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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50화 (50/177)

〈 50화 〉 06, 그냥은 못 넘어가지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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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십시오. 제가 사단 군수과를 뒤집어엎어 놓는 경우가 있더라도 싹 다 바꾸겠습니다.”

“어휴,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사단장님 지금 계시더라고요. 제가 슬쩍 기름칠 좀 해 놓겠습니다.”

“어이구야.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리고 혹시라도 위에서 뭐라고 하면 저한테 말해요. 제가 뭐 대위일 때는 적당히 봐드리고 그랬는데. 저 이제 소령입니다. 이제부터는 안 참습니다.”

“아이고야. 든든한 우리 이 소령님.”

김태만 상사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진우에게 다가가 어깨에 있는 계급장을 손으로 털어줬다.

그런 김태만 상사를 보면서 진우도 씨익 웃었다.

“아, 그리고 이거 최대한 빨리 처리 좀 주십시오. 가견적 나오면 정산은 바로 해주시고요.”

“그럼요. 내부 분석이 끝나는 대로 보고서 올려서 곧바로 입금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아, 저 말고요. 고생한 우리 병사들 챙겨달란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유 중위도 특별히 챙겨 주시고요.”

“유지태 중위요?”

“안 그래도 유 중위 결혼해야 한다고 그러는데 게이트 수당이라도 빨리 빨리 넣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혹시 결혼 자금이 부족하다고 합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예비 신부가 안심하려면 좋은 게이트 장비를 구입해야죠. 유 중위가 우리 파티 탱커입니다.”

플레이어다운 대답에 김태만 상사가 피식 웃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진우와 같은 생각을 한다. 게이트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다보니 항상 자신의 생명이 우선이고 생명을 지킬 좋은 장비가 필수였다.

“아참! 얘기는 들으셨죠?”

“무슨 얘기여?”

“보배그룹 말입니다.”

“아, 네에. 이번에 다시 물건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이거 다 보배그룹으로 갈 겁니다.”

“그래요. 행보관님이 잘 좀 신경 써 주세요. 딱히 저희 집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요.”

“당연하죠. 사실 보배그룹하고 연결이 끊기고 나서 다른 회사하고 잠깐 거래를 했는데 세상에 그런 양아치 새끼들이 없었습니다.”

“왜요?”

“무슨 원가로 후려치고 날로 먹으려고 하기에 제가 군수과장에게 따졌죠. 와, 군수과장이 처음에 거래를 틀면 그럴 수 있지 않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데······. 내가 진짜 들이박고 이놈의 군대 때려치운다고 속으로 맘을 먹었는데요.”

“그랬어요? 군수과장 안 되겠네요.”

“당연하죠. 내가 알기론 군수과장 이리저리 해 먹은 것이 많을 겁니다.”

“제가 가서 들이받아야지 안되겠습니다.”

다른 군인이었다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플레이어다 보니 거침이 없었다.

김태만 상사가 슬쩍 안유정 중위를 봤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안유정 중위가 눈치껏 그 자리를 피해줬다.

김태만 상사는 안유정 중위가 나가는 것을 보고 바로 진우에게 말했다.

“부부대장님은 안 중위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행보관님도 그러셨잖습니까.”

“저는 그래도 짬이 있지 않습니까.”

“에이, 괜찮습니다. 안 중위도 알 건 알죠. 설마 안 중위가 모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래도요. 듣는 장교는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부부대장님이야 소령이지만.”

“그런 겁니까?”

“그럼요. 저런 얘기 듣는 사람은 불편합니다.”

“아······. 난 또 행보관님이 군수과장 편 드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고 내가 왜 그 양반 편을 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내가 그 양반 때문에 시달린 것이 얼마인데······. 그 뭐냐. 그레이 게이트 쪽에 갔다 왔다고 날 자르라니 마니 지랄지랄을 해서 말입니다. 내가 헌병대 조사도 받을 뻔했습니다.”

“그래요. 군수과장이 너무했네.”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 양반이 예전부터 워낙에 절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 뭐냐 예전에도 자기 아는 사람 이 자리에 끼워 넣으려고 용을 쓰지 뭡니까. 그러다가 안 되니까 그레이 게이트 터지자 마자 자기 아는 사업체를 밀어 넣었습니다. 아마 그때 제법 해 먹었을 겁니다.”

“진짜요?”

“네. 아마 6개월 정도는 해 먹었지 싶은데요.”

“군수과장 누구 라인이죠?”

“당연히 이준식 대령 라인이죠.”

“또 작전참모입니까.”

“네.”

“아니, 이준식 대령은 사람 그렇게 안 보이던데······.”

“이준식 대령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또 없습니다. 자신의 말만 옳고 자신의 말만 들어야 하는 뭐 그런 사람이죠. 처음에 김승철 소장이 부임했을 때 이준식 대령이 모든 간부들 다 불러모아놓고 뭐라고 했는 줄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데요?”

“사단장이 부임을 했지만 지금의 사단장은 잊어라. 사단에 최고 지휘관은 나다. 나만 따라오면 돼!”

“정말요?”

“진짜입니다.”

“그 정도면 완전히 쿠데타인데요.”

“말만 아니다뿐이지. 사실상은 쿠데타가 맞죠. 최근에 이 소령님 나오고 나서야 군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지, 그전까지 사단장님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었습니다.”

“그랬단 말이죠. 우리 사단장님 안쓰럽네.”

“네. 그러니까, 사단장님께 잘해주십시오. 사단장님 이 소령님 일이라면 잠자다가도 발 벗고 나서주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육본에 진급 건에 대해서 얘기하러 가는 도중에 이 소령님 게이트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차를 돌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육본 일정 다 취소하고 말이죠.”

“그래도 되는 겁니까?”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냥 부대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핑계를 댄 것이겠죠. 아마 나중에 한 소리 들을 겁니다.”

“어후, 갑자기 감동이 밀려오는데요.”

진우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잘 좀 해주십시오. 부부대장님 오시고 나서 부대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진우는 김태만 상사와 얘기를 마치고 부대 건물로 돌아왔다.

작전과에는 각성부대 작전과장 김세령 소령이 앉아 있었다.

“부부대장님 오셨습니까.”

“네.”

“좀 빨리 오셨습니다.”

“왜요? 제가 늦게 오길 바라셨습니까?”

“그게 아니라······.”

김세령 소령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우가 그런 김세령 소령을 힐끔 보고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돌렸다.

“참! 보고서는 김슬기 대위가 작성해 올릴 겁니다.”

“네. 얘기는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부터 공략대 지휘장교들은 2박3일 휴가입니다. 공략대 병사들 모두에게 휴가는 줄 수 없지만 오늘 제가 데리고 외박은 할 겁니다.”

“네? 갑자기 말입니까? 갑자기 그러시면······.”

김세령 소령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진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소령님, 아니, 작전과장님.”

“네?”

“저한테 몇 등급이라고 하셨습니까?”

“몇 등급이라고 하시면······.”

“게이트 등급 말입니다. 저에게 몇 등급이라고 알려주셨습니까.”

그 순간 움찔한 김세령 소령이 그 옆에 있던 홍인욱 중위를 바라봤다. 진우 역시 홍인욱 중위를 보며 물었다.

“홍 중위.”

“네.”

“너 나에게 몇 등급이라고 했지?”

진우의 반말에 홍인욱 중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홍인욱 중위는 옛날 진우의 교육장교였다.

그런데 지금은 계급이 아예 뒤집힌 데다, 진우가 대위였을 때도 항상 존중해 오던 자신에게 진우가 저렇듯 반말을 자신에게 말하자 홍인욱 중위가 순간 기분이 상했다.

“뭐야. 인상 쓰네?”

진우가 바로 홍인욱 중위의 일그러진 인상을 보며 말했다.

“······.”

“뭐야. 내가 반말한다고 얼굴 붉히는 거야?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우스워?”

“아닙니다.”

“너 이 새끼가 진짜······. 너 이리와!”

진우의 부름에 홍인욱 중위가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야. 홍 중위.”

“네.”

“차렷 이 새끼야!”

홍인욱 중위가 바로 정자세를 취했다.

“너 아무리 내가 플레이어라고 하지만 내가 부부대장인데 너 나에게 뭐라고 그랬냐? 몇 등급? 무슨 등급?”

홍인욱 중위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설마하니 진우가 이렇듯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진우가 나오자마자 바로 각성부대에 들이닥쳐 자신을 이렇게 쪼아댈 줄도 몰랐다.

‘하아, 시발······.’

홍인욱 중위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쩍 김세령 소령을 봤다.

하지만 김세령 소령 역시 진우가 진짜로 화가 난 것을 알아서일까? 슬그머니 홍인욱 중위의 시선을 피했다.

‘핫! 시발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홍인욱 중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후우, 죄송합니다.”

“뭐? 죄송해? 너 솔직하게 말해. B등급이라는 소리 들었어 못 들었어?”

“들었습니다.”

“너. 그런데 나에게 공략대 편성 어떻게 했지.”

“저어······.”

“시발새끼야! 눈알 굴리지 말고 제대로 말하라니까!”

“C등급 5명에 D등급 20명입니다.”

“그래 새끼야.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죄송합니다.”

“말이 되냐고 이 새끼야!”

“죄송합니다.”

“죄송해?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지. 응? 그런 거지.”

“아닙니다.”

“야! 홍인욱.”

“네.”

“너 시발새끼. 진짜 내가 책임지고 너 옷 벗긴다. 두고 봐! 진짜 각오해라.”

“네?”

진우의 말에 홍인욱 중위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하니 저런 식으로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진우는 자기 목숨 가지고 장난친 놈을 용서할 수 없었다.

“뭐? 꼬아?”

“······.”

“너 인마. 이번에 게이트 들어가서 병사들 죽거나 다친 사람이 나왔다면 너 옷 벗는 거에서 안 멈춰. 바로 소송 들어갔어. 알기나 해? 넌 인마,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친 거야. 병사들이라고 목숨을 개 취급하냐? 아니면 바닥에 기어가는 개미처럼 하찮게 생각했어?”

“······아닙니다.”

“아니긴 새끼야. 넌 지금 애들 목숨 가지고 장난친 거야. 새끼야!”

진우는 일부러 김세령 소령이 들으라고 큰소리로 홍인욱 중위에게 쏘아붙였다.

홍인욱 중위는 고개만 계속해서 숙이며 죄송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듣고 있는 김세령 소령은 죽을 맛이었다.

설마하니 진우가 이런 식으로 빡돌아서 막 나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홍인욱 중위만 몰아세우니 김세령 소령이 마지못해 나섰다.

“부부대장님.”

“왜요.”

“여기까지만 하시죠. 홍 중위도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알아들었을까요?”

“네. 잘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전과장님.”

“네?”

“작전과장님은 정말 모르셨습니까?”

“저는······.”

김세령 소령이 우물쭈물했다. 진우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제가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안 넘어간다고 그랬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사단장님께 보고해서 육본에 지원 요청 넣은 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할 겁니다. 그리고 그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부 전수조사할 겁니다. 만에 하나 누군가 장난을 친 거라면 진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진우의 말에 김세령 소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말 사단에서 조사가 들어가면 홍인욱 중위로 끝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준식 대령을 언급한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바로 자신 아니면 11보병사단 게이트 관리과 장석준 소령 둘 중 하나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어쩌면 둘 다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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