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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14화 (114/177)

힘을 숨긴 귀환자 114화

13. 잘못 건드렸어(5)

하지만 영원그룹은 믿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면 거의 50명 가까이 들어갈 마그마 길드에서도 다수의 피해자가 생겼을 것이다. 한마디로 치열한 전투 끝에 탈출을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50명 중 40명 정도가 살아 돌아왔고, 죽은 10명은 실력이 정말 떨어지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래서 영원그룹이 그중 한 명을 어떻게든 구워삶아 조사를 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는 보상 문제로 게이트 안에서 싸웠고, 게이트 클리어 조건으로 이 포털을 지키면서 다른 한 팀은 공략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미 안에서 싸웠기 때문에 반씩 섞어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영원그룹 길드 팀과 마그마 길드 팀이 하나가 되어 반씩 나눠서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가 공략팀으로 나가고, 그 반대로 실력이 좀 떨어지는 플레이어가 포털을 지키는 것으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서로 간의 불신과 갈등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영원그룹 플레이어들끼리 공략대를 꾸려 움직였다. 마그마 길드에겐 계약대로 포털을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황영수는 그 계약을 깨고 저들이 죽든 말든 우리는 나가자 해서 나오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영원그룹은 마그마 길드를 죽이겠다며 난리를 피웠다. 하나 마그마 길드가 신화그룹에 붙어버렸다. 결국 신화그룹에 붙은 마그마 길드를 손댈 수가 없었다.

신의를 저버린 마그마 길드는 일거리가 뚝 끊어져 버렸다. 그러자 마그마 길드는 어쩔 수 없이 대단한 공략대원들을 가지고도 동네 양아치 짓이나 하는 그런 길드로 바뀌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마그마 길드의 세력이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일들을 하는 길드들을 통폐합해 암흑길드의 절대 보스 같은 그런 길드로 바뀌었다.

오늘도 마그마 길드에서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최 사장님. 돈을 빌리면 갚으셔야지. 안 갚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마그마 길드원에서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으름장을 놓자 앞에서 깨벗은 중년 사내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살려 주십시오.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살려 주십시오. 어떻게든 꼭 갚겠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것이 몇 번째요. 아니, 시간이 지나기 전에 미리미리 갚으면 좀 좋아? 왜 여기까지 오게 만드냐고······. 최 사장. 강원도에서 여기까지 오면 끝인 줄 몰라?”

“살려주십시오. 제발. 어떻게든 갚겠소. 제발 부탁하오.”

“그래서 지금 줄 수 있는 돈이 얼마요?”

“다 합해서 5억 정도 됩니다.”

“뭐? 5억? 빌린 돈이 50억인데 5억? 누구 코에 붙이라고? 5억이면 한 달 이자도 안 되는데.”

“살려만 주시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험상궂은 사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저 뒤에 양복을 입고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그 사내가 의뢰인이었다. 양복 입은 사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식으로 나에게 차일피일 미룬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냥 절차대로 처리해 주세요.”

“아이고 김 사장. 한 번만 살려 주시오. 제발 한 번만······.”

최 사장은 무릎을 꿇은 채 빌고 또 빌었다. 급기야 피 묻은 손으로 김 사장의 바지를 붙잡았다.

“아이씨. 더럽게 어딜 만지는 거야. 됐어! 내가 그 돈 안 받아. 당신 그냥 좆되어봐.”

“야! 개놈의 새끼야. 내가 5억을 빌렸어. 그런데 이자를 50억이나 받아 처먹는 놈이 어디 있어!”

“그러게, 신용이 그렇게 좋았다면 은행에서 빌리지 왜 나에게 빌렸을까? 웃긴 새끼네. 아무튼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너 마누라랑 자식새끼까지 전부 다 갈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돈 처리한다.”

“그러지 마. 김 사장. 정말 왜 그래. 한 번만 살려줘. 부탁이야. 응?”

김 사장이 몸을 홱 돌렸다. 그러자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주위에 있던 부하들에게 말했다.

“야, 끌고 가라.”

두 덩치가 최 사장을 양팔에 끼고 끌고 갔다. 최 사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살려줘! 살려줘. 진짜, 진짜로 돈 갚는다니까. 살려줘!”

그렇지만 전혀 들리지 않고, 최 사장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때 그곳으로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도착을 했다.

“형님.”

“뭐냐 저 차량은?”

“어디서 많이 보던 번호인데요.”

“그래?”

잠시 후 차에서 내린 사람을 보며 말했다.

“형님. 최 사장입니다.”

“최 사장이야? 어쩐지······.”

그 사내가 최 사장에게 다가갔다.

“아이구 최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최명수 사장에게 인사를 한 사람은 최진욱이었다.

“어, 그래. 진욱 동생. 영수 동생은?”

“형님 안에 계십니다.”

“어, 그래. 그래.”

최명수 사장이 후다닥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뛰던 걸음을 멈추고 최진욱을 봤다.

“진욱 동생.”

“네?”

“저 새끼들 교육 좀 시켜줘.”

최명수 사장이 가리킨 곳은 방금 전까지 차량에 타고 있던 최 실장이랑 운전수였다. 최진욱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최 사장님. 저 민간인은 좀······.”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저 새끼들은 꼬박꼬박 내가 주는 월급을 받아 처먹고······. 아니다. 내가 말도 하기 쪽팔리네. 그냥 내가 용돈 좀 쥐여줄 테니까. 교육 좀 시켜줘.”

“뭐, 그렇게 말씀하시면······. 알았어요.”

최진욱이 힐끔 그들을 봤다. 최명수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진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마워.”

최진욱은 자신의 어깨를 힐끔 봤다. 그러곤 멀어지는 최명수 사장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나참······. 우리 형님이 오냐오냐해주니 나까지 진짜 지 동생으로 보나.”

최진욱이 구시렁거리다가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봤다.

“어이, 형씨들. 나 좀 봅시다.”

최진욱이 손을 까닥거렸다. 두 사람이 달려왔다.

“네?”

“당신들 뭔 잘못했어요?”

“그게······. 다른 것이 아니라. 저희가 목숨 걸고 싸우지 않는다고······.”

최 실장이 우물쭈물거리며 얘기를 했다. 최진욱이 바로 인상을 썼다.

“아, 저 양반도 진짜······.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안다니까. 아무튼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한 대씩만 맞읍시다.”

“네?”

최 실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 대씩만 맞자고요. 싫어요? 아니면 저 양반처럼 끌려갈래요?”

저만치 최 사장이 덩치들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모습에 최진욱이 피식 웃으며 손바닥을 들었다.

“좀 아파요. 참아요.”

쫙! 쫙!

각자 한 대씩 뺨을 맞을 때마다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고작 뺨 한 대를 그냥 휙 하고 때린 것뿐인데 말이다. 몸이 날아갈 정도였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와, 저 새끼. 하필 여기로 오지?”

“왜? 여기 어딘 줄 알아?”

“여기 마그마 길드잖아.”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최대근과 김철수였다. 최대근은 저 사람들이 마그마 길드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뭐? 여기가 마그마 길드였어?”

“저 새끼 있잖아. 최진욱.”

“어!”

“나 저 새끼 안단 말이야.”

“그래? 어떻게 알아?”

“아니, 같은 동네에 있던 녀석인데······. 저 새끼랑 엮이기 싫은데.”

최대근이 인상을 쓰며 구시렁거렸다.

최대근과 최진욱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최대근은 보육원 출신이었고 최진욱은 잘나가는 사장 아들이었다. 최진욱은 늘 최대근을 괴롭혔다.

최진욱은 자신이 가진 것이 많아 좀 아래에 있는 녀석들을 괴롭히는 것이 취미였다.

그런데 최대근은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뻣뻣하게 굴었다. 자신이 만든 조직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상태로 혼자 뻗대며 마치 약자들의 수호신같이 굴었다.

어느 날 최진욱이 날을 잡아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통해 최대근을 끌고 왔다. 공사 현장에서 최대근을 반병신으로 만들자고 작정을 하였다.

최대근은 그 공사 현장에서 정말 죽도록 맞았다. 그랬는데도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최진욱은 질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최진욱에게 최대근이 도발을 했다.

“야, 최진욱 병신 새끼야! 그렇게 자신 있으면 네가 덤벼! 네가 덤비라고!”

“하, 이 새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최진욱이 어이없게 웃으며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비실거리던 최대근이 어디서 힘이 났는지 달려드는 최진욱에게 몸을 날려 끌어안은 채 2층에서 같이 떨어졌다.

쿠웅!

바닥에 있던 공사 자재들이 무너졌고, 먼지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그런데 때마침 그곳에 게이트 홀이 생성되었다. 그러면서 그곳으로 둘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때 결국 둘 다 각성을 해버렸다.

“하아, 젠장······.”

최대근이 살짝 욕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각성을 한 것은 좋았다. 그런데 최진욱 저 쓰레기 같은 자식까지 각성을 해버린 것에 너무 화가 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진욱도 최대근이 각성을 했다는 것에 예전처럼 괴롭히지 못했다. 플레이들끼리는 서로 싸워서는 안 됐고, 만약 그러면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기 때문이었다.

또 최대근의 각성 등급이 C등급이었다. 최진욱과 같았다. 괜히 같은 등급을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었다. 예전처럼 자신들을 따르는 똘마니들에게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도 없었다.

물론 최진욱도 각성 이후 최대근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 역시도 플레이어가 되지 않았나. 그런 자신을 따르는 D등급, E등급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설치고 다녔다.

길드를 만드니 그러고 있다가 하루는 술집에서 여자 플레이어를 잘못 건드렸는데 그 플레이어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A등급의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그쪽에 있던 A등급 플레이어가 최진욱을 따르던 플레이어들을 전부 작살을 내버렸다.

자존심이 상한 최진욱은 자신의 아빠에게 도움을 청해 복수를 다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등급 플레이어 여자 쪽이 더 대단한 집안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최진욱 집안이 완전 망해버리는 단계까지 왔다.

그러자 최진욱의 아버지는 그런 못난 아들 때문에 화병으로 죽어버렸다. 가족들에게까지 버림을 받은 최진욱은 어쩔 수 없이 강원도 뒷골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최진욱이 마그마 길드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연히 최대근이 들었다. 최진욱에게 복수의 감정이 남아 있던 최대근은 스스로 무너지는 녀석을 보며 복수심을 접고 군대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최진욱을 이런 식으로 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최대근이 옛 기억을 소환하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김철수가 그런 최대근을 보며 말했다.

“최 중사. 너 쟤 상대 안 돼? 안 되면 말해. 내가 쓸어줄라니까.”

“뭔 헛소리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 녀석은 내 상대가 안 돼.”

“그런데 왜 그래?”

“나? 그냥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원수 놈을 봐서 그런 거지.”

“그럼 뭐가 문제야? 내가 아는 최대근은 겁먹고 주눅 들고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김철수의 말에 최대근은 코웃음을 쳤다. 최대근은 최진욱이 스스로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최진욱이라는 인간과 엮이고 쉽지 않았다. 그때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썩 즐거운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얘기를 김철수에게 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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