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88화
11. 쥐를 잡자(2)
“잠깐! 설마 그 찌질한 놈이 나는 아니겠지?”
“어? 자기는 스스로가 찌질한 것을 몰라?”
“와, 진짜…….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찌질하다고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 내가 비록 이 모양으로 살고 있지만 이제 탐지꾼 되었어. 자기야! 나 이제 자기 먹여 살릴 수 있다.”
박진철이 어깨를 쫙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안미숙이 바로 박수를 쳤다.
짝!
“맞다! 우리 자기 탐지꾼이지.”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김슬기 대위를 봤다.
“그럼 김 대위님은 설마 모솔?”
“모솔은 아니고요. 학창시절에 잠깐잠깐 만난 적도 있어요.”
“에헤이. 학창시절에 꽁냥꽁냥했던 소꿉장난은 연애로 안 친다니까요. 그럼 모솔 맞네. 그렇죠?”
“어, 그게…….”
김슬기 대위가 슬쩍 진우의 눈치를 봤다. 그것을 확인한 박진철이 바로 말했다.
“어? 시선이 왜 그쪽으로 가죠?”
“아, 아니요.”
“설마 김 대위님 혹시 우리 진우를…….”
“거기까지! 거기까지만 합시다. 길드장님.”
진우가 근엄한 말투로 말하자 박진철이 바로 입을 닫았다.
“네, 알겠습니다. 부부대장님.”
바로 그때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차량이 서자 다들 차에서 하차를 했다. 병사들이 줄을 서고 그 앞으로 진우가 나섰다.
“자. 게이트에 들어가기에 앞서 탐지꾼인 박진철 길드장님께서 상황 설명을 해주겠다.”
진우의 소개로 박진철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게이트에 내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냥 까라면 까고, 들어가라면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야 어떤 게이트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탐지꾼이 미리 탐사를 했다고 하니 병사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게이트에 알고 들어가는 것이랑 모르고 들어가는 것이랑은 천지 차이였기 때문이다.
“아, 음음……. 아!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강힘길드의 길드장인 박진철이라고 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병사들이 박수를 쳐줬다. 박진철 본인도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괜히 쑥스럽고 민망했다.
“하하, 네. 아, 네에……. 감사합니다. 네네.”
병사들의 박수에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까닥까닥거렸다. 그러자 안미숙이 옆구리를 꾹 찔렀다.
“윽…….”
박진철이 바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일단 바로 게이트 내부에 대한 설명을 해줄게요. 이번에 우리가 공략할 게이트는 하수구입니다. 하수구 하면 생각나는 몬스터가 뭐죠?”
그때 병사들 중 최민철 병장이 손을 들었다.
“네. 최 병장님. 뭐죠?”
“쥐입니다.”
“네. 맞아요. 내가 들어가서 확인을 했는데 쥐들이 잔뜩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쥐들도 보통 쥐들이냐. 아니죠. 우리가 예상하는 손바닥만 한 쥐들이라면 고생할 리가 없죠. 쥐들은 대략적으로 큰 소 있죠? 지금은 농가들이 많이 줄었지만 다들 교과서에서 봤잖아요?”
“네.”
“그 소만 합니다.”
병사들이 바로 수군거리며 당황했다.
“무슨 몬스터들이 전부 다 덩치가 커. 도대체 게이트에서 뭘 먹고 자라는 거야.”
박진철이 병사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한마디 했다.
“아!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자면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게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우리 세상에 친숙한 뭔가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생긴 것은 쥐이지만 그 실체는 쥐가 아닌 거죠. 알겠죠?”
박진철의 말을 끝내고 안미숙을 바라봤다. 그러자 안미숙이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자! 그럼 이번에 우리가 들어가야 할 하수구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하수구는 게이트 등급에 따라서 방이 결정이 되는데 B등급이면 보통 9개의 방으로 구성됩니다. 9개의 방은 일종의 미로 형식으로 이어져 있는데 우리가 길을 잘 찾아가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보스 방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9개의 방을 다 클리어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자 김형욱 상병이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김형욱 상병.”
“제가 알기로는 실력 있는 탐지꾼은 그런 지름길도 바로바로 알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아주 좋은 질문을 했어요. 사실 여러분에게 고백할 것이 있는데 제가 오늘 탐지꾼이 되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탐지꾼이 아니었다는 소리죠.”
그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탐지꾼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은 탐지 능력이 형편없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얘기를 할 것이었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죠. 이 탐지 스킬북이 상당히 비싼 것입니다. 스킬북이 비싸다는 것은 무슨 의미다?”
“숙련도가 높고, 등급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죠. 아주 말 잘했어요. 그리고 제가 이걸 익히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대충 5분 정도 구릿한 냄새를 맡고 나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
병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설명했다.
“전 다 보였거든요. 어느 방에 몬스터가 몇 마리가 있는지.”
“오오…….”
“그러니 여러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최단 거리로 여러분들을 보스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잔뜩 굳어 있던 병사들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박진철이 박수를 외쳤다.
“자자, 박수! 박수!”
다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박진철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데 진우가 다가가 말했다.
“형.”
“응?”
“다 좋은데요.”
“왜? 내가 좀 경박했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뭐가 문제인데? 톤이 문제인가? 톤? 아니면 표정?”
“아니, 다 좋았는데…….”
“그럼 뭐? 다 좋았는데 뭐?”
“최단 거리는 필요가 없어요. 애들 경험치 쌓아야 하니까. 모든 방 다 갈 겁니다.”
진우의 말에 박진철이 바로 경악하며 말했다.
“와, 님아! 그건 좀…….”
진우는 그런 박진철의 어깨를 툭툭 쳤다.
“형. 비싼 15억짜리 장비까지 찼는데 밥값은 하셔야죠.”
“아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금 나 수준 있는 탐지꾼이 되었는데?”
“그렇죠. 형, 탐지꾼이죠. 그런데 그 스킬북이 불의 심판보다 더 비쌀 거라고 했죠? 그걸 형이 가지고 있고……. B등급 탐지꾼이 한 번 게이트를 탐지할 때마다 1억 정도 받나? 그렇게 따지면 용병으로 150번? 200번? 그 정도 뛰어야 할걸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으구……. 가만 보면 너 사람 갈구는 거는 미숙이보다 더해.”
박진철은 학을 뗐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우는 박진철이 키웠긴 하지만 게이트 안에서는 안미숙을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웠다. 박진철은 플레이어로서 등급이 낮기 때문에 안미숙과 호흡을 많이 맞춰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우가 플레이어로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가 뭐래 박진철이었다.
“아무튼 형! 빨리 가요.”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갑옷은 안 받는 건데…….”
박진철이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한 지 한참 뒤였다.
“야, 이 갑옷 반품 안 되냐?”
“되겠어요? 그거 형 입고 다녔잖아요.”
“에이. 게이트에 들어가기나 했나. 아까 탐지꾼으로 들어간 것은 들어간 걸로 치면 안 되는 것이고. 아니면 이거 중고로 팔면 10억은 나오지 않으려나?”
“에헤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들어가시죠.”
진우가 박진철의 등을 밀었다.
“자자, 고고!”
그렇게 진우와 병력이 입장을 했다. 입장하자마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어둠의 하수구(B)에 들어왔습니다.
각 병력들은 그 알림음을 확인했지만 진우는 별도로 다른 알림음도 확인했다.
띠링!
-던전에 입장해서 플레이어 등급 제한이 해지됩니다.
-플레이어 등급이 B등급에서 S등급으로 변경됩니다.
진우는 곧바로 알림창을 열어 어둠의 하수구(B) 게이트에 관한 것을 확인했다.
-어둠의 하수구(B) 0/3,000
-1번 하수구 0/300
이렇게 확인되었다.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에게 장비를 점검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진우에게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이번에 지휘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유 중위는 지난번처럼 전면에 나설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유 중위는 오늘 여기 있는 안미숙 마법사님하고 호흡을 맞추도록.”
안미숙이 눈을 크게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나하고?”
“네. 누나하고 진철이 형은 서로 호흡을 많이 맞췄잖아요. 누나가 이번에는 우리 유 중위 좀 챙겨줘요.”
안미숙이 진우의 귀 가까이 다가가 수군거렸다.
“진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보고 내 남친 말고 딴 남자를 보라고?”
“에이, 누나. 우리 지금 게이트 공략하러 왔어요. 뭘 그런 걸 따져요.”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야, 나 아니면 진철이 누가 보살피라고. 네가 할 거야?”
“여차하면 제가 나설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그러면 진철이 파트너는 누구야? 설마 저 여군은 아니지?”
안미숙의 신경이 김슬기 대위에게 향했다.
사실 안미숙은 아까부터 김슬기 대위 안유정 중위 두 사람이 거슬렸다.
그 둘 중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쪽은 예쁘게 생긴 김슬기 대위였다.
“아까 말했잖아요. 김 대위는 버퍼라니까요.”
“아, 참! 그렇지. 그러면 안 중위?”
“네. 안 중위가 활을 쏘거든요.”
“오, 그래?”
“네. 그런데 여기가 그전 개미굴보다는 게이트 난이도가 좀 더 높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가 진철이 형은 서포트 하면 이쪽이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 누나가 이번에 좀 고생을 해줘요.”
“아……. 그렇게 설명을 해줘야지. 난 또 뭔가 했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유지태 중위, 안유정 중위를 각각 불렀다.
“유 중위, 안 중위 이리와.”
“네.”
두 사람이 다가왔다. 진우는 두 사람에게 각자 지시를 내렸다.
“안 중위는 오늘 여기 있는 박진철 플레이어님을 서포터해야 해. 알겠지?”
안유정 중위가 박진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유정 중위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번 유지태 중위와 호흡을 맞췄다. 그때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파트너가 바뀌었다.
하지만 박진철은 길드 세계에서나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는 거지 실제 등급은 B등급 플레이어였다.
현재 이 공략대에서 B등급 플레이어는 박진철 한 명밖에 없다. 진우는 S등급, 안미숙은 A등급이다.
지휘장교들 전부 C등급이다.
안유정 중위가 다소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그리고 너무 내 움직임 생각한다고 경직되지 말고 편안하게 쏴요. 편안하게요.”
“그, 그러다가 맞으시면…….”
“맞으면 맞죠. 그러다가 운이 나빠 깊게 찔리면 죽는 거죠.”
“네?”
안유정 중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박진철이 씨익 웃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이번에 저 방어구 새로 장만했거든요. 이게 아주 좋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보호를 해줍니다. 그러니 화살 좀 맞는다고 안 죽어요. 절대 위축되지 말라는 말입니다. 자신감 있게! 오케이?”
“네.”
“아무래도 우리가 호흡을 처음 맞추니까. 몬스터들을 상대하다 보면 호흡이 어긋날 때가 있긴 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우리 안 중위님이 꾸준히 쏴 줘야지 사냥하기가 편해요. 괜히 저 움직임 신경 썼다가 화살 쏠 타이밍을 놓쳐버려 내가 당하면 아주 골치 아파져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의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조금 전 긴장했던 모습은 바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