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05. 이건 또 뭐야?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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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이건 또 뭐야?
1
1조가 잠을 청하는 동안 2조는 사수경계를 하며 주변을 지켰다.
유지태 중위가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진우에게 다가갔다.
“부부대장님. 편히 쉬십시오. 제가 지키겠습니다.”
“됐어. 난 안 피곤해.”
“괜찮으십니까?”
“그래.”
유지태 중위가 슬쩍 진우를 확인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전투는 진우 혼자서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건 공헌도만 보면 알 수 있었다.
-이진우 77퍼센트.
버프를 걸어 준 김슬기 대위가 진우의 공헌도를 일부 가져갔고 두 번째 방부터 장교 개미를 자신과 안유정 중위가 공략해 나갔다는 걸 감안했을 때 압도적인 수치였다.
이 정도 움직였으면 피로가 쌓여야 정상이건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진우를 보고 있자니 꼭 괴물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진우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유 중위 왜 그래? 내 실력 잘 알잖아.”
“아, 네.”
“설마 내가 이 정도로 피곤하겠어?”
유지태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2번째 방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저어······. 부부대장님은 정말 BS등급이십니까?”
“왜? 믿기지 않아?”
“그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의아했습니다만······. 일반적인 B등급의 플레이어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맞아.”
“네?”
“자네의 말처럼 일반적인 B등급이 아니라고. 사실 같은 B등급이라고 해도 어떤 스킬을 얻는 것에 따라 전투력에 차이가 있잖아. 안 그래?”
“그렇습니다.”
“그런 거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돼. 아무래도 나에게 딱 어울리는 스킬을 얻어서 다른 B등급보다는 확실히 게이트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블랙 게이트 총지휘관으로 들어간 것이지. 안 그래?”
진우는 그 말을 하며 유지태 중위의 어깨를 툭 쳤다. 유지태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확실히 진우 말대로 실력이 없었다면 무려 천 명이나 되는 각성병사들을 이끌고 블랙 게이트 지휘관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부대장님.”
“응?”
“나머지 방까지 다 깨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왜? 피곤해? 아니면 이제 슬슬 길 찾기를 해봐?”
지금까지 돈 방은 총 6개.
9개 방 중 2/3를 클리어했으니 이 안에서 여왕 개미방으로 향하는 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자 유지태 중위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좋아서 그렇습니다.”
“좋아? 모처럼 선두에 서서 검을 휘두르니 신나?”
“신난다기보다는······ 사실 군대에 들어오고 나서 이렇듯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렇지.”
보통 지휘장교들은 게이트에서 활약할 만한 기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군대는 기본적으로 병사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싸우는 게이트 공략 방식을 선호한다. 귀한 자원인 지휘장교들이 앞에서 설치다가 죽거나 다칠 경우 통솔병력 전부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지휘 장교는 앞에 나서서 막 싸우지는 못했다. 가뜩이나 지방의 군부대는 지휘장교급 플레이어의 수가 적었다. 지휘 장교 한둘이 부상당해 버리면 당장 게이트 공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도권 군대에서는 장교들로만 구성된 플레이어 부대가 있다고 하고 그 전력은 어마어마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도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타국 플레이어들 간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지방 군대까지 내려와 게이트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휘장교는 최대한 몸을 사린다. 어지간해서는 참여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게다가 기존의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장교들도 블랙 게이트에서 산화해 버렸다.
무러 천명의 각성병사를 차출하면서 수십 명의 지휘장교들이 합류했으니 진우가 블랙 게이트에 있는 동안 11보병 사단에 게이트 공략 방식이 많이 바뀐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행동이 제한되면서 유지태 중위도 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검을 휘두르면서 자신을 극한으로 내모니까 피가 끓어올랐다.
힘들긴 하지만 김슬기 대위가 마나포션을 편안하게 마시는 것처럼 유지태 중위 역시 생명포션을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기회에 바짝 경험을 쌓고 싶었다.
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 유 중위. 눈빛이 살아 있는데.”
유지태가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닙니다. 그런데 부부대장님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잘못되다니?”
“분명 C등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B등급이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랐습니다.”
게이트 공략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일까. 평소였다면 병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입밖에 내지 않았을 의문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아, 그거? 으음 글쎄다. 유 중위는 어디서 잘못된 거라 생각해?”
“게이트 탐지연구소에서 잘못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분명 게이트 관리과에 제대로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게이트 관리과에서 넘어오면서 전달이 잘못되었다든지, 아니면 작전처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유지태 중위는 군대 지휘체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유지태 중위의 말처럼 게이트 탐지연구소에서는 실수를 할 수가 없었다.
그쪽에서는 최첨단 장비를 운용할 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 있는 게이트 관리소를 통해서 2차 검증을 하기 때문에 1차에서 착오가 있더라도 2차 실사를 통해 제대로 확인을 한다. 그래서 게이트 탐지연구소에서 실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사단의 게이트 관리과에서 실수를 했느냐? 그것 역시 솔직히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게이트 관리과 역시 군의 핵심 부서이기 때문에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고, 만에 하나 게이트 등급을 잘못 전달했다가 사고가 터지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작전처라는 것인데······. 참 재미있네. 도대체 날 여길 밀어 넣고 뭘 하려고 하는지.’
물론 진우는 작전처의 속내가 짐작이 갔다.
아마도 자신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만약 진우가 평범한 B등급 플레이어였다면 이번 게이트에서 다소 고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진우는 S등급 플레이어였고 가지고 있는 흑룡기는 C등급이나 D등급 플레이어들이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막말로 유지태 중위나 김슬기 대위조차 진우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유지태 중위는 예전에 진우가 악바리처럼 싸웠던 것을 봐 왔기 때문에 지금도 그때처럼 싸우고 있는 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진우가 블랙 게이트에 나오며 흑룡기를 얻었고, 그 힘을 통해서 몬스터들을 압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진우가 괜히 엄살을 부렸다.
“오랜만에 무리를 했더니 온몸이 쑤시긴 하네.”
“어? 괜찮으십니까?”
“호들갑 떨지 마. 병사들 전부 나만 보고 있는데 자네가 그러면 어쩌라고 그래.”
“죄송합니다. 저는 부부대장님 멀쩡하신 줄 알았습니다.”
“아이고 이 친구야 게이트 들어와서 멀쩡한 사람이 누가 있어. 다들 골병이 드는 거지.”
“그러면 지금이라도 철수합니까?”
“됐어! 자네 말마따나 이런 기회가 흔하겠어? 자네도 잘하고 있고 안 중위도 잘하고 있고 말이야. 특히 김슬기 대위. 김 대위도 이번 기회에 경험을 많이 쌓아야지. 병사들도 마찬가지고······. 나 때문에 천 명의 병사들이 그렇게 되었는데 고작 이런 일로 엄살을 부리면 내가 먼저 간 그 병사들 볼 면목이 없어. 이렇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신경 쓰지 마.”
진우가 슬쩍 감성팔이 식의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유지태 중위가 울컥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던 진우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지태 중위가 과거에 알던 진우는 다소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블랙 게이트에 다녀온 그는 좀 더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대책 블랙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을 삼키며 진우를 바라봤다. 그런 유지태 중위의 시선을 느끼며 진우가 애써 딴청을 부렸다.
잠깐의 오침이 도움이 되었을까? 진우와 병사들은 남은 세 개의 방을 4시간 만에 클리어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전투가 끝난 후 핵을 채취하고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했으니 방 하나를 정리하는 데 채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와, 우리 다 깬 것입니까?”
“하아. 설마 또 있는 거 아니겠지?”
“아닐 겁니다. 아까 이 방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지긋지긋합니다. 완전 꿈에 개미가 나올 것 같습니다.”
병사들은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기쁨에 다들 좋아했다. 일부 고참들은 엄살까지 부리며 여유를 부렸다.
“다들 수고했다. 고생들 많았어.”
그러고 있다가 유지태 중위가 진우에게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이제 남은 방은 여왕개미 방입니다.”
“그래.”
진우가 대답을 하면서 통로 넘어 커다란 보스 방의 문을 바라봤다.
본래라면 9개의 길 중에서 하나를 찾아야 했다. 그중 하나가 여왕개미 방으로 가는 방이었다.
그런데 진우 일행들은 모든 방들을 클리어해 버렸다. 그러자 함정이 사라지고 무조건 여왕개미 방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진우가 눈에 힘을 주고 안력을 높여 통로 너머를 봤다.
물론 그 안을 꿰뚫어 볼 생각은 없었다. 그저 혹시나 해서 바라본 것뿐이었다.
그런데 눈에 힘을 주자 갑자기 시야가 뚜렷해지더니 저쪽 어둠 너머에 몸을 숨기고 있는 여왕개미가 보였다.
‘응? 저 녀석인가?’
진우의 시선을 느낀 여왕개미가 바로 파르륵 하며 날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개미 가디언들이 여왕개미를 지키듯이 부우웅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개미 가디언은 B등급에 속하는 몬스터였다.
‘어이구 많기도 하다.’
진우가 개미 가디언들을 보며 살짝 당황했다.
지금까지 모든 중간 보스는 장교개미였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개미 가디언이 지키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한 마리도 아닌 20마리 이상이 지키고 있었다.
만약 개미 가디언이 적거나 그랬으면 유지태 중위의 실력을 키울 겸 모든 장교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상 진우가 여왕개미에게 발이 묶여 버리면 지휘장교들과 병사들이 꼼짝없이 20마리가 넘는 개미 가디언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되면 분명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가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고 앞선 방들처럼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진우가 유지태 중위를 보며 말했다.
“유 중위.”
“네.”
“저 방은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