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93화
11. 쥐를 잡자(7)
며느리가 안으로 들어가서 알아봤다. 그리고 나와서 말했다.
“미납이자까지 다해서 7천2백만 원이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김철수는 그 자리에 앉아 손을 옆으로 뻗었다. 아공간으로 손이 쑥 들어가더니 잠시 후 그곳에서 현찰이 나왔다.
“헉!”
며느리도 할머니도 깜짝 놀랐다.
“이거 다른 곳에 쓰시면 안 됩니다. 꼭 빚 갚는 데 쓰셔야 합니다. 지금 신화 그쪽에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요. 빚을 지게 한 후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알겠어요.”
“아니면 형수님. 저와 함께 직접 가시죠.”
“그, 그럴까요?”
김철수가 도로 돈을 챙겼다. 며느리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저 다녀올게요.”
“그래. 그래. 어여 다녀와.”
“네.”
김철수와 며느리가 나가고 최대근은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뻘쭘하게 서 있는 최대근을 보며 할머니가 말했다.
“저어, 총각…….”
“네? 네!”
“커피라도 먹을라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요.”
할머니는 불편한 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최대근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밖으로 나온 김철수와 며느리는 곧장 은행으로 갔다.
“입금 계좌는 받으셨죠?”
“네네.”
“그럼 지금 바로 입금하도록 하세요.”
“알겠어요.”
며느리는 곧바로 종이에 적힌 계좌번호로 돈을 보냈다. 은행원이 친절하게 말했다.
“네. 고객님. 이체 완료했습니다.”
이체 완료증을 보고 기쁜 표정이 된 며느리였다. 그녀는 연신 김철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찍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감사해요.”
“그전에 다시 신화 캐피탈에 연락해 보세요. 입금되었는지 확인하셔야죠.”
“아, 맞다.”
며느리는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 신화 캐피탈에 전화했다.
-네, 신화캐피탈 상담원 이보라입니다.
“아, 네에…….”
며느리는 차분하게 얘기를 했다.
“원금과 이자 입금했거든요. 확인됐나요?”
-아, 네에. 박화자 님.
“네.”
-방금 입금 확인했네요.
“그럼 이제 저희는 빚 없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고객님.
“알겠어요.”
김철수가 바로 알려줬다.
“채무 끝났다는 것을 문자로 보내 달라고 하세요.”
며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무 끝났다고 문자 보내주시겠어요?”
-네. 확인된 번호로 보내드리면 되는 거죠?“
“네.”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몇 초 후 신화캐피탈의 신화머니에서 문자가 왔다. 채무 완료되었다는 확인서나 다름이 없었다.
“하아…….”
그 문자를 본 며느리는 그만 눈물을 보였다.
“흐흑, 흑…….”
김철수는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통해 문자를 확인했다.
-신화머니 대출금 6,000만 원, 미납이자 1,200만 원 완납하셨습니다.
며느리는 금방 눈물을 훔치고는 김철수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이거…….”
김철수가 내민 것은 5백만 원이었다.
“이건…….”
며느리가 의아해하며 바라봤다. 김철수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생활비는 필요하시잖아요.”
“어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며느리는 연신 허리를 숙였다. 김철수는 그러지 말라고 계속해서 말렸다. 몇 번을 하고서야 멈췄다.
“그리고 이번 일 절대로 주위에 알리시면 안 됩니다. 알겠죠?”
“네. 알겠어요.”
“다음 달에 제가 또 오겠습니다. 이렇듯 매달 와서 도움을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네, 네.”
며느리는 지금 너무 좋았다. 매달 찾아온다는 소리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린 상태였다. 그만큼 지금 빚을 청산했다는 것과 몇 달은 생활할 생활비도 얻었다는 것이 기쁠 뿐이었다.
“아. 제가 매달 온다는 것은 저놈들이 또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이렇듯 도움을 주신 분들이신데…….”
“그럼 형수님 건강하십시오.”
김철수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며느리는 손에 쥔 5백만 원을 가슴으로 가져와 꼭 감쌌다. 그러곤 멀어지는 김철수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쥐들이 서식하는 하수구 굴은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이트 중에 하나였다.
물론 공략 난이도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게이트 등급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하수구처럼 악취가 무척이나 심한 데다, 그 냄새 때문인지 몬스터들의 특성 중 하나가 발현되기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다.
하수구의 악취로 인해 발현되는 특성은 바로 주위 몬스터들이 죽을수록 남아 있는 몬스터들은 광기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단체 행동을 하는 몬스터들에게 일어나는 일로 상대하는 것이 많이 까다로웠다.
게다가 일반 하수구 같은 경우는 인간의 통각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적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게이트에서 나는 악취는 쉽게 적응하기가 힘들다.
애당초 이 게이트는 플레이어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이런 악취는 적응하려야 할 수가 없다. 최대한 빨리 클리어해서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베스트 공략법이다.
그런데 이 하수구 굴이 말처럼 빨리 클리어가 가능한가? 그건 아니다.
하수구 굴을 클리어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들은 피로가 쌓이는 반면에 쥐들은 점점 광기에 물들어가고 사나워진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보급 또한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하수구 게이트를 공략할 때는 절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다.
박진철은 그렇게 하수구 공략을 배웠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박진철이 알고 있는 공략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진우에게 물었다.
“와. 이게 가능해?”
“왜요?”
“점점 깨는 시간이 빨라져.”
“형님은……. 당연히 손발이 맞으니 시간도 빨라지는 거죠.”
“그거 아니라니까. 내가 말했잖아. 쥐들은 말이지. 앞의 애들이 죽잖아. 그러면 복수심에 불타서 점점 더 광기에 물들어간단 말이야. 성격이 아주 무섭게 변해.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하수구 게이트는 최단 거리를 뚫어서 가는 거야. 이렇듯 9개 방을 다 깨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어떻게 쥐들이 가면 갈수록 겁을 먹고 비리비리해지는 것인지…….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지막 하수구 굴에 도착을 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지었다.
“와. 쟤네들…….”
박진철은 건너편 쥐들이 엄청나게 있다는 것을 탐지를 통해 알았다. 그런데 그 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고,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혀 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밖의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쥐들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공략대가 알아서 돌아가겠거니 착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아닌데……. 내가 아는 하수구 게이트는 진짜 이게 아닌데…….”
박진철은 고개를 흔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안미숙이 박진철을 바라봤다. 멍하니 서 있는 그를 팔꿈치로 툭 쳤다.
“으이구. 뭐냐, 자기……. 뭘 그리 멍하니 있어.”
“아니, 저 녀석들 말이야. 잔뜩 겁을 먹어서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네.”
“그거야 내가 아까 쏜 한 방에 애들이 다 쫄아서 그런 거겠지.”
“쓰읍……. 그런가? 그런데 말이야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하수구 굴 공략은 이게 아니거든. 진짜 내가 아는 것과 정반대이니…….”
박진철의 시선이 진우에게 향했다. 왠지 진우의 압도적인 실력 때문에 쥐들이 겁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하수구 굴 공략에는 안미숙의 공이 크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안미숙이 불의 심판 한 판으로 마나 밀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몬스터들이 대공황에 빠졌다. 물론 몬스터들도 진우의 압도적인 실력에 겁을 먹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러나 단숨에 하수구 굴 하나를 말살시켜 버리는 안미숙의 실력에 몬스터들 역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만약에 이 싸움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게이트는 공략대가 공간 안에 들어와서 공격 의지를 보이면 몬스터들은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자, 다들 플총 준비!”
“플총 준비!”
마지막 하수구 굴 입구를 향해 병사들이 플총을 겨냥했다.
“자, 얘들아 나와라. 빨리빨리 끝내자.”
“빨리 나와라.”
병사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하수구 굴 안에서 붉은빛들이 나타났다. 쥐들이 마지못해 한 마리씩 나오고 있었다.
그때를 같이 해 플총이 불을 품었다.
“사격 개시!”
탕탕탕탕탕탕!
쥐들이 하나씩 플총에 맞아 쓰러져갔다. 그 뒤로 점점 더 많은 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박진철과 유지태 중위 두 사람이 검을 빼 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한 번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전방을 향해 걸어 나갔다. 유지태 중위는 이번에 원래 호흡을 맞췄던 안유정 중위와 호흡을 맞추는 중이었다. 박진철은 안미숙과 호흡을 맞추는 중이고 말이다.
처음에 박진철과 호흡을 맞추면서 후방 지원에 자신감이 붙은 안유정 중위는 활 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팡!
안유정 중위의 손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갔다. 주춤거리고 있던 쥐의 머리통에 박히며 뒤로 나자빠졌다.
꽥!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지태 중위가 달려들며 목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푹!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쥐가 흥분하며 괴성을 질렀다.
크에에에엑!
그러면서 유지태 중위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다시 화살이 날아와 그 쥐의 눈에 박혔다.
퍽!
괙에에에엑!
그런 쥐의 목에 유지태 중위의 한손검이 여지없이 박혔다. 그 모습을 보던 진우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 이제 거의 호흡이 척척 맞는데. 환상의 호흡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저렇게 좋았나 싶습니다.”
김슬기 대위도 역시 놀라는 눈치였다. 지난번 개미굴에서는 약간 엇박자가 많았다. 안유정 중위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며 화살을 쐈다. 그러나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끊임없이 견제를 해주고 딜러가 제대로 공격할 수 있게 치명상을 입히는 원딜러의 의무를 다했다.
초창기 안유정 중위는 유지태 중위를 보호하는 것에 급급했다. 그러나 박진철과 호흡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우가 고개를 돌려서 박진철과 안미숙을 봤다. 두 사람은 볼 것도 없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었다.
안미숙은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수 있는 A급 마법사지만, 이 정도면 공헌도를 몰빵해 주는 듯했다. 안미숙이 화상으로 치명상을 입히면 박진철은 가볍게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한손검으로 쥐들을 쓰러뜨리는 일련의 동작들이 이어졌다. 진우가 그런 모습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뭐 나설 필요도 없겠는데.”
그렇게 모든 쥐들이 다 정리되고 난 후 알림 창이 떴다.
띠링!
-하수구[B]의 몬스터를 전부 해치웠습니다.
-조심하세요. 보스방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