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59화 (59/177)

〈 59화 〉 07. 휴가는 알차게 (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뭐? 내가 뭘 좋아?”

안미숙이 눈을 크게 하며 말했다.

“미숙이 누나는 만날 진철이 형이 삼겹살 구워줄 것 아니에요.”

“야! 그깟 삼겹살······. 나 나가면 삼겹살 구워준다는 남자 줄 섰거든.”

“풉!”

박진철이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안미숙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바뀌었다.

“뭐지, 박진철? 그 건방진 웃음의 의미는 뭐야?”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너 방금 비웃은 거지?”

“아니야. 무슨······. 난 네가 잘나가는 것도 알고 어디서 빠지지 않는 것도 아는데······. 난 말이다, 미숙아. 과연 네 성격을 알아도 사람들이 줄을 설까? 난 그게 진짜 궁금해! 아니지, 강원도는 물론이고 저기 수도권까지 너의 소문이 퍼졌을 것이라 장담하는데. 넌 어때?”

박진철의 말에 안미숙이 표정을 굳혔다.

“진우야. 이 자식······. 죽일까?”

“네?”

“오늘 너랑 나, 시체 하나 처리하자.”

“진철이 형이요?”

“그래! 오늘 이 새끼 살아서 집에 못 간다.”

그러자 진우가 맥주를 마저 입에 털어버리며 약간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요. 누나. 제발 형 좀 어떻게 해봐요.”

“이야, 이 새끼······. 이진우. 너 미숙이 빡 돌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거 알면서 그래? 이러다가 미숙이 진짜로 덤벼들면 난 뼈도 못 추려.”

“형도 B등급이잖아요.”

“나처럼 허접한 B급과 미숙이랑 같아? 미숙이 쟤 너 들어올 때부터 A등급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러자 진우가 바로 놀라며 안미숙에게 물었다.

“참! 누나. 아직도 B등급이에요?”

“응? 나? 그렇지······.”

안미숙이 애써 진우의 시선을 피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진우는 왠지 안미숙이 A등급으로 올라갔는데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박진철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하고 술이나 하자.”

갑자기 김이 샌 얼굴로 술잔을 집는 박진철.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이고 둘이 저렇게 좋을까?’

한 참 먹던 안미숙이 대뜸 물었다.

“참. 진우야. 너는 누구 만나는 사람 없어?”

“누나는, 제가 무슨 여자예요. 저 군대 들어갔잖아요.”

“알아. 너 군인이고, 블랙 게이트 들어갔다고 최근에 나온 것도 알아. 그런데 너 거기서 어떻게 살아 돌아왔냐?”

“왜요? 제가 죽기를 바랐어요?”

“야이씨, 말을 꼭 그렇게 한다. 솔직히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고 나서 진철이가 너 죽었다고 아주 그냥······. 거의 한 달 동안 맛이 갔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다른 놈은 몰라도 이진우는 확실히 살아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너 살아 나왔을 때 이놈이 뭐라고 했는 줄 아냐?

“뭐라고 했는데요?”

“어허, 거참······.”

박진철이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거 보라고 자기는 진우를 믿고 있었다나 뭐라나. 미친놈 아니냐.”

“어험······. 그래도 내가 명색이 길드장이었고 진우 게이트 하는 거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가르쳤는데······. 나에게는 진우가 자식이나 다름이 없어.”

“어이구 결혼이나 하시고 말을 하세요. 어디 같이 살아주는 여자도 없으면서 자식 타령이야.”

“네가 알아? 나 같이 살아줄 여자 많거든.”

“어떤 미친년이?”

“있어. 그런 미친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또 한 번 웃었다.

‘하아, 진짜 두 사람······. 저러고 싶을까?’

진우는 저런 두 사람을 보며 정말 재미가 있었다. 박진철이 다시 진우를 보며 물었다.

“그보다 너 진짜 여자 없어?”

“소개나 시켜주고 물어봐요.”

그러자 안미숙이 정색하며 물었다.

“너 설마 아직도 미영이 못 잊었니?”

그 순간 진우가 들었던 젓가락을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놨다. 그리고 안미숙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방금 그 말은 선 넘은 거예요.”

“야이씨. 너도 나랑 진철이 엮잖아. 그런데 뭐······.”

“막말로 누나랑 형은 뭐라도 있죠.”

“있긴 뭐가 있어, 우리가!”

안미숙이 버럭 소리쳤다. 진우는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

“아, 진짜! 이미 길드 사람들 다 떠나고 우리끼리 있는데 좀 솔직해집시다. 진철이 형은 누나 좋다고 있는 재산 다 털어서 누나 구하러 갔고. 누나도 그런 진철이 형이 고마워서 오라는 곳 많은데 계속 여기 있는 거잖아요.”

진우의 말에 서로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야. 우리······.”

“그래요. 두 사람이 너무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있고 괜히 만났다가 헤어지면 얼굴 못 볼 것 같아서 사귀는 거 주저하는 것도 아는데. 아니, 그럴 거면 다른 연애를 하든가요. 둘이 플레이어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서로만 바라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모를 것 같아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두 사람이야 떡 봐도 뭔가가 있으니까 내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거지만. 내가 그렇다고 선 넘고 그러지는 않잖아요. 두 사람이 나 몰래 동거를 한다든지 내가 그런 식으로 말했어요?”

진우의 말에 박진철과 안미숙이 갑자기 맥주를 마시며 시선을 피했다.

“크흠······.”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당황했다.

“응? 뭐지? 갑자기 어색한 이 공기는······.”

“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박진철이 진우에게 술을 따라줬다. 그걸 또 받으면서도 찝찝한 뭔가가 있는 이 기분.

“뭐지? 미숙이 누나 내 눈 좀 바라봐요.”

“뭘뭘뭘······. 왜 바라보래. 나 좋아하니?”

“아니. 나야 당연히 미숙이 누나 좋죠. 솔직히 말해서 우리 길드원이라서가 아니라 5년 전만 해도 예쁘고, 한창 잘나갔고. 플레이어로서도 멋졌어요. 그래서 나 누나 좋아했어요.”

그러자 박진철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야. 이진우. 너 이 자식 선 넘네.

“뭐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맘에도 없는 소리를 막 던지고 그래도 되는 거야? 너 인마 군대에서 처세술만 배웠어? 알랑방귀 뀌는 것만 배웠냐고. 이런 씨이······. 내가 널 믿고 발 뻗고 자겠니? 대한민국 군인이 막 그래도 되는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안미숙이 박진철의 뒤통수를 딱 하고 쳤다.

“닥쳐, 이 새끼야!”

“아이씨. 안미숙! 뒤통수를······. 이건 좀 아니지 않냐. 밖에서는 안 때리기로 했잖아.”

박진철이 자신의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안미숙이 붉어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그 얘기를 듣고 진우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박진철을 바라봤다.

“그런데 형.”

“응?”

“밖에서는 안 때리기로 했다는 소리는 무슨 소리야?”

“뭐가? 뭐?”

“그 말은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있다는 거네.”

“······그 말이 아니라.”

박진철이 당황하자 안미숙이 젓가락을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놨다.

“그래. 같이 산다. 같이 살아! 그게 뭐!”

“오호호호호······.”

진우가 환하게 웃음 지었다. 안미숙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진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절대 오해하지 마. 박진철 이 자식 돈 없어서 내 집에 얹혀사는 거야.”

“아. 그래요?”

“그래!”

“그런데 미숙이 누나 성격 많이 좋아졌네.”

“뭐가?”

“누나 더럽고 지저분한 거 딱 질색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이 꼬라지를 받아 준다고?”

진우가 박진철의 턱에 자신의 손바닥을 고스란히 올리며 말했다. 안미숙이 피식 웃었다.

“에효. 어떻게 하냐. 너도 알다시피 내가 또 빚진 것도 있고······.”

“으음, 과연 그것이 빚진 것만 있을까?”

“그럼 또 뭐가 있는데?”

“파워 오브 러브?”

“이 녀석이······.”

안미숙의 팔이 올라갔다. 진우가 바로 팔을 들어 막으려고 했다.

“누나 나 진철이 형 아니에요. 이진우예요. 쉽게 안 당해요.”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는데 입구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그곳으로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진우가 웃으며 무의식적으로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진우의 눈에 낯선 얼굴이 들어왔다.

한때 정말 죽도록 사랑했던 김미영.

그런 김미영을 낚아챈 페가수스 길드의 부길드장 박수혁.

페가수스 길드장 안찬기.

그들이 오늘 하필이면 이 삼겹살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굳어진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는 진우를 본 안미숙이 말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렸던 안미숙이 이맛살을 확 찌푸렸다.

“아. 시발······. 밥맛 떨어지게 저것들이 왜 여기로 와.”

안미숙은 젓가락을 놓으며 불판 위에 있는 고기를 보며 말했다.

“다 먹었지? 그냥 우리가 가자. 가!”

안미숙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박진철이 고개를 들었다.

“어? 뭔 소리야. 지금 고기 다 구웠는데.”

“그냥 다른 곳으로 가! 내가 또 사줄게.”

“미숙아. 너도 알잖아. 여기 고기가 제일 맛있어.”

“그럼 뭐? 쟤네들이랑 같이 밥 먹자고?”

안미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박진철이 고개를 내밀었다.

“쟤네들?”

뒤늦게 저들을 확인한 박진철도 바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도 진우가 김미영과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진우가 힘들어할 때는 김미영하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고 나니 좀 그랬다.

괜히 진우가 불편할까 봐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 진우야. 다른 곳에 가자.”

“왜요? 여기 고기 다 구웠네.”

“불편하잖아.”

“뭐가 불편해요. 나 쟤하고 헤어진 지 4년이 넘었어요. 그리고 형! 저 어디 들어갔다가 나왔어요?”

“너? 블랙 게이트?”

“형,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블랙 게이트 들어가 봐요.”

“야! 너는 무슨 그런 소름 끼치는 말을 해.”

“아니, 한번 들어가 봐. 여자 생각? 아이고, 전여친에 대한 생각? 그 안에서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것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안미숙이 그런 진우를 빤히 바라봤다. 진우가 아무렇지 않아 하자 안미숙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진우가 괜찮다고 하니까 그냥 먹자. 까놓고 말해서 여기 고기가 가장 맛있는 것은 맞고. 막말로 우리 자기가 이렇듯 열심히 구웠는데!”

박진철이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그렇지. 내가 고기를 구웠는데.”

그러다가 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방금 누나 우리 자기라고 했죠?”

“내가? 언제?”

안미숙은 바로 발뺌을 했다. 진우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방금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진짜, 미숙아. 말조심 좀 하자. 아무리 내가 너의 이상형이고 좋아도 자기가 뭐니. 자기가!”

박진철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실실 웃었다. 안미숙은 까득 어금니를 깨물더니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곤 박진철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박진철 너 나중에 두고 보자.’

그렇게 세 사람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저쪽에서 불편한 시선을 보냈지만 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했다.

일부러 외면하고 오히려 박진철, 안미숙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