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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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 아악······.”
두 명이 그대로 쓰러지자 당황한 것은 최성호였다.
최성호는 떨리는 눈동자를 감춘 채 소리쳤다.
“뭐, 뭐야? 너 뭐냐고 새끼야!”
진우가 몸을 돌려 최성호를 향해 손을 들어 까닥거렸다.
“어이, 최성호! 너도 들어올 거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들어와!”
“이 새끼 진짜······. 내가 누군지 알아?”
“최성호잖아.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와라.”
진우는 김태성과 강진태는 잘 몰랐다. 하지만 최성호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그가 운동했던 주특기는 태권도였다.
게다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저렇듯 말로 강하게 쏘아붙인 후 방심한 틈을 노려 기술적으로 날아차기를 하는 녀석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던 진우는 약간 틈을 보였다. 기회를 엿보던 최성호는 이때다 생각하고 확 달려들었다.
강원도 도 대표를 했을 때도 번개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하는 그였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된 후로 도약이라는 스킬을 얻어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타타탁!
한 번의 도약에 진우의 관자놀이 쪽으로 최성호의 발등이 와 있었다.
“죽어라, 이 새끼야!”
하지만 진우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들어 최성호의 발을 잡았다.
터억!
졸지에 다리가 허공에서 붙잡혔지만 최성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설마하니 지금껏 이 기술이 막힌 적이 단 한번도 없었겠는가. 워낙에 알려진 탓에 일부러 발을 잡겠다고 기다리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최성호의 앞에 쓰러졌다. 이런 때를 대비한 필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뒤져 이 새끼야!’
최성호가 그대로 몸을 돌려 뒤돌려차기를 시전했다. 아니 시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놈들 같았다면 놀라서 놔줬을 다리를 진우는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억지로 몸을 비틀어 뒤돌려차기를 하려 했으니 발목이 함께 돌아갔다.
“으아아악······.”
최성호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 나오자 진우가 발목을 놨다. 그리고 어이없어하며 그를 바라봤다.
“너는 또 왜 이러고 있냐.”
“와, 시발! 내 발목······. 비겁하게 발목을 잡아?”
그 말에 더욱 어이가 없어진 진우였다. 진우는 피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와중에 그러고 싶니. 나에게 발목을 잡혀놓고. 참 진짜······. 너희들 플레이어라고 깝치면서 정작 게이트에는 들어가지도 않지?”
“······.”
최성호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인상만 썼다.
“너희들 말이야. 절대 게이트에 들어가지 마라. 너희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놈들이 들어가면 죽기 십상이야.”
“뭐라는 거야. 십새끼야! 넌 다른 사람 죽여 놓고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주제에!”
그 얘기를 하는데 진우의 표정이 사납게 바뀌었다.
“최성호! 넌 참 깨끗하지? 너보다 약한 존재들을 괴롭히고 돈이나 뜯어내는 주제에. 그런 너는 잘났어?”
“나, 나는······ 너보다 낫거든.”
최성호가 뒤로 물러났다. 그런 최성호에게 진우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어깨를 확 잡아 짓눌렀다.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진우의 분노가 그대로 손에 전달되었을까? 최성호가 신음을 흘렸다.
“으으으윽······.”
어깨가 바스러지는 듯 한 고통에 최성호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습에 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너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뭐?”
“왼손이야. 오른손이야?”
“시발······. 이거 놔!”
“너 밥도 못 먹게 해 줄까?”
“으으으······. 악, 시발! 아파! 아프다고!”
진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그런 녀석들이었다.
“야. 최성호. 경고하는데 다음에 내 눈에 띄기만 해봐. 평생 밥숟가락 못 들게 해줄게. 그것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알겠냐?”
그 말을 끝으로 최성호를 확 밀쳤다. 그러자 최성호는 양 손으로 어깨와 발목을 만지며 엄살을 떨어댔다. 진우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기절한 강진태와 김태성이 있었다.
가뿐하게 상황을 정리한 진우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너희들 말이야, 플레이어 아니야? 그럼 플레이어답게 살아라.”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박수혁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이미 그곳에 있어야 할 박수혁은 없었다. 벌써 튄 것이었다.
“에라이······.”
진우는 고개를 흔들며 손을 털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박수혁이 최성호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X발 진짜 너희들 뭐야.”
“형, 그 녀석 뭡니까? 와, 완전 셉니다.”
“······.”
박수혁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강진태는 거의 넋이 나간 얼굴이고 김태성은 다리가 부러진 듯 절뚝거렸다. 최성호는 바닥에 앉은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아, 병신같은 새끼들. 내가 너희들을 믿고 뭔 일을 해.”
박수혁이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그런데 최성호가 그를 불러세웠다.
“형!”
“왜?”
“그냥 가게요?”
“그럼 뭐? 너희들을 뭐가 예쁘다고 술 사줄까?”
“그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내가 진짜······.”
박수혁이 뭔 말을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꼴보기는 싫었지만 그래도 궂은 일을 시키는 데 이 새끼들만한 놈들도 없었다.
박수혁은 품 안에서 지갑을 꺼내 1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을 최성호에게 홱 던졌다.
“너희들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그렇게 소리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리고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시발, 이진우 저 새끼 뭐야. 뭔데 저렇게 세!”
박수혁은 숨어서 전부 다 지켜봤다.
이진우는 딱히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공격하는 놈들이 죄다 쓰러지고 어디 한 군데씩 부러지고 말았다.
원래 계획은 최성호, 강진태, 김태성이 이진우를 적당히 두드려 팰 때 박수혁이 지나가는 척 하다가 구해줄 생각이었다. 진우의 자존심이 상하게 말이다.
저 녀석들은 어쨌든 페가수스 사람이었고 자연스럽게 구해주면서 으스댈 생각이었다. 너와 나의 수준 차이가 이 정도라고 각인을 시켜주며 말이다.
진우가 세 사람을 상대로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예상한 바였다.
진우 역시 플레이어 등급이 낮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최성호나 강진태, 김태성은 플레이어들 중 현실에서 싸움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일반인일 때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소싯적에 싸움 좀 하고 놀았으니 게이트도 아니고 밖에서는 진우가 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진우가 간단하게 세 명을 발라버렸으니 박수혁도 할 말이 없었다.
“저 새끼 뭔가 있어. 분명 뭔가가 있다고······. 설마 나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박수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군대에 갔다던 진우가 눈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왠지 불안해졌다.
잠깐 고민하던 박수혁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아무래도 내가 먼저 손을 써야겠어.”
박수혁은 후미진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겨 핸드폰을 꺼냈다. 평소 대원아이템 뒷일을 봐주는 조직에 의뢰를 할 생각이었다.
“어디 있더라······. 박 실장이······.”
박수혁이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동작 그만!”
박수혁이 흠칫 놀란 얼굴로 천천히 돌렸다. 그곳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너, 너희들 뭐야!”
“그건 알 것 없고. 너 뭐 하려고 그래?”
“뭐, 뭐라는 거야?”
“핸드폰 꺼내서 뭐 하려고 하는지 물어본 거잖아.”
“······!”
박수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때 호리호리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한번 망신당한 거로는 부족해? 아는 형들이라도 부르게?”
“너, 너희들이 뭔 상관이야!”
“어우. 창피하다. 창피해! 진짜 양아치처럼 그러고 싶냐?”
“야. 이런 애들은 말로 해서 안 듣는다니까. 확실하게 손을 봐줘야 해.”
“그래?”
“이런 놈들이 왜 이따위로 사는 줄 알아? 제대로 안 맞아봐서 그래.”
박수혁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듣고 벌벌 떨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너희들 가만 안 둬! 나 건드리면 시, 신고할 거야.”
박수혁이 핸드폰을 조작하려고 하자 덩치 큰 사내가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박수혁의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고는 힘껏 움켜쥐었다.
“어라? 핸드폰이 부서졌네. 이제 어떻게 신고를 할래?”
덩치 큰 사내가 씨익 웃었다.
“아, 시발! 그거 산 지 얼마 안 된 최신 기종이란 말이야!”
“어이쿠야! 미안! 살살 움켜쥔다는 것이 핸드폰을 박살 내버렸네. 그런데 말이다. 이 주먹으로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되려나? 죽을까?”
덩치 큰 사내가 자신의 주먹을 쥐며 뒤에 선 인물에게 물었다. 그러자 호리호라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한번 시도해 보든가.”
“그럴까?”
순간 모자 안에 감춰졌던 덩치 큰 사내의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걸 본 박수혁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 뭘 원해? 돈?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돈? 우리가 그딴 게 필요해서 이러는 줄 알아?”
“얼마나 줄 건데?”
“쓰읍! 너는 진짜······.”
“아니 자기가 알아서 준다는데 왜 그래?”
“우리가 지금 삥뜯으러 왔냐?”
호리호리한 사내의 잔소리에 덩치 큰 사내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모습이 꼭 개그 콤비를 보는 것 같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박수혁은 눈곱만큼도 웃기지 않았다.
“원하는 걸 말 해. 뭐든 다 들어 줄 테니까.”
박수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러자 호리호리한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뭐? 뭐든 다 들어 줘? 네가 신이라도 돼?”
“우, 우리 아빠가 대원아이템 대표야.”
“고작 대원아이템? 난 또 포스타 쯤 되는 줄.”
“거기서 포스타가 왜 나와?”
군대를 다녀 온 이들이라면 포스타라는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겠지만 박수혁은 군면제였다. 플레이어로 각성하면서 군입대를 거부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넌 한번 제대로 맞아봐야 해.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이리와! 좀 맞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박수혁이 눈을 좌우로 돌리다가 소리쳤다.
“이런 미친!”
박수혁도 나름 플레이어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도망치는 건 문제 없다고 여겼다.
길이 좁아 정면 돌파는 어려웠다. 그래서 박수혁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옆 벽을 타고 올라 사내들의 머리 위로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벽을 넘어가려는 순간 호리호리한 사내가 똑같이 벽 타기를 하며 그대로 박수혁의 얼굴을 차 버렸다.
퍼억!
“컥!”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 박수혁이 잠시 몸을 바들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그러자 덩치 큰 사내, 최대근 중사가 호리호리한 사내, 김철수 중사에게 짜증을 냈다.
“야! 김 중사! 너 이렇게 세게 차면 어떻게 해.”
“뭔 소리야. 엄청 살살 찼는데. 저 녀석 엄살이야. 엄살!”
“야! 봐봐라. 이게 엄살이냐. 정신 못 차리는데?”
“진짜?”
김철수가 깜짝 놀라며 바닥에 쓰러진 박수혁에게 갔다.
“야야. 일어나! 죽으면 안 돼!”
“이자식 숨을 안 쉬는데?”
“뭐? 숨 안 쉬어?”
박수혁의 코쪽에 귀를 가져다댔던 김철수 중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