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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84화 (84/177)

힘을 숨긴 귀환자 84화

10. 바로잡아야겠어(9)

플레이어 등급은 B등급이고, 세부 등급으로는 B3 정도 되었다.

진우는 알려진 등급이 현재 B등급이다. 따지고 보면 임태식 대위가 같은 등급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임태식 대위는 진우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임태식 대위는 곧바로 지휘 장교부터 시작을 했지만 진우는 병사 시절부터 빠르게 진급을 해 지금까지 올라왔다.

진우와는 똑같은 플레이어 장교지만 결이 조금은 달랐다.

특히나 진우와 같이 병사들에게 인기 있는 부류의 사람도 아니었다. 그럴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철저히 장교 마인드.

내가 장교인데 감히 병사 따위가…….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간 진우가 죽었다고 알려졌을 때는 제 세상인 것처럼 완전 기고만장했다.

그런데 진우가 살아 돌아와 버렸다.

게다가 진우가 소령으로 진급을 해 버리자 충격을 받은 임태식 대위가 전출을 신청해 버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진우가 소령이고 자기는 대위라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임태식 대위의 요청에 의해서 파견을 간 상태였기에 그래서 얼마든지 복귀가 가능했다.

하지만 진우가 있는 이상 임태식 대위는 절대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임경식 중령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가 이 소령 실력을 못 믿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 말이야. 인원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어디서 지원이나 받든지, 아니면 용병이라도 쓰든지.”

자신이 서울로 가려면 이번 게이트 작전도 무사히 잘 끝나야 했다. 만에 하나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서울은커녕 옷을 벗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임경식 중령의 말에 진우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아, 맞다. 용병? 용병이라면 제가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 사람들 불러도 되겠습니까?”

“아는 사람?”

“네. 제가 군대 들어오기 전 몸담았던 길드 멤버들입니다.”

“그러면 대형 길드일 텐데……. 엄청 달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대형 길드 아닙니다. 저 예전에는 이렇듯 잘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길드가 사실 단독으로는 게이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저희가 요청을 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 예산 안에서 가능하다는 거지?”

“네. 충분할 겁니다.”

그러고 있는데 유지태 중위가 손을 들며 물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부부대장님.”

진우의 시선이 유지태 중위에게 향했다.

“왜?”

“혹시 그분들 플레이어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플레이어 등급? 한 명은 B등급 탱커! 다른 한 명은 A등급 마법사.”

“오오……. A등급 마법사!”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홍인욱 중위도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A등급 마법사가 있다면 충분히 공략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세령 소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A등급 마법사가 끼면 확실히 다른가?”

임경식 중령이 궁금함을 느끼며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세령 소령이 설명을 해줬다.

“A등급이 누군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이진우 부부대장이 거의 A등급에 육박하는 실력입니다.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A등급 마법사와의 협력이라면 그 시너지는 몇 배가 될 것입니다.”

“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작전과장.”

“네.”

“부부대장이 계획한 대로 진행해.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임경식 중령의 말에 홍인욱 중위가 힘차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내가 더 이상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마지막으로 부대장이 한마디 할게.”

그 말에 모든 장교들의 시선이 임경식 중령에게 향했다. 임경식 중령은 살짝 호흡을 고른 후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 각성부대는 여기 있는 이진우 부부대장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들 그 점을 참고해서 이진우 부부대장을 나처럼 생각하고 따르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마저 회의하고.”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경식 중령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수고들 해.”

임경식 중령이 작전실을 나갔다. 진우가 임경식 중령이 앉았던 상석에 자리했다. 그러곤 제일 먼저 김세령 소령을 보며 말했다.

“작전과장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부대장님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부대장님 의견과 같습니다. 각성부대는 플레이어들 중심으로 돌아가야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저와 홍인욱 중위가 열심히 옆에서 서포트하겠습니다.”

진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김세령 소령이 대답을 한 후 바로 작전에 들어갔다.

“자, 그럼 언제쯤 공략해 들어갈 것입니까?”

“내가 강힘길드 쪽에 연락을 취해 언제쯤 가능한지 물어보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진우가 일어나 핸드폰을 꺼냈다. 작전실을 나가 강힘길드장 박진철에게 연락을 취했다.

신호음은 가는데 박진철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 안 받지?”

종료 버튼을 누른 후 진우는 안미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안미숙도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뭐 하는 거야?”

그렇게 한참이나 연결음이 가고서야 안미숙이 전화를 받았다.

-어, 진우야.

“뭐예요? 누나?”

-으응……. 별일 없는데.

그 말 속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진우였다.

“진철이 형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서요. 누나에게 했죠. 그런데 누나도 엄청 늦게 받네?”

-어어……. 그랬어? 진철이 얘는 어디 갔대?

안미숙이 말을 하는데 뭔가 많이 어색했다. 진우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누나 연애하는 티 좀 내지 마요.”

-응? 무슨 말이야?

“나도 연애해봤어요. 나도 알 만큼 다 알아요. 왜 그러세요?”

-크흠……. 그래서 왜 전화했어?

“누나 스케줄 있는 거 있어요?”

-스케줄? 당분간은 없는데.

“그럼 누나. 혹시 불의 심판 스킬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지 않아요?”

-당연하지. 나 쓰고 싶어. 빨리 써야 해. 개시하고 싶어 죽겠어.

안미숙의 목소리가 상기되었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개시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진철이 형이랑 꽁냥하고 싶어요.”

-야! 너는 참……. 그런데 어쩌겠니. 우리가 이제야 연애를 시작했는데…….

“이해합니다. 늦게 시작한 연애. 아주 활활 타오르시겠죠.”

-그래서 왜 전화했는데.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주려고?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네. 우리 부대에 B등급 게이트가 생성되었는데 누나하고 진철이 형 할래요?”

-나야 좋지. 그런데 너 내가 A등급인 것은 알지?

“그게 문제예요. 누나!”

-왜? 문제가 돼?

“누나가 A등급인 건 아는데요. 누나에게 원칙적으로 지급을 하면 감당이 안 돼요. 게다가 위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어요.”

-문제?

“네. B등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 무슨 A등급 마법사를 용병으로 고용했냐는 둥.”

-아아. 이해했어. 비싼 A등급 마법사를 왜 고용했냐고 따진다는 거지?

“네. 맞아요.”

-그럼 뭐……. 적당히 받을게. 아니면 B등급으로 맞춰서 줘도 되고.

“대신에 보스 몬스터에서 나온 아이템이나 부산물들은 내가 알아서 다 챙겨 드릴게요.”

-아후, 그러지 않아도 돼. 네 덕분에 120억짜리 불의 심판도 얻었는데……. 너 모르지? 지금 마법사 커뮤니티에서 난리도 아니야.

“왜요?”

-불의 심판! 서울에 있는 어느 길드장이 침 발라 놓은 거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안 샀었나 봐.

“헐……. 그걸 모르고 우리가 산 거네요.”

-어!

“그런데 왜 디카페인은 그런 얘기를 안 해줬대요?”

-디카페인에서 왜 얘기를 해줘. 오히려 더 짜증이 났겠지.

“하긴 침만 발라놓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는 것은……. 딱 봐도 가격이 떨어지길 바라고 있었나 보네.”

-오오……. 역시 우리 진우는 똑똑해. 진철이에게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먹던데.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문자가 오더라고 얼굴 한번 보자고 말이야.

“이야. 안 되겠다. 우리 미숙이 누나 그 길드 사람에게 안 꿀리게 앞으로 마법서 몇 개 더 사다 줘야겠다.”

-역시 우리 진우! 어떻게 내가 원하는 것을 척척 말을 하지? 진우야!

“네?”

-너 나랑 사귈래?

“누나……. 나보다 열 살이나 많아요.”

-요즘 나이가 무슨 소용 있니. 누나가 잘할게. 응?

“어후, 진철이 형 지금 옆에서 우는 표정 짓고 있죠? 구시렁거리면서 말이죠.”

-어떻게 알았어?

“에고, 어쨌든 장난 그만 치시고 언제쯤 가능할 것 같아요?”

-우리야 오늘도 당장 가능하고.

“그러지 말고 밥 든든히 챙겨 드시고. 내일 점심 전까지 부대로 오세요. 브리핑하고 내일 들어가는 거로 해요. 위병소에는 미리 전달해 놓을게요.”

-알았어. 오케이!

전화를 끊은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을까.”

진우는 곧장 작전실로 들어가 상황을 전달했다.

“내일 두 사람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내일 오후에 공략하는 걸로 스케줄 잡겠습니다.”

김세령 소령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히 병사들 많이 늘리지 말고 지난번에 갔던 병사들 위주로 준비해 주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어차피 우리에게는 A급 마법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정도면 B등급 마법사 5명분은 충분히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리고 B등급 마법사 5명보다 A등급 마법사가 게이트에서는 실력이 훨씬 더 좋아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번엔 어쩌면 내가 버스를 탈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우의 너스레에 장교들 전부 다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박진철과 안미숙이 11사단에 도착했다. 위병소에서 간단하게 절차를 마무리한 후 곧바로 각성부대로 안내가 되었다.

각성부대로 오자마자 진우를 만난 박진철과 안미숙은 놀란 듯 말했다.

“우와. 진우야. 너 완전 출세했구나.”

박진철은 진우의 어깨에 달린 무궁화 하나를 보면서 감탄을 했다. 그러자 안미숙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왜왜왜? 뭔데?”

“진우 계급장.”

“계급장이 왜? 꽃빵 하나가 달렸네.”

박진철이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꽃빵이라니. 무궁화잖아.”

“무궁화?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런데 무궁화 하나는 계급이 뭐야?”

그러자 박진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기야.”

“응?”

“우리 앞으로 군부대에서 용병으로 뛸지도 모르는데. 무식한 티를 낼 거야?”

“뭐? 무식? 지금 자기 나에게 무식하다고 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본적인 공부는 하고 와야지. 자, 흥분하지 말고 내 얘기 잘 들어. 지금 진우 어깨에 있는 무궁화 하나가 바로 소령. 저게 두 개면 중령. 마지막으로 세 개면 대령이라고 해. 저 밑으로 다이아가 있는데 한 개면 소위, 두 개면 중위, 세 개면 대위지.”

“그래?”

“장교는 다이아부터 시작해. 그래서 진우는 다이아 하나, 둘, 세 개를 거쳐서 무궁화 하나까지 올라온 거야.”

“오오……. 그럼 군대에서 어느 정도야?”

“어느 정도냐고? 글쎄다. 아마 현재 이곳에서 진우 위로 많지는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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