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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95화 (95/177)

힘을 숨긴 귀환자 95화

11. 쥐를 잡자(9)

띠링!

-보스 몬스터 대왕쥐를 쓰러뜨렸습니다.

-하수구(B)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포탈이 생성됩니다.

안미숙이 진우를 향해 소리쳤다.

“야! 시작도 안 했는데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어떻게 해?”

“순서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다 죽일 텐데요.”

진우는 히죽 웃으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유 중위!”

그때를 같이 유지태 중위가 각성병사들을 이끌고 보스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면 게이트는 공략된 것으로 판정을 내린다. 그 이후에 남은 잔몹들을 처리한다고 해도 보스 몬스터가 살아 있을 때만큼의 경험치는 획득하지 못한다.

공헌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보스방을 공략하는 데 시작부터 보스 몬스터를 죽이는 것은 비매너로 꼽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게이트 공략일 때 일이다.

현 공략대의 전력으로는 B등급 게이트는 물론 C등급 게이트도 공략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진우가 한 번에 보스를 쓰러뜨린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얘네들 거의 바보입니다.”

“이것들 거의 맛이 갔는데?”

“이거 완전 꿀이네.”

“잡담하지 말고 빨리빨리 주변 정리하자!”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거의 통제를 잃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쥐들을 향해 플총을 난사했고 하나씩 쓰러뜨리며 경험치와 공헌도를 쌓아나갔다.

“으압!”

유지태 중위도 눈치 보지 않고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경험치는 좀 떨어질지는 몰라도 숙련도는 차곡차곡 올라갔다.

유지태 중위가 익힌 검술은 태백검술이었다.

태백검술은 나름 수준급 검술로 통했지만 익힌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작이 매우 크며 연계 동작을 제대로 취했을 때 제대로 된 스킬 판정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유지태 중위는 그 전에 제대로 몬스터와 싸워본 적이 없다. 어쩌다 몬스터들을 상대해도 몬스터들이 그 기술들을 다 맞아주지도 않았다.

큰 동작을 통해 공격을 가하면 반격을 하든가, 피해버린다. 그러면 스킬이 제대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급 기술의 숙련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현재 몬스터들이 모두 바보 상태로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스킬들을 제대로 다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검술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유지태 중위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든 채 앞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베어 나갔다. 그러던 중 자신도 모르게 검을 휘둘렀다.

까깡!

뭔가 막히는 듯한 느낌에 앞을 보니 박진철이 있었다.

“에헤이. 유 중위님 정신을 어디다 놓고 있어요? 방금 나 칠 뻔했어요.”

“죄송합니다. 지금 정신이 없어서…….”

“아. 무슨 일인지 알겠다. 지금 막 숙련도가 오르니까 미치는 것 같죠?”

“네네.”

“나도 그래요. 나도. 이곳에 들어와서 숙련도가 팍팍 오르고 있어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뭐? 얼마나 남았어요?”

“조금밖에 안 남았습니다. 잘하면 오늘 B등급 플레이어로 승격할 것 같습니다.”

“와우, 진짜요? 그럼 나에게 미리 말을 하죠. 자,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 유 중위님이 다 잡아요.”

“정말입니까?”

“당연하죠. 다음에도 유 중위님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B등급으로 올라가면 나도 좋죠.”

박진철이 씨익 웃었다.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까닥인 후 곧바로 다시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안미숙이 박진철에게 다가갔다.

“자기 뭐 해?”

“왜?”

“나는 자기 때문에 일부러 대미지 약하게 넣었는데 왜 가만히 있어?”

안미숙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이었다.

박진철이 그런 안미숙을 보며 말했다.

“자기야. 유 중위님도 빨리 성장을 해야지. 그래야 자기와 나랑 계속 호흡을 맞추지. 언제까지 남의 남자 도와줄 거야. 응?”

“아……. 그런 뜻이었어?”

“그럼. 내가 설마 유 중위가 예뻐서 그런 줄 알아? 그가 빨리 성장해야 내가 자기랑 함께 하지. 그것이 원래 우리 로망이었잖아.”

“진즉에 말하지.”

안미숙이 슬쩍 박진철의 옆구리를 툭 하고 쳤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안유정 중위를 봤다.

“그럼 우리 안 중위도 키워야겠다.”

“언제 키우지?”

“기다려 봐. 내가 키워줄 테니까.”

안미숙이 히죽 웃으며 안유정 중위 곁으로 갔다. 열심히 화를 쏘는 그녀에게 말했다.

“안 중위님.”

“네?”

“궁술 스킬 숙련도 많이 올랐어요?”

“네. 많이 늘었습니다.”

“그럼 내가 좀 더 빨리 궁술 스킬 숙련도 올리는 법 알려 줄까요?”

“방법을 아세요?”

“내가 우리 강힘길드 부길드장이잖아요. 우리 길드를 거쳐 간 궁수가 한두 명이 아니에요. 당연히 노하우를 알고 있죠.”

그 말에 안유정 중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그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자, 간단해요. 활을 쏠 때 이제부터 이마 한가운데만 노립니다.”

“이마 한가운데요?”

“그래요. 그곳만 노려요. 계속해서 빗맞아도 오직 그곳만! 그러면 숨은 스킬도 생성되거든요. 아무튼 막 쏘지 말고 한 곳만 집중해서 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죠?”

“네. 알겠습니다.”

안유정 중위는 화살 하나를 꺼내 팡 하고 쐈다. 안미숙이 이마 한가운데를 노리라고 했다. 그런데 쥐라서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잘 몰랐다. 그래서 노린 곳이 오른쪽 눈이었다.

팍!

안유정 중위가 쏜 화살은 정확하게 그곳에 박혔다.

끼이이익!

몬스터가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안미숙이 박수를 쳤다.

짝짝!

“이야, 우리 안 중위님 대단하네요.”

안미숙이 놀란 듯이 말을 했지만 안유정 중위가 집중한 나머지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화살 하나가 더 재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연달아 다섯 마리를 정확하게 눈을 맞추자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 ‘치명타’가 생성되었습니다.

안유정 중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곧바로 스킬창을 열어 치명타 스킬을 확인했다.

-치명타

공격속도가 10% 올라간다.

10% 추가 대미지로 들어간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퍼센트도 조금씩 상승한다.

그것을 확인한 안유정 중위가 환호했다.

“치명타다. 치명타가 떴어. 정말 가지고 싶었던 스킬이었는데…….”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스킬은 스킬북으로 얻는 것은 아니었다.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이런 것은 돈으로 익힐 수 없다.

실제로 똑같은 스킬을 익히고 있던 사람들도 보조적인 스킬을 체득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안유정 중위는 다시 신나게 활을 쐈다. 그러다가 또다시 알림 창이 울렸다.

띠링!

-스킬 ‘치명타’의 숙련도가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상향됩니다.

그러면서 활을 재는 속도와 나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그렇게 몇 번 더 쏘고 나니 또다시 알림창이 떴다.

띠링!

-스킬 신안이 열렸습니다.

“뭐? 신안? 이게 뭐지?”

신안을 언급한 순간 안유정 중위의 주변에 확 기운이 솟구쳤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갑자기 몬스터들이 뚜렷해지더니 표적이 정확하게 눈에 들었다.

“이, 이것이 신안이야?”

안유정 중위는 뚜렷해진 표적을 향해 화살을 쐈다.

팍!

그곳으로 정확하게 화살이 꽂혔다. 그 순간 안유정 중위의 온몸에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휘감겼다.

‘이 맛이야. 이거였어!’

그냥 퉁 하고 활을 놔도 그 표적에 정확하게 꽂히는 것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자동 에임이 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미숙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빨리빨리 성장해요. 그래야 나도 우리 자기랑 같이하지.’

모두가 사냥에 몰두하는 사이 진우는 쓰러진 보스 몬스터를 뒤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우가 한번 휙 돌고 그랬을 텐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진우의 관심은 오로지 보스 몬스터였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라도 뒤에 있는 보스 몬스터의 배를 갈라서 아이템을 회수하고 싶었다. 그런데 명색이 부부대장씩이나 되어서 병사들은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아이템을 줍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빨리 정리해라.”

진우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30여 분이 흘러서야 주변 정리가 끝이 났다.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지고 진우가 말했다.

“고생했다. 이제 몬스터 핵을 수거하자.”

“네!”

그때를 같이 해 진우가 빠르게 대왕쥐의 배를 갈랐다. 그곳에 있던 핵을 수거했다.

이번에도 대왕쥐의 핵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이것도 제법 값이 나가겠는데.”

진우가 그것을 챙긴 후 주변 아이템을 하나씩 주웠다. 그때 진우의 눈에 스킬북 하나가 들어왔다.

“어? 스킬북이다.”

진우가 그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확인을 해보니 ‘통솔’ 스킬이었다.

“이건 지휘계열 스킬북인데.”

통솔 스킬북을 익히면 타인을 통솔하고 지휘하는 것이 편해진다. 통솔 스킬북을 지휘할 경우 타인이 얻는 경험치와 공헌도를 일부 획득할 수 있다.

파티 플레이를 할 경우 통솔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좀 있다.

경험치와 공헌도를 조금이지만 빼앗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솔 스킬을 사용하면 파티원들 역시 공격력과 방어력이 5%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그 외 통솔 계열 스킬이 필요한 계열은 김슬기 대위 같은 버프 계열이다.

버프 계열은 직접적인 전투에는 참여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타인을 통해 경험과 공헌도를 올려야 한다. 버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모두에게 좋다.

“이건 김 대위에게 줘야겠네.”

진우는 바로 스킬북의 주인을 정했다. 그것 말고도 또 떨어진 것이 없는지 확인을 했다.

“없나? 있어야 하는데…….”

진우가 다시 한번 확인을 해도 없었다. 그러다가 시선이 몬스터에게 향했다.

“설마 깔려 있나?”

덩치 큰 대왕쥐를 뒤집었다.

“으으으으…….”

힘을 주며 뒤집자 저 멀리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진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찾았다!”

진우의 눈에 검은색 열쇠 하나가 들어왔다.

유지태 중위가 진우를 향해 보고했다.

“핵 회수 전부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지난번처럼 병력들 데리고 나가 있어. 난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보고 나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미 한 번 겪어 봤던 일이라 유지태 중위와 병사들은 군말 없이 나갔다. 하지만 박진철과 안미숙은 달랐다.

“뭐야? 뭐가 있기에 남아서 둘러본다는 거야?”

“그러게.”

“너 우리 몰래 뭘 하려고 그래?”

진우는 다른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은 속일 수가 없었다.

“아, 그게요. 지난번과 같이 히든 퀘스트가 떴습니다.”

“그래? 그럼 같이하자. 뭔데?”

박진철이 얘기를 했다. 그러자 난처한 얼굴이 된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싶은데 히든 퀘스트가 1인 게이트라서요.”

“1인 게이트? 정말 1인 맞아?”

박진철이 의문을 가졌지만 안미숙이 바로 옆구리를 툭 쳤다.

“응?”

“가자. 진우가 1인 게이트니까 1인 게이트라고 그렇겠지. 설마 1인 게이트가 아닌데 그러겠어.”

“하긴……. 진우야 조심해라.”

“네. 제가 길드 운영비 벌어서 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또 그렇게 말을 하니 오히려 미안해지네. 어떻게……. 갑옷이라도 벗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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