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05. 이건 또 뭐야? (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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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다른 병사들이나 장교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저 온몸을 쥐어짜서 버프를 걸어줬는데 진짜 해도 너무 하시네.”
김슬기 대위는 마나 포션을 5개나 마셨다고 하고 유지태 중위는 한술 더 떠서 생명 포션 10개를 마셨다고 했다.
“뭐어? 10개를 마셔?”
“네.”
“아니, 김 대위도 그렇고 유 중위도 그래. 포션이 얼마나 비싼 줄 몰라?”
“포션이 비싼 거 압니다. 그런데 저희가 포션보다 핵을 더 많이 가져왔습니다. 저희가 핵을 얼마나 가져왔는 줄 아십니까?”
“얼마나 가져왔는데.”
“아마 3천 개는 될 겁니다.”
“뭐라고? 3천 개?”
김치석 대위는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유지태 대위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진짜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그래 좋아. 가져왔다고 하자. 설마 E등급?”
“하아, 왜 이러십니까. 여기 B등급 게이트 아닙니까.”
“그랬나? 나는 잘 몰랐는데······. B등급이었어? 나는 C등급인 줄 알았지.”
“아무튼 B등급 이상의 게이트에서는 D등급 이하의 핵은 나오지 않습니다. 설마 그것을 모르십니까? 그리고 저희가 가져온 핵을 다 처리하면 우리가 마신 포션 몇십 배는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션 가지고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유지태 중위의 말에 김치석 대위는 바로 당황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김슬기 대위도 그렇고 포션을 너무 많이 마셨으니까.”
“김 대위님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김 대위님 아니었으면 저희들 다 죽었을 것입니다.”
“뭐?”
“방금 못 들었습니까? 저 게이트가 B등급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C등급이고 말입니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겠습니까?”
“······.”
“물론 부부대장님께서 고생 많이 하셨지만 저희도 그냥 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병사들에게 맡길 수가 없어서 저도 직접 전방에 나서서 변형개미들과 싸웠단 말입니다. 김 대위님의 버프가 아니었다면 저 뿐만 아니라 다들 팔다리 하나씩은 기본적으로 잘려 나갔을 겁니다.”
“어어어······. 그래?”
안유정 중위도 똑같았다.
“저는 말입니다. 모두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뭐라고? 대체 뭘 했는데?”
“뒤에서 활 쐈습니다.”
“뒤에서 활을 쐈는데 그게 무슨······.”
그러자 안유정 중위가 눈을 똑바로 뜨며 말했다.
“김 대위님. 원거리 딜러 무시하십니까? 저 이번에 공헌도 전체 3등 했습니다.”
“3등?”
“네. 부부대장님께서 1등이시고 유 중위님이 2등이고, 김슬기 대위님이 4등이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얼마나 열심히 싸웠겠습니까.”
“그, 그래?”
“게이트에 들어가면 활약에 따라서 공헌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아, 알지. 내가 게이트 헌병대인데 그걸 모를까.”
김치석 대위는 만만한 안유정 중위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가 찍소리를 하지 못했다. 이렇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과정에서 김치석 대위는 불만이 쌓여만 갔다.
그 와중에 이준식 대령에게 전화가 왔다.
“충성!”
-어떻게 되었어?
“네. 다 나왔습니다.”
-그래? 몇 명이나 다쳤어?
“그게······.”
김치석 대위가 우물쭈물했다.
-그게 뭐? 확실히 보고해 봐.
“현재 사망자 없고, 부상자 없습니다.”
-뭐라고? 부상자나 사망자가 없다고? 게이트가 B등급 아니야?
“B등급은 맞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이준우 소령이 부대를 잘 이끌었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도대체! 미치겠네······. 왜 또 상황이 그리되는 거야.
대놓고 말 하지는 않았지만 이준식 대령은 게이트 안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생기지 않은 것이 불만인 것처럼 말했다.
-이 소령은 어디 있어?
“게이트 안에서 정리할 것이 있다고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뭐? 아까 다 나왔다며?
“그게 이 소령 빼고 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걸 보고라고 하는 거야? 어서 이 소령 찾아! 어디로 튀었는지 찾으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팔자 좋게 게이트 밖에서 일주일 정도 야영이나 보내려고 온 김치석 대위는 당장 발등에 불똥 떨어진 형국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1시간 후에 진우가 게이트 안에서 나왔고.
자신도 모르게 쌓여 있던 울분을 토해냈는데 이렇듯 게이트 헌병대가 많이 지켜보는 가운데 면박을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는 생각에 진우에게 다가가 입을 뗐다.
“이 소령님.”
“뭐!”
“게이트 헌병대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뭐 새끼야? 그러는 너는? 게이트 공략대 대장에게 그것도 계급이 소령인 나에게 눈을 부릅뜨고 대드는 것은 된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면 언제부터 게이트 헌병대가 각성부대보다 위였나? 누가 그래? 누가 감히 그딴 소리를 지껄여! 최진석 중령님이 그래?”
최진석 중령은 사단헌병대장이었다. 그 안에 게이트 헌병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진석 중령은 일반 군인 출신이기에 플레이어 장교들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진우가 대위였을 때도 최진석 중령은 진우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사단 최고의 플레이어를 잘못 건드렸다가 다른 사단으로 가 버린다고 하면 자신만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금 진우는 소령이었다.
각성부대 부부대장까지 올라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플레이어 장교 출신들은 한 수 접어 둔다는 통념 때문에 최진석 중령도 이제는 감히 계급으로 진우를 누를 수가 없었다.
물론 군대식으로 찍어 누르려고 한다면 가능은 했지만 그 대신 진우가 반발해 버리면 답은 없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치석 대위이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
김치석 대위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나성욱 소위가 나섰다.
“부부대장님 진정하십시오. 사단에서 왜 부부대장님은 나오지 않냐며 계속해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진우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위에서 쪼이는 너희들보다 게이트 안에서 싸우고 나온 우리들이 더 신경이 날카로울까? 어디 한번 말해봐. 나 소위.”
“저어······.”
나성욱 소위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며 눈치만 봤다. 나성욱 소위까지 나섰는데 진우가 계속 몰아붙이자 김치석 대위가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제야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래. 김 대위. 진즉에 이렇게 나왔으면 좋잖아. 어디 상관에게 그런 식으로 대드나! 대한민국 군대가 당나라 부대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가 플레이어들이라고 하지만 우리들도 똑같이 군 생활을 하고 있어. 그런데 뭐? 자네 육사 출신이야?”
“네.”
“육사 출신이라고 우리들이 하찮게 보여?”
“그건 아닙니다.”
“아니꼬우면 자네가 플레이어 해.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몬스터 잡고 그러란 말이야.”
“······.”
“그런데 자네 그거 아나?”
“네?”
“C등급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것이 육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야.”
“······.”
김치석 대위가 입을 꾹 다물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진우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각성자는 등급이 낮다. E등급도 있고, D등급도 존재한다. 보통 C등급부터 각성 레벨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물론 B등급, A등급도 각성자들이 극히 드물게 나오곤 하지만 진우도 C등급 각성자고 그다음 들어갔던 장교들도 전부 C등급 각성자였다.
C등급 각성자 쯤 되면 플레이어들 출신에서도 육사 출신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실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이라는 말이었다.
진우가 그런 김치석 대위를 보며 말했다.
“저 친구들도 전부 C등급으로 각성했어. 그리고 여기 있는 병사들 중에서도 C등급으로 각성한 사람들도 있고 말이야. C등급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고 해서 자네가 우습게 아나 본데. 따지고 보면 군 장교들 중에 육사 출신들 역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지 않나.”
진우가 아예 비꼬며 말했다. 김치석 대위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러니까 제발! 게이트 헌병대라면 게이트 공략대에게 잘해. 상관 놀이 하지 말고.”
“······네.”
“경고하는데 만약에 애들에게 물어봐서 나 잠깐 게이트 도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부조리가 있었다? 그때는 자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진우의 그 한마디에 김치석 대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괜히 병사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던 상황이었다. 그 얘기가 진우의 귀에 들어갔다간 큰일 날 것만 같았다.
그런 진우가 한바탕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안유정 중위가 박수를 쳤다.
“브라보!”
그러다가 바로 옆의 눈치를 보며 황급히 박수를 그만뒀다.
“아, 아닙니다.”
“왜? 김치석 대위가 부부대장님께서 깨지니까. 속이 시원해?”
“그게······.”
“안 중위 그렇게 안 봤는데 재미있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어. 나도 속이 다 시원하던데.”
유지태 중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유정 중위가 눈을 크게 떴다.
“유 중위님도 그랬습니까?”
“솔직히 김치석 대위 나하고 별로 나이 차이도 안 나고 계급도 하나밖에 차이 안 나거든. 그런데 아까 거들먹거리는 꼴이 헌병대장님인 줄 알았다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아까 봤어? 엄청 띠겁게 물어봤잖아.”
“저도 똑같습니다. 아까 뒤에서 활을 쐈다고 그러니까 정말 한심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누가? 김치석 대위가?”
“네.”
“하이고 어처구니가 없네. 김치석 대위 게이트 안에 넣어봐. 바로 오줌 지리고 진즉에 기절했지.”
“그러다가 몬스터 밥이 되고 말입니다.”
“당연하지.”
그러다가 옆에서 듣고 있던 김슬기 대위가 슬쩍 다가와 말했다.
“저기 두 사람 얘기 나누는 것은 좋은데······.”
“네?”
“좀 목소리를 낮추는 것은 어떨까?”
“무슨······.”
김슬기 대위가 근처 헌병대들이 서 있는 곳을 눈짓했다.
“근처에 헌병대를 있어.”
“아. 그랬습니까. 조심하겠습니다.”
“아니. 목소리만 낮춰서 계속해. 듣고 있다 보니 재미있네.”
김슬기 대위의 말에 다들 킥킥 웃었다. 그때 진우가 다가왔다.
“다들 고생 많았다.”
“저희보다 부부대장님이 더 고생이셨죠. 그런데 안에서 무슨 소득은 있었습니까?”
유지태 중위가 바로 다가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진우가 살짝 거짓말을 하려다가 그냥 말해줬다.
“소득? 좀 있었지.”
“뭘 발견하신 겁니까?”
유지태 중위의 눈이 반짝였다.
“어! 그거는 나중에 우리 회식하면서 얘기를 하자고.”
그 말에 유지태 중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희 회식입니까?”
“그럼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했는데 당연히 해야지.”
그 말을 듣고 유지태 중위가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럼 병사들은 어떻게 합니까?”
병사들 역시 회식이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저만치서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야, 너희들. 모처럼 밖에 나가서 술 한 잔씩 할래?”
“네. 좋습니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대 복귀하자마자 깨끗하게 씻은 후 복장 갖춰서 다시 모인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들의 표정이 저마다 밝아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다가 김슬기 대위가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바로 외출이 가능합니까?”
진우가 씨익 웃었다.
“김 대위. 내가 누군지 몰라?”
“네?”
“나 부부대장이야. 그리고 지금 부대장님 휴가 중이시고. 그럼 현재 각성부대의 장은 누구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부부대장님이십니다.”
“그렇지. 그러니 걱정 말고 가자고.”
그렇게 29인의 게이트 공략대가 B급 게이트를 가볍게 클리어하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