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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99화 (99/177)

힘을 숨긴 귀환자 99화

11. 쥐를 잡자(13)

“네?”

“플레이어님께서는 군대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는 군대를 안 갔습니다.”

“네에?”

병사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진철이 손을 들어 바로 말했다.

“자! 교육은 여기까지. 그럼 난 이만…….”

박진철이 그곳을 떠나고 안미숙이 바로 호응했다.

“모두 박수, 박수!”

짝짝짝짝.

어색한 박수 소리가 울리는 동안 진우가 박진철에게 다가갔다.

“그 와중에 교육도 해주고 고마워요, 형.”

“고맙긴. 원래 작전 끝나고 나면 탐지꾼이 브리핑도 하고 내용 정리하고 그런 거지. 원래 탐지꾼은 처음과 끝이 좋아야 해.”

“원래 탐지꾼은 초반 브리핑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니에요?”

“요새 탐지꾼들은 배가 불러서 그래. 예전 탐지꾼들은 던전 끝나고 나면 이번 공략 게이트에 대해서 요약도 해주고 그랬어. 사실 그것이 탐지꾼의 주목적이야.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 탐지꾼들이 귀하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이것들이 아주 앉아서 밥을 먹으려고 해요.”

“역시! 탐지꾼 스킬을 형에게 주길 잘했네요.”

“그렇지!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그런 면에서 우리 부부대장님 잠시…….”

“네?”

“이쪽으로 오시죠.”

“무, 무슨 일로…….”

“자, 이제부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상세히 보고를 합니다.”

“안에서요? 별일 없었는데요.”

“아……. 진짜 왜 그러실까? 저기 보이죠. 저기 기기?”

“네?”

“과연 저 기기가 무엇일까요?”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진우도 익히 알고 있는 기기였다.

“마나 감지기이죠.”

“좋아요. 마나 감지기 맞아요. 그럼 마나 감지기는 무엇을 감지하는 것이죠?”

“게이트의 마나 밀도죠.”

“그렇죠. 게이트 안의 마나 밀도를 측정하는 것이죠. 그럼 내가 괜히 떠보며 물어보는 것일까요? 마나 감지기에서 변화가 생겨서 물어보는 걸까요?”

“마나 감지기에 변화가 생겼어요?”

“네. 그렇습니다.”

박진철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그냥……. 말했잖아요. 1인 게이트에 들어갔다고.”

“1인 게이트가 뭔데? 왜 거길 들어갔어? 거기 몬스터는 뭔데?”

“나태한 대왕 쥐요.”

“나태한 대왕 쥐? 나태니 뭐니 이런 잡스러운 이름이 붙으며 보통 A등급인데. 그래서 이번에는 뭐야?”

“S등급!”

“헐, 또 S급? 그런데 어떻게 살아 돌아왔어? 설마 이번에도 다운 게이트?”

“네.”

“뭐야, 너! 도대체 뭐냐고. 들어갔다고 하면 다운 게이트야.”

“그러게요.”

“너 솔직하게 말해봐. 나 몰래 무슨 특별한 거 있지?”

“있어요. 이거 형만 알고 있어요.”

“뭐데?”

“나 퀘스트 받았어요.”

“그렇지. 그런 거였어. 뭔가 있을 줄 알았어. 퀘스트가 뭔데? 다운 게이트 20개, 30개 클리어 뭐 그런 거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진우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비슷해요.”

“이야. 좋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핵 가지고 나왔어?”

“네.”

“어떻게 좀 볼 수 있을까?”

“봐주면 좋죠.”

“자자, 다른 사람 안 보게 살짝 보여줘 봐.”

진우가 몬스터 핵을 꺼내 보여줬다. 박진철이 확인을 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도 역시 S등급 핵이었다.

“와우! S등급…….”

그런데 박진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우야.”

“네?”

“이번 것은 저번 것보다는 좀 별로다.”

“그래요?”

“응. 크기는 좀 크긴 한데……. 밀도가 영 아니다. 확실히 지난번보다는 못 받을 것 같다. 그래도 S등급이니까.”

박진철이 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거나 무려 S등급의 몬스터 핵이다.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뭐 어떻게 버려요?”

“미쳤냐. 아무리 지난번 것보다 별로라고 해도 이 정도면 뭐……. 천억 근처는 나올 것 같은데.”

“수수료 떼기 전, 후?”

“당연히 전이지. 이번에는 수수료 많이 떼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게요.”

“어떻게, 이것도 디 카페인으로 가져가?”

“당장 처리하기에는 그곳만 한 곳이 없는데요.”

“뭐 급한 것이 아니면 나중에 처리하든지.”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급한 것은 아니고 또 게이트가 뜰 수 있는데 그때 한 번에 몰아서 가죠.”

“그래. 잘 생각했다. 고생했어.”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안미숙이 불쑥 다가왔다.

“뭐야. 둘이 무슨 얘기 나눴어?”

예전의 박진철이었다면 시치미를 딱 떼고 넘어가겠지만 안미숙과 사랑하는 사이다 보니 숨기는 것이 없었다.

“자기야. 이리 와봐.”

“왜왜?”

“진우가 또 다운 게이트에 들어갔어.”

“진짜?”

안미숙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등급도 무려 S등급.”

“뭐지?”

“진우 이 자식 블랙 게이트에서 퀘스트를 받은 모양이야.”

“와……. 이진우. 이 자식 해도 너무하네. 그 얘기를 왜 안 했어.”

그러자 박진철이 바로 안미숙을 말렸다.

“그 얘기를 어떻게 해. 블랙 게이트 때문에 다들 난리인데 진우가 퀘스트를 받았다고 해봐. 진우를 가만히 뒀겠어? 그걸 무슨 수로 얘기해.”

“하긴…….”

“자기도 말하면 안 돼. 너무 티 내지도 말고.”

“알았어. 이제 뭔가 속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말이야. 몬스터 핵이 또 S등급이야.”

“뭐?”

박진철이 안미숙의 귀에다가 쑥덕쑥덕거렸다. 안미숙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큰데?”

“지난번보다는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것만 있어도 우리 길드 운영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겠다.”

“그러게. 그러지 말고 우리 이참에 다 부를까?”

“그럴까?”

그 말을 하며 두 사람이 동시에 진우를 봤다. 진우가 멋쩍게 웃었다.

사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전 병력들의 가족들을 챙겨주기로 했다. 그것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두 사람은 살짝 들떠 있었다. 진우가 그런 두 사람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

“형, 누나 잠깐만요. 사실 저 이 돈 쓸데가 있어요.”

“왜? 아버지 회사가 어려워?”

“아니요. 사실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던 병사들 가족들 있죠? 아무래도 내가 먹여 살려야 할 것 같아요.”

진우의 말을 듣고 안미숙이 바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미쳤어? 천 명이 들어갔어. 천 명이면 딸린 식구가 몇 명이야. 4천 명? 5천 명?”

박진철이 입을 쩌억 벌렸다.

“무슨 강원도 도지사에 출마하세요?”

“그건 아니고요. 다 나와 싸웠던 동지들이고. 그래도 내가 대장인데……. 가족들에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인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게이트 활동하면서 나온 부산물들은 블랙 게이트에 희생된 가족들을 위해서 쓰고 싶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팔고 남았던 돈 상당수가 이미 가족들에게 들어갔어요.”

“하아, 참…….”

박진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진우를 봤다.

“만약 나였다면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았을 텐데……. 너 참 대단하다.”

안미숙도 진우를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내가 살아 돌아온 게 어디에요.”

“그래. 살아 돌아온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뭐?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네.”

“그런데 너 무슨 수로 그걸 해?”

“지금은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에요.”

“무슨 문제?”

“네. 가족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럴 거면 그냥 우리에게 맡겨. 내가 해줄게.”

“형. 가능하겠어요?”

“내가 그거 하나 못 해주겠니? 걱정 말고 나에게 맡겨. 그러지 말고 아예 재단 하나를 만들까?”

“재단요?”

“그래. 강힘재단이라거나……. 블랙 게이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도와주면 되는 거잖아.”

“어? 그거 괜찮은데.”

진우가 생각을 해보니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 역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신화그룹과 엮여 있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가서 돈을 줬던 거였다.

물론 그사이 진우의 존재가 드러나면 안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긴 했지만.

그런데 막상 얘기를 들어보니 귀가 솔깃해졌다.

“내가 신분을 숨기려는 이유는 알죠?”

“알지. 내가 그걸 모를까.”

“그래서 말인데 몬스터 핵……. 누나가 잡았다고 할까요?”

안미숙이 화들짝 놀랐다.

“내가? 야아……. 내가 아무리 불의 심판을 익혔다고 해도 내가 마법사 중에서 1티어도 아니고 말이지. 나 아직 그 정도 아니야.”

“그래도요. 누나가 다운 게이트에 들어갔다고 하면 괜찮지 않아요?”

“그건……. 그러다가 내가 플레이어들에게 표적이 되면 어떻게 해? 내가 A등급 마법사라 막을 수는 있겠지만 대형길드에서 떼로 덤벼들면 나도 힘들어. 감당 못 해.”

안미숙이 살짝 겁을 먹었다. 박진철도 나섰다.

“그래 인마. 어디 내 여자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게 해? 그렇지 자기야? 할 거면 A급 마법서 서너 개는 던져주고 그런 말을 하든지. 사람이 말이야. 양심이 없어.”

“그러게 말이야.”

진우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누나. 핵 하나당 마법서 하나. 콜?”

“진짜? 너 잘 생각해야 해. 나 불의 심판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비싸. 그러다가 내가 S등급 마법서를 사 달라고 하면 어쩔래? 감당할 수 있겠어?”

“그거 천억 정도 아니에요?”

“와, 얘 봐라. S등급 핵 좀 먹었다고 이제 천억도 그냥 막 말을 하네.”

“그래서 누나 할 거야 말 거야.”

안미숙이 잠깐 고민을 했다.

“너 진짜 나 S등급 마법서 사 줄 거야?”

“봐둔 거라도 있어요?”

“사고 싶은 것이 있긴 해. 지금 당장 소화는 못하더라도 익히고 싶은 게 있거든.”

“그럼 뭐……. 한번 해봅시다.”

“진짜? 진짜지.”

“네. 그런데 당장은 못 사 줘요. 게이트 몇 번 더 돌아야 해요.”

“그거야 걱정하지 말고.”

“오케이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그럼 내가 누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대신 누나가 총대를 매줘요.”

“알겠어. 나 안미숙. 지금까지 의리로 죽고, 의리에 살아왔다. 알지?”

진우가 피식 웃었다. 안미숙이 의리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의리보다 중요한 것은 박진철이었다. 그래서 강힘길드에 남은 것이었다.

하지만 안미숙이 이대로 성장해 준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보여준 안미숙의 실력, 불의 심판 스킬까지…….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지켜봤을 때 안미숙은 조만간 AS등급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가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S등급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확실히 미숙이 누나는 독학한 것치고는 천재적인 수준이니까.’

마법사로 각성하면 대부분 마법사 길드를 찾아간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은 혼자 익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연산 정보, 마나 구축, 그리고 술식까지.

그것을 혼자 익히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그런데 안미숙은 혼자서 곧잘 익히기 시작했다. 게다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마법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마법을 철저히 배제하며 배웠다.

안미숙은 올곧이 불의 마법 하나만 익혔다. 한 우물만 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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