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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37화 (37/177)

〈 37화 〉 04. 게이트가 이상한데? (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김승철 사단장이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건······.”

이준식 작전참모가 말끝을 흐렸다. 진우가 들어간 곳은 C등급 게이트로 위장한 B등급 게이트였다. 하지만 김승철 사단장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변명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이준식 작전참모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진우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진우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이준식이. 대답 안 해? 사단장 말이 우스워?”

“······죄송합니다. 제가 사단장님께서 안 계셔서 제 임의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사단장님께서도 이해를 해 주셔야 합니다. 지금 사단에 지휘장교 인력 보충을 해야 하는데 다들 힘들지 않습니까. 빨라야 연말이 되어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그리고 이 소령도 진급했는데 그에 걸맞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와, 시발!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말 안 통해. 그래 너만 똑똑하고, 너만 잘났지.”

“······.”

“이준식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히 들어. 만약에 이 일을 가지고 이 소령이 삐딱선 타면 네가 책임져. 알았어?”

“그건······.”

김승철 사단장이 손가락으로 이준식 작전참모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너 이 새끼야. 오늘 있었던 일 전부 상부에 보고할 거야. 그러니까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전부 네가 져! 알았어?”

김승철 사단장이 말을 하고는 몸을 홱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준식 작전참모가 짜증을 냈다.

“빌어먹을! 육본 간다더니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대체 어떤 새끼가 꼰지른 거지? 후우······. 그보다 B등급 게이트라는 것을 알면 큰일 나는데······.”

잠깐 고민을 하던 이준식 작전참모는 핸드폰을 꺼내 게이트 헌병대 김치석 대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이 소령 게이트 진입한 지 얼마나 되었어?”

-이제 4시간이 좀 지났습니다.

“별 이상은 없고?”

-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습니다.

“알았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단장님께서 전화를 하면······.”

-어? 사단장님께서 오셨습니까?

“그래. 방금 오셨다.”

-저어······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김치석 대위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그러자 이준석 작전참모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너는 무조건 모른다고 해. 잡아떼란 말이야. 그리고 네 앞에 있는 게이트는 C등급이야. 알았어!”

-그런데 이미 이 소령은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닥치고! 넌 몰랐던 거야. 알았어?”

-아, 넵. 알겠습니다.

이준식 작전참모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러면 이 소령이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야 하나?”

이준식 작전참모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10

세 번째 방을 지나 네 번째 방까지 쓸어버리고 나니 부분 퀘스트 완료가 떴다.

띠링!

-부분 퀘스트 변형된 개미 1,000마리 처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진우는 곧장 상태창을 오픈했다.

‘상태창 오픈.’

-퀘스트

어둠의 개미굴을 소탕하라.

여왕개미를 처치하시오.(0/1)

단 변형된 개미 1,000마리를 처치하면 귀환 포탈이 열립니다.(1,000/1,000)완료

-귀환 포탈이 열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만치 밖으로 나가는 포탈이 열려 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만들어지는 포털보다는 빛무리가 약했지만 저길 넘어가면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 포탈은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는 있어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저 포털을 통해 나가는 순간 던전은 리셋되며 처음부터 다시 공략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퀘스트 완료를 목적으로 하는 공략대는 부분 퀘스트 포탈을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탐사 도중에 위급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지에 B등급 게이트로 끌려 온 병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어? 포탈이다! 포탈이 열렸어.”

병사 중 한 명의 목소리에 일제히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정말 포탈이 열려 있었다.

“정말 포탈이다.”

“와! 젠장······. 드디어 부대로 복귀할 수 있구나.”

“이제 부대로 돌아가는 겁니까?”

“야! 아직 전투는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부대야.”

자기들끼리 호들갑을 떨던 병사들이 슬쩍 진우를 봤다.

이곳의 책임자는 진우였다. 그의 허락이 떨어져야 포탈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하긴 모두 밖으로 나가고 싶겠지. 하지만······.’

진우의 시선이 다른 방으로 향했다.

아직 여왕개미를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지태 중위가 그런 진우의 모습을 보고 아직 나갈 때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슬쩍 최민철 병장에게 시선을 보냈다. 최민철 병장도 그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얘들아. 밑에 애들 진정시켜라.”

C등급 병사들은 곧바로 D등급 병사들에게 눈치를 줬다.

그 사이 김영호 상병이 불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대로 그냥 나가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옆에 있던 이진식 상병이 입을 열었다.

“왜? 너는 더 하게?”

“당연한 거 아냐? 막말로 우리가 B등급 게이트를 또 언제 올 수 있겠어? 그리고 우리 지금까지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잘해왔잖아.”

“그건 부부대장님 때문에 그렇잖아.”

“내 말이! 이렇듯 좋은 기회가 왔는데 그냥 가는 것은 아깝지 않냐.”

그러자 고영일 일병도 맞장구를 쳤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 고영일이 네가 뭔 일이냐?”

“그러게? 너는 뭐 B등급 들어와서 목적 달성한 거 아니야?”

“저라고 계속 D등급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오늘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목표?”

“네. 저는 부부대장님처럼 BS등급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고참들이 피식 웃었다. 특히 최민철 병장이 어이없어했다.

“영일아.”

“일병 고영일.”

“너는 BS등급이 저렇듯 잘 싸울 거라 생각하냐?”

“아닙니까?”

고영일 일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BS등급이 있는데 부부대장님한테는 안 돼. 그리고 예전에 게이트 들어왔을 때 A등급도 있었거든? 그런데 그 때도 부부대장님하고는 상대가 안 됐어.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부부대장님께서 완전 찜 쪄 드셨다니까.”

“정말입니까?”

“그래! BS등급이라고 해서 다 잘하는 게 절대 아니야. 우리 부부대장님이 특이한 거야.”

“하아······. 그럼 전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부부대장님처럼 죽도록 게이트 다니며 실력을 쌓아야지.”

그때 진우가 주변의 장교들을 불렀다.

모든 장교들이 진우 주위로 모였다.

제일 먼저 안유정 중위를 본 진우가 물었다.

“안 중위는 어때? 할 만해?”

“저는 괜찮습니다.”

안유정 중위가 냉큼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그녀는 뒤에서 활만 쐈다. 그래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유지태 중위와 호흡을 맞추면서 게이트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유 중위는 어때?”

“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유지태 중위는 방금 전투를 끝냈다. 그래서 온통 얼굴이 몬스터의 피와 체액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다.

물론 물티슈로 닦으면 괜찮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혼자 전투를 벌였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평소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유지태 중위와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지태 중위의 두 눈빛만은 평소 이상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 괜찮아 보이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 후 시선을 김슬기 대위에게 돌렸다. 김슬기 대위는 마나포션을 입으로 들이켜려다가 냉큼 내렸다.

“저도 괜찮습니다.”

“마셔, 마셔! 아끼지 말고 마셔.”

“아, 네!”

김슬기 대위가 마나포션을 한 모금 꿀꺽 마셨다.

3번째 방에 들어오고부터 김슬기 대위는 유지태 중위와 안유정 중위에게 버프를 걸어줬는데 그러다 보니 마나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가 끝나고 난 후 곧바로 마나 포션부터 입에 가져다댔다.

“다들 고생이 많네.”

진우는 그런 장교들을 다시 쑥 훑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말했다.

“포탈도 열렸으니까 힘들다면 여기까지만 할까 하는데 다들 어때?”

다른 때 같으면 군 말 없이 네라는 대답이 튀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장교들은 누구 하나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유지태 중위가 슬쩍 안유정 중위를 봤다.

“안 중위는 어때?”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김슬기 대위를 봤다.

“김 대위님은 어떻습니까?”

“저는······ 저는 좀 더 하고 싶습니다. 제가 게이트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오늘처럼 마나를 쓴 적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힘들어?”

진우가 물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부부대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쓰면 쓸수록 익숙해지고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것이 바로 게이트의 매력이야. 운동선수들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능력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거야.”

“네.”

김슬기 대위가 그렇게 말을 하는데 유지태 중위와 안유정 중위가 빠질 수는 없었다.

“저도 괜찮습니다.”

“저도 더 하고 싶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장교들의 생각은 알았고······. 병사들의 생각도 알아야 하는데.”

“제가 알아오겠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쉬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들 힘드냐?”

그러자 얘기는 반대로 나왔다. 먼저 C등급 병사들이 얘기했다.

“아닙니다.”

그다음 D등급 병사들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예에······.”

“힘들어? 정말 힘들어?”

유지태 중위가 다시 묻자 D등급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유지태 중위가 피식 웃었다.

“이야. 너희들 정말 힘든 게이트를 안 가 봤구나. 솔직히 나는 오늘처럼 편안하게 게이트 돈 적 처음이다. 그런데 너희들 힘들어? 정말 힘든 거야?”

“······.”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희들 이것이 정말 힘들면 앞으로 어떻게 게이트 플레이어를 할래? 너희들 잘 모르나 본데 말이 B등급이지 이 정도면 거의 C등급 하위 게이트 수준이야. 부부대장님이 다 알아서 해 주시잖아. 덕분에 부상자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만약에 여기가 B등급이었다면 아마 너희들 절반은 이미 죽었을 거야.”

얘기를 듣고 애들 표정이 굳어졌다.

“물론 너희들 심정은 이해해. 여긴 B등급이 맞아. 열심히 플총을 쏘지만 변형개미 한 마리 죽이기 쉽지 않겠지. 그 허탈감······ 나도 안다. 나도 맨 앞에서 싸워봤잖아. 이 녀석들 한 번에 죽지 않더라.”

유지태 중위의 말에 병사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런데 말이다. 막말로 우리가 이런 때가 아니면 또 언제 경험을 쌓아보겠냐, 안 그래?”

“네. 맞습니다.”

앞에서 최민철 병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을 쭉 훑었다.

“정말 힘든 병사는 내보내 주겠다. 하지만 더 싸울 병사들은 좀 더 싸우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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