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94화 (94/177)

힘을 숨긴 귀환자 94화

11. 쥐를 잡자(8)

진우가 알림 창을 옆으로 민 후 진우가 입을 열었다.

“자. 모두 대기!”

진우가 보스방이 열린 곳으로 갔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안력을 돋우니 보스방 내부가 보였다. 그런데 보스방에 있는 몬스터들이 짱짱했다.

“중간보스들이 어디 갔나 했더니 다 여기에 있었네.”

어둠의 개미굴 때는 장교개미들이 매번 개미병사들을 독려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곳 하수구 굴에는 중간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부 다 보스방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들어가서 한 번에 다 쓸어야 하나?”

진우가 그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박진철하고 안미숙이 다가와 말을 붙였다.

“진우야. 너는 저기 건너편이 보여?”

“네. 대충은요.”

“보게 이게?”

“형은 못 느꼈어요?”

“나야. 스킬이 있으니 대충 짐작은 가지. 그런데 넌 보여? 지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박진철이 고개를 돌려 봤다. 공간 너머에는 짙은 어둠만 일렁이고 있었다. 물론 박진철은 탐지 스킬을 통해서 보스 방 내부에 300마리의 몬스터들이 모여 있고, 그 중심에 하수구 굴 쥐들의 왕인 대왕쥐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처럼 탐지 스킬도 없는 진우가 알아본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진짜 다 보이는 거야?”

“네.”

“이야. 뭐지? 나중에 나도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 봐야 하는 건가?”

그때 안미숙이 박진철의 등을 스매싱으로 때렸다.

쫙!

찰진 소리와 함께 박진철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으악! 왜?”

“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다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간 것으로 난리인데 무슨 철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날 완전 과부 만들 셈이야?”

“그냥 해본 소리야. 그리고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과부야.”

그 순간 안미숙이 눈을 치켜떴다.

“뭐야. 그럼 나랑 결혼 안 할 생각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해야지. 당연한 걸 왜 말해.”

박진철이 환하게 웃으며 안미숙을 달랬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숨을 내쉬었다.

“하아……. 두 사람은 보스방 앞에서도 그러십니까? 대단합니다. 대단해! 이게 바로 사랑의 힘입니까?”

“까불지 말고! 진우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저번에도 전 혼자 들어가서 쓸고 나왔어요. 이번에도 그래야죠.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 혼자 들어가서 마무리하고 나올게요.”

진우가 말을 하고는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안미숙이 그런 진우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진우야.”

“네?”

“그건 아니지.”

“……네?”

“야. 지난번에는 너 혼자밖에 없었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내가 있고, 진철이가 있는데 어떻게 너 혼자 독식하려고 해? 해도 너무한다.”

“에헤이. 누나. 무슨 독식이에요. 빨리 끝내려고 그러는 거죠.”

“그러니까. 그러면 나에게 기회를 줘야지.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보스방에서 나보고 선방 날릴 수 있게 해 준다며.”

“누나. 말은 그렇게 했는데……. 여기서 누나가 선방 날리면 저 녀석들 다 죽어요.”

“그래서 뭐? 내가 공헌도를 먹는 것이 그렇게 아까워?”

“그것은 아닌데…….”

진우가 뒷말을 아꼈다. 단순히 공헌도를 먹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그녀가 쓰러뜨려 버리면 아이템에 대한 우선권이 그녀에게 주어진다.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열쇠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김철수는 또 언제 조건형 게이트의 단서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보스 몬스터는 일단 잡고 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에 안미숙이 보스를 잡아버리고 이상한 것이 떨어져 버리면 그것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안미숙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지난번과 비슷한 난이도의 히든 게이트가 열리면 안미숙 혼자서는 답이 없다.

만일 히든 게이트가 열리면 진우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흑룡인들을 불러야 하는데 그 사람들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다.

다들 인피면구를 써서 외모 논란에 대한 것은 없지만, 외부에 있다가 진우의 부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속관계, 그리고 그것을 통한 소환 등을 설명하려면 굉장히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보스 몬스터는 양보할 수 없었다.

안미숙의 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진우야. 너 혹시 말이야. 보스 몬스터 때문에 그래?”

“꼭 그런 것이 아니라…….”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나도 솔직히 헬퍼로 와서 유난 떨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어차피 각성병사들 경험치 올리고 싶을 거 아니야. 내가 힘을 좀 줄여서 불의 심판을 사용할게.”

“그게 가능해요?”

“가능할 것 같아. 아까는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냥 맥시멈으로 넣었거든. 그런데 사용하면서 알게 되었어. 마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어느 정도 마나를 주입하고 난 후 중단해 버리면 그만큼의 대미지만 주는 것 같아.”

“오호…….”

“그런데 마나를 주입하려면 누군가 나를 보호해 줘야 하거든. 그러니 네가 날 좀 보호해 줘.”

안미숙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안미숙은 아직 주변으로 퍼지는 불의 심판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불의 심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보스방 한가운데로 가야 했다.

아무리 안미숙이 강하다고 해도 B등급 몬스터들에 떼로 덤비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법사는 강한 스킬을 사용하려면 그만큼의 영창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과 공간이 사라져 버리면 아무래도 물리적인 방어력이 약한 마법사도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알겠어요.”

그때 유지태 중위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어?”

진우가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저희들은 빠지는 겁니까?”

“빠지고 싶어?”

“아뇨. 끝까지 싸우고 싶습니다.”

“그래? 문제는 지금 저 안에 중간보스급부터 시작해서 대형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해. 대략 300마리는 될 것 같은데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아…….”

대답을 하는 유지태 중위의 얼굴에 실망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공략한 덕분에 CS등급까지 올라선 것 같았다. 본인이 느껴지기에 말이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어쩌면 B등급으로 향하는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곳에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다 보니 유지태 중위가 플레이어 능력치가 폭발하듯 성장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자신의 한계치까지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진우가 안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린다고 하니 자신에게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실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진우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안미숙 마법사하고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정리를 하고 있을게. 그다음에 신호를 줄 테니 바로 뛰어 들어와.”

“네. 알겠습니다.”

유지태 중위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힘차게 고개까지 끄덕였다. 그러곤 몸을 돌려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 유지태 중위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십니까? 이번에도 빠지라고 하십니까?”

“저희 끼면 안 됩니까?”

“네. 꼭 하고 싶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손을 들어 병사들의 말을 일단 막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병사들에게 설명을 했다.

“부부대장님께서 먼저 보스방에 들어가서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신다고 해. 그리고 신호를 주면 뛰어 들어가야 하니까. 너희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으면 돼.”

“어? 그럼 저희들 보스방 들어가는 겁니까?”

“그래.”

“와이씨!”

“우리 보스방 들어간다.”

“아싸!”

병사들이 다들 기뻐했다. 유지태 중위는 미소를 지으며 김슬기 대위에게 말을 걸었다.

“김 대위님.”

“응?”

“우리 버프 좀 한번 싹 돌려주십시오.”

“그건 걱정 마.”

“그리고 안 중위.”

“네.”

“혹시 모르니까. 안 중위는 김 대위님 옆에서 보호 좀 해줘.”

“그러면 유 중위는?”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부부대장님께서 먼저 정리를 하신다고 말입니다. 당연히 어그로는 부부대장님께 갈 겁니다. 우리는 들어가서 주변 정리하는 식으로 될 겁니다. 지난번에 보셨지 않습니까. 부부대장님께서 혼자서 다 쓸어버리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 부부대장님께서 적당히 손을 쓰셔도 몬스터들은 다 겁을 먹고 함부로 덤벼들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십시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것에 대비해 안 중위는 김 대위님 보호해 줘.”

“네.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는 지금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몬스터들이 진우가 쓸어서 그로기 상태에 빠지면 자신도 굳이 김슬기 대위를 보호해 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유지태 중위는 그런 것이었다. 이번에 안유정 중위가 이번에도 자신을 도와주면 성장이 더딜 것만 같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 혼자 해봐야겠어.’

유지태 중위는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미숙이 진우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진우야. 가자.”

“네.”

두 사람이 보스방으로 들어갔다. 진우는 살짝 정면을 바라보다가 안미숙에게 말했다.

“누나. 내 등에 업혀요.”

“응? 아, 알았어.”

안미숙이 진우 등에 업혔다. 진우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누나 한 번에 갑니다. 꽉 붙잡아요.”

안미숙은 말 대신 진우의 목을 꽉 안았다. 그리고 진우의 두 다리가 살며시 앉더니 폭발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때 진우의 눈앞에 재수 없게 몬스터들이 있었다. 진우는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그러자 앞에 있던 몬스터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피 분수를 뿜어댔다. 그 모습을 등에 업힌 채 보던 안미숙의 눈이 커졌다. 온몸에 소름 쫙 돋았다.

‘뭐야? 방금 뭘 할 거야?’

진우와 접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우가 단 한 번 힘을 뿜어냈을 때 어마어마한 기운이 안미숙에게 느껴졌다.

‘너 뭐니?’

안미숙이 진우를 봤다. 그러나 진우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앙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데 진우의 단 한 방에 몬스터들은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했다. 두려움에 뒤로 주춤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런 몬스터의 행동과 조금 전 진우의 행동에 안미숙은 깨달았다.

‘내가 아니었구나. 난 불의 심판 때문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우 때문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안미숙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와, 안미숙. 너 도대체 뭐 했니? 진우가 이렇게 강한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살짝 얼빠져 있는데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어엉?”

“도착했잖아요. 안 할 거예요?”

“응? 해, 해야지…….”

안미숙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마법을 캐스팅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괜히 흥분해서 다 죽이면 안 되는 거지.’

안미숙은 호흡을 고른 후 마나를 적당히 돌렸다. 불의 심판을 캐스팅한 후 손에 든 축구공만 한 마법구를 생성시켰다.

“진우야. 잠깐만 숨 참고 있어.”

“네.”

말을 내뱉었던 진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법구 생성을 마친 안미숙이 만든 마법구를 그대로 땅을 향해 내려쳤다. 그 순간 안미숙 주변으로 불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콰콰콰콰쾅!

“그게게게게.”

“게에에에에.”

사방에서 몬스터들의 자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대왕쥐도 그 불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쿵 하고 쓰러졌다. 그 순간 진우가 반사적으로 대왕쥐에게 달려들었다.

스삭!

어느새 검이 진우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졌고, 그대로 대왕쥐에 목을 잘라버렸다.

쿵!

대왕쥐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진우가 단검에 묻은 피를 촤악 털어냈다. 그 순간 알림창이 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