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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73화 (73/177)

힘을 숨긴 귀환자 73화

09. 현질의 맛(2)

박진철이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

“정식 코스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챙겨서 갔다. 그렇게 주문한 모습을 본 사람들이 불편했던 시선들을 거두었다.

솔직히 이 식당이 아무나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입구에서 거를 사람은 거른다. 그런데도 들어온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돈이 있다는 얘기였다.

비록 행색이 좀 비루해 보여도 말이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테이블 가득 음식들이 채워졌다.

안미숙은 음식을 한 입 먹고 난 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와, 진짜 맛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 녹아. 그렇지, 자기야.”

“응, 완전 맛나네. 그래, 음식은 자고로 이래야지.”

두 사람은 연신 중얼거리며 밥 먹는 것에 집중했다.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이 살짝 부끄러웠지만 모처럼 만에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을 즐겼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7층에 도착을 한 후 쇼핑을 시작했다.

박진철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일단 내 방어구부터 사자.”

박진철의 현재 플레이어 등급은 B등급이다. B등급 이하의 물건들은 주로 아래층에 몰려 있었다.

어차피 올라가는 길에 박진철부터 사고 올라가는 것이 편했다.

진우도 박진철을 따라 움직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상품이 나왔습니다. 확인들 하세요.”

“어이쿠야. 고객님. 혹시 탱커분이십니까? 그렇다면 이것 한번 봐 주세요. 이번에 나온 신상품입니다. 딱 봐도 멋지지 않습니까?”

박진철이 그것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네. 잘 봤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는 그 사람을 지나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가 향한 곳은 할인 코너였다.

무기나 방어구들을 잔뜩 모아두고 팔리지 않는 아이템들을 한곳에 모아 싸게 파는 그런 곳이었다.

진우는 그런 박진철을 보며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형!”

“응?”

“왜 할인 코너로 와요?”

“진우야. 어차피 방어구는 다 거기서 거기야. 그리고 어차피 내구도가 있어서 시간 지나면 못 쓸 텐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사냐. 그냥 내 주제에 맞게 적당한 거로 사면 돼.”

만일 예전이었다면 박진철의 말에 동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나온 진우는 방어구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진우가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돈을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은 무기, 즉 A등급 단검이었다.

그 단검이 다른 등급에 비해 무척이나 비싼 것이었다. 절삭력 강화 버프가 있었고, 쉽게 파괴되지 않는,이라는 옵션까지 붙어 있었다.

쉽게 파괴되지 않는 옵션은 아예 파괴되지 않는단 뜻은 아니었다. 급이 다른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 간혹 파괴가 되긴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파괴되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의미였다.

진우도 만약에 무기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를 한 것이다.

만약 그 단검이 없었다면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템 옵션이 아니라 가격을 보며 비교하는 박진철을 보며 답답함이 느껴졌다.

“형. 필요한 것이 뭐예요?”

“그냥 방어구…….”

“세트로 안 사고?”

“세트는 비싸.”

“비싸도 세트가 낫죠.”

“낫긴 뭐가 나아? 요새 누가 게이트 처음 들어가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트로 장착을 하니. 요새는 그렇지 않아, 그렇지 미숙아?”

“그럼! 요즘은 개성이야. 세트 옵션도 좋지만 솔직히 가격에 대비해 세트 옵션이 비싸잖아. 그런 면에서는 효율적으로 개성 있게 착용하는 것이 좋지.”

안미숙은 박진철의 말에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진우는 그 말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두 사람이 길드 운영비나 그 외 대출이자까지 생각해 자신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낀다고 생각했다.

‘하아, 그냥 저대로 뒀다가는 얼마 쓰지도 못할 방어구를 살 것이 분명해.’

진우는 속으로 생각을 한 후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그때 저만치 괜찮은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괜찮을 것 같아 디자인에 이끌려서 갔는데 종업원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P&P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P&P?”

진우의 시선이 상표로 향했다. 그곳에는 피스 앤 플레이스라는 영어가 박혀 있었다

P&P는 평화그룹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평화그룹은 대한민국의 5대 그룹 중 하나였다.

평화그룹은 주로 아이템 사업을 통해 크게 성공을 거두었는데 방어구 쪽에서는 싸울 자가 없었다.

방어구 쪽은 평화그룹이 거의 독보적이었다.

진우가 그곳의 방어구를 살폈다.

“이거 이번에 나왔어요?”

“네. 신상입니다. 고객님께서 직접 착용하실 겁니까?”

“아뇨, 저 말고 아는 사람이 착용할 건데요. 이거 세트 아이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종업원은 진우의 말에서 분명 이 방어구를 구입할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꼭 팔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방어구 아이템을 설명했다.

“이것이 갑옷이고, 팔 보호대, 다리 보호대, 투구 이렇듯 4종류가 있습니다. 이렇듯 세트 아이템인데 다 착용을 하시면 추가적으로 방어력이 200% 상승합니다.”

“오우, 장난 아닌데요.”

“네. 그 외 추가적으로 유용한 옵션들이 많이 붙어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종업원이 그 방어구 아이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진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살폈다.

확실히 다른 아이템들은 디자인만 추구해서 옵션이라든지 방어에 대해서 약간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화그룹의 방어구는 확실히 기본에 충실했다. 그렇다고 디자인이 많이 후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단단한 이미지 때문에 진우의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진우가 찬찬히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다 해서 얼마예요?”

“기본적인 갑옷만 하시게 되면 금액이 5억 원이고요. 세트로 다 하시게 되면 10% 할인해서 15억입니다.”

“15억…….”

진우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때 박진철과 안미숙이 다가왔다.

“진우야. 거기서 뭐 해.”

“형. 이리 와봐요.”

“왜?”

“이거 어때요?”

진우가 갑옷을 보여줬다. 박진철이 쭉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살 거야? 괜찮아 보이네. 여기 P&P지? 역시 잘 빠졌네.”

안미숙도 방어구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디자인이 별로네.”

“자기야. 게이트에 디자인을 왜 따져!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가 디자인 예쁘다고 안 때리고 디자인 구리다고 안 때리겠냐.”

“누가 뭐래? 나는 좀 별로라서 그래. 그런데 진우는 사게?”

“네. 이상해요?”

“너한테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진우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럼 진철이 형은 어때요? 어울릴 것 같아요?”

“진철이? 으음…….”

안미숙은 박진철이라는 말에 손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을 했다. 그리곤 이내 빙긋 웃었다.

“우리 자기야 뭘 입어도 괜찮으니까. 멋지잖아.”

“와, 이제 아예 대놓고 꽁냥짓을 하시겠다.”

“뭐? 이 나이에 연애하는 것도 서러운데 꽁냥짓도 못해?”

두 사람은 진우보다 10살이 많았다. 35살에 연애를 해도 몇 번은 더 했을 나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일찍 결혼하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게이트에 들어가면 목숨의 위협을 수없이 느낀다. 그래서 일찍 가정을 꾸려 생활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두 사람은 벌써 결혼을 했고, 애도 한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할 나이였다.

한데 두 사람은 이제야 마음을 합쳐서 연애를 하는 중이었다. 늦게 불이 붙은 연애니만큼 엄청나게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더니…….”

“진우 뭐? 너 뭐라고 했니?”

“아, 아니에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두 분 행복하시라고요.”

“그렇지? 그런 말이었지?”

“네. 하하하…….”

박진철이 다가와 물었다.

“두 사람 뭔 얘기를 했어?”

“아니, 이 갑옷 말이야. 자기가 입으면 엄청 멋있을 것 같다고 했지.”

“아하. 그런 거구나. 뭐, 나쁘지 않네. 내가 입으면 딱일 것 같다.”

“그렇다니까. 자기는 핏이 좋아서 뭐든 다 어울려.”

“우리 미숙이가 제대로 봤구나.”

“나야, 항상 제대로 보지.”

두 사람의 꽁냥질에 진우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거참 두 분……. 검 들게 만드시네.”

진우의 손에 어느새 검이 들려져 있었다. 박진철이 바로 헛기침을 했다.

“어험……. 뭐.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자제 좀 하세요.”

“아, 알았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갑옷을 툭툭 쳤다.

“그것보다 이거 형이 해요.”

“응? 뭘 해?”

“이 갑옷, 형이 입으라고요.”

“뭐야. 나 사라는 거였어?”

“네.”

박진철의 시선이 종업원에게 향했다.

“이거 다 얼마에요?”

“세트로 하시면 15억입니다.”

박진철이 입을 쩍 벌렸다.

“허억…….”

안미숙도 마찬가지였다.

“대박…….”

아무리 통장에 100억이 들어왔다고 해도 15억을 한 번에 쓰는 것은 무리였다.

“진우야……. 이건 너무 비싸! 완전 과소비야.”

진우가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돈도 써본 사람이 쓴다고……. 어쨌든 형, 이거 싫어요?”

“야아……. 아껴야 잘 살지. 우리 이렇게까지 필요 없어. 딱 봐도 A등급 플레이어나 착용하고 다닐 것 같은데.”

거기서 종업원이 입을 열었다.

“아. 이 갑옷이 A등급 전용 제품이긴 하지만 B등급 플레이어도 언제든지 착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요?”

“네. 아시다시피 방어구 기술력은 P&P가 최고지 않습니까. 추가적으로 하위 등급의 플레이어가 장착을 하더라도 제 기능이 발휘하게끔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니 박진철도 욕심이 조금 생겼다.

일단 못 먹는 떡이라고 생각해 거의 포기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이 B등급인데도 이만한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메리트를 느꼈다.

‘사고 싶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 박진철이 재빨리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지. 15억이면 현재의 길드 15년을 운용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아끼고 잘 살면 1년 운영비를 1억으로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나간 애들까지 부르더라도 괜찮았다.

그렇게 되더라도 15억이면 3년 이상 알뜰하게 운용할 수 있다.

그 돈을 고작 B등급인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는 것은 너무 과소비인 것 같았다.

“좀 더 생각해 볼게요.”

진우가 바로 말했다.

“뭘 생각을 해요. 그냥 해요. 내가 사 줄게요.”

박진철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뭐? 사 준다고?”

“왜요? 싫어요?”

“정말이지? 정말 사 주는 거지?”

그러면서 갑자기 진우의 손을 꽉 잡았다.

“선생님. 제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에헤이. 형!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죠.”

“알았어. 내가 고마워서 그러지. 그런데 정말 이거 나 사 줄 거야?”

박진철은 어지간하면 양심상 빼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갑옷을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박진철이 갑옷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와, 이거…….”

“그렇게 좋아요?”

“이런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나 P&P 방어구 갖는 것이 소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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