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13화
13. 잘못 건드렸어(4)
곽대식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이미 곽대식이 데리고 온 수하들은 다 쓰러졌다. 최명수 사장은 상황이 불리한 것을 알고 슬쩍 뒤로 물러나 도망갈 준비를 했다.
“최 사장님.”
진우가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최명수 사장을 불렀다. 그 서늘한 목소리에 슬쩍 도망치려던 최명수 사장이 멈칫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러자 최명수 사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하하하······. 그, 그래······.”
“이거 최 사장이 사주했습니까?”
“아이고 무슨 소리야. 나 아니야. 이 양반이 괜히 일 벌여놓고 나보고 수습하라고 끌어들이는 거야.”
최명수 사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내뱉었다. 곽대식은 황당한 얼굴로 최명수 사장을 노려봤다.
“이보시오, 최 사장······.”
“곽 사장. 내가 그래서 하지 말라고 말렸잖아. 그런데 굳이 곽 사장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최 사장······.”
“왜 이래. 곽 사장. 자네가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난 분명 말렸어.”
“뭔 개소리야! 당신이 이 회장 납치하라고 지시를 내렸잖아!”
“내가? 증거 있어?”
“증거? 있지 당연히 있지.”
곽대식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최명수 사장은 그런 곽대식을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
진짜 마음 같아서는 최명수 사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저렇듯 발뺌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최 사장은 민간인이었다. 지금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
“최 사장님. 앞으로 우리 아버지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요. 만약 그랬다간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게 될 겁니다.”
“어, 그래. 알았어요.”
최명수 사장이 후다닥 뛰어갔다. 그런 최명수 사장을 보며 진우가 중얼거렸다.
“저놈 뒤 좀 밟아라.”
그러자 폐공장 지붕 위에 이미 도착해 있던 최 중사와 김 중사가 빠르게 움직였다.
-알겠어요. 대장.
-맡겨만 주세요.
두 명의 그림자가 최명수 사장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남아 있는 곽대식을 본 진우.
“이제 당신 혼자 남았네.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
곽대식이 힘을 풀었다.
“여기까지 합시다. 이만하면 체면치레한 것 같은데······. 이쯤에서 그냥 넘어갑시다.”
“뭐? 체면치레? 넘어가? 그렇게 하면 우리 아버지 납치한 것이 사라져?”
“당신도 우리 애들 반병신 만들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웃기네. 먼저 납치하고 폭력은 쓴 쪽은 당신이야. 그런데 그냥 넘어가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셈법이야.”
곽대식의 표정이 굳어졌다. 더 이상 말한들 진우가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곽대식이 품 안에 손을 넣었다. 그곳에는 B등급 단검을 확 꺼냈다.
“오지 마! 오면 죽여 버릴 거야.”
곽대식은 괜히 소리를 지르며 단검을 휘둘렀다. 진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진짜 너 다쳐! 이거 B등급 단검이야.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래. 어디 한번 다쳐보자.”
진우가 씨익 웃으며 더욱 곽대식에게 다가갔다. 곽대식은 다가오는 진우를 향해 휙휙 단검을 휘둘렀다. 진우는 두 팔을 내린 상태로 상체만움직여 단검을 피했다.
그러다가 곽대식이 눈을 반짝이며 휘두르던 단검을 진우을 향해 찔렀다.
‘스킬 단검 찌르기!’
곽대식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B등급 스킬이었다. 그 속도가 워낙에 빨라 방심하고 있는 적에게 기습공격을 넣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푸욱!
“돼, 됐다. 하하, 하하하······.”
분명 손에 감촉이 느껴졌다. 뭔가 푸욱 하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곽대식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 새끼야. 그러게 내가 그랬지. 각오하······.응?”
그러나 그 느낌은 곽대식의 착각이었다. 단검을 꽉 쥐고 있는 진우의 손이 보였다. 그런데 전혀 다친 흔적이 없었다. 손에서도 피가 흘러내리지 않고 있었다.
“이, 이게 아닌데······.”
웃고 있던 얼굴이 어느새 절망으로 바뀌었다. 진우가 입을 열었다.
“이게 다야?”
“······.”
곽대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를 같이해 엄청난 압력이 곽대식을 짓눌렀고 그대로 바닥과 한 몸이 되었다.
콰앙!
덜썩!
그대로 곽대식의 안면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곽대식의 다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최명수 사장이 차에 타자마자 막 소리를 질렀다.
“출발해! 빨리 출발하란 말이야!”
“네? 사장님······.”
“새끼야! 출발하라고. 밟아!”
“네, 네!”
운전사는 즉시 차를 출발시켰다. 최명수 사장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뒤를 확인했다.
“오냐? 와? 쫓아와?”
“네?”
“지금 뒤에서 쫓아오냐고 말이야.”
운전수는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 확인을 했다. 그러나 쫓아오는 차량은 없었다.
“없는 것 같은데요.”
“없어?”
“네.”
“하아, 제기랄······.”
최명수 사장은 조금 안심이 되는지 땀을 훔쳤다.
“와, 이진우 그 새끼는 뭐야?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운전수가 물었다.
“사장님. 이진우가 왔습니까?”
“그래!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을까?”
“이진우 그 녀석이 왔다면······. 우리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운전수는 이진우가 왔다는 말에 살짝 겁을 먹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최명수 사장이 버럭 했다.
“야, 새끼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행동은 뭐야. 그리고 너 인마!”
최명수 사장이 조수석에 앉은 덩치를 향해 발을 툭 찼다.
“내가 너희들을 왜 고용했는데! 이진우 그 새끼 같은 놈들을 막으라고 비싼 돈 주고 불렀잖아. 그런데 그 겁에 질린 표정들은 뭐야!”
“아, 아닙니다.”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의 목표는 바로 나를 보호하는 거잖아. 플레이어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거. 그런데 이렇듯 겁을 먹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녀석이 입을 열었다.
“아니. 저희 둘이야 단순 경호원인데 플레이어를 상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반인인데······.”
“야, 최 실장!”
“네?”
“너 내려, 새끼야.”
“네?”
최 실장이 잘못 들었는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최명수 사장이 바로 손을 들어 얼굴을 때렸다.
쫙!
“내리라고 새끼야. 내가 너에게 그러라고 비싼 월급을 주고 있는 줄 알아!”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너 인마. 처음에 입사했을 때 나에게 뭐라고 그랬어?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다하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이제 와 이진우가 나타났다고 하니 겁나냐? 너 잘하면 나 팔아먹겠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저희도 경호원으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이진우에게 처맞으면 그대로 뻗어버리라고. 그거 하나 못해?”
“그럼 사장님은 왜 도망 나왔습니까? 사장님도 인간적으로 무서우니 그런 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최명수 사장도 저 말에 딱히 반박을 못 했다. 그냥 부글부글거릴 뿐이었다.
“막말로 사장님께서 딱 한 대 맞고 쓰러져 버리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인마. 너 내가 맞아서 쓰러지면 너희 월급은 누가 주는데? 이래서 현역도 아닌 민간인들을 쓰는 것이 아니야.”
플레이어 중에도 E급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들은 길드를 찾지 못하고 그렇다고 따로 게이트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결국 이런 용역이라든지 경호원들 쪽으로 많이 빠졌다.
때문에 이런 비싼 돈을 주고 일반 경호원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어져 일반인들의 경호 시장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이 경호원들도 사실 최명수 사장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최명수 사장이 지랄을 하거나, 좋지 않은 일에 끌고 다니는 것을 알지만 나름 의리상으로 쫓아다녔다. 하지만 이진우는 얘기가 달랐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진우는 B등급 플레이어이다. 말이 좋아 게이트에서 B등급 플레이어라 그리 대단치 않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E등급 플레이어들에게는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플레이어였다.
플레이어라고 하면 게이트 밖에서도 진우에게 두들겨 맞아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이진우가 왔다는 소식에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쳐 온 최명수 사장이 자신들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도 무서워서 도망쳐 와 놓고선······.’
그러자 운전사가 슬쩍 물었다.
“사장님 정말 차 세웁니까?”
“차 세워. 너 최 실장 내려. 오늘부로 너 해고야.”
“만약 최 실장님 쫓아내면 저희도 내립니다.”
“뭐?”
운전사의 황당한 말에 최명수 사장이 눈을 크게 떴다. 여기로 올 때와 전혀 다른 반응에 최명수 사장 역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최 실장이 물었다.
“어떻게······. 저희 내립니까? 사장님께서 직접 운전하시겠습니까?”
“야, 됐어! 됐으니까, 지금 당장 마그마 길드로 가.”
“마그마 길드로요?”
“그래. 인마. 마그마 길드!”
“네. 알겠습니다.”
최명수 사장이 탄 차량이 마그마 길드를 향해 갔다. 최명수 사장이 뒷좌석에 자리를 잡은 채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그 당시에는 겁이 나 도망쳐 나왔다. 곽대식이 데리고 있던 애들이 그냥 한 방에 다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솔직히 겁이 났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어쨌든 재빨리 도망을 치긴 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너무 억울하고 짜증이 났다.
‘하아, 짜증 나네.’
사실 지금까지 보배그룹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줬는데 도장 하나 찍어주지 않고. 마치 자신을 악당 취급하는 진우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게다가 신화그룹에서 돈까지 이미 받았다. 이제 와 다 된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어. 받은 돈을 다 꼬라박더라도 무조건 이 일을 해야 해.’
그래서 지금 당장 기댈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곳은 마그마 길드뿐이었다.
마그마 길드는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조직이었다. 원래 길드장 황영수가 A6급 플레이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강원도에서는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그 밑으로도 A등급 플레이어들과 B등급 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게이트 공략에 있어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였다.
그런데 3년 전 영원그룹에 소유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후로 마그마 길드가 가지고 있던 색깔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철저히 공략대 위주였고 나름 인기 있고 정의롭고 그런 길드였다.
블랙 게이트 공략에 지원했다고 중간에 먼저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어버렸다. 그때 당시 결정을 내린 길드장 황영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했다. 그 당시 포털이 닫히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었다.
이미 얘기가 되었다. 만약 이 포털을 막지 못할 경우에는 포털을 통해서 탈출을 하겠다고 얘기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한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약속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