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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89화 (89/177)

힘을 숨긴 귀환자 89화

11. 쥐를 잡자(3)

“자! 원거리는 이거 딱 하나만 명심하면 돼요. 지나친 것이 부족한 것보다는 낫다.”

“네!”

그런 박진철을 보며 진우가 씨익 웃었다.

사실 안유정 중위는 과거 길드 테스트에서 사람을 맞혀 버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활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지난번 개미굴에서는 진우가 판을 깔아줘서 다시 활을 꺼냈지만 그 정도로 트라우마가 100%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진철이 화살 좀 맞아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을 해줘서 안유정 중위도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이렇게 짝을 맞추길 잘했다니까.”

진우가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안미숙도 유지태 중위를 불러 서로 호흡에 대한 것을 얘기했다.

“유 중위님. 쥐들은 불에 약한 거 알죠?”

“네.”

“내가 강력한 마법을 쓰면 유 중위님이 할 것이 없어져요. 그러니 최대한 한 마리씩 처리를 해요. 내가 뒤에서 마법을 써서 유 중위님 주위로 몬스터가 덤벼들지 못하도록 할게요.”

“그 정도만 해주셔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계속 서포터만 해줄 수는 없어요. 나도 가끔씩 공헌도를 쌓을 겁니다. 그건 알고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개의 조합이 준비를 하는 동안 진우는 김슬기 대위에게 다가갔다.

“김 대위.”

“네.”

“이제부터 김 대위가 병사들을 지휘해야 해. 할 수 있겠어?”

“네. 해보겠습니다.”

“지난번에 했던 것과 비슷해. 그런 와중에 병사들에게 버프도 걸어주고.”

“병사들에게 버프…….”

“마나량은 많이 늘었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아예 미리 줄게.”

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준비해 온 마나포션 10병을 전부 다 김슬기 대위에게 줬다.

“이거 제가 다 받아도 됩니까?”

“그럼. 우리 보급품이잖아.”

“그런데 저기 안미숙 마법사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김슬기 대위가 안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숙이 누나는 자기가 마시는 마나포션이 따로 있어. 워낙에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

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안미숙은 자기가 따로 먹는 마나포션이 존재했다.

원래도 마법사들마다 자기에게 잘 맞는 마나포션 제품이 따로 있다.

안미숙은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마나포션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특별히 공정을 거치는 마나포션을 마셨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급되는 마나포션은 잘 마시지 않았다.

“누나! 마나포션은 잘 챙겼죠?”

“걱정하지 마. 난 게이트에 들어올 때마다 마나포션 가방에 가득 챙겨서 가지고 오니까. 그런데 이거 마실 상황이 생길지 모르겠다.”

솔직히 B등급 게이트라면 안미숙 혼자 다 쓸고 가도 된다. B등급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A등급 마법, 그것도 불의 심판이라는 초필살기를 익힌 안미숙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웠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누나랑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서 좋네요. 누나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아이고. 입바른 소리 하지 마시고. 어서 공략이나 시작하죠. 공대장님.”

“그럴까요?”

진우가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병사들을 데리고 공략을 위해 앞으로 전진했다. 이제 저 너머로 쥐들이 찍찍거리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 대위!”

진우가 김슬기 대위를 불렀다.

“네.”

김슬기 대위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앞선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원 플총 장전!”

“플총 장전!”

착! 차차착!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미 한 번 경험을 했기에 병사들의 눈빛 또한 매서웠다.

“모두 전방을 향해 사격 대기!”

“사격 대기!”

잠시 후 어두운 하수구를 통해 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김슬기 대위가 전방을 응시하더니 제일 먼저 붉은 눈을 빛내며 달려드는 황소 같은 쥐를 보고 소리쳤다.

“일제히 사격 개시!

“사격 개시!”

탕! 타당! 타다당!

병사들의 플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선두에 달려오던 황소 쥐가 플총의 밥이 되면서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차례대로 쓰러져 갔다.

“탄창 교환!”

“2조 교대!”

“2조 교대!”

“사격 개시!”

“사격 개시!”

탕! 타당! 타다당!

1조가 뒤로 빠져 탄창을 장착했다. 그리고 2조가 다시 뒤로 빠지며 1조가 사격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황소만 한 쥐를 상대했다. 박진철 유지태 중위는 일단 대기하고 있었다.

진우가 상황을 지켜보다가 대기하고 있던 유지태 중위와 박진철을 불렀다.

“유 중위. 진철이 형.”

미리 출격 준비를 마친 유지태 중위가 대답했다.

박진철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이미 앞으로 뛰쳐나갔다.

“넵!”

“나 간다!”

두 사람 주위로 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안미숙도 전방을 향해 손가락을 튕겨가며 마법을 날렸다.

안유정도 미친 듯이 화살을 쏴댔다.

병사들 역시 김슬기 대위의 지휘 아래 플총을 쏘고 버프를 걸어줬다. 이렇듯 일련의 동작들로 딱딱 맞춰가며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공략대 숫자가 부족해 살짝 빠듯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진우가 그 상황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처음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절반 정도는 정리해야겠네.”

진우가 그대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크으으!

덩치 큰 쥐가 달려드는 진우를 향해 앞니를 세웠다. 그대로 찍어버리려는 듯했다.

순간 진우의 손에 단검이 쥐어졌다. 그리고 그 단검에서 검은색 기운이 일렁이며 그 쥐를 향해 폭사되었다.

솨악!

툭 튀어나온 앞니를 비롯해 거대한 몸체가 그대로 가로로 베어지며 쥐가 갈라졌다. 그렇게 진우가 순식간에 쥐 떼 절반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전장을 지켜봤는데 다들 진우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진철과 안미숙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짓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이래서 아는 사람이랑 게이트 공략을 해야 한다니까.”

다 아니까 그래서 힘을 숨길 필요도 없다.

일단 자신의 몫을 다한 진우가 다시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첫 번째 하수구를 정리했다.

유지태 중위가 쓰러진 몬스터들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핵 수거하자.”

용병으로 참여했던 박진철과 안미숙은 뒤에서 휴식을 취했다.

원칙상 용병들은 핵 수거나 아이템 수거는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실력이 있기에 몬스터 핵이나 아이템을 가져가 버리면 쉽게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미숙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박진철을 바라봤다.

“어후, 우리 자기 고생했네.”

안미숙은 손수건으로 직접 박진철의 땀을 닦아줬다.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생은 무슨……. 그보다 자기야. 여기……. 여기 좀 닦아봐.”

“어디, 어디?”

“여기.”

“어? 여기도 피가 묻었네.”

안미숙이 곧바로 그 핏자국을 닦아줬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안유정 중위가 유지태 중위에게 다가가 물티슈를 건넸다.

“유 중위님 여기 물티슈…….”

“어, 고마워. 안 중위.”

유지태 중위가 안유정 중위가 건넨 물티슈를 받아서 피를 닦았다. 그러면서 힐끔 박진철과 안미숙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지만 저렇듯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부러웠다.

유지태 중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데 안유정 중위도 그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안 중위는 남자친구 없어?”

“저는 아직…….”

“나중에 남자친구 사귀려고 할 때 저렇듯 플레이어와 사귀는 것은 어때?”

“플레이어 말입니까?”

“그래. 같이 사냥도 하고 그러면 좋잖아.”

“아…….”

안유정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시선이 진우에게 향했다. 만약에 진우가 자신의 남자 친구라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어멋!’

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안유정 중위였다. 유지태 중위는 그런 안유정 중위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안 중위.”

“네?”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아닌데 솔직히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는 것이 아니야.”

“그것이…….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모르지. 그런데 우리 부부대장님은 계급도 우리보다 한참 높고 또 집이 잘살잖아. 저런 분을 좋아할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안 중위 감당할 수 있겠어?”

안유정 중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솔직히 유지태 중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안유정 중위의 집안은 평범했다.

게다가 플레이어지만 고작 C등급에 머물러 있다. 지금도 게이트를 통해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지만 언감생심 진우를 노리는 것도 좀 웃겼다.

유지태 중위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고. 난 솔직히 그래. 우리 부부대장 따라다니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야. 안 중위는 어때?”

“네, 저도…….”

“우리들 솔직히 부부대장님 때문에 게이트를 쉽게 공략하고 경험치도 올리고 있잖아.”

“네.”

“그러니까, 우리 거기에 집중하자. 여기서 사심을 가져 버리면 좀 그렇지 않아? 나는 안 중위가 우리와 같이 게이트 공략을 못 할까 봐 그것이 걱정이네.”

유지태 중위의 말에 안유정 중위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진우를 좋아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다. 그런데 진우가 그런 안유정 중위를 불편해해서 공략대에서 빼 버리면 지금처럼 편안하게 사냥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네에…….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중위님.”

그 말을 들은 유지태 중위가 피식 웃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병사들은 부지런히 몬스터 핵을 수거했다.

피를 다 닦은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나?”

“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네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숫자 다 셀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우리 안 빼돌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병사들이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지난번 공략 끝나고 나서 바로 입금되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이걸 빼돌려 봤자 어디 팔 곳도 없습니다.”

“그래. 그래. 너희들 의심하는 것은 아니야. 다들 열심히 하자.”

그런 유지태 중위를 보며 박진철이 혀를 내둘렀다.

“와, 저 양반. 그렇게 안 봤는데 장난 아니다.”

진우가 바로 말을 받았다.

“왜요? 형 보는 것 같아요?”

“야. 나는 저 정도는 아니었다.”

“에헤이. 형이 게이트 들어가면 얼마나 철저했는데요.”

“내가 그랬나?”

박진철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안미숙이 다가와 말했다.

“자기는 저것보다 더했지.”

“진짜? 난 저렇게까지는 안 했던 것 같은데…….”

박진철은 잘 모르겠지만 강힘길드는 중소길드다. 그래서 박진철은 퍼주는 것도 많고, 워낙에 길드원들에게 잘했다.

한데 게이트에서 나온 핵은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 보니 철저히 관리했었는데, 일부 길드원들이 그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두 개정도 빼돌릴 수는 있긴 했지만 그런 사람들은 강힘길드에 오래 있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박진철을 믿고 사소한 E등급 몬스터 핵이라도 박진철에게 줬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 지나도 한참 지나자 약간 유지태 중위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이. 그래도 저건 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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