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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08화 (108/177)

힘을 숨긴 귀환자 108화

12. 봄날은 간다(8)

“일반 게이트 같은 경우는 크게 조건 같은 것이 뜹니다. 하지만 블랙 게이트 같은 경우는 클리어 조건을 안에서 찾아야 해요. 그것이 또 정확하게 찾기 힘든 부분도 있고요. 물론 탐지꾼을 통해 게이트 정보를 일정 부분 수집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건 한계가 있어요. 말 그대로 블랙 게이트 같은 경우는 어떤 게이트로 정해지지 않았어요. 일단 그 안에 들어가서 버리는 과정에서 게이트가 바뀌는 것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진우 씨가 들어갔던 게이트 등급은 어떤 등급이었나요?”

“어, 그게······. 언론에도 나왔지만 어려운 A등급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어려운 A등급······.”

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알고 있는 그 블랙 게이트도 어려운 A등급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그래, 이 남자라면 어쩜······.’

조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진우를 쳐다봤다. 그러고 있는데 잠시 후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신 차 나왔습니다.”

두 사람 앞에 차가 놓였고,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차부터 마실까요?”

“네.”

조유진은 얘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일단 한 타임은 쉬기로 했다.

‘그래 오늘은 일단 안면을 튼 것으로 됐어.’

조유진은 차를 마시며 진우를 향해 예쁘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한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온 진우와 조유진. 진우가 조유진을 보며 말했다.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방향이 어디시죠?”

“아니에요. 요 앞에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그래도······. 제가 얼마 전까지 차가 있었는데 군 생활을 하다 보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요. 그래서 차를 팔았는데······.”

진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조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차가 뭐가 중요해요. 사람이 중요하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어떻게 다음에 제가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어머. 그럼 안 주시려고 했어요? 막 서운해지려고 해요. 저는 진우 씨하고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럴 리가요. 그럼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잠시 후 조유진 앞으로 택시가 섰다.

“먼저 타고 가세요.”

“아니에요. 먼저 타세요.”

“그래도 이건 아닌데······.”

진우가 망설이자 조유진이 미소를 보였다.

“괜찮아요. 저 근처에 볼일도 있고, 누가 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내가 먼저 타고 가도 되는 건가?”

진우가 망설였지만 조유진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

“어서 타고 가세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꼭 여자가 먼저 타고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요. 일이 있으면 늦게 탈 수도 있는 거죠.”

“하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진우가 웃으며 뒷자리에 앉았다.

“그럼 다음에 봬요.”

“네. 다음에 보죠.”

그렇게 진우가 탄 택시가 떠나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유진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때 플레이어로 보이는 몇 명이 조유진에게 다가왔다.

“오우, 예쁜 아가씨가 이곳에는 어쩐 일이실까?”

“와, 얼굴도 그렇고······. 몸매도 예술이시네. 딱 내 스타일이다. 어떻게 아가씨 나랑 만나볼래?”

플레이어는 매우 저급한 말투로 조유진을 압박했다. 조유진은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아래로 훑었다. 양아치처럼 건들거리는 그들을 보며 무시했다.

“됐어요.”

“에헤이. 그러지 말고 우리랑 차 한잔해요.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맞아요. 우리들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

“플레이어요? 몇 등급인데요?”

“나요? A등급인데요.”

그러자 조유진이 피식 웃었다.

“저기요. 뻥을 치려거든 좀 성의 있게 하세요. A등급이나 되는 플레이어가 이럴 것 같아요?”

조유진은 하나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플레이어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핫, 안 속네. 농담이고 나 D등급인데 조만간 C등급으로 올라가요. 나 정도면 꽤 괜찮지 않아요?”

방금 전 진우를 보고 온 조유진은 코웃음을 쳤다.

“네에······. 가서 급에 맞는 사람이나 찾으세요.”

그 말에 남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야! 완전 싸가지 없이 말하네.”

“그러게! 야! 넌 뭐가 그리 잘났는데.”

그러면서 조유진을 에워쌌다. 조유진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때 그들 옆 도로로 검은색 세단 하나가 빠르게 와서 섰다.

끼이이익!

그리고 그곳에서 덩치 큰 사람이 하나둘 내렸다. 선글라스에 검은색 정장까지 차려입은 사내들이었다. 그중 한 사내가 조유진을 보며 말했다.

“아가씨 무슨 일 십니까?”

조유진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아가씨께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따라오라고 하셔서······.”

“하아······. 알았으니까. 이 인간들 치우세요.”

“네!”

그리고 플레이어 세 명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다, 당신들 뭐야.”

“조용히 하고 따라옵니다.”

덩치들이 세 명의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사이 조유진은 방금 도착한 차량 뒷좌석에 앉았다.

“출발해요.”

“네. 아가씨.”

조수석에 앉은 여자 비서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 어떻게 오늘 만났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네. 뭐······.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럼 회장님께 보고드립니까?”

“아뇨. 아직은 하지 마세요. 이 일은 서두를 일이 아니에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두 분 할아버지에게는 나서지 말라고 꼭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꼭이에요. 꼭! 만에 하나 이번 일 두 분이 나서서 방해하면 다시는 두 분 안 본다고 꼭 전해주세요. 알겠죠!”

조유진은 신신당부를 했다. 여자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

“네.”

그렇게 조유진이 탄 차량이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즐거운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던 진우는 순간 우뚝 멈췄다.

“잠깐! 이대로 집에 가면 엄마가 있을 텐데······. 분명 꼬치꼬치 캐묻겠지? 귀찮은데······.”

진우는 집 바로 앞에서 고심하다 결국 몸을 돌렸다.

“길드나 가야겠다.”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강힘길드로 발걸음을 옮기는 진우였다. 그곳으로 향하는 진우의 귀에 어디선가 공사 소리가 들려왔다.

“공사하나?”

그런데 걸음을 옮길수록 점점 그 공사 소리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뭐지? 설마······.”

진우가 이상하게 여기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공사 소리는 강힘길드 건물에서 나는 소리였다. 활짝 열린 입구를 통해 자재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라?”

진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서는 새 단장이 한창이었다.

“뭐지?”

그러자 저쪽에서 스윽 박진철이 나타났다.

“뭐긴 뭐야. 공사 중이지.”

“헉. 형. 무슨 공사를 해요?”

“그럼 인마. 투자를 받았는데 그 돈 가지고 뭐 하겠어. 자고로 길드는 길드 사무실이 전부라고 했니 안 했니.”

“말했죠.”

“그래, 길드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길드 사무실이야.”

길드 사무실이 반듯하고 또한 길드원들이 들어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래야 플레이어들이 다른 곳을 잘 가지 않는다.

원래 플레이어들은 돈에 따라 움직인다고 얘기하지만 모두 다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그중 엉덩이가 무거운 플레이어들이 있다. 한 번 정착을 하면 웬만하면 쭉 함께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엉덩이 무거운 플레이어들을 주저앉히려면 일단 길드 사무실이 번듯해야 한다.

길드 사무실에 없는 것 없이 다 있어야 한다. 시설도 좋아야 하고 그래야 다른 곳에서 유혹이 들어와도 시큰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요. 잘했어요. 지난번에 봤을 때 막 귀신 나올 것 같았는데.”

“야. 플레이어가 귀신이 뭐냐. 귀신이! 쪽팔리게 말이야. 차라리 몬스터가 나올 것 같다고 해.”

“말이 돼요? 게이트도 아닌데.”

“귀신보다는 낫다.”

“형, 도대체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진우가 구시렁거리는데 뒤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비켜 주세요. 짐 들어갑니다.”

“네네.”

진우가 길을 비켜줬다. 그리고 뭔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내려졌다. 벽면 전체에 철판을 깔고 있었다.

“이건 뭐예요?”

“뭐긴 뭐야. 몬스터 합금이잖아.”

몬스터 합금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서 기존의 금속과 결합해 만든 새로운 방식의 금속이다.

몬스터 합금은 제조법이 다양하다. 국제표준규격에 따라서 Ma-Mz까지 강도에 따른 구분만 가능했다. 한마디로 그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강도에 맞는 표준규격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전문 업체들 사이에서는 어떤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따지긴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는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진우가 슬쩍 몬스터 합금을 봤다. 규격이 Mg였다. Mg면 일곱 번째로 강도가 높은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름 저렴한 몬스터 합금이었다.

“에이, 형. 기왕 할 거면 돈 좀 쓰죠. g가 뭐예요.”

“인마. g가 어땠어? 네가 몰라서 그렇지, 어지간한 길드 사무실에서는 g 써.”

“내가 돈 많이 줬잖아요.”

“아껴 써야지. 우리 아직 제대로 된 게이트 활동도 못 하고 있는데. 이렇게 공사하는데도 5억이 넘는다.”

“정말요?”

지난번에 왔을 때 길드 사무실이 좁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공간을 창고용으로 사용을 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자재들만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강힘길드는 원래 길드 사무실이 꽤나 넓었다. 강원도에 있는 중형 길드 중에서도 잘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실제 평수는 120평이 넘었다. 있는 것 다 뜯어내고 휑하니 뼈대만 남기고 다 철거하다 보니 많이 넓어 보였다.

120평에 5억, 더군다나 주된 자재가 몬스터 합금이라면 생각보다 비싼 편은 아니었다.

“싸게 한 거죠?”

“당연히 싸게 한 거지. 나나 되니까, 5억이지. 만약 다른 사람이 했다면, 아니지 제대로 눈탱이 맞으면 20억도 넘어가.”

“아이고 대단해요. 대단해! 역시 우리 길드장님.”

“이제 알았냐? 내가 진짜 길드 운영 안 하고 사업했으면 아마 강원도 땅 절반은 내가 먹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진우가 살짝 띠껍게 바라보며 말했다.

“형. 적당히 하시죠.”

“아, 그럴까?”

박진철은 약간 민망한 얼굴이 되며 공사가 한창인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또다시 입구에서 몬스터 합금이 들어왔다.

“어? 또 저건 뭐예요? 몬스터 합금을 왜 이렇게 많이 갖다 놓아요?”

“알잖아. 몬스터 합금 쓰려면 제대로 써야지. 안에서 좀 사고를 치냐. 그나마 몬스터 합금으로 주변 벽을 막아놔야. 그나마 덜 부서지지.”

몬스터 합금의 장점은 플레이어들의 힘을 어느 정도 반감시켜주는 효과에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이트 밖으로 나와도 플레이어로서의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그 능력은 일반인들의 힘보다는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건물에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출연하는 곳은 만약을 대비해 몬스터 합금으로 벽을 보호한다. 박진철은 단순히 벽면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간, 길드 내부 전체를 몬스터 합금으로 도배를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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