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90화
11. 쥐를 잡자(4)
“형. 우리는 몬스터 핵 나온 걸로 용병비 받아 와야 하는데 당연히 저렇게 해야죠. 아니면 내가 중간에 빼돌려도 돼요?”
“생각해 보니 그건 안 되지. 그보다 우리 얼마 주냐?”
“형이랑 누나는 합쳐서 20%.”
“20% 설마 순수익?”
“에이, 아무리 그래도 A등급과 B등급인데요.”
“그렇지.”
“네. 총 수익의 20%입니다.”
“지난번에는 얼마 나왔는데?”
“지난번에요? 한 10억쯤 나왔으려나.”
그 순간 박진철과 안미숙이 눈빛이 달라졌다. 10억에서 20%면 2억이었다. A등급 안미숙도 매우 까다로운 게이트에 들어가야 대충 그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B등급 게이트에 들어왔는데 그 정도라면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저기 부부대장님.”
“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진우가 눈을 크게 했다.
“저희 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강힘길드 많은 애용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할 겁니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짧은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두 번째 하수구 굴로 이동했다.
두 번째 하수구 굴에서도 전술은 변하지 않았다. 첫 번째 하수구 굴처럼 병사들이 앞장서서 플총을 난사하고 박진철과 유지태 중위가 어그로 탱킹을 했다.
두 사람이 좀 버거워 보일 때는 진우가 나가서 한 번에 절반쯤 쓸어버리며 숨통을 트이게 했다.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다 보니 두 번째 하수구 굴도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확실히 바로 전 개미굴에서 호흡을 맞췄던 것이 확실히 주효했다. 게다가 전방에서 몬스터를 잡고 어그로 확실하게 끌어주는 탱커가 있으니 두말할 것 없었다.
유지태 중위는 부담이 확 줄어들자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안미숙도 보조를 해주자 유지태 중위의 사냥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쉰 후 자신의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창의 스킬들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능력치가 올라가 있었다.
‘아. 이대로 가다가 B등급 뚫겠는데.’
유지태 중위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박진철을 바라봤다. B등급인 박진철을 조만간 따라잡으려는 생각에 그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박진철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야. 나 잘하면 A등급 뚫을 듯!”
“응? 벌써?”
“와 여기 장난 아니야. 진우랑 사냥을 해서 그런지 경험치가 쭉쭉 오르는데.”
“그래? 잠깐만…….”
안미숙도 스킬창을 열어 확인을 했다.
“나도 숙련도가 장난 아니게 오르는데. 뭐지?”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 이유를 몰랐다.
“으음……. 진우에게 뭔가가 있나?”
“나도 모르겠네. 진짜 뭔가가 있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은 의아하게 진우를 바라봤지만 정작 그는 별 감흥이 없었다. 진우는 이미 S등급인 데다 스킬 역시 S등급이라 숙련도가 어지간해선 오르지 않는다. 올라도 미세하게 오를 뿐이었다. 그래서 아예 스킬 숙련도 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편 진우는 시계를 확인했다.
“두 번째 하수구 굴을 클리어했고……. 이제 남은 방은 일곱 개.”
지난번 개미굴이 열 시간 만에 끝냈으니 이번에는 그 시간보다 앞당길 생각이었다.
공략대가 하수구 굴을 연이어 클리어하던 그 시각.
게이트 헌병대 김치석 대위가 새로 온 기계를 확인하며 물었다.
“이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 기계인가?”
나성욱 소위가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지난번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뭐가 다르지?”
“아. 외형은 똑같지만 분석을 좀 더 디테일하게 봅니다.”
“그래?”
“네. 여기 보십시오. 지난번 것은 그래프의 경사가 컸지 않습니까.”
“그랬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점 단위로 빠르게 폭이 좁게 찍히지 않습니까. 분석 간격도 좁고, 엄청 잘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 어쨌든 잘되고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나성욱 소위가 신나 하며 대답했다. 김치석 대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공략이 잘 되고 있다는 거네.”
“네. 첫 번째 방은 클리어하고 두 번째 방으로 이동 중인가? 아마 그럴 겁니다.”
“그 비싼 기계를 사 줬는데 분석이 그것밖에 안 돼?”
“일단은 부분 조건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휴, 핑계는…….”
그때 완만하게 하향곡선을 그리던 그래프가 갑자기 꿈틀거리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김치석 대위가 바로 물었다.
“이거 왜 이래?”
“이게 그러니까……. 제가 듣기론 이렇게 되면 부분 조건이 클리어되었다는 겁니다.”
“뭐?”
“어딘가에 포탈이 열렸다는 겁니다.”
“야. 나 소위. 지금 장난해? 들어간 지 2시간도 안 되었는데 무슨 부분 조건을 클리어해.”
“그게……. 그럼 이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왜 이럽니까?”
나성욱 소위가 김치석 대위를 바라봤다. 김치석 대위가 버럭 했다.
“야이씨!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가 알아? 어후 비싼 것을 사 주면 뭐해. 제대로 분석도 하지 못하는데.”
“하아, 뭐지?”
나성욱 대위도 고개를 갸웃했다. 김치석 대위의 말처럼 공략을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A등급 마법사와 B등급 플레이어가 용병으로 합류를 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전체 방의 1/3를 해치웠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물론 공략이 빠를 수는 있다. 용병들 중 한 명이 탐지꾼이고 좀 더 빠르게 공략도 가능했을 것이고 그렇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심지어 지난번보다 게이트 밀도 수치도 높다. 130과 160은 고작 30이라는 차이밖에 안 되어 보일지 모르지만, 게이트 밀도로 본다면 고작이 아니었다.
게이트 밀도는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1 차이가 제법 컸다. 30 차이의 체감은 100 정도로 봐도 무방했다. 그때 김치석 대위에게 휴대폰이 울렸다.
“지금 이 시간에 누구야?”
확인을 해보니 이준식 대령이었다. 순간 움찔한 김치석 대위가 급하게 받았다.
“충성. 게이트 헌병대 대위 김치석입니다.”
-그래. 게이트 공략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지금까지는 잘 공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를 그딴 식으로밖에 못해? 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야.
이준식 대령의 호통에 김치석 대위는 바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게…… 사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문제? 지난번에 오래되었다고 해서 최신으로 교체를 했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
“하아…….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측정이 되다가 갑자기 기계가 오작동을 하는 바람에……. 어쨌든 현재 상황을 확인 중입니다.”
-환장하겠군. 알았다. 혹시라도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이준식 대령이 끊는 소리에 바로 김치석 대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시발.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난리야. 그렇게 궁금하면 자기가 와서 직접 확인하면 되잖아. 아무튼 의자에 앉아서 사람 부려먹는 것밖에 못 한다니까.”
그동안 이준식 대령에게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김치석 대위는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슬쩍 그래프를 확인했다. 요동치던 그래프가 안정을 되찾았다.
“뭐야. 이제는 왜 조용해. 정말 고장이었던 거야?”
김치석 대위의 물음에 나성욱 소위가 말했다.
“김 대위님.”
“뭐?”
“진짜 포털이 열린 것 같습니다.”
“뭐라고? 네 말은 게이트 공략이 1/3이 끝났단 말이야?”
“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래프가 이리될 수가 없습니다.”
“미치겠네. 2시간도 안 지났는데?”
“……네.”
“그럼 앞으로 5시간 후에는 모든 것을 클리어하고 나온다는 거네.”
“그렇지만 보스방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보스방까지 안 가도 되는 거잖아. 이미 부분 클리어를 해서 임시 포털이 열렸잖아.”
“네. 그렇긴 합니다만…….”
나성욱 소위는 계속해서 말끝을 흐렸다. 지켜보는 김치석 대위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만 연신 짓고 있다.
“미치겠네. 뭐지 도대체가?”
김치석 대위도 진우에게 공략 계획에 대해서 들었다. 최대한 오래 게이트에 머물 생각이고,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잡을 생각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진우가 임시 포털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임시 포털까지 2시간 만에 클리어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의 시선이 손에 쥔 휴대폰으로 향했다.
‘보고를 해야 하는데…….’
어쨌든 모든 상황을 이준식 대령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명령을 받았고 말이다. 그런데 조금 망설여졌다. 조금 전 보고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는데, 벌써 임시 포털이 열렸다고 보고를 하면 괜히 한 소리 들을 것만 같았다.
“에이씨.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김치석 대위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는 사이 진우와 공략대는 빠르게 하수구 굴들을 쓸어나갔다.
게이트 헌병대에서는 5시간 안에 공략이 될지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실제 게이트 안의 시간은 그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5번째 방 하수구 굴이 1분 만에 클리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후우…….”
그을음이 가득한 공간에서 안미숙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방금 전 자신의 손바닥을 통해 나간 불의 기운이 이 공간을 휩쓸고 지나간 것에 희열이 들었다.
안미숙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봤다. 다들 겁을 먹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우와 박진철만이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미숙 역시 그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그래. 그래야 내 동료들이지.’
안미숙이 전멸한 몬스터들 사이로 나왔다. 방금 전 안미숙은 엄청난 불의 심판 스킬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기 스스로도 놀라는 얼굴을 지을 수는 없었다. 밖으로 나온 안미숙 바라보며 박진철이 억지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진우야. 진우야…….”
“왜요?”
“나 지금……떨고 있냐?”
“뭐야, 형……. 괜찮은 것 아니었어요?”
“야. 너는 지금 여자 친구가 B등급 몬스터 300마리를 단 한 번에 몰살시켰는데 그걸 보고 괜찮냐고 묻는 거야?”
“아이고 우리 형.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앞으로 미숙이 누나에게 어떻게 하려고.”
“그렇지 않아도 심히 걱정이 되니까. 놀리지 마라.”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는데 어느새 안미숙이 다가왔다.
“자기. 나 어땠어?”
그러자 바로 박진철이 양손 엄지를 올렸다.
“역시! 우리 자기. 최고야! 완전 멋있어. 진짜 내가 이래서 자기에게 반한 거잖아.”
“흥. 진우는 어때?”
안미숙이 진우를 봤다. 진우도 엄지를 올렸다.
“이야. 불의 심판……. 엄청 세네요. 그런데 누나 한복판에 들어가서 스킬 써야 해요?”
“지금 당장 숙련도 키우려면 어쩔 수 없어. 일단 숙련도를 올려서 C랭크 이상이 되어야 전면으로 쏠 수 있어. 그리고 A랭크 이상이 되어야 내가 지정한 곳에 불의 심판을 떨어뜨릴 수 있어.”
“아. 그렇구나. 그럼 지금은 D? 아니면 E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