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96화
11. 쥐를 잡자(10)
박진철이 갑옷을 벗는 시늉을 했다. 진우가 바로 말렸다.
“됐어요. 이미 형 몸 사이즈에 맞췄는데 무슨 갑옷을 벗어준다고 그래요. 어서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끝내고 나갈 테니까요.”
“알았다.”
둘이 몸을 둘려 포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박진철이 슬쩍 안미숙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기야. 웬일이야.”
“뭐가?”
“원래 자기 성격이면 한소리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웃겨. 자기는 여자 친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더라.”
“아니, 그게 아니라…….”
박진철이 우물쭈물했다.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게이트 활동을 하다가 가끔씩 히든 퀘스트를 부여받은 플레이어가 있었다. 아이템을 독점하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플레이어도 존재했었다.
그럴 때마다 안미숙은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냈다.
그래서 누군가 히든 퀘스트를 얻을 때마다 진짜인지 아닌지 깐깐하게 따지곤 했다. 그런데 진우에게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박진철이 슬쩍 말했다.
“자기야. 우리가 아무리 길드 사정이 이래도 기죽지 않았으면 해.”
“그래서 뭐? 예전처럼 지랄지랄 하라고?”
“그건 또 아니고…….”
“막말로 우리가 진우 아니었으면 이렇게 헬퍼로 올 수나 있었을까?”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기죽은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지?”
“그냥……. 설사 1인 게이트가 아니라고 해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말이야. 그리고 아까 진우의 모습을 지켜보니 우리가 없어도 될 것 같더라.”
“에이. 나는 그래도 자기는 있으면 좋지. 아무리 그래도 A등급인데.”
“아니, 나 지금까지 진우가 나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야. 나보다 한참 위야.”
“한참 위?”
박진철이 바로 의문을 지었다. 안미숙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럼 S등급?”
“그럴지도.”
박진철은 바로 믿지 못하는 듯 피식 웃었다.
“에이. 무슨 S등급이야. 농담은…….”
그러면서 바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장난을 쳤으니 안미숙이 바로 자신의 등짝을 때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미숙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어쩌면 정말 S급일지도 몰라.”
“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박진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를 보며 안미숙이 쓴웃음을 지었다.
박진철 B등급이고 아직 A등급이 되지 않은 남자 친구에게 S등급 얘기를 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가자. 기다리겠다.”
안미숙이 박진철을 데리고 포털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모두 포털을 빠져나가고 난 후 진우가 흑룡인들을 소환했다.
“소환.”
그 순간 3명의 흑룡인이 진우 앞에 나타났다. 그중 최대근 중사가 바로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장! 날이 가면 갈수록 연기력이 늘어납니다.”
“뭐?”
“1인 게이트라……. 아주 멋졌습니다.”
최대근 중사의 말에 진우가 피식 웃었다.
“최 중사.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냐.”
김철수 중사가 나섰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같이 해도 되지 않습니까? 나름 실력이 있어 보이던데요.”
“위험할 것 같아서.”
“위험요?”
최대근 중사가 바로 끼어들었다.
“그럼 우리는 괜찮다는 겁니까? 듣는 사람 서운하네.”
김철수 중사가 바로 최대근 중사에게 말했다.
“야. 우리는 흑룡인이잖아.”
“흑룡인이 뭐? 다쳐도 괜찮다니?”
“우리는 대장에게 종속된 몸이잖아.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깨어났어?”
“어떻게 깨어나긴……. 아, 그렇지 참. 대장이 우릴 살렸지.”
“그래. 만약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대장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우릴 살릴 수 있지만, 저 두 사람은 일반인이잖아. 만에 하나 게이트에서 무슨 일 생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대장 그런 생각한 거죠?”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우리는 블랙 게이트에서 손발이 딱딱 맞았지만 저 두 사람은 정확한 내 실력을 모르잖아.”
진우의 말에 임백호 상사가 나섰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장 얘기 들어보니 보내기 잘한 것 같습니다. 저 두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 아닙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군대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강힘길드도 키울 겸 헬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고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히든 게이트 엽니다.”
진우가 열쇠를 손에 움켜쥔 채로 마나를 주입했다.
구궁!
웅장한 소리와 함께 새로운 게이트가 오픈되었다. 진우와 새 사람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지난번 히든 게이트와 비슷했다.
그때를 같이 해 알림이 떴다.
띠링!
-히든 게이트 어둠의 하수구(S)가 열렸습니다.
-나태한 대왕 쥐를 처치하시오(0/1)
“와, S등급이라 그런지 녀석의 덩치가 장난 아닌데요.”
최대근 중사의 어깨에는 어느새 커다란 도끼가 올려져 있었다. S등급 게이트이지만 긴장은 하지 않았다.
-어둠의 게이트 속성에 따라 게이트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게이트 S등급에서 A등급으로 하향조정 됩니다.
S등급의 몬스터지만 지난번과 같이 A등급으로 조정되었다. 이미 비슷한 등급의 진정한 어둠의 개미를 상대한 적이 있어서인지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진우를 불러서 말했다.
“대장. 그냥 편하게 얘기해요. 또 막타 칠 겁니까?”
김철수 중사의 말에 진우가 살짝 고민하며 말했다.
“나도 막타를 치려는 건 아닌데……. 솔직히 너희들 말이야. 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줘. 아무리 레벨이 다운되었다고 해도 S등급 몬스터야. 내가 언제 S등급 몬스터와 상대하겠어.”
“아니, 대장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퀘스트는 대장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장이 막타를 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임백호 상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중사의 말이 맞습니다. 대장이 막타를 쳐야 이 퀘스트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최대근 중사가 눈을 끔벅였다.
“그런 거였어? 우씨, 그럼 난 막타를 못 치네.”
김철수 중사가 최대근 중사에게 말했다.
“대신에 우리는 저 녀석을 상태로 숙련도를 올리잖아. 그러면 우리가 더 성장하는 거고. 안 그렇습니까, 행보관님?”
“그래. 김 중사의 말이 맞아.”
임백호 상사의 시선이 진우에게 향했다.
“저희가 최대한 체력을 빼놓겠습니다. 그때까지 최대한 대장도 참아 주십시오. 저번처럼 참지 못하고 쓸어버리면 우리는 제대로 성장도 하지 못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쓰고 싶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뭐……. 저에게 마무리를 맡겨 주시면 그 정도야 충분히 참을 수 있죠. 그런데 막타 타이밍을 어떻게 알죠?”
“그렇지 않아도 제가 S등급의 몬스터에 대해서 알아본 것이 있습니다. S등급 몬스터는 보통 세 번의 페이즈를 나눠서 공략을 한다고 합니다.”
“세 번의 페이즈요?”
“네. 1페이즈, 2페이즈, 3페이즈 이렇게 말입니다.”
“페이즈? 그거 게임 용어 아닙니까?”
“게임 용어는 맞는데. 편의상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면 군대식으로 제1패턴, 제2패턴 이렇게 말을 하는 게 좋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편한 대로 하십시오.”
“네. 어쨌든 기본적으로 S등급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세 번의 페이즈가 기본인데 다음 페이즈로 넘어갈 때마다 체력과 공격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네. 대장은 두 번째 페이즈가 넘어갈 때까지 어지간하면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경험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운 게이트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S등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때를 대비해서 저희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말에 진우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세 사람이 앞에 서서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김철수 중사는 지난번 진정한 어둠의 여왕개미를 쓰러뜨리고 얻은 무기, 어둠의 여왕개미 촉수를 꺼냈다.
임백호 상사는 어둠의 여왕개미의 눈알을 꺼냈고, 최대근 중사는 그때 장만한 갑옷을 입은 채로 이미 거대한 도끼를 땅바닥에 쿵 하고 내려놨다.
이렇듯 세 사람이 앞으로 나서자 나태한 대왕 쥐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태한 대왕 쥐는 당연히 진우가 가장 신경 쓰였다. 그런데 진우가 일단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바로 덤벼들면 진우가 나설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세 사람에게 공격당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때 최대근 중사가 앞으로 나섰다.
“좋았어!”
최대근 중사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태한 대왕 쥐 앞으로 도끼를 질질 끌며 걸어갔다.
최대근 중사의 싸움 방식은 여느 때와 비슷했다. 특별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땅속 깊이 박힌 고목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어그로를 확 끌었다.
전형적인 탱커의 모습이었다.
“어디 보자. 지난번 그 녀석보다 좀 더 강했으면 좋겠다.”
최대근 중사가 씨익 웃으며 들고 있던 도끼를 힘차게 하늘 높이 들었다.
“으아압!”
그러곤 힘차게 내려쳤다.
‘스킬 대지파괴[A]!’
콰앙!
바닥이 진동하며 최대근 중사의 사방으로 파편이 튀며 나태한 대왕 쥐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나태한 대왕 쥐는 움찔하다가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 바로 반격했다.
찍찍!
삭, 사사삭!
날아드는 파편을 피해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며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최대근 중사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끼, 덩치에 안 맞게 빠르네.”
“최 중사! 어서 잡아!”
김철수 중사가 소리쳤다. 최대근 중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기다려 봐. 내가 꽉 잡고 있을 테니까.”
최대근 중사 역시 블랙 게이트를 통해 여러 종류의 몬스터를 상대했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고작 저런 것으로 당황할 그가 아니었다.
“으라찻! 자, 간다.”
최대근 중사가 이번에는 도낏자루의 끝을 잡았다. 그리고 도끼와 한 몸이 된 듯 빙글빙글 돌며 나태한 대왕 쥐를 향해 돌진했다.
‘스킬 암흑광풍[A]!’
최대근 중사가 마치 팽이처럼 나태한 대왕 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나태한 대왕 쥐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볼 최대근 중사가 아니었다.
최대근 중사가 가슴을 활짝 펴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스킬 도발[A]!’
그 순간 뒤로 물러나던 나태한 대왕 쥐가 멈췄다. 눈빛이 붉게 충혈되며 최대근 중사를 응시했다. 그러곤 물러서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하하핫. 그래. 그래야지. 와, 들어와!”
도끼를 꽉 쥔 최대근 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태한 대왕 쥐의 커다란 두 앞니가 최대근 중사를 찍어버릴 듯 다가왔다.
최대근 중사가 도끼를 가슴 앞에 모으며 나태한 대왕 쥐의 앞니를 막았다.
쾅! 콰쾅!
“으으으으……. 이 새끼 봐라. 아주 날뛰고 있네.”
“그렇게 꽉 잡고 있어!”
김철수 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달려온 김철수 중사가 최대근 중사의 뒤에서 높이 치솟았다.
그의 오른팔을 허공에 쫙 펼치자 그의 손에는 지난 게이트에 얻었던 어둠의 여왕개미 송곳니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