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82화 (82/177)

힘을 숨긴 귀환자 82화

10. 바로잡아야겠어(7)

박대수 소장이 마나탐지기를 꺼내 게이트 마나를 탐지했다. 측정기에 표기된 마나 지수는 160이 나왔다.

“지난번보다는 좀 더 높은가?”

박대수 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곤 주위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도 군부대인 것 같은데…….”

GPS를 켜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군부대 지역 안에 있었다.

“그러네. 이야, 요즘에는 무슨 게이트만 열렸다 하면 다 군부대 지역 안에서 생성되네. 군부대에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박대수 소장은 장비를 챙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대수 소장의 현장실사결과를 게이트 탐지 연구소를 통해 11사단 게이트 관리과로 넘어갔다.

“과장님.”

“어?”

“새로 게이트가 생겼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뭐라고? 게이트가 또 생겨?”

“네.”

“아니, 게이트는 잘 해야 한 달에 한 개 정도 생기지 않아? 이렇듯 1주일 사이로 생기는 법은 없었잖아.”

게이트가 생성된 지역에 추가 게이트가 생성되기까지는 보통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의 게이트가 이미 주변의 마나를 흡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주변으로 새 게이트가 열릴 마나가 남아 있지 않은 탓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생긴 것은 뭐였냐?”

“개미굴 말입니까?”

“그래. 개미굴. 그거 이 소령이 처리했지?”

“그렇습니다.”

“이 소령이 공략할 때 얼마나 걸렸다고 했지?”

“제가 알기로는 하루도 안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야. 그래서 그런가?”

“네?”

“게이트를 빨리 공략하고 그러면 더 센 게이트가 생긴다고 하거든.”

“그거 미신 아닙니까?”

“미신이라니! 아무튼 B등급 게이트 들어갔으면 1주일쯤 고생하면서 깨고 그러면 좀 좋아? 어떻게 반나절 만에 공략하고 나오냐. 이해가 안 되네.”

김인호 대위가 자료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과장님.”

“응?”

“이 소령 말입니다. 알려진 것보다 등급이 좀 더 높은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고.”

“막말로 소문에 의하면 이 소령이 동료들을 희생해서 힘을 키웠다는…….”

“야이씨!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지금 자네가 하는 말 엄청 위험한 말이야. 그리고 이 소령이 게이트 들어갈 때 S등급 플레이어였니? 꼴랑 B등급이었어. 그런데 무슨 동료들을 희생시켜? 말 같은 소리를 해.”

“하긴 그렇죠.”

“그리고 막말로 S등급 플레이어라도 몬스터 천 마리에게 둘러싸이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어. 플레이어는 신이 아니라니까?”

“그럼 어떻게 해석해야 됩니까?”

“블랙 게이트에서 1년 동안 생활하고 탈출했다고 하잖아. 그럼 그 안에서 무시하지 못할 경험은 기본이고. 특히 스킬 숙련치가 올라가겠지.”

“그럼 등급도 오르지 않습니까?”

“아니야.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스킬 숙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꼭 플레이어 등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어. 그리고 플레이어 등급과 상관없이 엄청 센 애들도 많고.”

“아, 그렇습니까?”

“그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 있잖아. 걔네들 등급에 비해서 훨씬 세. 그러니 비싼 돈을 주고 용병으로 써 먹는 거지. 딱 자기 등급만큼만 센 플레이어들은 그 정도 돈만 받는 거고 등급에 비해서 실력이 좋으면 따로 웃돈을 받으려고 길드 활동을 안 하고 독고다이로 뛴다더라.”

“아……. 저는 몰랐죠.”

“좀 알아라. 그리고 경고하는데 너 어디 가서 이진우 소령에 대해서 헛소리하지 마.”

“안 합니다.”

김인호 대위가 찔끔했다. 장석준 소령이 다시 경고를 날렸다.

“안 하긴 뭘 안 해. 그리고 너. 이진우 소령 지금 우리 사단장님께서 끼고 도는 거 알지?”

“그렇습니까?”

“그래. 어쩌면 사단장님께서 영전하시면 이게 다 이진우 소령 때문일 건데 너 괜히 말 잘못 했다가 모가지 날아간다.”

장석준 소령이 손으로 목을 그으면서까지 경고를 날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 보고서 지금 당장 사단작전과로 보냅니까?”

“작전과? 아니, 안 그래도 사단장님께 연락이 왔는데 앞으로 게이트 관리자료들은 바로 각성부대 작전과로 보내라고 하셨어.”

“어? 지금까지 그렇게 안 했는데 말입니다.”

“안 했는데 이제부터 그렇게 하라고. 사단장님 특별지시라고! 그러니 그냥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좀 가지고 있다가 넘겨.”

“……네?”

“너 일하는 게 재밌냐? 지난 게이트 첨부 문건도 아직 다 안 만들었는데 일거리를 더 늘리고 싶어?”

“아, 아닙니다.”

그날 새로 생성된 게이트의 자료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각성부대 작전과로 넘어갔다.

다음 날.

임경식 중령이 아침 일찍부터 진우를 찾았다.

“이 소령. 휴가는 잘 다녀왔어?”

“네. 휴가는 잘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부대장님. 너무 자리를 비우시는 것 아닙니까?”

진우의 한마디에 임경식 중령이 껄껄 웃었다.

“너무 구박하지 말게나.”

“제가 또 무슨 구박을 한다고 그러십니까?”

“알잖아. 나도 바늘방석인 거. 나라고 이 자리에 있고 싶어서 있겠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나도 힘들다, 힘들어.”

솔직히 임경식 중령이 부대 관리를 너무 안 해서 총대를 메고 뭐라도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렇듯 앓는 소리를 하니 진우도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다고 상관이 푸념을 하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기에 적당히 그 말을 받아주었다.

“그러십니까? 힘드시겠습니다.”

“자네는 결혼 아직도 안 했지?”

“저 결혼했으면 부대가 벌써 난리가 났겠죠.”

진우가 만약에 결혼을 했다면 진우의 아내가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게이트에 집어넣느냐며 부대로 찾아와 난리를 쳤을 것이다.

실제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각성 병사 가족들은 대부분 각성부대까지 찾아와 울고불고했다.

그 일을 거의 3개월 가까이 임경식 중령 혼자 겪었다. 그가 바로 각성부대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때를 생각하니 임경식 중령의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다.

“물론 게이트에 들어가 고생한 자네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죽은 병사들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사람이 할 일은 못 되더라.”

“그렇죠.”

진우가 그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네에게 가족들이 찾아온 적은 없나?”

“네? 저한테 말입니까?”

“그래.”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아직은 제가 부대에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당연히 찾아올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아무도 안 와서 뭔가 이상해. 다 같이 안 오기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말이야. 오랜만에 게이트 들어가 보니 어땠나?”

“뭐, 게이트 등급 가지고 장난친 거 외에는 괜찮았습니다.”

“크흠. 미안해. 나도 나중에서야 들었어.”

“정말입니까?”

“알잖아. 내가 무슨 권한이 있나. 솔직히 말해서 나나 사단장님이나 아싸인 건 마찬가지야. 그나마 사단장님은 계급이라도 높지. 나는 뭐 만년 중령에 진급도 보장 못 받고 있잖아. 별은커녕…… 대령도 못 달고 전역하게 생겼다고. 내 얘기 들었나, 혹시?”

“네?”

“나 얼마 전에 새 장가갔잖아.”

“아, 네에…….”

“뭐, 아내가 워낙에 착하고 나보다 한참 어리고 말이야. 우리 와이프는 내가 각성부대장이라고 해서 같이 게이트에 들어가는 줄 알아. 그러면서 나에게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합니까?”

“만약에 내가 게이트에서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겠다고 하더라고. 그만큼 날 생각해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그 소리를 들으니 내 가슴이 아파오더라고.”

진우가 그 얘기를 듣고 멋쩍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세 한탄을 들어주고 있는데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임경식 중령도 그냥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나 대신 각성 부대를 맡으면 어떨까?”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아무리 그래도 부대장님이 계시는데 제가 어떻게 맡습니까?”

“그거야 각성 부대를 맡을 대대장급이 없어서 내가 맡은 거고.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게이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도 않잖아.”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어디 가십니까?”

진우의 물음에 임경식 중령이 넌지시 말했다.

“그래. 자네에게는 거짓말하지 않겠네. 사단장님께서 내게 말하더라고. 각성부대 자네에게 다 넘기고 서울로 가라고 말이야.”

“서울로 말입니까?”

“그래. 나는 아내와 자식들하고 안전하게 서울에서 지내고 싶어. 자네도 알잖아. 서울 쪽은 그나마 게이트 관련해서는 안전하다는 거.”

서울이라고 해서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모든 게 몰려 있다 보니 게이트 관련 대비가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건 그렇지마는…….”

“잘하면 나 진급도 할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뭐 4스타 달 때까지 군 생활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급은 해야 좀 더 군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어? 못해도 우리 애들 대학 갈 때까지는 벌어야지.”

임경식 중령의 얘기를 듣고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진우는 임경식 중령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다. 단지 우유부단하고 책임감이 없는 모습들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임경식 중령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을 보니 그가 좀 힘들었을 거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임경식 중령이 계속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진우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제가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어, 말해.”

“블랙 게이트 말입니다.”

“블랙 게이트……. 물어봐.”

“그때 말입니다. 병력이 천 명으로 늘었지 않습니까. 왜 그런 겁니까?”

진우는 임경식 중령을 빤히 바라봤다. 임경식 중령이 혹시라도 눈빛이 흔들릴까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임경식 중령은 진우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

“으음……. 솔직히 그건 나도 궁금해.”

“네?”

임경식 중령의 말에 오히려 진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임경식 중령이 손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처음에 말이야. 작전과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때는 천 명이 아니었거든.”

“그러면…….”

“그때는 뭐라고 했더라…….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A등급 플레이어 몇 명과 서울에서 플레이어들 지원을 받아 소수정예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었어. 100명 정도 규모로 말이야. 보통 그 정도로 한다던데.”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기론 보통 블랙 게이트는 자칫했다간 S등급으로 떠버리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A등급 플레이어는 필수였다.

블랙 게이트 공략대는 최소 A등급 게이트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수준으로 꾸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계획이 철회되고 천 명의 각성 병사들로 구성되게 바뀐 것이었다.

“부대장님께서도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갑자기 그렇게 결정이 되었는데. 사실 나는 그 자리에 참석을 못 했어.”

“네?”

진우의 눈이 커졌다.

“아니, 각성 부대장이시지 않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