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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53화 (53/177)

〈 53화 〉 07. 휴가는 알차게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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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얄밉잖아. 부부대장님은 장교에 등급도 높고 게이트에서 날아다니는데 김 대위님에게 쌈까지 얻어먹었잖아. 너무한 거 아니냐.”

최민철 병장이 억지 핑계를 대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최민철 병장도 진우의 관심을 받고 싶을 뿐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살짝 삐뚤어진 게 문제였다.

주먹만 한 쌈을 본 김영호 상병이 말했다.

“그건 너무 큽니다.”

“괜찮아. 남자는 이 정도는 입에 들어가.”

최민철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우에게 다가갔다. 그를 본 진우가 물었다.

“최 병장. 뭐야?”

“부부대장님 제 마음을 담아 쌈을 한번 싸봤습니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본 진우가 눈을 찌푸렸다.

“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크기냐?”

“충분히 들어갑니다. 부부대장님 남자 아닙니까. 남자라면 이 정도는 거뜬해야 합니다.”

“그래?”

하지만 진우는 곁눈질을 통해 최민철 병장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좋아. 최 병장. 남자라면 다 먹는다고 했지.”

“네.”

“그럼 최 병장이 먼저 보여 줘봐.”

“네?”

“그거 그대로 최 병장 입으로 넣으라고.”

“어, 그것이······. 부부대장님을 위해서 제가 특별히 준비한 것인데 말입니다.”

최민철 병장이 눈을 굴림 말했다. 그러나 진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진우의 말에 최민철 병장이 살짝 당황했다.

‘이게 아닌데······.’

그렇다고 이제와 못 먹는다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최민철 병장은 자신이 싼 마늘 쌈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우걱우걱.

아주 맛나게 씹는 최민철 병장. 그러다가 곧바로 콜록콜록하며 입에 있던 것을 뺃어냈다.

최민철 병장이 곧장 물을 들이켰다.

“아우 매워!”

그 모습을 보며 진우가 피식 웃었다.

“최 병장! 어디 부부대장에게 그런 것을 먹이려고 그래!”

“그냥 장난 한번 쳐보고 싶었습니다.”

“인마, 나니까 그런 장난 받아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어림도 없어!”

“알지 말입니다.”

“어서 가서 고기나 먹어라. 저기 봐라. 애들이 고기 다 먹는다.”

진우의 말에 최민철 병장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잠깐 사이에 삼겹살 몇 줄이 사라졌다.

“야이씨! 천천히 먹어!”

최민철 병장이 소리치며 후다닥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렇게 회식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적당히 배를 채운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지태 중위가 바로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전화 좀 하고 올게.”

가게 밖으로 나간 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통화 연결음이 가고 잠시 후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엄마. 저예요.”

-누구? 진우니?

“엄마는 아들 목소리도 잊어버렸어요?”

-오랜만에 전화해놓고 무슨.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 전화를 한다고 했지만 부모님 마음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엄마. 저 오늘부터 3일간 휴가예요.”

-그래? 그럼 집에 오는 거야?

“네. 조금 이따가 집에 가려고요.”

-그런데 한동안 부대에서 못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상황이 그랬는데 어찌하다 보니 잘 해결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포상휴가까지 나왔어요.”

-포상휴가? 뭐 때문에?

“아, 그게······.”

진우는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갔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냥 지난번에 진급했다는 얘기는 들었죠?”

-들었지.

“진급하면 포상휴가 나오고 그래요.”

-그런 거니?

“네. 아버지는요?”

-너희 아빠? 당연히 회사에 있지.

“그럼 진상이도 일하겠네요.”

-그렇지. 요즘 일이 많아서 너희 아버지도 진상이도 밤늦게 들어와.

진우가 블랙 게이트를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도 직전에 몰렸던 보배 그룹은 11사단으로부터 밀린 대금과 게이트 부산물을 받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한창 힘들 때 회사를 떠난 이들이 많은 탓에 새로 직원을 뽑기 전까지 이태경 회장과 이진상이 고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넌 언제쯤 들어오니?

“그건 확실히 모르겠어요. 지금 부대회식 중인데요. 아마도 회식 끝나면 갈 것 같아요.”

-알았어. 너무 늦지 않게 오고.

“네. 걱정 마요.”

진우는 전화를 끊고 가게 안을 힐끔 바라봤다.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이따가 들어가야겠다.”

그렇게 잠깐 바람을 쐬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리며 유지태 중위가 나왔다.

“유 중위. 왜 나왔어?”

“저도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말입니다.”

“그래? 그럼 통화해.”

“아닙니다. 나오면서 했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다가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담배? 그래, 하나 줘봐.”

유지태 중위가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들고 입으로 가져가자 바로 불을 붙여줬다.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려는데 곧바로 기침이 터졌다.

“콜록콜록······.”

“부부대장님. 혹시 담배 못하십니까?”

“아니. 원래 담배 피웠는데······. 이상하다.”

진우는 괜히 손에 들린 담배를 바라봤다.

“왜 이렇게 안 받지.”

사실 블랙게이트 나오고 나서도 진우는 몇 차례 담배를 피우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몸에서 이상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게이트 내에서 너무 담배를 피우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피워서 몸에서 받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도 이러는 것을 보니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은 그런 몸 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흑룡의 기운 때문에 그러나?’

진우가 그 생각을 하다가 손에 들린 담배를 봤다. 더 이상 태우지 못할 것 같아 발로 비벼 껐다.

그 모습을 보다가 유지태 중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안쓰러운 표정도 지었다.

“왜 그렇게 봐?”

“혹시 말입니다. 블랙게이트 들어가고 난 후부터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어?”

“제 생각이지만 블랙게이트때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블랙게이트 안에서는 담배를 거의 못 피우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원래 내가 많이 피우는 편도 아니라서 난 가져간 거 애들 나눠줬거든. 그런데 애들이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다 보니 아예 꼴초가 다 되었다. 아마 그 녀석들이 가지고 온 담배 한 달 만에 다 떨어졌을걸.”

“아, 그렇습니까. 그럼 남은 기간은 어떻게 버텼습니까?”

“어떻게 버텼겠냐. 그냥 참은 거지. 매일 긴장감 속에 있다 보니 담배 생각도 잘 안 나더라.”

“제가 또 괜한 얘기를 한 것은 아닙니까?”

유지태 중위가 살짝 미안해했다. 술기운에 말은 했지만 아마도 진우에게는 아픈 기억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야. 다 지난 일인데 뭐······.”

물론 블랙게이트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진우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지태 중위 앞에서 다시 아픔을 곱씹고 그러고 싶진 않았다.

“참, 그런데 부부대장님께서는 만나는 분 있으십니까?”

“만나는 사람? 여자?”

“네.”

“아니. 없어.”

“블랙게이트 들어가시기 전에도 없으셨습니까?”

“없었어. 아니지, 군대 들어와서는 아예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지.”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한 번도······.”

“에헤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 중위는 나를 모태솔로로 보는 거야? 군대 오기 전 길드에 있을 때 잠깐 연애도 하고 그랬어. 알잖아, 우리 집 잘사는 거.”

“아, 네에······.”

“설마 나 좋아하는 사람 하나 없었겠어?”

보배그룹이 11사단과 거래를 하면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긴 했지만 그전에도 제법 건실한 회사였다.

물론 그룹 소리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회사명도 보배실업이었다.

지금도 게이트 부산물 처리 관련 업체들이 여럿이다보니 한데 묶어 그룹으로 불리고 있지만 규모는 중견 기업에도 못 미쳤다.

어쨌거나 보배실업 시절에도 강원도 내에서는 어디 가서 꿇리지 않았다. 비록 진우에게 접근한 여자들 대부분이 인간 이진우가 아니라 보배실업의 후계자, 즉 돈을 좋아했던 것이었지만.

그렇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은 이후 진우는 여자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데이트를 하고 그러긴 했지만 한 여자를 진지하게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다 플레이어가 되고 난 후 플레이어인 여자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하게 되었다.

‘참 끔찍했지······.’

진우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자신이 담배를 던졌다는 것을 알고 머쓱해 했다.

그 모습을 본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담배 하나 더 드립니까?”

“아니야. 됐어! 이참에 담배 끊지 뭐. 그보다 그건 왜 물어봐?”

진우가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유지태 중위가 슬쩍 가게 내부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아! 제 여자 친구가 아는 언니 중에 참한 언니가 있다고. 혹시 여자 친구 만드실 생각 있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말입니다.”

“어이구야.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정말이십니까?”

“그럼! 나라고 평생 혼자 지낼 것도 아니고······. 그런데 내가 플레이어인 것은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날을 한번 잡아봐.”

진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 블랙 게이트에서 고생할 때는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막상 블랙 게이트에서 그 고생을 하고 나오니 생각이 달라졌다. 기왕 운 좋게 살아남은 거 블랙 게이트에서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제대로 살아 보고 싶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안유정 중위가 나왔다. 진우와 유지태 중위가 같이 있는 걸 본 안유정 중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두 분 여기서 뭐 하십니까?”

“뭐 하긴. 그냥 담배 좀 태웠어.”

“다시 안 들어가십니까?”

“아니. 들어갈 거야. 유 중위 들어가자고.”

“네.”

진우와 유지태 중위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진우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 최민철 병장이 맥주병을 가지고 다가왔다.

“존경하는 부부대장님. 제 술 한 잔 받으십시오.”

“왜? 나 취하게 해서 뭐 하려고?”

“너무 감사해서 제가 한 잔 따라 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너 맥주 가지고 장난치면 가만 안 둬.”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알았어.”

진우가 맥주잔을 내밀고 최민철 병장이 가득 채웠다. 진우는 망설임 없이 꿀꺽꿀꺽 맥주잔을 비웠다. 그러자 최민철 병장이 뜬금없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부부대장님.”

“응?”

“솔직히 B등급 게이트를 경험한 것은 처음입니다.”

“너 B등급 게이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어?”

“몇 번 꼽사리 끼어서 들어가 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거기서 뭘 하겠습니까. 그냥 뒤치다꺼리만 할 뿐이죠.”

C등급 플레이어라고 해서 C등급 게이트에만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가끔 B등급 게이트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보통 그럴 때는 주력 병력이 B등급이다. 그래서 C등급은 B등급의 뒤치다꺼리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B등급 게이트에서 정말 원 없이 싸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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