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52화 (52/177)

〈 52화 〉 07. 휴가는 알차게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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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휴가는 알차게

1

진우와 공략대 회식은 근처 삼겹살집에서 진행되었다.

“자자, 오늘 회식은 부부대장인 내가 쏘는 것이니까. 마음껏 먹어라!”

최민철 병장이 입을 열었다.

“에이. 부부대장님. 소고기도 아니고 삼겹살 가지고 그러십니까.”

“그래서 최민철. 너는 안 먹을 거야?”

“먹을 거지 말입니다?”

“그리고 인마. 각성병사들이 얼마나 잘 먹는데? 이 인원으로 고기를 먹으면 얼마나 나올 것 같냐?”

최민철 병장이 주변을 둘러봤다. 대략 인원이 29명이었다.

‘어디보자. 29명이니까, 두 당 10인분씩 먹으면 290인분에······. 거기다가 소고기가 1인분에 3만 원쯤 하려나? 헉!’

대충 계산을 해봐도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게다가 인당 10인분으로 책정했지만 더 먹을 수도 있다. 회식 한 번 했다가 기천만원 날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집 삼겹살 역시도 소고기 못지않게 금값이라는 점이었다.

김슬기 대위가 슬쩍 메뉴판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는 삼겹살에 금테를 둘렀나? 왜 이렇게 비싸지.”

“여기 부대 근처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대 근처라고 해서 이렇게 비싸게 팔아?”

“그래도 여기가 이 근처에서는 제일 양심적인 식당입니다.”

“여기가?”

김슬기 대위의 시선이 다시 메뉴판으로 향했다.

삼겹살 1인분의 가격이 22,000원이었다.

김슬기 대위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휴······.”

그 때 주인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접시에 삼겹살을 한가득 쌓아 가지고 나왔다.

“늦어서 미안해요. 미리 연락이라도 줬으면 준비를 해놨을 텐데······. 삼겹살 자른다고 팔 빠지는 줄 알았네. 자자, 맛있게 먹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진우를 보며 말했다.

“내가 특별히 찌개랑 밥값은 받지 않을게.”

“어이구, 감사합니다.”

진우는 마다하지 않고 냉큼 받았다. 그리고 곧이어 이곳저곳에서 삼겹살 구워가는 소리가 잔뜩 들려왔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자 최민철 병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부대장님.”

“응?”

“저희 술은 안 마십니까?”

“야! 밥부터 먹고 술을 마셔야지.”

“에이. 저희 플레이어입니다. 그 정도로 취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본격적으로 술도 마셔 볼까?”

“네에!”

“알았다.”

진우의 요청에 따라 테이블 위로 소주와 맥주가 쫙 깔렸다.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유지태 중위도 꽉 찬 잔을 쥐며 말했다.

“부부대장님. 한마디 해주십시오.”

진우는 곧바로 손을 저었다.

“내가 무슨 한마디야. 김 대위, 자네가 한마디 해.”

김슬기 대위 역시 당황했다.

“제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부부대장님이 하셔야죠.”

“어휴. 나 그런 거 딱 질색이야.”

“그럼······ 그럼 유 중위가 한마디 해.”

“제가 말입니까?”

“아니면 안 중위가 할래?”

“저, 저요? 저는 한마디도 못 합니다.”

장교들이 서로 건배사를 미루자 최민철 병장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무나 한마디 하십시오. 진짜 술 마시고 싶습니다.”

진우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오늘 게이트에서 정말 수고가 많았다. 앞으로 또 우리가 어떤 게이트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면 오늘처럼 다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또 경험도 쌓고······ 또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암튼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열심히 하자.”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진우가 잔을 높이 들었다.

“죽지 말자!”

진우의 외침에 순간 병사들이 당황했다. 즐거운 회식 자리의 건배사치고는 뭔가 많이 비장했기 때문이었다.

말을 내뱉은 진우도 순간 당황했다. 블랙 게이트에서 고생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내뱉던 말이 이렇게 튀어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때 유지태 중위가 냉큼 따라 했다.

“죽지 말자!”

병사들도 크게 외쳤다.

“죽지 말자!”

진우의 멋쩍은 건배사가 끝났다. 자리에 앉으며 유지태 중위에게 말했다.

“유 중위. 고마워.”

“아닙니다.”

유지태 중위가 대답을 하고는 소주를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입에 넣었다.

“크으.”

고된 일을 마치고 소주에 삼겹살로 하루를 마무리한 지가 언제였던가.

블랙 게이트가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고 나서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렇게 회식을 하게 되니까 술이 참 달고 맛있었다.

그렇게 적당히 배를 채운 유지태 중위가 진우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부대장님. 솔직히 오늘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생각? 무슨 생각?”

“지금껏 항상 뒤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느라 게이트 내부가 얼마나 위험한지, 무서운지에 대해서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가고 고생 끝에 클리어를 하고 나니 정말 살아야겠다. 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유지태 중위의 말에 진우가 피식 웃었다. 다소 횡설수설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유지태 중위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사실 처음에 플레이어가 되면 일반인들보다 특별한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대부분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게이트에 들어가서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통은 플레이어 등급에 맞게 게이트 공략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면 게이트 자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지태 중위도 지금껏 그래왔다. 장교로 임관했지만 각성병사와는 등급의 차이와 계급에 차이가 있을 뿐 그저 똑같이 게이트를 공략하고 경험을 쌓아 왔다.

그런데 그 경험이라는 게 사실 제한적인 것이었다. 이번처럼 자신보다 높은 등급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겪는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다.

대부분은 감당할 수 있는 경험만 쌓는다. 감당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사실 별 자극이 없다.

그래서 성장에 대한 갈망이 적었다. 남들처럼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단계 올라갈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유지태 중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중간보스 몬스터하고 싸울 때 말입니다.”

“그래.”

“진짜 지릴 뻔했습니다.”

“진짜?”

“처음 바람에 날아갔을 때는 와,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 그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잘 싸우던데.”

“그건 부부대장님께서 옆에 계셔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부부대장님께서 멀리서 그냥 지켜봤으면 저는 아마도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설마 유 중위를 죽게 내버려 뒀겠어?”

유지태 중위가 거창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진우는 당시의 기억이 또렷하지 않았다. 유지태 중위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 뒤로 날아갔을 때 진우는 다른 고민 없이 몬스터에게 덤벼들었다. 블랙 게이트에서 해 왔던 것처럼 그저 빨리 저놈을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반면 유지태 중위는 B등급 몬스터와 직접 싸워 본 게 생전 처음이었다. 그래서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진우가 B등급 몬스터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아! 부부대장님께서 옆에 계시면 죽지는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생각을 해보니.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난 살아야겠다.’

오기가 생긴 유지태 중위는 장교개미와 싸우면서 악착같이 검을 휘둘렀다.

그전까지는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면 이번에는 죽기 싫다, 죽을 수는 없다, 다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덤벼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스킬 레벨이 전부 상승해 버렸다.

이것은 유지태 중위에게 있어서 엄청난 성장이었다.

지금까지 군대에 들어와 성장했던 것보다 이번 한 번의 고생으로 인해 더 높은 성장을 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죽지 말자는 진우의 말이 더 와닿았다.

‘앞으로 죽지 알고, 부부대장님을 따라다니다 보면 나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거야. 부부대장님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무시받지 않을 정도는 되겠지.’

유지태 중위가 뜨거워진 눈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진우가 살짝 당황했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닙니다. 저 잔이 비었습니다.”

“천천히 마셔. 급하게 먹다가 술 취하면 답도 없다.”

“네.”

진우는 고개를 돌려 안유정 중위를 바라봤다. 다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안유정 중위만 자신을 힐끔거리면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 중위.”

“네.”

“고기 좀 먹어. 아니면 고기 안 좋아해?”

“아닙니다.”

“아니면 삼겹살이 아니라, 소고기를 좋아하는 거야?”

“아닙니다. 저 삼겹살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럼 얼른 좀 먹어.”

“네.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가 웃으며 뒤늦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가 씨익 웃었다.

“그래.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좋네.”

사실 안유정 중위는 진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처럼 먹지 못했다. 플레이어가 되기 이전부터 먹성이 좋아서 무슨 여자가 그렇게 잘 먹냐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우가 자신의 먹는 모습이 좋다고 말 해 주니까 또 씨익 웃음이 났다.

‘부부대장님이 왜 날 챙겨주시지? 설마 부부대장님도 날 마음에 두고 계시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안유정 중위의 얼굴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시무룩하게 변했다.

진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김슬기 대위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위도 많이 먹어.”

“네. 부부대장님께서도 많이 드십시오.”

“어. 그래. 걱정 말고 어서 먹어.”

진우는 먹지도 않고 집게를 가지고 계속 고기를 구웠다. 참다못한 김슬기 대위가 젓가락을 놓고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제가 굽겠습니다.”

“아이고 됐어! 원래 이럴 때는 원래 상관이 굽는 거야.”

진우는 그 말을 하며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그러자 김슬기 대위가 미안했던지 쌈을 싸서 진우에게 내밀었다.

“부부대장님 이거······.”

“나 주는 거야?”

“네.”

“어후, 잘 먹을게.”

진우는 마다하지 않고 냉큼 입을 벌려 김슬기 대위가 건네는 쌈을 받아먹었다. 진우가 씨익 웃으며 맛있게 먹었다.

자기 먹기 바쁘던 최민철 병장이 우연히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상추 두 개를 손에 얹었다. 그 위에 고기를 얹고 마늘을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김영호 상병이 깜짝 놀랐다.

“최 병장님. 그거 마늘입니다.”

“알아, 인마.”

“마늘 좋아합니까?”

“야이씨. 내가 아무리 마늘을 좋아해도 생마늘을 이렇게나 먹게!”

“그럼 왜?”

“다 이유가 있어.”

최민철 병장이 열심히 특제 쌈을 제조했다. 그모습을 유심히 보던 김영호 상병이 씩 웃으며 물었다.

“설마 부부대장님께 드리려고 그러십니까?”

“자식 눈치는 있다 말이지.”

“그러지 마십시오. 왜 부부대장님을 골탕 먹이려고 그러십니까.”

“야야. 방금 부부대장님한테 김 대위님이 쌈 싸드렸잖아.”

“최 병장님. 혹시 김 대위 좋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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