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115화 (115/177)

힘을 숨긴 귀환자 115화

13. 잘못 건드렸어(6)

“됐어! 저 자식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넌 손도 대지 마.”

“그래? 믿어도 되겠어?”

“야! 김 중사. 적당히 하지? 나 최대근이야.”

“어이구 무서워라. 그러니까, 그런 얼빠진 얼굴로 있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김 중사. 저기 마그마 길드야. 너랑 나랑 둘이서 안 될 수도 있어. 여차하면 대장 불러와야 하는데. 너 그러고 싶어?”

“미쳤어! 어떻게 여기에 대장을 불러와. 그럴 거면 우리가 나서지도 말아야지.”

“그러니까. 너랑 나랑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그렇지.”

“그런데 살펴보니 숫자가 제법 되는데?”

“왜? 최대근. 아까는 친구를 팔더니. 이제는 숫자가 많아서 안 돼?”

“아, 진짜······. 그냥 해본 소리야. 김철수, 내기다.”

“뭐? 내가 너보다 무조건 한 놈 더 팬다.”

김철수가 피식 웃었다.

“스피드로는 너 나 못 이겨.”

“내기할래?”

“오케이, 해! 조건 뭐야?”

“진 놈이 형이라고 하기.”

“좋아.”

그렇게 합의를 본 두 사람이 주먹을 서로 부딪쳤다.

그 시각 최명수 사장은 황영수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황영수가 최명수 사장을 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아이구 형님. 여긴 어쩐 일입니까?”

“영수 동생. 나 좀 도와줘.”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황영수가 눈을 끔뻑거렸다. 최명수 사장이 설명을 하려고 했다.

“그게 말이지.”

“아, 일단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하쇼. 뭐가 그리 급해요.”

황영수가 씨익 웃었다. 황영수에게 있어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호구였다. 어떻게든 이놈들을 엮어서 돈을 왕창 뜯어내는 것이었다.

그동안 황영수가 최명수 사장에게 잘 대해줬던 것도 그가 가진 것이 많아서였다.

최명수 사장은 알려진 것에 비해 재산이 많았다. 명수유통은 대외적으론 그냥 눈에 보이는 자잘한 사업이 다였다. 그런데 황영수가 얼핏 듣기로 최명수 사장은 거의 브로커 역할로 대기업이라든지 대형길드가 귀찮아서 하지 않는 일을 대신 받아서 처리하는 그런 식이었다.

솔직히 마그마 길드와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약간의 차이점은 최명수 사장은 법에 접촉되지 않는 선에서 양아치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게이트 시대에서 최명수 사장 같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 세상 자체가 힘을 좇는 데 유명무실해진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명수 사장은 그 와중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명수 사장에게 맡기면 일이 아주 깔끔했다.

하지만 황영수가 생각하기를 최명수 사장도 어찌 보면 약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크게 한 번 사고를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확실하게 올가미를 씌워 벗겨 먹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최명수 사장의 표정을 보니 그날이 바로 오늘인 것 같았다.

“자, 편안하게 말해보세요. 무슨 일입니까?”

황영수가 차분하게 물었다. 최명수 사장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보배그룹 알고 있지?”

“어후, 알다 뿐입니까. 그래서 이번에 보배그룹을 작업하셨어요?”

“하, 설명하자면 긴데······. 그 집 큰아들 알지?”

“큰아들? 이진우?”

“맞아. 이진우.”

“이진우가 왜요?”

“내가 곽대식에게 뭔가 주문한 것이 있었거든. 그에 오늘이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곽대식이 이진우에게 당했어.”

“네? 곽대식?”

황영수가 피식 웃었다. 사실 곽대식은 자신의 마그마 길드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조직이었다.

“아후, 형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곽대식이 당한 것 가지고 여기까지 와서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까. 동생이 좀 도와줘. 이진우 그 녀석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서 그래.”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도와는 드리는데······.”

황영수의 눈빛이 슬쩍 바뀌었다. 그는 다리를 꼰 채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형님도 알다시피 저희 사업이 좀 그래요. 일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한없이 없고 말이죠. 최근에 일이 또 확 줄고 그래서 애들 월급도 못 주고 있어요.”

“영수 동생, 아니, 황 사장. 도와만 주면 내가 뭐든지 할게.”

“그래요? 그럼 말 나온 김에 동생에게 용돈이라도 좀 주시죠. 그것도 나름의 성의 표시인데. 안 그래요, 형님.”

황영수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최명수 사장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솔직히 최명수 사장은 손해 볼 장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황영수와 진우를 붙여본 다음에 승산이 있다면 확 붙을 생각이었다.

물론 진우가 이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진우는 혼자고, 군인이다. 설사 황영수가 진우에게 박살이 나도, 마그마 길드 전체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며 돈을 아낄 생각이었는데 황영수가 대놓고 용돈 타령을 하니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어어, 그래. 줘야지. 지난번 그 계좌로 보내주면 되나?”

“네네. 편안하게 주세요.”

최명수 사장은 곧바로 휴대폰을 조작해 돈을 입금시켰다.

띠링.

알람 소리가 들리며 황영수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자신의 통장으로 10억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아이고. 우리 형님. 이번 건은 큰 건인가 보네요. 10억이나 용돈으로 쏴 주시고.”

황영수가 10억이라는 돈을 받고는 실실 웃었다. 물론 게이트 플레이어를 하다 보면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긴 한다. 하지만 게이트 공략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고 이런 일은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이트를 공략했을 때만큼의 수익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리고 일 시작도 하기 전에 10억이 들어왔다. 그럼 최소한 이 건수는 20억이나 30억 이상. 어쩌면 50억도 나올 만한 그런 일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잘하면 두어 달 정도 편히 지낼 수 있겠어.’

황영수가 속으로 흡족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동생이 나 대신 이진우를 만나줘.”

“만나서 뭐라고 할까요?”

“모든 것은 오해였으니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 아니, 날 해코지하지 않는 조건으로 얘기를 잘 해줘.”

“어후, 그거야 어렵지 않죠. 딱 그 정도면 됩니까?”

황영수가 물었다. 최명수 사장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면 돼. 난 영수 동생을 믿어.”

사실 최명수 사장은 황영수 본인을 믿기보다는 그가 가진 마그마 길드를 믿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렇게 하시죠.”

황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자기 밖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들려왔다. 황영수가 바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황영수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문이 바로 열리며 덩치가 들어왔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왜 그래?”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적?”

황영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마그마 길드다. 아무리 적들이라고 해도 함부로 쳐들어오고 그럴 곳이 아니었다.

“이 자식아. 그게 무슨 소리야!”

최대근이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나가는 거다.”

“그래.”

“하나, 둘······.”

최대근이 숫자를 셌다. 그런데 김철수가 그런 최대근을 붙잡았다.

“최 중사.”

“아, 왜?”

“너 그 얼굴로 나갈 거야?”

“뭐? 그럼 뭐?”

최대근이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김철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이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얼굴 알아보면 어떻게 해. 너 최진욱과 아는 사이라며.”

“그래서?”

“최진욱이 너 같다고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뭘 어떻게 해. 나는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거로 되어 있는데.”

“하, 미치겠네. 너 만일에 일이 꼬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대장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아, 맞다. 그렇지.”

최대근이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김철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좀······. 아니다. 내가 말을 말자.”

그런데 최대근은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것에 영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럼 나 얼굴을 숨기고 저 자식을 패야 해?”

“우리 당분간은 흑룡인으로 사는 것을 잊었어?”

“그래. 알았어. 잔소리는······. 누구로 변해야 하는데?”

“잠깐만······.”

김철수의 시선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저 멀리 쓰러진 경호원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 어때?”

“저 사람들?”

최대근도 쓰러진 두 명의 경호원들을 봤다. 최대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넌 오른쪽 녀석. 난 왼쪽. 오케이?”

“알았어.”

어차피 최진욱에게 맞고 쓰러졌기에 저 두 사람으로 변해서 상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김철수와 최대근은 쓰러진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도플갱어 인피면구는 일정 시간 동안 원하는 상대의 얼굴로 변신을 할 수 있다. 그것도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얼굴을 마주 봐야 가능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쓰러진 장소로 가서 하나씩 들고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 사람들을 앉힌 다음에 빤히 얼굴을 바라봤다. 그 순간 최대근과 김철수의 얼굴이 서서히 앞에 기절한 상대의 얼굴로 바뀌었다.

“어때? 이 정도면 됐어?”

“그래. 잘 바뀌었네.”

“너도.”

서로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확인을 시켰다. 확실하게 잘 변한 것을 확인한 두 사람.

“가자!”

최대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김철수가 따랐다. 두 사람은 당당하게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똘마니들이 두 사람을 봤다.

“어, 뭐지? 형님 저 새끼들 깨어났습니다.”

“뭐?”

최진욱이 살짝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벌써 깨어나? 와씨! 갑자기 자존심 상하네.”

“그러게요. 저 새끼 병신 아닙니까. 그냥 한 대 맞고 뻗어 있으면 될 것을······. 왜 쓸데없이 일어나서 걸어오는 건지.”

갑자기 최대근이 최진욱을 바라보며 불렀다.

“어이! 최진욱!”

최진욱이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허! 뭐? 최진욱? 야, 저 새끼가 방금 나 불렀지?”

“미친 거 같은데요.”

“와씨! 내가 살다 살다 별······.”

최대근은 걸어가던 것을 멈추고 최진욱을 보며 손가락을 까닥가렸다.

“그냥 와라, 최진욱!”

“저 새끼가 미쳤나.”

최진욱이 어이없이 피식피식 웃으며 최대근 앞으로 갔다.

“그래, 왔다. 어쩔 건데?”

최대근이 씨익 웃으며 최진욱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런데 최진욱은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일반인이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래. 한 대는 맞아준다. 그 뒤는 너 죽었어.’

최진욱이 속으로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최대근의 손이 가속이 되더니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어?”

최진욱의 눈이 커졌다. 이 느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인의 것이 아니었다.

“너, 너······.”

최진욱은 위험을 느끼고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최대근의 손이 더욱 가속되더니 그대로 최진욱의 뺨을 후려쳤다.

쫙!

최진욱이 그대로 옆 자재로 날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