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거 말이야. 그 전에 미리미리 정리를 다 해야지.”
그렇게 약 30여분이 흐른 후 병사들이 핵을 수거해 가지고 왔다.
유지태 중위는 이번에도 꼼꼼하게 숫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핵 한 개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