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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67화 (67/177)

〈 67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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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이 강힘길드에 들어가면 거의 기본적인 것은 다 습득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플레이어 사관학교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강힘길드에서 1, 2년 플레이어로서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올리면 더 좋은 길드로 스카우트가 되고 그랬다. 이렇듯 강힘길드가 공급처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강힘길드와 비슷한 길드가 여러 개 생기기 시작했다.

길드들이 조직화되고 기업화되면서 작은 길드들이 대형 길드로 편입됐는데 그 과정에서 강힘길드와 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길드 내에서도 주력 길드와 육성 길드가 자연스럽게 나뉘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강힘길드의 입지가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능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다 보니 이제는 게이트 공략조차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실정에 이르게 되었다.

게이트 공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 길드의 존재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박진철은 그때부터 남아 있는 길드원들을 다른 곳으로 다 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같이 있다가는 다 굶어 죽을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은 겨우 간판만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힘길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단둘이서 길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만으로 어떻게 하게요?”

그러자 박진철이 오히려 답을 했다.

“야. 형편이 좀 좋아지면 다른 애들도 다시 부를 거야.”

“온다는 사람은 있고요?”

“형편 때문에 마지못해 내보낸 애들은 돌아 올 거야.”

“누구요? 찬수 형이요?”

“어떻게 알았냐?”

“형하고는 죽고 못 사는 사이잖아요.”

어느 길드나 마찬가지지만 강힘길드도 주축 멤버가 존재했다. 박진철, 안미숙을 비롯해 홍찬수, 김윤섭, 안보라, 최미진 이들 6인방이 강힘길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다 박진철에게 크고 작은 은혜도 입었다. 그래서 진우도 강힘길드가 망해도 이들 6인은 끝까지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강힘길드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박진철의 말을 들어보니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닌 모양이었다.

“누나, 찬수 형은 뭐 해요?”

“아르바이트하고 있던데.”

“아르바이트요? 다른 길드에 안 들어갔어요?”

“알잖아. 찬수 성격! 남 밑에 못 들어가.”

홍찬수의 성격은 매우 불같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전에 있던 길드에서 사고도 많이 쳤다. 그런 홍찬수를 받아준 것이 박진철이었다.

홍찬수는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듣지만 박진철의 말은 엄청 잘 들었다.

물론 이렇게 될 때까지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런 홍찬수가 다른 길드에서 적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프리랜서 플레이어로 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윤섭이 형은요?”

“윤섭이도 마찬가지야. 찬수하고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것 같던데.”

홍찬수가 불같다면 김윤섭은 완전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김윤섭과 친해지는 데는 한참 걸린다.

박진철의 말에 따르면 강힘길드에서도 김윤섭의 웃는 모습을 보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김윤섭의 감정표현이 그만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윤섭을 길드에서 내보낼지 말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김윤섭의 성격상 내보내지 않으면 강힘길드와 계속 함께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고 한다.

“보라하고, 미진이는요?”

“그 두 사람은 다른 길드 들어갔어.”

안보라와 최미진 둘 다 보조계열의 플레이어였다. 안보라는 버프, 최미진은 힐러였다. 둘 다 플레이어 중에서는 몸값이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둘 다 귀엽게 생겼고 각성 레벨 자체도 높아서 두 사람을 원하는 길드들이 많았다.

“그럼 두 사람은 안 오겠네요.”

“말도 마라. 보라 걔는 만날 전화해서 돈 안 줘도 좋으니까. 길드로 돌아오겠다고 난리다.”

“보라가요? 왜요?”

“또 거기서 치근덕거리는 놈들이 있나 봐. 우리 길드야 내가 못하게 막았지만 다른 길드에서도 그렇겠냐.”

“미진이는요?”

“미진이는 쉴 수가 없대. 돈 많이 준다고 해서 길드를 옮겼는데. 게이트 들어갔다가 나오면 바로 다음 일정이 잡혀 있고 그런단다.”

“하긴 힐러가 귀하니까요.”

“그러니까! 그래도 일은 쉬어가면서 하게 만들어야지. 이거 참······.”

얘기를 듣던 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갈 때까지 강힘길드가 어떻게 되든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 갈 길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 게이트에서 나와 다시 현실을 살게 되다 보니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강힘길드였다.

“그래서 형, 길드의 빚이 얼마예요?”

그러자 안미숙이 답을 해 줬다.

“빚은 없어.”

“빚은 없어요?”

“응. 있는 거 내가 다 처리했어.”

안미숙의 말에 박진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보아하니 안미숙이 그동안 벌었던 돈들을 강힘길드의 채무에 쓴 것 같았다.

“그럼 빚은 없고······. 운영비만 있으면 되는 거에요?”

“그래서? 네가 운영비 보태 주려고?”

그러자 안미숙이 바로 발끈했다.

“야! 너는 양심도 없냐?”

“그냥 해본 소리야.”

진우가 바로 말했다.

“아니요. 내가 운영비 지원해 줄게요.”

“뭐?”

“뭐라고?”

안미숙과 박진철이 동시에 대답했다. 진우가 별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거 팔고 나면 그 돈 가지고 뭐 하겠어요. 어떻게든 써야지.”

끼이이익!

갑자기 박진철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안미숙이 바로 짜증을 냈다.

“아이씨······. 뭐야!”

하지만 박진철의 얼굴은 심히 부드럽게 바뀌며 진우를 바라봤다.

“그럼 선생님 그 말씀은······ 저희 강힘길드에 투자를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남도 아니고, 한때 몸담았던 곳이잖아요. 그 정도는 해야죠.”

안미숙도 고개를 돌렸다.

“진짜······요?”

두 사람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 진우가 부담스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 진짜, 두 사람이 그러니까 꼴 보기 싫어서 못할 것 같은데요. 예전처럼 해주지 않을래요?”

“알았어. 알았어! 역시 우리 진우! 멋져!”

박진철이 환하게 웃으며 괜히 옆에 앉은 안미숙을 보며 말했다.

“안미숙 내가 뭐라고 그랬어. 진우는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

“누가 뭐래!”

안미숙도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잠시 멈췄던 차량이 다시 서울을 향해서 신나게 달려갔다.

가는 길에 박진철이 진우에게 물었다.

“진우야. 너 블랙마켓 처음이냐?”

“처음이죠. 제가 블랙마켓에 갈 일이 뭐가 있겠어요.”

강힘길드에 있을 때에도 아이템 처리는 박진철이 담당했었다. 그는 플레이어로서 등급은 좀 낮았지만 이런저런 잡다한 경험이 많았다.

그전에 속해 있던 길드에서 워낙에 밑바닥부터 고생을 해왔기 때문에 그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게다가 박진철은 수완도 좋고, 인맥도 넓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박진철이 나서면 수수료를 적당히 챙겨도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었다.

길드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길드에 위임을 하는데 보통은 중간업자를 통해 아이템들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아이템들을 일일이 팔기에는 여러 가지 절차들을 비롯해 할 일이 많았기에 그 일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중간업자를 통해 파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찮아서 다른 업자에게 맡긴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돈 몇 푼 더 받아보겠다고 발품 파는 시간에 게이트를 한 번 더 들어갔다 나오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중간 업자들을 배불리기 싫다며 직접 나서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대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다. 몬스터 부산물들은 종류마다 취급하는 업체들이 달랐다. 보배그룹처럼 몬스터 핵이 주력인 경우도 있고, 몬스터 가죽이 주력인 회사도 있고, 또 어떤 업체는 마법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취급하는 회사도 있다.

그런 것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처리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업자들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데, 그들은 마진을 남겨 먹기 위해서 시작가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그 물건을 매입하곤 했다. 때문에 수수료까지 제하고 나면 기대만큼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박진철은 본인이 플레이어 등급이 낮아 길드장으로서 길드 공략에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미안함 때문에 발품까지 팔아가며 소매상들에게 물건을 직접 팔았다.

박진철은 적은 양도 매입해주는 업체들과 직접 거래를 텄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꾸준히 거래를 해서 신뢰를 쌓고 그러면서 제값을 받아다 준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힘길드에 나오는 아이템들은 모두 박진철을 통해 거래가 되었다.

심지어 몇몇 중소길드조차 박진철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아이템들을 맡기기까지 했다.

강힘 길드에 있을 때 진우도 아이템은 박진철에게 넘겼다. 그러다가 진우가 군대에 가고 거기서 나온 아이템들은 행정보급관이 처리를 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진우가 아이템을 직접 처리할 일 자체가 없었고 당연하게도 블랙마켓에 갈 일도 없었다.

“야. 그럼 무기는?”

“네?”

“무기는 어디서 구입하는데?”

“어디서 구입하기는요. 아이템 거래소에서 사죠.”

그러자 박진철이 바로 말했다.

“와. 봐봐라. 미숙아. 금수저는 확실히 달라. 그렇지?”

안미숙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이템 거래소는 엄청 비싸잖아. 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30%는 더 받을걸?”

“게다가 수수료도 엄청 떼잖아.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돈지랄이지.”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품질보증도 확실하잖아요.”

“누가 금수저 아니라고 할까 봐. 말도 참······. 금수저스럽게 말을 하냐.”

“그러게.”

앞에 앉은 두 사람이 티키타카를 하며 말을 주고받았다. 진우가 인상을 살짝 썼다.

“아까부터 자꾸 금수저, 금수저 하시는데 저 금수저는 아니라니까요.”

“진우야. 너 정도면 금수저지. 물론 핵 금수저도 있고, 금수저 오브 금수저도 있지만 너 정도면 충분히 금수저가 맞아. 우리들에 비하면 말이야.”

조수석에 앉은 안미숙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나는 왜 고개를 끄덕거렸요.”

“진우야. 우리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아, 네네네. 알겠어요. 인정할게요. 그런데요. 보통 아이템은 아이템 거래소에서 사는 거 아니에요?”

아이템 거래소는 대기업에서 취급하는 일종의 쇼핑몰이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많은 업체들이 입점을 하는데 아무 업체나 받는 것이 아니었다. 품질이 확실하고, A/S는 물론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들만 입점할 수 있었다.

아이템 거래소에선 또한 그런 업체들끼리 비교분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용 후기도 올라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곳에서 거래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진철의 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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