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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57화 (57/177)

〈 57화 〉 07. 휴가는 알차게 (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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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협회에서는 D등급 플레이어에게 길드 창립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 길드에서 고생고생해서 모은 게이트 핵을 통해 수련을 하며 C등급을 바라보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D등급 플레이어가 길드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모두 그를 비웃었다. 협회에서 승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승인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안미숙이 자신이 속한 길드에서 탈퇴한 후 박진철이 만든 길드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때 안미숙의 등급은 B등급이었고, 본래 소속되어 있던 길드에서는 전도유망한 인재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며 나온 것이다.

그것을 본 박진철이 말했다.

“나중에 길드가 자리를 잡으면 원래 있던 길드로 돌아가도 좋아.”

그러고 난 후 강힘길드는 3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안미숙은 계속해서 강힘길드에 남아 있고, 현재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데도 부길드장으로서 길드를 지키고 있었다.

“와, 미숙이 누나 의리 무엇? 결혼은 진짜 미숙이 누나 같은 사람이랑 해야 하는데.”

“제발! 제발! 우리 미숙이 데리고 가면 안 되겠니?”

“형.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형 미숙이 누나 좋아하잖아요.”

“이 자식이 진짜······. 어디서! 너 군대 밥 잘못 먹었니? 아니면 집단 구타라도 당한 거야? 블랙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머리를 크게 다친 거야?”

“아니, 형! 형이 좀 솔직해지면 안 돼요?”

진우가 보기에 안미숙과 박진철은 서로서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태까지 친구처럼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지내며, 내가 너랑 결혼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며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들이 있어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하지만 S등급 플레이어가 된 진우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이건 확실히 100%지.’

진우는 확신했다. 박진철이 쓴웃음을 지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래서 뭐 때문에 여길 왔냐?”

“와. 우리 진철이 형. 너무 비즈니스 마인드다. 동생이 놀러 왔으면 뭐, 소고기도 사주고······.”

“이 자식이. 소고기 같은 소리 하고 있다. 나도 인마 고기를 먹어본 지 몇 개월인데 무슨 소고기 타령이야? 네가 뭐가 예쁘다고.”

“아니면 내가 고기 사 드려요?”

“됐어, 인마. 군인 월급 얼마나 된다고······.”

“형. 저 군인이기 이전에 플레이어잖아요. 저 나름 돈 많이 벌어요.”

“너 돈 많이 버는 거 아니까. 그거 열심히 모아뒀다가 널 위해서 써. 막상 강힘길드를 이끌면서 이리저리 퍼줘 봤는데 남는 것 하나도 없다.”

예전의 박진철이었다면 밑에 있던 길드원들이 하나둘 떠나면 웃으면서 보내줬다.

하지만 이제 길드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박진철 답지 않게 한탄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보면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다. 박진철 같은 사람이 잘되어야 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진우가 짠하게 바라보니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인마? 형이 불쌍해 보이냐?”

“네. 엄청 불쌍해 보입니다.”

“자식이······. 미숙이도 그런 소리를 안 하는데 네가 그런 소리를 해!”

“불쌍하니까, 불쌍하다고 하죠.”

“이래서 금수저들은 문제라니까. 배불리 먹으니까 그 모든 것이 지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아요. 부모 잘 만난 덕분이면서.”

진우가 그 말을 듣고 살짝 어이가 없었다.

“형. 저 블랙 게이트 들어갔다 왔어요.”

“그게 뭐? 내가 들어가라고 했냐? 네가 들어갔지. 그걸 왜 나한테 그래.”

“솔직히 군부대에서 우리 회사에 잘해줘서 마지못해 들어간 거죠. 내가 솔직히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었겠습니까. 형이 나에게 뭐라고 알려줬어요? 위험한 게이트는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플레이어든 일반인이든 목숨은 하나라고!”

“그렇지.”

“그런데 왜 내가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겠어요?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거라니까요.”

“어쨌든 살아 돌아왔으니 된 것이잖아.”

“나만 살아 돌아오면 뭐 해요. 다들······. 그렇게 됐는데.”

“됐어. 인마! 게이트에서 죽은 것이 어디 한두 명이냐. 그리고 네가 뭐 남들 죽을 때 뒤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을 놈이야. 너도 최선을 다한 거잖아. 그러면 됐어!”

박진철은 그 누구보다도 진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1년 동안 함께하면서 진우처럼 열심히 하고 동료애도 있고,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안미숙이 다른 길드로 가면 진우에게 부길드장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다 진우가 군대를 가버렸지만······.

아무튼 그레이 게이트 사건 이후로 모두가 진우를 욕했지만 박진철과 안미숙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미숙이 누나는 어디 있어요?”

진우가 좌우를 살피며 물었다. 박진철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친구 만난다고 했어.”

“친구요? 친구 누구요? 남자친구는 아닐 테고······.”

“남자친구 만날 수도 있는 거지.”

“에이, 또 그런다. 아니, 둘이 서로 바라보면서 연애도 안 하는 양반들이 무슨······. 형, 미숙이 누나가 연애한다고 하면 맘 편할 것 같아요?”

“안 편할 건 또 뭐가 있어.”

“어후,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하세요.”

“야! 너 가! 그딴 소리 할 거면 가라고.”

“알았어요. 알았어. 실은 이것 때문에 왔어요.”

진우가 가슴에서 몬스터 핵을 꺼냈다. 그것을 탁자 위에 올렸다. 그것을 본 박진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뭐냐.”

“에이. 이런 걸 가지고 그래요.”

“이런 거라니. 등급이 어떻게 돼? 이거 색깔이······. 아니 이건?”

“네. 맞아요. S등급.”

박진철은 또 한 번 놀랐다. 진우가 꺼낸 몬스터 핵의 색깔이 금빛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착각을 하곤 하는데, B등급이 오렌지색, S등급이 금빛이다. 몬스터 핵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B등급과 S등급을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박진철은 한때 전 길드에서 몬스터 핵 분류 작업을 했을 만큼 눈썰미가 좋았다. 이게 B등급이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정말 S등급이야? B등급이 아니라?”

“네. 형도 바로 눈치챘으면서.”

“아니. 어쩌다가?”

“다운 게이트 있잖아요.”

“다운 게이트? 거기서 S등급을 잡은 거야?”

“네.”

다운 게이트란 특별한 제약을 통해 몬스터의 등급이 강제로 하락한 게이트를 말한다.

그런 게이트는 상성이라든지 특별한 조건이 걸려 있어야 한다. 보통 이런 게이트를 발견하면 심 봤다고 한다. 몬스터 등급은 하락하지만 부산물들은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진정한 어둠의 여왕개미처럼 S등급 몬스터가 A등급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모든 부산물들은 S등급이라는 뜻이었다.

몬스터 핵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에 그렇게 많지 않은 S등급 몬스터의 핵을 손에 쥐어서일까?

박진철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와, 진짜······. 이게 얼마냐.”

“그것 때문에 왔는데······. 형, 이거 얼마나 나갈 것 같아요?”

“야. 이건 부르는 것이 값이지. 가만 이거 순도가 얼마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핵을 살핀 박진철이 또 다시 호들갑을 떨었다.

“뭐야? 순도도 장난 아니네?”

“그게 보여요?”

“야 인마. 나 박진철이야.”

“역시. 암튼 그거 좀 빨리 잡았어요.”

“너······. 뭐냐? 아무리 다운 게이트에서 잡았다고 해도 S등급이야. A등급으로 내려가도 그렇게 쉽게 잡지는 못할 텐데······. 너 그 정도로 실력이 올라갔어?”

“에이, 형! 저 A등급이에요.”

“진짜? 정말이야?”

“네. A등급인데······. 블랙 게이트에서 제가 놀고만 있었겠습니까. 이래저래 1년 동안 구르다 보니 스킬 숙련도도 많이 오르고 어지간해서 웬만한 A등급 몬스터들은 그냥 다 해볼 만합니다.”

“이야. 우리 진우 많이 컸구나.”

D등급에서 시작한 박진철은 현재 B등급으로 올라간 상태다. 그리고 안미숙은 진우가 그만뒀을 때쯤에는 B등급 최상위에 올라서 있었다.

어쩌면 안미숙은 지금쯤 A등급을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안미숙조차 A등급 몬스터를 이 정도 마나 순도를 남기고 잡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진우는 S등급 몬스터를 잡은 것이다.

아무리 다운 게이트라고 하지만 말이다. 마나 순도로 봐서는 거의 압살했다고 봐야 했다.

“너, 뭐냐? 뭐지? 우리 진우 무서워지는데.”

“형. 왜 그래요. 그것보다 이거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거? 진짜 부르는 것이 값인데. 잘하면 1,000억도 흔쾌히 받을 것 같은데.”

“1,000억요?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야. B등급 괜찮은 핵이 최소가 5억 정도였어. A등급도 지난번 내가 본 것만 해도 100억 정도 한 걸로 아는데. 이건 S등급이잖아.”

“A등급이 100억이면 그 두 배정도 받지 않나요?”

“야이씨,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S등급의 가치가 A등급 2개와 같겠냐? 너 같으면 S등급 하나랑 A등급 2개랑 바꾸겠냐?”

“미쳤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안 되는 거지. S등급이 왜 S등급이겠어. 급이 다르잖아. 게다가 수요는 또 극악이지. 이걸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봐. 그 효율이 어마어마하잖아. 아무리 A등급으로 치장을 해도 S등급 하나에 상대도 안 될 텐데. 안 그래?”

“그런데 형. A등급으로 온몸을 도배를 하면······.”

“쓰읍. 말이 그렇다고 말이! 뭘 그렇게 따져. 예나 지금이나 입만 살아서는.”

“제가 입만 살았으면 이걸 가지고 왔겠어요?”

“하긴······. 그보다 이거 처리하려고?”

“네. 형 아는 사람 많잖아요. 이거 좀 처리해 주세요.”

박진철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에 이걸 처리해서 수수료로 5%만 받아도 10억은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면 강힘길드를 10년간 운영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욕심이 났다.

하지만 박진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이건 형이 해주고 싶어도 못해.”

“아니 왜요? 설마 제가 공짜로 해달라고 그럴 것 같아서요?”

“인마! 아무리 너라고 해도 수수료 받을 거거든.”

“수수료 받아요. 그래서 일부러 가지고 왔는데······.”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해. 이건 그림의 떡이야!”

“네? 무슨 소리예요?”

“야. 우리나라에서 S등급 몬스터 핵을 처리하려면 대기업으로 가야 해. 아니면 대한민국 대형 길드 통하거나. 그게 아니면 어려워.”

“그래요? 형도 안 돼요?”

“나야 강원도에서 조금 이름을 날린 것뿐이잖아. 게다가 강원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내 실력을 뻔히 아는데 말이야. 내가 이걸 들고 다니면 어떻게 생각하겠냐. 누군가 다른 사람 물건 대신 판다고 생각하겠지? 너 이걸 나에게 맡기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너 이거 외부에 네가 소유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야. 진철이 형 역시 똑똑해.”

만약에 진정한 어둠의 여왕개미가 S등급이 아니라 A등급 핵을 떨궜다면 어땠을까.

그 정도면 진우가 팔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대충 둘러댈 말도 있었다.

다운 게이트 내에서는 몬스터 등급이 내려가니 A등급 몬스터였지만 B등급이나 다름이 없다고 둘러댈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몬스터 핵은 S등급이다. 아무리 다운되었다고 해도 A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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