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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00화 (100/177)

힘을 숨긴 귀환자 100화

11. 쥐를 잡자(14)

어떤 마법사들은 자신의 레벨에서 익힐 수 있는 모든 마법을 다 익혀 나중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미숙은 자신은 철저히 강해질 것이라는 마음을 먹고 마법을 익혔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순도가 높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단일 스킬로는 상대할 자는 없었다.

그나마 단점은 광역 스킬 부분이었는데 이번의 불의 심판을 익히면서 명실상부 A등급 마법사 중에서도 탑티어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래 일단 겉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니까. 미숙이 누나를 빨리 실력을 끌어올리자.’

진우가 결심을 하고 안미숙을 불렀다.

“누나.”

“응?”

“이제 다음부터는 누나에게 30%를 맡길게.”

“30%? 무슨 소리야?”

“몬스터 30%는 누나가 알아서 해요.”

순간 안미숙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진짜? 너 정말 진짜지! 나 막 몰살한다.”

“그렇게 해요. 그러면 우리도 편안하게 사냥하니까. 좀 모자라는 부분은 게이트를 몇 번 더 들어가면 되는 거고.”

“아싸! 아까 중간에 한 번 쓰고 손이 근질거려 죽는 줄 알았는데. 고맙다, 진우야.”

“아닙니다. 대신에 보스 몬스터는 내가 처리할 겁니다.”

“왜? 아……. 퀘스트 때문에?”

“내가 보스 몬스터를 처리해야지 퀘스트에 관련된 재료가 떠요. 그걸 또 사용해야 다른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인마. 진즉에 얘기를 하지. 누나가 동생 퀘스트를 방해할까.”

“말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알았어. 알았어. 누나는 다 이해한다.”

안미숙이 진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런데 박진철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자기야 왜?”

“아니, 아니야…….”

“왜?”

“그냥 너희들끼리 다 잘하세요. 나는 뭐, 필요도 없겠네.”

“우리 자기가 또 왜 삐졌을까?”

“너희들은 A등급이다 이거지? 그래 나는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B등급이다. 왜?”

진우가 또 나섰다.

“형은 또 왜 그래요? 형도 내가 알아서 장비랑 스킬북 다 챙겨줄게요.”

박진철의 귀가 쫑긋했다.

“스킬북? 어떤 스킬북?”

“뭐 형이 예전부터 원했던 검술 스킬 말이에요. 그거 나오면 줄게요.”

“진짜?”

“네.”

“그런데 안 나오면 어떻게 해?”

“사 드릴게요. 솔직히 말해서 검술 스킬북은 마법 스킬북보다 훨씬 싼데.”

“하긴 그건 그래…….”

박진철은 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스킬북은 마법 몬스터를 공략해야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말 비싸다.

하지만 검술 스킬북 같은 경우는 엄청 많이 쏟아진다. 그래서 익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이 쌌다.

예를 들면 S등급 검술서가 백억 정도에 거래가 될 정도였다.

물론 최고의 공격 옵션을 가진 검술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지만 말이다.

백억이면 어쨌든 S등급의 검술을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S등급의 마법서는 기본적으로 천억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 미만으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가격 차이가 확실하게 났다. 아무리 허접한 것이라도 말이다.

진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래. 미숙이 누나가 메인 원딜러이긴 해도 진철이 형이 길드의 중심이잖아. 형도 실력을 키워야지. 내가 너무 미숙이 누나만 생각했네.’

진우가 박진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길드장님.”

“크흠. 그래요. 앞으로 나만 믿으세요. 부부대장님.”

그렇듯 세 사람은 서로를 보며 껄껄 웃었다.

“다 차에 탔나?”

“네.”

김치석 대위가 확인을 한 후 핸드폰을 꺼냈다. 바로 이준식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무슨 일이야?

“게이트 공략이 끝났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 헬퍼들이 활약을 열심히 해서 게이트 공략이 벌써 끝이 났습니다.”

이준식 대령이 헛바람을 삼켰다.

-하……. 김 대위.

“대위 김치석.”

-너 말이야. 지금 장난해?

“그것이 아니라…….”

김치석 대위는 땀을 흘리며 전화를 받았다.

-자네 말이야. 아까 내가 분명히 말했지. 게이트가 공략이 되면 전화를 하라고.

“저도 보고를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장비 자체도 낯설기도 했지만 게이트 안을 확인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예측한다고 해서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뭐 하는 거야. 방금 나에게 짜증을 냈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저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도 즉각 보고를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뭘 알아야 보고를 하지 말입니다.”

하지만 통화를 하는 김치석 대위의 얼굴은 짜증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김 대위.

“네.”

-너 사단에 복귀하면 바로 내 방으로 와. 알았어?

“……네.”

전화를 끊은 김치석 대위가 인상을 썼다.

“아, 시발! 진짜로……. 그렇게 자기가 잘났으면 직접 와서 확인하면 될 거 아니야. 왜 나에게 지랄이야, 지랄은……. 이진우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이준식 대령은 지난 게이트 사건 이후로 이진우 소령에게 절절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김치석 대위는 무척이나 실망을 했다.

이준식 대령이라면 곧 사단장이 될 사람이었고 11사단에 있는 모든 장교들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이준식 대령이 플레이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에 모양이 빠지고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밑에 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쥐 잡듯이 잡아대니 더 실망스러웠다.

자기 자리마저 불안하니 더욱 그러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준식 대령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졌다.

“에이씨. 내가 옷을 벗든가 해야지.”

김치석 대위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곤 라이터를 켰다. 그런데 라이터가 켜지지 않았다.

“시발, 진짜! 뭐 하나 되는 것이 없어.”

라이터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그때 나성욱 소위의 음성이 들려왔다.

“김 대위님. 출발하셔야 합니다.”

“알았어!”

김치석 대위가 보조석에 올라탔다. 뒷자리를 보는데 장교들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모두들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보며 김치석 대위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아, 나도 플레이어나 될 걸 그랬네.”

목숨을 내걸고 게이트 활동을 하는 플레이어들이지만 팔자 좋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김치석 대위는 부러워졌다.

“젠장! 일이 어떻게 된 거야?”

이준식 대령이 통화를 마치고 짜증을 냈다. 이번에 게이트 관리과 장석준 소령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 솔직히 진우 그 녀석이 고생을 좀 할 것이라 생각했다. 장석준 소령의 말을 들어보면 그랬다.

“지난번보다 게이트 밀도가 높습니다. 지난번 130, 이번에 160입니다. 단순히 30의 차이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체감은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막말로 게이트 밀도가 30이나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몬스터가 추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고, 그러면 지난번보다 훨씬 더 많은 공략 인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각성부대에 그만한 병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이준식 대령은 진우가 게이트 안에서 고생하길 바랐다. 최소한으로 말이다. 지난번처럼 하루 만에 게이트를 깨고 나와서 영웅처럼 우쭐대는 꼴은 안 봤으면 했다. 그래서 김치석 대위에게 전화를 해서 진우의 게이트 공략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식이 한다는 소리가. 뭐? 게이트 공략이 끝나? 들어간 지 10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준식 대령은 지난번보다 더 어려운 게이트에 들어갔는데도 이렇듯 쉽게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헬퍼를 썼다고 해도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김치석 대위가 헬퍼의 핑계를 댔지만 이준식 대령도 헬퍼의 소식은 들었다. 한 명은 A급 마법사고, 다른 한 명은 B급 탱커와 탐지꾼이란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탐지꾼도 B등급이었다. 그 정도 탐지꾼이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법사 같은 경우도 이준식 대령이 알기로는 워낙에 몸을 사리기 때문에 전투에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 들어간 병력 역시 지난번과 같았다. 추가 인원도 없었다.

물론 추가 인원을 요청하지 않은 것도 진우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이준식 대령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임경식 중령이 헬퍼를 들이는 대신에 병력을 묶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준식 대령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한마디로 진우를 꼴 보기 싫어한 임경식 중령의 행동이라며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즐길 시간도 없이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완전 김이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하아……. 진우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고 있는데 작전처 김태식 소령이 들어왔다.

“참모님.”

“어. 그래. 무슨 일이야?”

“말씀하신 대로 이진우 소령 행적을 좀 알아봤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뭐 좀 나온 거라도 있어?”

“네. 지난 새벽에 부대 진입한 흔적이 없습니다.”

“하아, 진짜……. 하나같이 멍청한 놈들만 있는 거야. 당연히 플레이어잖아. 흔적을 남기겠어?”

“하지만 이 소령의 행적이 집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래? 확실해?”

이진우 대령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했다. 김태식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뭐야? 대체 누가 작전처에 침입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단장은?”

“사단장님 역시 집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 소령과 접촉한 적도 없습니다.”

“미치겠군. 그럼 누구 짓이란 말이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료들은? 분실된 것은 없지?”

“분실된 것은 없지만 자료를 확인한 흔적은 있습니다. 어쩌면 사진이나 다른 방법으로 자료를 카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말 미치겠군.”

이준식 대령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책상 위에 올렸다. 그 상태로 잠깐 눈을 감고 고심하던 그가 눈을 떴다.

“아무튼 분실된 것은 없으니까. 불문에 부쳐.”

“이미 소문이 난 것은 어떻게 합니까?”

“그냥 헛것을 봤다는 식으로 둘러대.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말을 하든지.”

“네. 알겠습니다.”

김태식 소령이 나가고 이준식 대령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 소령도 이 소령인데……. 도대체 어떤 새끼야. 설마 옛일을 다 파헤치는 것은 아니지?”

이준식 대령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진우가 차를 타고 가다가 옆에 있는 박진철에게 물었다.

“형은 조합형 게이트 들어가 봤어요?”

“조합형 게이트? 그건 왜?”

그렇게 묻던 박진철이 바로 뭔가를 깨달았다. 그러면서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 그게 조합형 게이트였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야. 아무것도…….”

박진철이 슬쩍 다른 사람 눈치를 봤다. 진우가 말을 꺼내서 그런지 몰라도 다들 박진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진철은 이곳에서 설명 담당이었다. 장교들 역시 이번에도 뭔가 설명을 해줄 줄 알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경험 많은 내가 또 설명을 해줘야 하나?”

박진철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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