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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77화 (77/177)

힘을 숨긴 귀환자 77화

10. 바로잡아야겠어(2)

“처음에는 모아둔 돈으로 버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삶이 힘들어지니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확인한 바로는 신화머니에서 다들 대출을 받은 모양이었습니다.”

“신화머니에서요?”

“네.”

그러자 최대근 중사가 입을 열었다.

“신화머니? 신화그룹에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신화그룹 이름을 막 갖다 쓰네.”

김철수 중사는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최 중사야. 무슨 멍청한 소리야.”

“왜?”

“신화머니가 신화그룹 계열사 중 하나야.”

“진짜? 무슨 대기업에서 사채업을 해?”

신화머니는 신화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가 맞았다.

신화 그룹의 방계 자식 하나가 신화 그룹에 돈을 빌려 만든 대부 업체가 신화머니였다.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생계가 힘든 가족들에게 신화머니가 먼저 접근을 했단 이 말입니까?”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이들이 은행권도 아니고 신화머니에서 다들 돈을 빌렸다는 것은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신화머니에서 왜?”

진우는 의문이 가득했다. 임백호 상사는 설명을 하나하나 했다.

“이것도 제 생각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블랙 게이트랑 신화그룹이 연관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으음…….”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것도 확실히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김철수 중사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신화머니가 말이 좋아 금융회사이지 따지고 보면 사채회사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에 대장이 나오면서 전부 다 죽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럼 분명히 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텐데요.”

최대근 중사가 김철수 중사를 보며 말했다.

“그거야. 보상금이 나오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야?”

“야. 행보관님 말씀 못 들었어? 지금 보상금에 대한 말이 안 나오고 있잖아.”

진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왜 보상금에 대한 얘기가 없지?”

진우는 갑자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분명 다 죽었다고 했고, 실종자는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보상금 지급에 대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자 임백호 상사가 입을 열었다.

“대장. 아무래도 책임소재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지금까지는 대장이 인솔을 잘못해서 다 죽은 것이라 말들이 나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장이 나와서 블랙 게이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말을 했지 않습니까.”

“…….”

원래 블랙 게이트에서 그레이 게이트가 되면서 11사단에서는 모든 것을 진우에게 덮어씌우려고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가 된 상태였다.

원래 게이트 내부에서 잘못되면 책임자에게 모든 것을 다 떠넘기기에, 진우가 제대로 통솔을 하지 못해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모든 인원들이 사망했다는 시나리오를 다 짜 놓았는데 진우가 살아서 나왔다.

그런데 진우가 한 명 한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더군다나 그 모든 것을 조합해 보면 진우에게 뒤집어씌울 만한 거리가 없었다.

그들이 들어갔던 그 블랙 게이트는 애당초 그만한 인원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이트였다.

게이트 추정 난이도가 거의 S등급이었는데, 고작해서 B등급 플레이어들 이렇게 집어넣었다는 것은 그냥 게이트 안에서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고 나니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데 11사단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고, 게이트 관리소에서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 책임을 져야 이 문제를 처리를 해야 하지만, 모든 이들이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게이트 관리소는 게이트 공략과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군대는 그렇지 않아도 최상급 게이트는 무조건 대형 길드에게 넘겨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실정에, 여기서 괜히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해 버리면 앞으로 A등급 이상의 게이트는 전부 다 빼앗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서로서로 눈치 게임을 하다 보니 중간에 낀 각성 플레이어들 가족들만 곤란해지고 있었다.

“와, 그럼 다들 난리 난 것 아닙니까.”

최대근 중사의 말에 임백호 상사가 말했다.

“그러진 않을 거야. 신화머니에서도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거야. 추후에 받을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채무를 정리하겠지.”

김철수 중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너무 희망적인 얘기이지 않습니까. 말을 들어보니 얘네들 쌩 양아치들이나 다름이 없던데요. 그냥 대기업에 속한 계열사인 뿐입니다.”

최대근 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진우가 공감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임백호 상사를 보며 말했다.

“보통 생활비가 얼마나 듭니까?”

“일반인들은 가족들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한 가족당 200만 원 정도는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만 원요.”

그러자 최대근 중사가 말했다.

“200만 원 가지고 어떻게 생활합니까. 가끔 치킨도 시켜 먹고 그러려면 3백이나, 4백 정도는 있어야죠.”

김철수가 바로 말했다.

“너는 날마다 치킨을 먹냐. 백만 원 추가하면 치킨이 몇 마리인데.”

게이트 세상이 되었다고 해서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오르진 않았다.

물론 초반에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는 치킨 한 마리당 몇십만 원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게이트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할 때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게이트 이전보다는 물가가 조금씩 오른 편이긴 했다.

하지만 게이트 세상이 되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이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민간인 세상이 있고, 게이트 관련 세상이 따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현재 치킨 가격도 한 마리당 3만 원 정도였다. 진우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한 가족당 생활비 5백 정도면 괜찮을까요?”

“평균치로 따지면 그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대장이 어떻게 해 보시려고요?”

진우가 피식 웃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 오늘 가서 물건 팔아온 것 말입니다. 그것도 무려 S등급 핵 말입니다. 급한 대로 그 돈으로 어떻게 해결을 해봐야죠.”

“오오, 대장! 진짜 그 돈 내놓으시게요?”

“그럼 이거 팔아서 혼자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어?”

“네. 저는 뭐 대장이 그렇게 살고 싶은 줄…….”

그 순간 진우의 따가운 눈초리를 본 최대근 중사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헤헤헤, 농담입니다. 농담! 당연히 알고 있죠. 우리 대장이 얼마나 멋있고, 정 많은 사람인지. 그러니 다들 대장에게 가족들을 부탁한 거잖아요.”

김철수 중사가 바로 눈치를 줬다.

“에이, 그 소리는 왜 해!”

김철수 중사는 말을 하면서 슬쩍 진우를 살폈다. 게이트에 들어갔던 이들은 마지막 순간 죽기 직전 숨이 붙어 있을 때 하나같이 진우에게 가족을 부탁한다고 말을 했었다.

진우는 그 모든 사람들을 기억 속에 남겨 뒀다. 그래서 진우는 매일 밤 악몽을 꿨다.

“아무튼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제 통장에 635억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200억은 뺄 수 없고요. 나머지 435억을 어떻게든 해보죠.”

“대장 강힘길드 운영비 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운영비? 그거야 오늘 수수료 준 돈으로 어떻게든 좀 버티겠지. 그리고 또 게이트 뛰면서 부족한 돈 모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그럼요. 여기 A등급 셋에, S등급 한 명인데요. 놀면 뭐 합니까? 던전이나 돌아야지.”

“그것도 그렇네.”

임백호 상사가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그러면 말입니다. 이 일이 정리될 때까지 아예 고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도움을 주고 말면 다시 또 사채를 쓸 겁니다.”

“그럼 이 일은 누가 할 겁니까?”

임백호 상사가 먼저 손을 들어 말했다.

“저는 빼주십시오. 아무래도 저는 군부대를 조사해야 되어서…….”

임백호 상사만큼 군대에 대해서 많이 알고 발이 넓은 사람이 없었다. 똑똑하기로는 김철수 중사지만 그는 군 생활이 짧다. 게다가 아는 사람도 없고 말이다.

“그럼 최 중사가 하면 되겠네요.”

최대근 중사가 바로 발끈했다.

“왜 나를 껴!”

“그럼 뭐? 너는 논다고?”

“그건 아니고 나는 좀 놀면 안 되냐?”

“대장! 나 얘 때리면 안 됩니까?”

“그래, 시발! 붙어!”

두 사람이 대치를 하자 진우가 바로 기운을 흘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 기운을 느끼자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김철수 중사가 슬쩍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행보관님.”

“응?”

“행보관님께서 부대 들어가셔서 우리 세 명 빼고 997명 가족 리스트 뽑아서 주십시오.”

“어, 그래. 가족 명단하고 보내면 되는 거지?”

“네. 그렇게 하면 제가 싹 정리해서 최 중사랑 돌겠습니다.”

“돌아? 뭘 돌아?”

최대근 중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뭘 돌긴 뭘 돌아! 일일이 가족들 찾아서 돌아야지. 생활비를 줘야 할 것 아니야.”

“김철수 미쳤냐? 요즘 같은 생각에 직접 만나서 전달한다고?”

김철수 중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야말로 생각이 없냐? 우리가 만약에 돈을 계좌이체 해서 줘봐!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찾을 것 아니야. 만약 이 일이 진짜 신화그룹과 연관이 되어 있어 봐.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 찾다 보면 결국 우리까지 들킬 것 아니야. 그러니 우리는 현금으로 찾아서 직접 전해줘야 한다는 거야.”

“와, 거의 천 가구야! 한 달에 한 번씩이면 몇 집을 돌아야 한다는 거야?”

최대근은 안 되는 머리로 열심히 계산을 했다. 손가락까지 꺼내 들며 계산을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김철수가 말해줬다.

“하루에 서른 곳만 돌면 되겠네. 대충……. 너하고 나하고 열다섯 곳씩 말이야.”

“야! 그게 말이 되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부 다 부대 근처에 살고 있잖아. 그런데 뭐가 어렵다는 거야?”

“부대 근처에 안 사는 사람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 그리고 너랑 나랑 A등급으로 올라가면서 움직이는 것이 예전보다 몇 배는 빨라졌어. 그런데 그 정도도 못 움직일 것 같아?”

“하아……. 내가 이러려고 블랙 게이트에서 나온 것이 아닌데…….”

“야, 최대근!”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살짝 미안해했다.

“일단은 대출금부터 갚게 하자. 신화머니와 엮인 것을 끊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네.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해서 최종 대출금이 얼마인지 나에게 말해줘. 급한 것부터 빨리빨리 처리해 버리게.”

“알겠습니다.”

진우가 임백호 상사를 봤다.

“그리고 행보관님은 부대에서 조사 좀 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최대근 중사가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일 얘기는 끝난 거죠?”

“어후, 넌 그렇게 술이 먹고 싶냐?”

“너도 말은 하면서 계속 시선은 소주병에 향해 있었거든.”

“내가 언제!”

“그만들 좀 해!”

임백호 상사가 다시 한번 말하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문 채 서로 쳐다보며 으르렁거렸다. 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주를 들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모였는데 소주 한 잔씩은 하자고요. 우리 정말 그랬잖아요. 여기 살아 나가면 술이나 한잔하자고 말이에요.”

“그랬죠.”

“맞습니다.”

“정말 그랬었죠.”

다들 소주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우가 소주 뚜껑을 딴 후 각자 따라줬다.

“그리고 우리 이 일을 마무리 지은 후에 또다시 한 잔씩 하자고요. 그때는 진짜 거하게 먹자고요.”

“네.”

그렇게 네 사람이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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