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69화 (69/177)

〈 69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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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응?”

진우는 출입증을 발급해 주는 직원에게 물었다.

“물건을 팔러 왔는데 비용을 그렇게 많이 지불해야 됩니까?”

어차피 진우는 구매가 아닌 판매를 위해 여기에 온 것이었다.

“네. 구매자나 판매자나 똑같은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이거 뭐······. 다른 곳에서 팔아야 하나.”

잠깐 생각을 하던 진우가 박진철에게 말했다.

“형. 우리 그냥 딴 데로 가요.”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자고?”

“블랙 마켓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안 받으면 자기들만 손해죠 뭐.”

그러자 출입증을 발급해 주는 직원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고객님. 혹시 어떤 물건을 판매하시려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 직원은 진우를 깔보듯이 물었다. 한마디로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팔려고 그러느냐는 속내가 눈빛을 통해 드러났다.

“음! 이거 함부로 보여주면 안 되는데······.”

“네?”

“함부로 보여주면 안 된다고요.”

진우가 그 말과 함께 슬쩍 품에서 몬스터 핵을 내비쳤다. 순간 핵에서 영롱한 황금빛이 번졌다.

하지만 그 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여자 직원이 피식 웃었다.

“아······. B등급이네요.”

그 말에 진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이게 B등급으로 보여요?”

“네?”

“B등급으로 보이는구나······. 형. 가요. 여기가 무슨 블랙마켓이야. 핵 등급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걸.”

박진철 역시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 디카페인이 예전만 못하네.”

그들의 말을 들은 그 여자 직원이 당황했다.

‘뭐, 뭐지? 내가 분명 봤을 때 오렌지 색이었는데······. B등급이 아니라고? 그럼 설마······S등급?’

그 여자 직원은 말도 안 된다 생각하긴 했지만, 만에 하나 S등급인데 다른 곳에서 팔았다는 소문이 나면 오히려 자신이 큰일 날 것 같았다.

“자, 잠시만요!”

“네?”

“저희 매니저님을 불러드려도 될까요?”

“그러세요.”

여자 직원이 바로 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좀 더 예쁘장하게 생긴 매니저가 나타났다.

“오래 기다려서 죄송합니다. 아이템을 가져오셨다고요.”

“네.”

“그럼 제가 잠깐 봐도 될까요?”

“잠깐이면 괜찮지만······. 워낙에 비싼 물건이고 등급이 있는 거라서······.”

진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하며 품에서 핵을 꺼냈다. 매니저가 자신의 눈에 안경을 착용하고 그 옆에 있던 단추를 눌렀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안경에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핵을 스캔했다.

순간 엄청난 수치가 안경에 드러났고, S등급이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그것을 확인한 매니저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이, 이것은······.”

매니저는 곧바로 안경을 벗고 뒤에 서 있는 여자 직원을 봤다.

“민영 씨. 이분들 어디까지 도와드렸죠?”

“네? 출입증 새로 발급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러자 매니저가 이맛살을 확 찌푸렸다.

“민영 씨! 고객님을 봐 가면서 출입증 발급을 해야죠. 이런 VIP분들에게 시간을 끌면 어떻게 해요.”

“죄, 죄송합니다.”

여자 직원이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매니저가 당당하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당장 이분들 출입증 끊어드려요.”

“알겠습니다.”

여자 직원이 후다닥 어딘가로 뛰어갔다. 매니저가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저희 직원이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지금 즉시 출입증을 가져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에······.”

진우가 대답했다. 그로부터 2분이 흘렀다. 조금 전 후다닥 뛰어갔던 여자 직원이 두 손에 쟁반을 든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 쟁반 위에는 황금빛이 감도는 출입증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여자 직원이 매니저에게 건넸다. 매니저는 그것을 받아 들고 출입증을 건넸다.

“이제 출입증이 나왔네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지금 건네 드린 출입증은 VVIP용입니다. 저희가 죄송한 마음에 따로 발급 수수료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궁금증이 생긴 안미숙이 물었다.

“이거 발급 수수료는 얼마에요?”

“VVIP는 모든 층을 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급 수수료가 좀 비쌉니다.”

“그래서 얼마인데요?”

이번에는 진우가 물었다. 매니저가 환한 미소로 답을 해 줬다.

“1억입니다.”

진우가 세 장의 황금빛 출입증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우씨! 세 장이니까. 3억이네.’

물론 그 수수료를 측정한 것은 디카페인에서 한 것이다. 어떤 기준인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모든 층을 다 들어갈 수 있다고 봤을 때 혜택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런데 고작 직원의 응대 실수를 가지고 3억을 쉽게 포기를 한 것이다. 그런 것을 봤을 때 디카페인도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걸 가지고 들어가면 됩니까?”

“네. 안에 들어가시면 전담 매니저가 따로 붙을 겁니다.”

“전담 매니저도 있어요?”

“네. VVIP 회원님들께는 당연히 전담 매니저가 동행을 합니다. 혹시 불편······하십니까?”

“아니요. 전담 매니저가 붙으면 저희들이야 좋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들어가시면 됩니다.”

매니저가 아주 공손하게 입구를 가리켰다. 진우를 비롯해 박진철, 안미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구로 향했다. 조금 전 길을 막았던 경비원이 말했다.

“출입증 발급받으셨습니까?”

“네.”

“그럼 출입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진우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황금빛 감도는 출입증 끼우며 싹 내밀었다. 순간 앞을 지키고 선 경비원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뒤에서 박진철과 안미숙이 똑같이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카드를 내밀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조금 전까지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경비원들의 허리가 90도 꺾였다. 그렇게 세 사람이 당당하게 블랙마켓 입구를 통과했다. 그때 뒤에서 경비원의 말이 들려왔다.

“다음부터 VVIP고객님께서는 이곳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로 입장 가능하십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우가 순간 휘청거렸다.

“아, 그, 그렇습니까?”

“네.”

경비원이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진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럼 편안한 쇼핑 되십시오.”

경비원의 힘찬 말에 진우와 박진철, 안미숙은 당당한 걸음으로 디카페인 안으로 들어갔다.

디카페인 안에 들어가니 안내원이 다시 한번 신원을 확인했다.

“입장하실 때 보여줬던 출입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금빛 출입증을 보여줬다. 안내원이 그것을 확인한 후 흠칫 놀랐다.

“어?”

그러곤 양해를 구하고선 서둘러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잠시 후 한편에서 단발의 여자 매니저 한 명이 달려왔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오늘 세 분을 안내할 담당 매니저 손미현입니다.”

담당 매니저 손미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곤 곧바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명함 뒤편에는 디카페인에서 일한 경력 사항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담당 매니저 손미현은 디카페인 입사 5년 차에 B등급 플레이어였다. 그 외 여러 가지 경력들이 적혀 있었다.

손미현이 진우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담당 매니저로 배정 받았을 때 미리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

진우 역시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혹시 세 분, 저희 디카페인은 처음이신가요?”

“저는 예전에 몇 번 와 봤어요.”

박진철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실제로는 한번 와봤지만, 박진철이 어깨를 으쓱하며 괜히 허세를 부렸다.

“아. 그러시구나. 언제쯤 방문하셨어요?”

“한 3~4년 되었나?”

박진철의 말에 손미현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저희가 1년 전에 내부공사를 해서 매장의 위치라든지 좀 바뀌었어요. 그래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내를 해드려도 될까요?”

그녀 역시 플레이어였지만 철저히 상업적인 자세로 물었다. 진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해 주세요.”

손미현이 매우 공손한 자세로 손을 뻗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실까요.”

손미현이 가장 먼저 안내를 한 곳은 식당가였다. 안미숙이 식당가를 훑어보더니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 저기 L햄버거 있다. S웨이도 있는데!”

디카페인 안에는 온갖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있었고 몬스터 특산물 요리점까지 다 있었다.

“진우야. 우리 뭐 좀 먹고 하면 안 될까?”

“그럴까요?”

그러자 박진철이 끼어들었다.

“자기야. 저것부터 빨리 처리하고 그래야 편하지.”

안미숙이 바로 진우를 보며 말했다.

“진우야. 미안! 누나가 너무 배가 고팠나 보다.”

“아니에요. 먹고 가요.”

그러자 손미현이 입을 열었다.

“저기 먼저 죄송합니다. 일단 가지고 계신 물건은 매매하러 오셨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혹시 가지고 오신 물건이 고가라면 보관함을 이용하시거나 먼저 물건을 처분하시고 쇼핑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경비원들도 많지만 워낙에 이용객들이 많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개인 소지품은 일단 개인이 지키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손미현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디카페인은 블랙마켓이다. 안 좋게 말하면 암시장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본인의 물건은 본인 스스로 지켜야 했다.

예전에 듣기론 물건을 팔고 몸을 돌리자마자 돈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물건을 팔기 직전에 누군가가 스틸을 해간다거나 이러한 문제들이 블랙마켓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고 했다.

물론 디카페인에서는 그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숙이 누나 좀 참을 수 있겠어요.”

“으응. 난 괜찮아. 그냥 갑자기 냄새를 맡아서 좀 못 참았다.”

그런 안미숙을 두둔하듯 박진철이 슬쩍 말했다.

“이야. 여기 진짜 먹을 것이 많다. 우리 길드 앞에서 좀 생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진우가 피식 웃으며 손미현을 봤다.

“그럼 물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네. 절 따라오십시오.”

손미현이 움직이자 그 뒤를 세 사람이 따라 움직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쇼핑센터였다. 각종 아이템을 많이 팔고 있었다. 안미숙이 슬쩍 물었다.

“혹시 여기 스킬북은 몇 층에 있어요?”

“고객님 스킬북은 4층입니다.”

박진철도 물었다.

“보호 장비는 어디 있나요?”

“보호 장비는 등급에 따라 다른데 B등급 이하는 2층과 3층에 있고, A등급 이상은 5층부터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박진철이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돈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구입을 할 수 있는 것은 B등급 이하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박진철의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없는 것을 티를 낼 수 없기에 입으로 괜히 중얼거렸다.

“5층이구나. 5층부터······.”

그렇게 세 사람은 5층을 지나서 6층에 올라갔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응?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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