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63화 (63/177)

〈 63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

“어? 저 새끼 어디 가지?”

“그러게. 저쪽에 뭐가 있나?”

“별거 없는데. 재개발구역이잖아.”

“맞다! 폐공장이지?”

“잘됐네. 저 새끼 폐공장으로 끌고 가면 되겠네.”

“웃기네. 저 자식은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고 폐공장으로 가네.”

그런데 진짜로 진우가 폐공장 근처까지 걸어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최성호가 말했다.

“어이, 형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진우가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서 세 남자가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그런데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박수혁은 보이지 않았다.

“박수혁은 없네? 이 자식 또 꼬리를 뺀 거야?”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람의 인기척이 보였다.

진우가 곧바로 눈에 힘을 줬다.

그러자 주변이 뚜렷해지더니 저 멀리 전봇대 뒤에 숨어 있는 박수혁의 얼굴 반쪽이 보였다.

‘허, 이 새끼 예전부터 양아치 짓을 하는 거로 유명했는데. 이번에도 지 꼬봉들 보냈고만.’

진우가 어이가 없었다.

만약 박수혁이 쫓아왔다면 남자 대 남자로 시원하게 붙을 생각이었다.

사실 진우는 박수혁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

김미영과의 일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일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박수혁이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흘리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원래 박수혁이 자신과 사귀고 있던 김미영을 돈으로 꼬셔서 데리고 가 버렸다. 그런데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박수혁은 마치 원래 자신과 썸을 타고 있던 김미영에게 진우가 집적거렸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물론 강힘길드 쪽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을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미영이 침묵을 지켰다.

게다가 김미영이 그 시점에 페가수스 길드로 가버렸다.

그러자 그 소문은 대한 힘이 붙은 건 순식간이었다.

한마디로 진우는 임자 있는 여자에게 집적거렸다는 오명을 듣게 된 것이다.

그런 소문을 박수혁이 냈다는 것을 알게 된 진우는 꼭 한 번은 손을 봐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최성호가 앞으로 나섰다.

“야! 너, 뭐야? 지금 어딜 보는 거야!”

최성호가 진우를 보면서 짜증을 냈다. 진우는 자신들이 코앞에 나타날 때까지 저 멀리 시선을 두고 있었다.

설마하니 그 곳에 박수혁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최성호가 이죽거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이! 형씨. 미안한데 우리가 지갑을 잃어버렸어. 차비 좀 빌려주지.”

진우가 피식 웃었다.

“차비요? 차비만 빌려주면 됩니까?”

“어!”

“얼마요?”

“천만 원.”

“네?”

“천만 원만 빌려줘. 형씨 그거잖아.”

“뭐요?”

“그레이 게이트에서 동료들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은 그 개새끼 맞잖아.”

순간 진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으니 어지간한 시비는 다 받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레이 게이트에 관련된 얘기를 하자 열이 확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언론만 믿고 떠드는 녀석들도 짜증이 나는데 그걸 시빗거리로 삼아서 건드리는 놈들은 도저히 참아 줄 수가 없네.’

진우는 조금 전 웃는 미소는 사라지고 차가운 눈동자로 최성호를 바라봤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말로 할 때 시비 걸지 말고 가십시오.”

“좋은 말로 하긴 X발. 야, 나 몰라? 내가 알기로는 너 예전에 강힘길드에 있지 않았어?”

“그런데요?”

“나 최성호야. 최성호! 이 바닥에서 나 모르는 간첩인데. 장난해?”

순간 진우의 머릿속으로 최성호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예전에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양아치짓을 하던 플레이어 중에 최성호라는 녀석이 있었다.

‘페가수스 길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직도 그곳에 있나?’

진우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거나 최성호는 진우의 눈앞에 있다.

그리고 진우가 아는 최성호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일부러 이런 놈들을 보냈겠지.’

페가수스 길드에서 데려갔고 박수혁이 부길드장이니 연결고리가 딱 들어맞았다.

“박수혁이 보냈어?”

“이 새끼 봐라. 언제 봤다고 말을 놓지? 그리고 여기서 박수혁 이름이 왜 나와.”

“너희 페가수스 길드잖아.”

“아닌데, 우리 페가수스 나왔는데?”

김태성이 말했다. 그러자 최성호가 바로 눈치를 줬다.

“야, 인마. 그런 얘기를 뭐 하러 해.”

얼마 전까지 이들은 페가수스 길드에 있었다. 하지만 페가수스 길드도 다른 길드에게 인원을 빼앗기고 힘들어졌다.

길드 사정이 좋을 때는 상관없었지만 힘들어지니까 이런 류의 플레이어들까지 다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안창기가 이들을 길드에서 내보냈다.

어차피 페가수스 길드에 있어 봐야 예전과 똑같은 양아치 짓이나 일삼았기 때문에 이참에 정리를 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박수혁의 용돈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지만 진우는 이놈들이 박수혁이 보낸 놈들이라 확신했다.

“가서 박수혁에게 전해. 꼬봉들 보내지 말고 직접 오라고 말이야.”

“와, 이 새끼 봐라. 말하는 꼬라지 봐라. 너 국민들을 대신해서 내가 손 좀 봐줘야겠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뭐? 누굴 대신해?”

“국민들, 새끼야!”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최성호라고 하면 이 근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양아치 중에 생 양아치인데 네가 뭐? 누굴 대신해?”

“이 새끼 안 되겠네. 진태야. 처리해라.”

“알았어. 나만 믿어.”

강진태가 앞으로 나섰다. 진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사실 강진태는 전직 유도 선수 출신이었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었는데 운 좋게 플레이어로 각성하게 되면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

유도 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강진태는 근접 전투 캐릭터였다. 특히나 힘이 좋아서 게이트 밖에서도 어마어마한 악력을 과시했다.

“내 손에 걸리면 넌 뒤졌어!”

그렇게 소리치며 달려드는데 순간 진우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뒤로 빼면서 손을 피해버렸다. 강진태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사실 플레이어들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힘을 쓰는 건 아니었다.

게이트가 아닌 밖에서 각종 기술들을 사용해서 싸우지 않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는 일반인보다는 몇 배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게이트 안이 아닌 곳에서 능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들끼리 시비가 붙어 싸운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게이트 밖에서는 플레이어 이력보단 운동을 했던 친구들이 좀 더 싸움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여태까지 배운 것이 있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던 건데.

‘뭐야, 이 새끼······. 어떻게 피했지?’

강진태가 당황했다. 허공을 움켜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진우 역시 놀랐다.

‘헐, 하마터면 잡힐 뻔했네. 이 자식 딱 폼이 유도한 것 같은데······.’

진우는 어렵지 않게 강진태의 자세를 보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알아챘다. 그리고 붙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한 쪽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김태성이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이야, 진태 너 많이 죽었다. 어떻게 저걸 놓치냐.”

“시끄러워. 입 다물고 있어.”

강진태가 버럭 소리를 지른 후 다시 진우에게 덤벼들었다. 강진태가 멱살 잡기를 하든 손을 휙휙 뻗었다. 진우는 역시나 잡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피하는 과정에서 강진태는 목이 아닌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잡았다. 요놈!”

강진태가 씨익 웃었다.

“계속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지?”

강진태는 어깨를 움켜 쥔 오른 손에 힘을 주었다. 일단 이대로 꿇어 앉힌 뒤에 제대로 밟아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

강진태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뭐, 뭐지? 왜 이렇게 단단해? 온 몸이 돌덩이야 뭐야?’

진우도 솔직히 좀 당황했다. 아무리 자신이 S등급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게이트 안에서였다.

그리고 신체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우는 모르고 있던 것이 그 역시도 흑룡인이었다.

임백호 상사와 김철수 중사, 최대근 중사처럼 흑룡의 힘을 담고 있는 신체 구조 자체가 예전보다 더 강화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B등급인 강진태의 악력 정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게 안 통한다는 거지?’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 진우가 씩 웃으며 강진태를 봤다.

“지금 뭐 하고 있어? 이게 다야? 뭐라도 좀 해보지.”

“이 새끼가!”

화가 난 강진태가 어깨가 아닌 진우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허리를 비틀어 엎어치기를 하려고 했다.

“뒤져!”

강진태는 그대로 진우를 바닥에 내다 꽂으려고 했다. 팔이 핏줄을 튀어 오를 만큼 강하게 잡아당겼지만 진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

강진태는 어정쩡한 상태로 꼼짝을 하지 못했다. 진우가 다시 한번 강진태에게 말했다.

“뭐 하고 있냐고.”

“이, 이게 어떻게······.”

강진태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진우가 강진태의 목에 걸린 체인을 잡고 힘을 줬다.

그런데 절대 들리지 않을 것 같던 덩치 큰 강진태의 발이 땅에서 서서히 올라갔다.

강진태는 당황했다.

“크윽! 이, 이거 안 놔?”

하지만 진우는 강진태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체인을 단단히 움켜 쥔 채 허리를 비틀며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쿠웅!

육중한 덩치가 맨바닥에 내리꽂히자 땅이 조금 흔들렸다. 한마디로 땅에 말뚝을 박는 식으로 내리꽂은 것이다.

“지, 진태야······.”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제야 진우는 잡고 있던 체인을 놓았다. 그러자 육중한 진태의 몸이 한쪽으로 쓰러졌다.

쿵!

그리고 흰자위를 드러내며 입에는 게거품을 문 강진태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야, 뭐해?”

“으응?”

“X발. 빨리 가서 밟으라고!”

최성호가 김태성을 앞으로 밀쳤다. 잠깐 놀랄 틈도 없이 앞으로 나서게 된 김태성은 두 주먹을 들어 가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통통 뛰었다.

“넌 복싱이냐? 진짜 가지가지 한다.”

“닥치고 뒤질 준비나 해라.”

김태성이 스텝을 밟으며 진우에게 빠르게 다가가 잽을 날렸다.

슈웅!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며 정확하게 진우의 코끝에 닿았다. 만약에 조금만 늦었다면 코를 얻어맞았겠지만 이상하게도 진우는 김태성의 공격이 다 보였다.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김태성이 계속 얼굴로 주먹을 뻗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최소한의 간격만 유지한 채 조금씩 몸을 비틀었다.

웃기게도 김태성의 주먹은 계속해서 진우의 코끝에서 멈췄다.

‘뭐지 이 새끼?’

김태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시발!”

그러면서 떠 빠르게 주먹을 뻗으며 다가갔다.

사사삭!

당연히 복싱은 밸런스와 자세다. 그것이 홧김에 무너졌다.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태성이 거리를 무시하고 진우에게 몸을 날린 것이다.

그 때 진우가 그대로 몸을 피하더니 김태성의 다리를 확 하고 걷어찼다.

빠각!

“으악!”

달려들던 김태성이 그대로 뒤쪽으로 데구르르 구르며 넘어졌다. 김태성은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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