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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10화 (110/177)

힘을 숨긴 귀환자 110화

13. 잘못 건드렸어(1)

“무슨 일이겠소. 부탁할 것이 있으니 한 것이지.”

-어이구. 최 사장 일이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지. 그래서 뭘 해드릴까?

“다른 것은 아니고 나한테 돈 빌려 간 사람이 있는데.”

-어이쿠야. 잠적을 해버렸구만. 우리 최 사장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말이죠. 정신 못 차리는 사람 많네.

“아무튼 곽 사장이 그 사람 좀 조용히 내 앞으로 데려다줘요.”

-그래야죠. 걱정 마세요. 그래, 누구입니까?

“곽 사장도 들어봤을 겁니다. 보배그룹 이태경 회장.”

-보배그룹이라면 요즘 잘 나가는 곳인데······.

“그 양반이 왜 잘나가는 것 같소. 다 내 돈으로 잘나가는 거야. 그런데 이제 와 입을 딱 씻네.”

-이야. 많이 서운하셨겠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장 앞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

“곽 사장만 믿습니다.”

-네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최명수 사장은 전화기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곽대식 이 새끼도 참······. 답이 없어. 게이트에서 여자 잘못 건드려서 플레이어 협회에서 제명당하고······. 돈이라면 앞뒤 보지도 않고 덤벼들고.”

최명수 사장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나 번거롭게 한 것도 있고. 이번에는 그냥은 안 보냅니다.”

그 시각 곽대식은 전화를 끊자마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정근이 슬쩍 물었다.

“누굽니까, 형님.”

“최명수.”

“명수유통 최명수 말입니까?”

“맞아.”

“또 뭔 일이랍니까?”

“아니 무슨 보배그룹에서 돈을 떼먹었다고 이태경 회장을 잡아 오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조정근 옆에 있는 황일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 보배그룹이라면 명수유통보다 큰 회사 아닙니까.”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돼?”

조정근이 눈가를 찡그렸다.

“형님. 이거 뭔가가 좀 찝찝합니다.”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네.”

“그럼 이거 하지 말까?”

곽대식의 물음에 황일준이 나섰다.

“그런데 형님. 저희 요새 일거리가 끊겨서 뭐라도 해야 하지 말입니다.”

“뭐? 남은 돈 없어?”

“남은 돈이 어디 있습니까. 이러다가 사무실도 빼게 생겼습니다.”

“야이씨. 그래서 적당히 처먹지. 뭘 이리 많이 처먹었어.”

곽대식이 바로 뭐라고 했다. 그것도 먹는 걸로 말이다. 사실 곽대식이 데리고 있는 플레이어가 10명 정도 되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문제는 게이트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 E등급의 녀석들이라는 것이다. 곽대식은 그나마 D등급 플레이어였다.

“와, 이 새끼들 진짜 도움이 안 되네. 도움이 안 돼.”

곽대식이 머리를 감쌌다.

“이 새끼들을 진짜 게이트에 집어넣을 수도 없고······.”

곽대식의 푸념에 앉아 있던 두 명은 괜히 딴청을 피웠다. 그러면서 황일준이 슬쩍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그냥 하시죠.”

곽대식의 시선이 조정근에게 향했다. 조정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준이 말마따나 그냥 하시죠. 저희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럼 이태경 회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봐.”

“네. 형님.”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로부터 약 30여 분이 흐른 후 조정근이 들어왔다.

“형님. 찾았습니다.”

“찾았어? 어디 있어?”

“지금 강릉 공장에 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언제 온다고 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아······.”

잠깐 생각에 잠긴 곽대식 조정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님. 차라리 강릉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길목을 막아서 납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길목에 CCTV 없는 곳을 알아?”

“네. 몇 군데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적당한 곳 수배해 봐.”

“네. 형님.”

조정근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곽대식은 오랜만에 생긴 일거리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한편, 이태경 회장은 오랜만에 강릉 공장에 있었다. 공장 내부를 확인한 후 공장장을 보며 말했다.

“공장장 수고 좀 해.”

“네. 회장님. 여기 걱정은 마십시오.”

“그래. 내가 공장장을 믿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럼 난 이만 가네.”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공장장과 일부 직원들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태경 회장은 손을 흔들어 주고는 차창을 닫았다.

“출발하지.”

“네. 댁으로 모십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차량이 출발하고 슬쩍 시간을 확인하는 이태경 회장이었다.

“그보다 진우 이 녀석은 소개팅을 잘했으려나?”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려던 이태경 회장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이태경 회장은 휴대폰을 도로 안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비서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어어······.”

그러곤 차량이 끼익하며 섰다. 이태경 회장이 눈을 떴다.

“무슨 일이야?”

“회, 회장님 저 차량이······.”

이태경 회장의 시선이 차량 밖을 봤다. 봉고차가 앞을 막아섰고 그 안에서 덩치 큰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 비서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

“회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이태경 회장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휴대폰을 꺼내 다급하게 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 오랜만에 아빠랑 술 한잔할까?

이건 진우가 오래전 이태경 회장에게 알려준 SOS 신호였다. 지금 신변에 문제가 생겼으니 아빠를 도와달라는 의미였다.

“이태경 회장.”

“그렇소. 내가 이태경이오. 그런데 누구요?”

“그것까지 알 것 없고. 우리랑 잠깐 갑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정식으로 얘기하시죠. 제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이태경 회장이 무시하며 그들을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사내가 그 앞을 막았다.

“어허. 이태경 회장님. 내가 회장님, 회장님 하니 우습게 보입니까? 아니면 내가 만만해 보입니까? 좋은 말 할 때 따라오시죠.”

사내 조정근의 협박에 이태경 회장이 움찔했다. 그럼에도 꼼짝을 하지 않자 조정근이 인상을 썼다.

“좋게 말로 하려고 했더니······. 야, 태워.”

조정근이 뒤로 물러났고 그 뒤에 있던 덩치 큰 사내들이 이태경 회장에게 갔다. 그를 강제로 양팔을 잡았다. 이태경 회장이 바로 그들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으로 되지 않았다.

“일단 알았소. 알았으니까. 이거 놓고 말로 합시다.”

조정근의 콧방귀를 꼈다.

“아무튼 좋게 말로 하면 들어 처먹지를 않아요. 야, 그냥 태워.”

“네.”

이태경 회장이 봉고차에 이끌리듯 강제로 태워졌다. 조정근도 앞 조수석에 올라탔다.

“출발해.”

“네. 형님.”

이태경 회장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납치당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단 녀석들의 요구에 따라준다. 그보다 진우가 문자를 받았어야 하는데······.’

이태경 회장이 머리를 굴리며 양옆에 앉은 두 덩치를 번갈아 봤다.

조수석에 탄 조정근이 휴대폰를 꺼내 바로 곽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어떻게 되었냐?

“네. 지금 이태경 회장 차에 태웠습니다.”

-잘했다. 벌써 손본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좋게 말로 했습니다.”

-그래. 나중에 또 최명수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형님.”

물론 이태경 회장 운전기사도 함께 끌고 갔다. 차량이 출발하고 이태경 회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누굽니까? 날 어디로 데려가려고 그러는 겁니까?”

그러자 바로 옆에 앉은 사내가 하나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조용히 갑시다. 가면 어차피 알게 될 거요.”

이태경 회장은 두 눈을 굴렸다. 왜 자신이 지금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지? 도대체 왜 날 납치하는 거지? 난 누구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데······.’

이태경 회장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남을 해하지도 않았고, 원수를 둔 적도 없다. 하지만 어찌 됐든 모르는 이들에게 끌려가고 있으니 이태경 회장은 살짝 겁을 먹었다.

차량은 한참 이동을 한 끝에 멈춰 섰다. 도착한 그곳은 어느 외진 공장이었다. 조수석에 있던 조정근이 내렸다.

“내려!”

“네.”

봉고차 옆문이 열리며 옆의 사내가 이태경 회장 옆구리를 툭 쳤다.

“내리쇼.”

이태경 회장이 눈치를 살피며 내렸다. 그리고 차량 앞 폐공장으로 이태경 회장을 끌고 갔다. 그 폐공장 입구에서 이태경 회장은 멈칫하며 안 들어가려고 힘을 썼다.

“어허. 회장님. 좋은 말로 할 때 들어갑시다. 꼭 이렇게 힘을 쓰게 만들어야겠습니까?”

“정말 나에게 왜 이러는 거요? 원하는 것을 말해보시오. 돈이오?”

이태경 회장이 물었다. 조정근이 콧방귀를 꼈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들어가 보면 안다고.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 아니, 말귀를 이렇듯 못 알아먹는데 어떻게 회장이 되었데? 아니면 말귀를 좀 알아먹게 귀를 좀 파드려?”

조정근이 짜증을 내며 저 멀리 세워져 있는 삽을 가리켰다.

“야, 저 삽 좀 가져와라. 아무래도 우리 회장님 귀 좀 파드려야겠다.”

“넵, 형님.”

덩치 한 명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 뛰어갔다. 삽을 가지고 온 덩치가 조정근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조정근이 삽을 바닥에 힘차게 내리찍었다.

쿵!

“말해요.”

플레이어다 보니 힘들이지 않았는데도 삽이 땅에 박혔다.

“원하면 말해보라고. 내가 이걸로 시원하게 뚫어드릴 테니까.”

물론 조정근이 장난스럽게 말을 한 것이지만 이태경 회장은 잔뜩 겁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겁이 안 날 수는 없었다. 이태경 회장은 살짝 얼이 빠진 얼굴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늦게 황일준이 폐공장에서 나왔다.

“이 새끼들은 도착을 한 지가 언제인데 들어오질 않아.”

황일준이 투덜거리며 나오다가 그 모습을 봤다. 황일중이 슬쩍 인상을 썼다.

“하아, 이 새끼들 진짜······. 야야. 너희들 뭐 하냐?”

조정근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만 좀 잡아라. 형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신다.”

“인마!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데 왜 끼어들어.”

“뭐래? 형님이 빨리 데리고 오라고 하잖아.”

“하아······.”

조정근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에 있는 덩치에게 눈짓을 했다.

“데리고 들어가.”

“네. 형님.”

덩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이태경 회장의 양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운 후 폐공장 안으로 끌고 들어가 허름한 의자에 이태경 회장을 앉혀 놓았다.

이태경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폐공장 안은 볼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등 뒤에서 뚜벅뚜벅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그 구두 소리의 주인은 바로 곽대식이었다. 곽대식은 의자에 앉아 있는 이태경 회장 앞으로 갔다.

“이 회장님. 나 곽대식이오. 내 이름 들어봤소?”

이태경 회장이 그런 곽대식을 봤다.

‘곽대식? 가만······.’

잠깐 고민을 하던 이태경 회장의 눈이 점점 커졌다.

“내가 알고 있는 그 곽대식?”

그 소리에 곽대식이 피식 웃었다.

“다행히 날 알고 있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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