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05. 이건 또 뭐야?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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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어둠의 여왕개미 송곳니의 손잡이를 잡고 이리저리 휘둘러 봤다. 평소 쓰던 A급 사제 단검보다 가벼웠지만 손에 착 달라붙는 게 쓸만했다.
“그거 등급이 뭐예요?”
“A등급이네.”
S등급 몬스터를 쓰러뜨렸는데 전부 A등급의 아이템만 나왔다.
최대근 중사는 다소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 S등급 몬스터를 잡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떨어지는 것이 죄다 A등급뿐입니까.”
김철수 중사도 솔직히 좀 아쉬워했다. 그러나 진우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S등급 몬스터에서 S등급 아이템만 나오면 이 세상에 S등급 아이템이 얼마나 많이 풀렸겠냐. 아예 넘쳐 날 걸?”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러니 S등급 아이템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김철수 중사도 뒤늦게 호응을 했다. 진우는 피식 웃으며 막 몸을 돌리려는데 그의 눈에 검은색으로 된 깨진 보석 조각이 보였다.
“응? 이건 뭐지?”
진우가 그것을 집어 들자 곧바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어둠의 파편 조각(1-7)
“어둠의 파편조각?”
진우의 중얼거림을 들은 김철수 중사가 다가왔다.
“저 잠깐 좀 보여주십시오.”
김철수 중사가 어둠의 파편 조각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이거 느낌이 게이트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옆에 숫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파편 조각을 여러 개 모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김철수 중사가 파편 조각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런데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 떠올랐다.
“대장!”
“응?”
“이거 어둠의 게이트도 대장이 연 거죠?”
“그렇지.”
“그럼 이 어둠의 조각 파편을 모으다보면 또 다른 퀘스트가 있지 않겠습니까?”
김철수 중사의 얘기를 듣고 주변으로 모인 임백철 상사와 최대근 중사가 모여들었다.
최대근 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 그럼 김 중사의 말처럼 일반 게이트에 들어가 거기서 히든 보스방으로 들어가 거기서 이런 파편조각을 모아. 몇 개인지 모르겠지만 다 모으면 또 다른 퀘스트가 생성되고 그러는 거지? 이건 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끝이 없는 퀘스트네.”
“끝은 있지. 파편을 다 모으면 뭔가가 있겠지.”
김철수 중사가 슬쩍 말했다.
“그러니까 그걸 언제 모으냐고!”
“야! 하다 보면 모이겠지. 그리고 전설템들 어떻게 얻었는지 몰라?”
“어떻게 얻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모아서 S등급 아이템을 먹은 거야.”
S등급 중에서도 고유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가리켜 전설 등급이라고 칭한다. 그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얻으려면 이런 식의 조건이 걸린 퀘스트를 통해서 아이템을 수집해야 했다.
그 아이템을 다 모으면 서로 합쳐져 새로운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게이트가 아니다. 조건형 게이트이고 그곳에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에만 나타난다.
“그러니까······ 이 어둠의 파편 조각들을 모아서 열린 게이트에서는 더 좋은 아이템들이 떨어진다는 거지?”
“딱 보면 모르겠냐.”
최대근 중사가 바로 진우에게 말했다.
“대장! 바로 다음 게이트로 갑시다.”
“하아, 최 중사. 어둠의 파편 조각이야. 그 옆에 숫자 안 보이냐. 파편조각을 더 모아야 한다는 거야.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최대근 중사가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뭡니까? 이 게이트에 못 들어간다는 겁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언젠가는 들어갈 수 있겠지.”
임백호 상사도 입을 열었다.
“어쩌면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네?”
“생각을 해봐라. 어둠의 파편 조각? 이거 대장에게만 허락된 퀘스트일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은 히든 보스방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잖아. 안 그래?”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최대근 중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수 중사가 진우에게 말했다.
“대장. 이렇게 된 이상 당분간은 게이트를 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또? 됐어. 이번에 게이트 들어온 것은 마지못해 들어온 거야.”
“대장. 그러지 말고 한번 해봅시다. 혹시 압니까? 우리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아이템이 나올지 말입니다.”
“이 정도면 강하지 않냐?”
진우의 말에 김철수 중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대장. 우리를 블랙 게이트에 집어넣은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군부대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세력일 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만큼만 강해지고 그만두실 겁니까? 더 강해져야죠. 아직 상대방의 힘도 모르는데······.”
그러자 옆에 있던 최대근 중사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물론 임백호 상사는 김철수 중사에 대해 알고 있다. 김철수 중사는 모험심, 도전정신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 조건형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긴 나도 궁금하긴 하네.’
임백호 상사 역시도 그런 김철수 중사를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미 흑룡의 힘을 얻어서 S등급이 된 진우지만, 어쩌면 지금 상태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앞으로 진우가 S등급이라고 밝혀졌을 때 또 어떤 세력과 부딪칠지도 몰랐다. 그때까지는 최대한 힘을 숨기면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최대한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장. 제 생각도 이 두 사람과 같습니다.”
임백호 상사가 조용히 말했다. 진우가 잠깐 생각을 했다.
“행보관님까지 그렇게 말을 하니······. 일단 알겠습니다.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김철수 중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밖으로 나가는 포탈이 생성되었다.
“대장. 저기 포탈입니다. 나가시죠.”
진우가 고개를 돌려 포탈을 확인했다.
“그래. 나 나가면 너희들도 조심히 빠져나와.”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다음에 또 보자고.”
진우가 말을 하고는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포탈로 망설임 없이 나갔다. 포탈이 잠시 후 사라지고 어둠의 개미굴(B) 게이트가 완전히 클리어되었다.
4
흑룡인들이 먼저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진우는 포털을 타고 게이트를 나갔다.
진우가 나타나자 주변이 웅성거렸다.
“김 대위님! 나왔습니다.”
“시발. 이제 나왔어?”
게이트 헌병대 김치석 대위가 짜증 난 얼굴로 진우에게 다가왔다.
“이 소령님. 이제 나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진우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김치석 대위를 바라봤다.
물론 공략대에 비해 늦게 나왔으니 김치석 대위가 짜증을 내는 건 이해가 갔다. 히든 게이트 공략이 금방 끝났으니 망정이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게이트 헌병대를 비롯해 공략대 전원은 자신이 나오기까지 이곳에서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미안함보다 김치석 대위의 건방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봐! 김치석 대위.”
“네?”
“자네는 지금 위아래도 없나? 내 계급이 지금 뭔가?”
“어······.”
“그리고 아무리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게이트 내부를 정리해야 할 것 아니야. 뒷정리 좀 하고 나왔다고 게이트 헌병대 씩이나 되어서 이 난리를 치는 거야? 자네 게이트 들어가 봤나? 몬스터와 직접 싸워보기는 했냐 말이야. 막말로 자네는 게이트 내부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진우가 무서운 눈빛으로 김치석 대위를 몰아붙였다. 자연스럽게 김치석 대위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김치석 대위도 진우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금수저 출신인데 이등병으로 입대했다가 공을 쌓아 부사관이 되더니 장교까지 올라선 아주 희귀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말이다.
진우가 왜 군대에 계속 남아 있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농담 삼아 저러다가 장군까지 되는 것이 아니냐며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진우가 장군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장군이 되려면 최소 10년은 게이트 안에서 뒹굴면서 죽지 않고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경력이 오랜 플레이어 중에 실제로 군대에 말뚝 박는 플레이어는 나오지 않았다.
군대에서 계급이 높은 플레이어 대부분이 군인 출신에서 플레이어 각성자가 된 것일 뿐이었다.
플레이어였다가 진우처럼 군인으로 들어와 영관급까지 올라간 케이스는 극히 드물었다.
진우가 계속해서 말뚝을 박은 상태로 게이트를 드나들고 성과를 얻는다면 어쩌면 장군까지 달 수 있겠지만.
‘게이트 좀 들락거렸다고 별을 달면 그게 군대야?’
김치석 대위는 절대로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진우가 소령으로 진급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격지심이 들었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서 천 명을 죽였다면 강등을 당하고 군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진급이 되었다는 것에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모든 감정들 때문일까?
김치석 대위는 부대원들을 제멋대로 밖으로 내보낸 진우에게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이건 사실 자신을 무시한 처사고 만약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자신이 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하지만 진우가 더욱 매섭게 몰아붙이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자신도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일반인치고는 체격도 좋아서 어디 가서 밀린다는 소리는 듣지는 않는다지만 상대는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A등급을 바라본다는 BS등급 괴물이었다.
거기다가 방금 전 중대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게이트에서 미쳐 날뛰었다고 했다.
“게이트 말입니까?”
“저희 방 아홉 개인데 거의 다 클리어했지 말입니다.”
“야이씨. 우리 처음에는 한 시간 넘게 걸렸잖아.”
“처음에는 좀 걸렸는데 확실히 부부대장님하고 지휘장교님들 활약으로 쉽게 깬 것 같습니다.”
“누가 더 열심히 했냐는 말씀입니까? 그거야 당연히 부부대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열심히 플총을 쐈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손에 물집이 잡혔지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쉴 새 없이 뒹구느라 온 몸에 멍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하도 견착을 했더니 어깨뼈가 갈아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 너는 그래도 어깨에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예 팔에 감각이 없는데······.”
“와. 그건 오바지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병사들이 웃고 떠들며 얘기를 했다.
만약에 일반적인 병사들이 헌병대 장교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면 거의 영창감이다.
그러나 이들은 각성 병사들이었다. 경험을 쌓기 위해 군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래서 일반 장교들이 함부로 대할 수도 없다.
괜히 각성병사들에게 군기를 잡으려 들었다가 ‘나 더러워서 못해 먹겠습니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이렇게 말해버리면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물론 각성병사들 중에서도 일부는 가족들을 대신해 입대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부대에 남아 있는 게 싫다 주장하면 다른 부대로 전입할 수도 있었다.
게이트가 근간이 되어버린 부대의 입장에서는 한 명의 각성 병사라도 잃으면 전력 손실이었다. 그래서 이런 허황된 얘기를 듣고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휘장교들의 얘기는 병사들보다 더 심했다.
제일 먼저 김슬기 대위의 말이었다.
“저 말입니까? 저는 그냥 버프만 쓸 것밖에 없습니다. 살다 살다 버프만 쓰다가 레벨 업하기는 또 처음이네.”
“레벨 업을 했다는 말입니까?”
“네.”
“얼마나 버프를 사용했기에······.”
“저어 이런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혼자 마나 포션 5개나 마셨습니다.”
“네에? 마나 포션을 혼자 어떻게 5개나······.”
“그만큼 마나를 엄청 사용했다는 거죠. 김치석 대위. 설마 제가 마나 포션을 횡령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