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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71화 (71/177)

〈 71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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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호가 확인해 본 결과 자신이 본 S등급의 핵은 한 달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조세호가 다시 자리로 와서 앉았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진우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S등급 핵을 어떻게 얻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진우가 조세호를 빤히 쳐다봤다. 조세호는 진우의 눈빛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조세호도 나름 A등급에서도 수준이 있는 플레이어였다. 물론 S등급의 플레이어들에게 조세호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어지간한 A등급은 조세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게다가 조세호가 있는 이 방은 온갖 아이템들로 보호가 되어 있다. 소란을 피워 낭패를 당하는 이들이 꽤나 많았다.

그 소문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감히 조세호에게 함부로 굴지 않았다.

물론 제 잘난 맛에 사는 S등급 플레이어들은 다르지만······.

그러나 진우는 그런 조세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것까지 물어봐요?”

“죄송한데 최근에 S등급 게이트가 나왔다는 정보가 없어서요. 제가 방금 확인한 바로는 한 달이 안 된 핵 같은데요.”

“한 달도 안 되었어요. 사흘?”

“네? 사흘 전에 S등급 게이트를 공략하셨단 말입니까?”

“아.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다운 게이트에서 얻었습니다.”

“아, 다운 게이트······.”

조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혹시 어느 게이트에서 나왔습니까?”

“개미굴에서 얻었습니다. 그곳 개미굴에서 나온 여왕개미 핵입니다.”

“그럼 속성은······.”

“속성은 어둠 속성이었던 것 같아요.”

게이트마다 고유 속성이 있다. 그 속성에 맞게 몬스터들이 출연을 한다.

어둠 속성은 공략하기 어렵고 또 한편으로는 아이템들이 고가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세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우가 만만한 인물이었다면 좀 더 캐물어봤겠지만, 진우의 저 담담한 모습을 보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물건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세호는 두 번째 방법을 썼다.

“죄송하지만 신원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원 확인요?”

진우의 시선이 곧장 박진철에게 향했다. 이곳에서는 신원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신원 확인을 한다는 것이 웃겼다. 진우의 시선을 받아 곧바로 박진철이 입을 열었다.

“뭔가 좀 이상하네요. 저희는 비밀이 보장된다고 해서 이곳으로 왔는데요.”

“물론 매매가 이뤄지고 난 후에는 비밀 보장이 됩니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도 사고 물품은 문제가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원은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우의 신원이야 당연히 확실하다. 그러면 그딴 것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조세호는 진우의 신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뉴스에서 진우에 대해서 수없이 나왔지만 얼굴이나 사진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강원도 지역에서나 진우가 누군지 알지, 서울에서까지 진우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강원도 근방에서야 그레이 게이트에 관해 왁자지껄할 뿐이지 서울은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조세호도 머릿속에서 진우라는 기억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진우는 살짝 못마땅했지만 입을 열었다.

“이진우입니다. 강원도 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계급은요.”

“소령입니다.”

“소령요?”

“제가 진급이 좀 빨라서요.”

“아······. 그럼 제가 다시 확인을 하고 오겠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간 조세호는 그 자리에 멈춰서 고개를 갸웃했다.

“진우? 잠깐만······.”

조세호가 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순간 잠깐 잊고 있었던 그레이 게이트 사건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직원을 보며 물었다.

“그 그레이 게이트 말이야.”

“그레이 게이트요? 아, 강원도에서 벌어졌던······.”

“그래. 거기 생존자 이름이 뭐였지?”

“진수? 그랬던 것 같은데요.”

“진우 아니야?”

“아, 진우! 네, 맞는 것 같아요.”

“확인해봐.”

직원이 곧바로 확인을 했다.

“네, 맞습니다. 이진우 대위.”

“대위? 소령이라고 하던데.”

“제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직원이 단말기를 눌러 확인했다.

“최근에 진급했다고 하네요.”

“혹시 말이야. 사진 있어?”

“사진은 없습니다. 아마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플레이어다 보니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진우 소령 공략한 게이트가 있는지 찾아봐.”

“네. 잠시만요.”

또다시 단말기를 조작한 직원이 바로 말했다.

“3일 전에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갔었네요.”

“3일전? B등급 게이트?”

“네.”

“뭔데?”

“개미굴이요.”

“알았어.”

조세호가 다시 들어갔다. B등급 게이트에 다운 게이트였다.

‘거기서 S등급 몬스터가 다운되어도 A급일 텐데······. 그런데 S등급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조세호가 생각을 해봐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가서 물어봤다.

“신원 확인은 끝이 났는데요. 제가 확인한 바로는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가셨는데······.”

“어후, 그런 것도 나와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신원을 철저하게 해야 해서요. 물건 이력 역시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진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블랙마켓인데 이렇듯 다 까발려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디카페인이 지금껏 살아남은 것도 철저한 관리 때문이었다.

“다음부터 다른 곳에서 거래를 해야겠네요.”

조세호가 흠칫 놀랐다.

“이번 한 번만 절차가 끝이 나면 다음부터는 그런 일은 없이 좀 더 간소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고객님의 정보가 너무 없다 보니까 이런 불편함을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그나마 조세호는 디카페인의 이사였다. 그가 직접 고개를 숙이니 나름 기분은 좀 풀렸다. 진우가 생각을 해봐도 믿기 어려운 말인 것 같긴 했다.

“네. 그래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제가 알기로는 그 게이트 B등급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진우가 슬쩍 조세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히든 게이트······. 거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조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갔는데 히든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건가? 그런데 이게 가능한 건가?’

조세호는 속으로 생각하며 가만히 진우를 바라봤다.

‘하긴 저렇게 확신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게다가 그레이 게이트 생존자인데 몰래 물건을 훔치거나 하지는 않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한 조세호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물건은 판매 하실 생각이시죠?”

“네. 해주세요.”

“일단 저희가 측정한 물건 가격은 천오백억입니다.”

그 말에 박진철이 깜짝 놀랐다.

“흐익······.”

안미숙도 들고 있던 쿠키를 뚝 하고 떨어뜨렸다. 하지만 진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금액보다는 좀 높아서 조금 놀랐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는 듯 말했다.

“천오백억이라······.”

옆에 있던 박진철이 귓속말로 말했다.

“야. 무조건 한다고 해. 무조건 팔아!”

“······.”

진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세호 역시 아직 말이 끝나지는 않았다.

“아······. 오해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만 매입은 천오백억이지만 이용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아이템 세금은 30%구요. 수수료는 등급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는데 고객님의 등급이 VVIP고 그에 따라 수수료는 3%입니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고객님께서는 오늘 처음 거래를 하셨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따라 10%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가만히 듣던 박진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가만, 어디 보자······. 천오백억에서 세금 30% 떼고, 수수료 10% 떼면?”

손가락까지 동원해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안미숙이 툭 치며 말했다.

“900억이잖아.”

“900억? 그 정도면 뭐······.”

박진철이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은 금액인 것 같았다. 진우가 조세호를 보며 말했다.

“듣기론 신분보장도 해준다고 하던데요.”

“신분보장을 원하시면 50억의 이용료가 들어갑니다.”

“50억요?”

“네. 혹시나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만 만에 하나 이 물건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님에 대한 신분보장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점은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괜찮아요. 문제 있는 물건이었으면 여기까지 가지도 오지도 않았죠.”

“네. 그럼 신분보장까지 처리해 드립니까?”

“네.”

그럼 다 해서 850억이라는 거금이 손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조세호가 담담히 말했다.

“850억인데 이거 어떻게 처리해 드릴까요?”

진우가 박진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진철이 바로 나서서 말했다.

“저기 게이트 뱅크에 비밀 계좌 하나 개설해 주세요.”

게이트 뱅크는 세계적인 은행이었다. 게이트와 관련된 물건을 매입하거나 판매할 때 플레이어들이 주로 이용한다.

본사는 스위스에 있다.

특히나 게이트 뱅크가 특별한 것은 비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신용이 탄탄해서 전 세계 어디든지 결제가 되었다.

“게이트 뱅크 비밀 계좌 같은 경우는 계좌 개설비가 50억 정도 필요합니다.”

박진철이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으메. 50억이나요? 무슨 계좌을 개설하는 데 50억이나 필요해요?”

“아시다피시 비밀유지가 필요해서요.”

그러자 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진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자 조세호가 입을 열었다.

“혹사 다른 방법이 있는데 제가 말씀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방법요? 그게 뭔데요?”

“네. 5년간 200억 이상을 유지하시면 계좌 발급비가 공짜가 됩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200억이요? 네. 뭐 그렇게 하죠. 어차피 850억이 들어가면 650억은 쓸 수 있잖아요. 그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조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조건을 유지하면 저에게 소정의 수수료가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제가 소개를 해드린 꼴이 되니까요. 괜찮으실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이사님도 고생하셨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조세호가 자신의 책상으로 뭔가를 조작했다. 그로부터 약 10여 분이 흐른 후 조세호가 왔다.

“여기 비밀 계좌는 개설했고요. 카드는 저희가 발급해 드린 VVIP 출입증 카드로 연동해 드렸습니다. 비밀번호는 설정해 주십시오.”

조세호가 자신의 손에 들린 단말기를 내밀었다. 진우는 그 단말기를 들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여기요.”

“네,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바로 디카페인을 나가시겠습니까? 그러시다면 따로 뒷문으로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저희들 쇼핑도 좀 하고 식사도 할 생각입니다.”

“네. 그럼 밖에 나가면 매니저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저희 디카페인 많은 이용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조세호가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진우가 나가 다음에 자신의 책상으로 온 조세호가 수화기를 들어 다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그래 조 이사. 오랜만이야. 이렇게 전화한 것으로 보니 좋은 물건이 들어왔나 보군.

“네. 정말 좋은 물건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 그게 뭔데?

“S등급의 핵이고요. 순도 50%가 넘습니다.”

-뭐라고! 그런 것이 나오다니······. 알았네. 내 금방 가지.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조세호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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