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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97화 (97/177)

힘을 숨긴 귀환자 97화

11. 쥐를 잡자(11)

“최 중사!”

김철수 중사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맞춰 최대근 중사가 팔에 힘을 주며 녀석을 밀어냈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도끼를 쥐고는 땅을 쓸 듯이 휘둘렀다.

‘스킬 다운[A]!’

콰앙!

최대근 중사는 김철수 중사가 공격하기 편안하게 나태한 대왕 쥐를 넘어뜨리려고 했다. 두 사람의 공격 패턴은 언제나 같았다. 그리고 그 공격 패턴은 실패해 본 적이 없었다.

최대근 중사가 휘두른 도끼에 의해 나태한 대왕 쥐의 다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몸이 휘청거리며 발라당 뒤집혔다.

쿵!

“좋았어!”

최대근 중사가 외쳤고, 김철수 중사도 어둠의 여왕개미 송곳니를 수직으로 세웠다.

‘스킬 뇌전[A]!’

김철수 중사의 검에 검은색 뇌기가 샤르륵 어렸다. 그 검을 그대로 나태한 대왕 쥐의 목에 꽂았다.

푹!

쫘르르르르! 파직, 파지지직!

요란한 소리와 함께 뇌전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막혀서인지 나태한 대왕 쥐의 목을 찌르지 못했다.

“아무튼 이놈들은 여전하다니까. 행보관님!”

김철수 중사가 소리쳤다. 임백호 상사는 벌써 캐스팅을 완료한 상태였다.

“어, 그래. 이미 준비 끝났어!”

김철수 중사가 몸을 빙글 돌며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임백호 상사의 영창이 터져 나왔다.

“스킬 작업하자[A]!”

토털 디버프 스킬 작업하자[A]가 발동했습니다.

-대상의 이동 속도가 5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의 공격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의 방어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의 체력이 2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의 저항력이 3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의 출혈 피해가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대상의 회복력이 3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에게 3종류의 상태 이상이 작용합니다.

이 버프 스킬은 언제나 배신을 하지 않았다. 적중률 70퍼센트답게 임백호 상사의 스킬이 단숨에 나태한 대왕 쥐를 집어삼켰다.

나태한 대왕 쥐 역시 S등급이지만 어둠의 속성으로 인해 너프된 상태였다. 그러니 임백호 상사가 날린 디버프에 완전히 걸려 버렸다.

“좋았어! 디버프 걸렸어!”

“감사합니다.”

김철수 중사가 외쳤고 고개를 돌려 최대근 중사를 봤다.

“최 중사! 가자!”

“준비 끝!”

언제나 그렇듯 세 사람의 연계 플레이는 그야말로 눈부셨다.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물 흐르듯 공격이 이어졌다.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는 진우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무튼 저 세 사람의 호흡은 끝내준다니까.”

김철수 중사가 소리쳤다.

“최 중사는 놈의 실드를 깨버려!”

“이미 하고 있어.”

최대근 중사는 커다란 도끼로 나태한 대왕 쥐를 때리고 있었다.

쾅! 쾅! 쾅!

“뭔 놈의 실드가 이리도 강해?”

“저번에 느껴봤잖아. 그럼 좀 더 강하게 때려야지!”

“젠장! 그랬지?”

“뭐냐.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냐?”

“까마귀 고기? 그거 맛있냐?”

최대근 중사가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물었다. 어느새 입 주위로 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이런 무식한……. 됐고! 빨리 깨기나 해.”

“야! 내가 무식해? 안 무식하거든.”

“알았으니까. 서둘러!”

“그러고 있어.”

최대근 중사의 도끼가 연신 실드를 두드렸다. 그사이에 나태한 대왕 쥐 역시 가만히 맞아주지 않았다.

쾅! 콰콰쾅!

이번에는 몸통 박치기로 최대근 중사를 공격했다.

“윽! 이, 이 새끼가…….”

최대근 중사가 뒤로 주르륵 밀렸다. 임백호 상사의 버프가 아니었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너 좀 한다!”

최대근 중사가 도끼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그의 두 발 주위로 엄청난 기운들이 휘감겼다.

“그래 어디 다시 한번 돌진해 봐!”

최대근 중사가 씨익 웃었다. 나태한 대왕 쥐 역시 몸통 박치기로 최대근 중사를 공격해 이득을 봤다. 그래서 다시 한번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달려드는 나태한 대왕 쥐를 보며 최대근 중사가 힘차게 외쳤다.

“그래, 새끼야. 기다렸다.”

‘스킬 발구르기[B]!’

콰앙!

최대근 중사가 오른발로 대지를 강하게 밟았다.

그 순간 지면이 쩍 갈라지더니 달려드는 나태한 대왕 쥐가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발이 땅속에 박히며 꼼짝을 못 했다.

“죽엇!”

쾅!

최대근 중사가 충격을 주듯 실드를 강하게 내려쳤다. 발이 땅에 묶인 나태한 대왕 쥐가 당황했다.

최대근 중사기 다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후우우웅!

강한 기운이 스며들며 양팔의 근육이 엄청나게 부풀었다. 검은 기운이 발바닥부터 올라와 온몸을 휘감았다.

그때 최대근 중사의 눈이 번뜩였다.

“이게 돌진이라는 스킬이다.”

‘스킬 돌진[B]!’

최대근 중사의 어깨가 나태한 대왕 쥐를 강하게 강타했다.

쾅!

나태한 대왕 쥐가 경직이 일어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때를 같이해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암흑 분쇄[A]!’

커다란 도끼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태한 대왕 쥐를 난타했다.

쾅! 콰콰콰콰콰쾅!

“으라라라라랏!”

쩍 쩌어어억! 와창창!

그때 나태한 대왕 쥐를 감싸고 있던 실드가 최대근중사의 스킬 암흑분쇄에 의해 깨져버렸다.

“역시 실드 깨는 것은 이 스킬이 딱이라니까! 야, 김 중사!”

“이미 달려들고 있어.”

김철수 중사 역시 실드가 깨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미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김철수 중사의 검이 날아들었다. 그의 검이 빠르게 나태한 대왕 쥐를 난도질했다.

삭! 사사사사삭!

“뀌엑. 뀌에에에에엑!”

나태한 대왕 쥐가 발광하듯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쿵! 쿵! 쿵! 쿵! 쿵!

땅이 울렸다. 나태한 대왕 쥐의 꼬리가 사정없이 휘둘러지며 최대근 중사를 공격했다.

쉭! 쉬쉬쉬쉬쉭!

최대근 중사는 도끼를 방패 삼아 나태한 대왕 쥐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 녀석 꼬리가……. 제법 아프네.”

그러면서 힐끔 김철수 중사를 봤다. 김철수 중사 역시 나태한 대왕 쥐의 공격을 피하며 어둠의 여왕개미 송곳니를 쑤셔 박고 있었다.

“이, 이런 시발…….”

최대근 중사가 기운을 발산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막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냐, 이 새끼야!”

휘둘러지는 나태한 대왕 쥐의 꼬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거대한 도끼를 휙휙 돌리며 빠르게 휘둘러지는 나태한 대왕 쥐의 꼬리를 확인했다.

“지금이다!”

최대근 중사가 도끼를 그대로 내리꽂았다.

쾅!

“께에에에엑!”

나태한 대왕 쥐가 괴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최대근 중사의 도끼가 꼬리를 그대로 잘라버린 것이다.

“최 중사. 나이스!”

“빨리 죽여 버려!”

“그래!”

김철수 중사의 어둠의 여왕개미 송곳니에 검은색 뇌전이 둘러졌다.

그때를 같이 해 나태한 대왕 쥐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발산되었다. 그리고 잘려나갔던 꼬리가 재생되었다. 재생된 꼬리가 조금 전보다 1.5배는 더 커진 느낌이었다.

“꾸에에엑!”

찌릿찌릿!

“어라? 저 새끼 꼬리가 재생되었는데?”

김철수 중사는 나태한 대왕 쥐가 2페이즈에 돌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최대근 중사를 향해 소리쳤다.

“2페이즈다! 최 중사 한 번 더 오케이?”

“시발! 언제는 안 그랬냐!”

최대근 중사가 인상을 쓰며 도끼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최대근 중사는 바로 덤벼들지 못했다. 뭔가 피부가 찌릿찌릿한 것이 달려들면 위험할 것만 같았다.

“최 중사 뭐 해?”

“자, 잠깐만…….”

그때를 같이해 나태한 대왕 쥐의 입에서 보라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크르르르르, 크륵.”

“도, 독이다!”

“됐어. 내가 뇌전으로 태워 버릴게.”

김철수 중사가 장담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서 나태한 대왕 쥐 주변에 퍼진 독가스를 태워 버리려고 했다.

지지직, 지직…….

그런데 그 독가스가 김철수 중사의 피부에 살짝 닿는 순간.

취이이.

“윽!”

팔이 따끔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바로 고통이 밀려왔다.

“으으으으…….”

최대근 중사은 즉시 김철수 중사에게 달려갔다.

“김 중사 왜 그래?”

“야, 저 독 제법 아프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을 보였다. 팔이 마치 썩어들어가듯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급히 임백호 상사가 달려왔다.

“나와!”

임백호가 곧바로 힐을 시전했다.

그러자 뿌연 보라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으아아아악!”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이 밀려왔다. 임백호 상사의 눈이 반짝였다.

“됐어. 나머지는 자연치유 될 거야.”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최 중사 저 독……. 위험해.”

“알아…….”

조금만 닿아도 썩어들어가는 독이라니. 그렇다면 근접형인 최대근 중사가 달려들기는 힘들다.

“어떻게 하지?”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직접 부딪쳐야지. 행보관님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최대근 중사가 이를 악물었다. 임백호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을 수 있겠어?”

“이것보다 더한 것도 참았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최대근 중사가 씨익 웃었다. 블랙 게이트에서 독 저수지에 직접 빠진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 그때에 비한다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갑니다.”

“알았다.”

임백호 상사도 바로 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마쳤다.

최대근 중사가 나태한 대왕 쥐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라라라랏.”

쾅!

최대근 중사 혼자 나태한 대왕 쥐를 맞이했다.

나태한 대왕 쥐가 내뿜는 독기를 피해가며 맞서 싸웠다. 임백호 역시 디버프를 걸어주고 큐어를 써서 최대근 중사를 치료했다.

최대근 중사는 독에 대한 고통이 있었지만 참을 만했다. 그렇게 대략 30여 분이 흘러갔다. 나태한 대왕 쥐에게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우웅! 우우우우웅!

그 변화를 감지한 김철수 중사가 소리쳤다.

“3페이즈다. 최 중사 물러나!”

“3페이즈?”

최대근 중사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 김철수 중사 옆으로 왔다.

“3페이즈니까 변화를 보면서 재정비를 합시다.”

김철수 중사의 말에 임백호 상사는 MP 물약을 입에 넣었다. 최대근 중사도 HP 물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김철수 중사는 변화하는 나태한 대왕 쥐를 살폈다.

조금 전까지 없던 이마에 한 개의 뿔이 솟구쳤다. 눈 또한 회색이던 것이 붉게 변하였다. 기운 역시 2페이즈와 달리 더욱더 강하게 느껴졌다.

“으음…….”

진우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이제는 자신이 나서야 할 차례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나서려는데 임백호 상사가 막아섰다.

“대장, 잠시만요.”

“네?”

“한 번만, 딱 한 번만 우리가 막아보겠습니다.”

“…….”

진우가 말없이 세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곤 피식 웃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도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세 사람이 다시 나태한 대왕 쥐를 응시했다. 그런데 반들반들했던 꼬리에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다들 조심해. 저 가시에 왠지 치명적인 독이 있을 것 같다.”

그랬다. 입에서 독가스만 뿜어대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는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화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가슴 부위에 두 개의 팔이 생겼다. 네 개의 다리와 가슴 앞에 생성된 두 개의 팔! 너무나도 기이한 모습이지만 그만큼 위협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아무리 김철수 중사라고 해도 날카롭게 휙휙 휘젓는 두 개의 팔을 뚫고 몸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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