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07. 휴가는 알차게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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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군대에서 BS등급 판정을 받은 진우가 혼자 A등급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진우가 이것을 팔려고 하는 순간 스스로 뭔가를 숨겼다고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곳에 돈 쓸 곳이 많은데 몬스터 핵을 그냥 묵혀두는 것도 아까웠다.
“야. 그러지 말고 너희 회사에서 처리하면 안 돼?”
“보배 그룹이요?”
“그래.”
“에이.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회사에서 처리하려면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이걸 어디서 구했다고 말을 해요.”
“아, 또 그렇긴 하겠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한다?”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데······. 네 신분을 숨겨야 하니까. 경매(옥션) 쪽은 안 되겠고······.”
“네. 옥션은 좀······.”
경매 쪽도 비밀 경매가 존재한다. 하지만 말이 비밀 경매이지 알아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를 알 수 있다.
특히나 S등급 몬스터의 핵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몬스터의 핵이 경매장에 나오는 경우 수십 번 주인이 바뀐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 S등급 몬스터 핵을 손에 넣었다고 소문이 나면 그걸 뺏기 위해 전쟁이 날 것이다.
그렇다 보니 S등급 몬스터 핵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 몇몇 대형 길드 쪽에서 자신의 것이 넘어갔는지 확인하려고 출처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경매장에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경매장에서 유통되는 수준급 아이템들은 대형 길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특정 길드와 척을 지고 그 대형 길드가 딴 경매장을 밀어주면 그 경매장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건······.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
“어떤 거요?”
“지하로 가야지.”
“지하요? 설마 블랙마켓?”
“그래. 수수료는 많이 떼지만 나름 신분 보안은 확실하잖아.”
“신분 보안이야 뭐······. 그런데 믿을 수 있어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네가 못 믿겠으면 못 믿는 거고. 사실 나도 거래를 해보지 않아서 뭐라고 장담은 하지 못해. 그런데 내 생각에는 암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베스트야.”
사실 방법이 하나가 더 있긴 하다.
진우가 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 일대일로 바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S급 몬스터 핵을 구매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핵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S등급 플레이어가 몇 명 있는데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실력에 걸맞은 아이템을 갖길 원하고 그 아이템 재료로 S등급 몬스터 핵만큼 좋은 것은 없다.
진우가 만약 그 사람을 찾아가 거래를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S등급이기 때문에 진우하고 약속을 한다면 진우가 가져왔다는 비밀 보장은 확실히 지켜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너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그들과 계약이 잘될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만에 하나 그들이 S등급 몬스터 핵에 홀려 버리면 진우를 암습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진우도 역시 숨겨진 S등급 플레이어지만 그들과 붙어보지 않은 진우 입장에서는 솔직히 위험한 일이다.
괜히 S등급 플레이어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필요도 없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블랙마켓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 블랙마켓이라······.”
진우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물었다.
“형. 아는 블랙마켓 있어요?”
“일단 강원도 쪽에는 블랙마켓이 없고. 서울로 가야 해.”
“서울에는 아는 곳이 있어요?”
“아는 곳이 있긴 하지. 그런데 거기 신원 보장은 확실한데 수수료를 좀 많이 떼.”
“얼마나 떼는데요?”
“글쎄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
“와. 날도둑놈들이네.”
“하지만 장점은 있지.”
“뭔데요?”
“물건 매입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현금으로 지급!”
“바로요?”
“응! 그것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방식으로요?”
“그래. 만약에 차명계좌 사용을 원한다? 그럼 그렇게 해주고. 또는 현물을 원하면 그것으로 해줘.”
“오, 괜찮네요.”
“그래서 블랙마켓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 그저 제값을 못 받을 뿐이지. 오히려 너처럼 신원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주로 많이 이용을 하지.”
“으음······. 그래서 형은 시간 좀 돼요?”
“왜? 같이 가게?”
“나 혼자 어떻게 가요. 아는 것이 없는데.”
“야. 나 좀 비싼데.”
진우가 씨익 웃었다.
“형이 같이 가주면 기본 수수료는 드릴게요.”
“기본 수수료? 판매대금의 1%?”
1%라고 해도 어마어마했다. 천억이면 10억이었다. 물론 박진철이 직접 파는 것은 아니지만 안내해 주는 것만으로 10억이면 날도둑 같은 거지만 박진철도 제 코가 석 자였다. 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형. 무슨 1%로 되겠어요? 쿨하게 10% 합시다.”
“뭐? 10%? 너 이거 얼마나 받을 줄 알고?”
“그러니까 10%로 하자고요. 왜요? 싫어요?”
“아니. 나야 고맙지. 아니죠. 저야 고맙죠. 고객님.”
“와, 형! 갑자기 태도 변화는 뭐?”
“무슨 말씀이세요. 고객님. 자, 일어나시죠. 고객님.”
박진철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로 아주 공손하게 진우에게 말했다.
***
진우와 박진철, 안미숙은 길드 근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진우야 많이 먹어. 이 누나가 쏜다.”
그러자 박진철이 슬쩍 말했다.
“야. 네가 돈이 어디 있어서 그래?”
“나 오늘 알바 하고 왔잖아.”
진우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누나 알바 해요?”
“으응······ 그냥. 길드 꼬라지가 이 모양 이 꼴인데 길드만 지키고 있으면 뭐해. 뭐라도 나가서 해야지.”
그러자 박진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지금이라도 딴 곳 알아보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안미숙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딴 곳 알아보고 있거든? 진짜 내 몸값 맞춰줄 수 있는 곳이면 당장에라도 때려치운다.”
“네네. 제발 그러십시오. 제발······. 나 때문에 팔자 꼬였다는 말만 하지 말고.”
“너 때문에 팔자 꼬인 거 맞거든? 어후, 내가 어쩌다가 널 친구로 둬서는······.”
“내가 할 소리다, 내가!”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아마 다른 사람 같으면 진즉에 길드 때려치우고 나갔을 것이다. 실제로 강힘길드에 남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실력이 있는 안미숙이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남아 있는 것은 박진철에 대한 애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런 진우의 시선을 느꼈을까?
안미숙이 바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이진우! 눈! 누나가 뭐라고 그랬어. 너 눈깔 그따위로 뜨지 말라고 그랬지.”
“에헤이. 여자가 말 좀 곱게 쓰라고 했지. 눈깔이 뭐냐. 눈깔이!”
“왜? 너도 눈깔 뽑아 줄까?”
“거참! 너 그래 가지고 시집갈 수 있겠니? 아니지, 누가 널 데려갈지 걱정이다.”
안미숙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에게 데려다 달라고 안 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 그리고 너나 잘하세요. 너나. 너 진짜······. 면도 안 하냐.”
“뭐래. 언제는 면도 안 하니까 상남자처럼 보이고 그렇다며.”
“야이씨! 그때는 네가 잘나가고 그랬을 때 립서비스로 한 말이지. 게다가 언제 한 말인데 아직도 우려먹고 있어. 너 씻기는 하니?”
“전기세 낼 돈도 없는데 씻기는 뭘 씻어.”
“야! 전기세고 수도세고 네가 내냐? 내가 내지. 아무튼 더러워 죽겠어.”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때마침 삼겹살이 나왔다. 박진철이 씨익 웃더니 집게를 집어 들었다.
“자! 오늘 고기는 내가 굽는다.”
보통 길드장이라면 목에 힘주고 대접받으려 하는 것이 대부분인 반면에 박진철은 항상 해주고, 퍼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일 때문에 박진철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강원도 플레이어 중에서 박진철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진우 역시 그런 박진철을 보며 길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안미숙은 길드장씩이나 되면서 고기나 굽는 박진철이 못마땅했다.
“이리 내! 내가 할게.”
“야이씨! 너 고기 못 굽잖아.”
“고기야. 대충 구워서 먹으면 되는 거지. 굳이 그걸 따지냐.”
순간 진지한 표정이 된 박진철.
“미숙아. 그런 소리 하지 마. 고기는 말이야. 15초에 한 번, 또다시 15초에 한 번. 이렇듯 타이밍을 보며 뒤집어야 해. 그래야 고기 내부에 있는 육즙이 빠져나가질 않아. 그게 진정한 고기의 맛이란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
“어후. 고기 박사 나셨어. 그럴 거면 플레이어 때려치우고 고깃집이나 하지 그랬냐.”
“음! 그렇지 않아도 그럴까, 아주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뭐?”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그러자 안미숙이 눈을 부라렸다.
“너어······ 이 새끼······. 진짜로 너 한번 죽어볼래!”
손톱을 바짝 세우며 당장에라도 박진철의 얼굴을 할퀼 것만 같았다.
박진철이 바로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아, 또 왜에······. 언제는 플레이어는 내 길이 아니라며?”
“그거야 홧김에 한 말이고. 너 지금 플레이어로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딴 소릴 하는 거야? 너는 배알도 없어? 진우야 너도 얘기 좀 해봐. 나 진짜 이 자식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죽겠다.”
그런데 진우는 오히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킥킥 웃음만 흘렸다.
“이진우. 넌 지금 뭐가 웃기냐?”
“아니 그냥. 두 사람이 보기 좋아서요.”
“어허. 너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했지. 이진우 눈깔이······.”
“또또 저런 말 한다. 너는 여자가······.”
“아씨! 넌 여자가······. 그런 고리타분한 말 좀 안 하면 안 되냐?”
둘이 그런 식으로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사이 고기가 익어가고 맥주가 나왔다.
“자자. 그만들 하시고. 맥주 한 잔씩들 해요.”
진우가 두 사람에게 맥주를 따랐다.
“제가 모르겠습니까. 두 분의 마음을······.”
“이 자식이 진짜······.”
안미숙이 눈을 부라렸다. 진우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니 일단 건배부터 해요. 저 너무 목말라요.”
그렇게 세 사람의 맥주잔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강힘길드를 위하여!”
진우가 먼저 선창을 하자 박진철도 기분 좋은 얼굴로 같이 말했다.
“강힘길드를 위하여!”
세 사람은 기분 좋게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맥주잔을 탁자에 내려놓은 안미숙이 입을 열었다.
“다 망해가는 길드를 위하기는 뭘 위해.”
안미숙은 투덜거리면서 잘 익은 삼겹살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진우는 어제와 똑같은 메뉴를 먹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서일까? 아니면 환경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이 집 고기가 유독 맛이 있어서일까?
입안에서 고기가 살살 녹았다.
“야. 역시 형! 인정!”
진우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박진철이 씨익 웃었다.
“그렇지. 내가 삼겹살 구우니까 다른 삼겹살은 못 먹을 것 같지?”
“네. 형은 진짜······. 아무튼 미숙이 누나는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