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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16화 (116/177)

힘을 숨긴 귀환자 116화

13. 잘못 건드렸어(7)

우당탕탕! 쿵!

순간 뒤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벽에 처박힌 최진욱 역시 놀란 얼굴로 자신의 뺨을 만졌다. 화끈거리는 뺨은 어느새 붉게 달아올랐다.

오히려 때린 최대근이 놀랐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김철수가 다가왔다.

“어? 너 뭐야?”

“몰라. 그냥 가볍게 휘둘렀는데······.”

솔직히 최대근도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정도의 힘이 아니었다. 속도도 마찬가지였다.

“야. 아무래도 우리 엄청 센 것 같은데.”

최대근이 씨익 웃으며 김철수를 바라봤다. 김철수도 마주보며 웃었다.

“당연하지. 우린 이제 A등급이잖아.”

“그렇지? 크크크, 그럼 저 새끼는 나에게 안 된다는 거지?”

최대근이 벽에 부딪힌 채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는 최진욱을 보며 씨익 웃었다. 김철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적당히 해라.”

“그래, 적당히······. 그런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힘 조절 잘하란 말이야.”

“힘 조절은 하겠는데······. 그런데 A등급이 원래 이 정도냐?”

최대근은 처음 올라선 A등급이었다. 물론 김철수도 마찬가지였다.

“맞아. 우리가 알고 있는 A등급은 이 정도는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거든.”

“어.”

“우리 아무리 다운게이트에 들어갔다고 해도 S등급 몬스터를 3페이즈까지 갔잖아.”

“그렇지.”

“그런데 내가 찾아보니. A등급 플레이어는 A등급 몬스터를 혼자서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 왜?”

“등급이 같으면 어지간해서는 몬스터가 세다네. 그리고 몬스터도 똑같은 몬스터가 아니잖아. 나하고 상성이 딱 맞는 몬스터. 내가 무조건 잡을 수 있는 느려터진 몬스터라든지. 상극이 아닌 이상은 쉽게 못 잡는 거야.”

“그럼 우리 지난번에 잡은 놈이 그냥 A등급이 아닐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

“거의 S등급에 준하는 A등급이 아닐까?”

“헐, 대박! 그럼 우리 둘이 거의 AS등급이란 말이지.”

최대근은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었다. 전 세계 S등급 플레이어는 손에 꼽힌다. 물론 신분을 감추고 있는 S등급 플레이어는 있어도 정확하게 몇 명인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모든 S등급 플레이어들 중에 전투요원이 있지도 않다. 그래서 S등급 플레이어들의 오차가 많은 편이다.

그래도 S등급 플레이어들이 전 세계에 천 명을 넘지 않았다. 전투 플레이어와 비전투 플레이어 합쳐서 말이다. 천 명이라 하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세계의 인구를 보자면 절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중 대한민국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S등급 플레이어가 9명에 불과했다. 물론 진우가 10번째 S등급 플레이어지만. 어쨌든 그 밑 등급은 AS등급이 최고인데 만약 두 사람이 진짜 이 등급이라면 대한민국에서 9명 빼고는 상대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이 정도면 대장은 어느 정도인 거지?”

“아까 못 봤어? 순식간에 그 많은 인원을 다 쓸어버렸잖아.”

“상대가 약한 거 아니었냐?”

“물론 그렇지만 아무리 S등급이라고 해도 게이트 밖에서는 힘의 제약이 있잖아. 그런데 대장은 전혀 그런 것을 못 느꼈지 않냐?”

“그러게. 그런데 지금 너무 우리끼리 떠들고 있지 않아?”

최대근이 말을 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김철수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들 왜 안 덤비냐?”

뒤늦게 김철수가 주위에 있는 애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쉽게 덤비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최진욱을 한 방에 날려 보낸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떠들어 대고 있음에도 바짝 쫄아서 덤벼들지 못한 것이다.

“야, 너희들 뭐 해. 빨리빨리 덤벼라.”

그러자 똘마니 중 하나가 물었다.

“다, 당신들 뭐야! 어디서 왔어?”

“뭘 그런 걸 물어보고 그래. 아마추어같이. 어차피 너희들 전부 다 그냥 두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똘마니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주춤했다. 그때 힘겹게 일어선 최진욱이 욕을 내뱉었다.

“하아, 시발 새끼가······.”

최진욱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야, 너 이리와.”

최진욱이 최대근을 보며 손짓했다. 비록 불시의 일격을 당해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지만 최진욱은 태생이 양아치였다. 지금까지 온갖 악한 짓을 다 해왔다.

그리고 최진욱의 마인드는 끝까지 싸워서 버티고 서 있는 놈이 이긴다는 주의였다.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칙을 해서라도 말이다.

‘갑자기 저 경호원 놈이 어떻게 저런 괴력을 뿜어냈지? 아니면 실제로 힘을 숨기고 있었나?’

최진욱이 최대근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야. 아무리 힘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안 될 거야. 난 그냥 불시의 일격을 당한 것뿐이야.’

최진욱은 경호원 얼굴을 한 최대근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경호원 얼굴을 한 최대근이었다.

최대근은 S등급에 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흥분한 상태였다.

“최진욱 방금 날 불렀냐?”

“그래, 새끼야.”

“알았어. 내가 갈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최대근이 최진욱에게 걸어갔다. 김철수가 뒤에서 말했다.

“적당히 해.”

“적당히 될지 모르겠다.”

최대근이 우두둑, 우두둑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김철수가 씨익 웃으며 똘마니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최대근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씨익 웃더니 단숨에 최진욱을 향해 다가갔다.

그 모습에 최진욱이 흠칫하고 놀랐다. 최대근은 재빨리 최진욱의 코앞에 멈춰 섰다.

“그래, 여기 왔다.”

“이, 이 자식이······.”

솔직히 최진욱은 놀랐다. 방금 전 최대근의 행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보다 진욱아. 나는 깜짝 놀랐다. 조금 전 그걸 버틴 것을 보면 말이야. 하긴 근성이 있는 놈이긴 하지.”

최대근이 아주 친근하게 최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진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이씨······.”

“야야! 까불지 마. 너도 느끼잖아. 현재 너와 나의 힘 차이가 어떤지. 그걸 못 느끼면 병신이지. 안 그래?”

최대근은 도발을 하면서 씨익 웃었다. 최진욱은 그런 최대근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너 뭐야? 어디서 온 놈이야?”

“최진욱 그래도 많이 쫄았나 보네. 예전의 최진욱은 이러지 않았는데.”

최진욱의 눈빛이 바뀌었다.

“너어······ 나 알아?”

“글쎄다. 내가 아는 사람일까? 모르는 사람일까?”

최대근이 씨익 웃었다. 그때 최진욱이 흠칫했다.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저 웃음이 매우 익숙했다. 그때 경호원 얼굴 너머로 최대근의 얼굴이 순간 보였다. 그것도 같이 게이트에 빠졌을 때 그 안에서 비릿하게 웃던 마지막 그 미소가 말이다.

‘아, 젠장! 그 생각이 왜 나는 거야. 그 새끼는 그레이 게이트에서 뒤졌잖아.’

최진욱은 냉큼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뭐야?”

최대근은 확실히 자신보다 세고 이런 짓을 했을 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대근이 웃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천하의 최진욱이 혓바닥이 길어. 그냥 덤벼! 예전에도 무작정 덤비잖아. 그냥 덤벼!”

급기야 최대근은 최진욱의 주먹 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툭툭 때렸다. 최대근은 일부러 최진욱을 도발하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최진욱이 만날 하던 수법이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얼굴에 손이 닿았다고 말을 하며 정당방위라고 지껄인 후 때리곤 했다.

최진욱도 자신의 예전 행동을 익히 알고 있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새끼가!”

최진욱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 최대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최진욱도 B등급 플레이어였다. 플레이어들은 게이트 안에서는 최대의 힘을 내고, 밖에서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패턴에 익숙해져 있기에 게이트 밖에서는 일반인보다 강하긴 하지만 게이트 안에서처럼 실력 발휘가 힘들다.

그러나 최진욱은 오히려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하기에 게이트 밖에서 능력을 끌어내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최진욱은 어지간한 A등급 플레이어하고 붙어도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퍽!

최진욱은 혼신의 힘을 다해 최대근의 얼굴을 강타했다. 최대근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갔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원위치했다.

“와, 제법 아프네. 어쨌거나 최진욱. 방금 네가 먼저 친 거다.”

“자, 자, 잠깐!”

“뭐? 왜?”

막 공격을 하려던 최대근이 멈칫했다. 최진욱이 바로 두 손을 들며 말했다.

“내가 졌다. 여기까지만 하자.”

최대근이 씨익 웃었다.

“최진욱 왜 그래. 너 예전에 애들 괴롭힐때는 이러지 않았잖아.”

최진욱의 눈이 커졌다.

“너어······. 정말 너 나 알아? 너 누구야!”

“내가 누군지는 네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자! 진욱아 우리 함께 몸의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자.”

최대근이 씨익 웃으며 다가왔다. 최진욱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곤 몸을 홱 돌려 냅다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어느새 우악스러운 최대근의 손에 최진욱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어허. 어딜 도망을 가려고!”

“놔, 이거 놔!”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최대근이 최진욱을 돌렸다. 최진욱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공포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최대근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새끼. 고등학교 때에는 절대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더니. 확실히 힘의 차이가 느껴지니 완전 쫄았네.’

최대근이 속으로 생각하고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최진욱의 뺨을 후려쳤다.

쫙!

이번에는 반대 뺨을 갈겼다.

쫙!

“윽!”

쫙!

“컥!”

쫙!

“악!”

쫙, 쫙쫙······.

이런 식으로 최대근은 열 대 정도 뺨을 후려갈겼다. 최진욱의 뺨은 어느새 붉게 달아올랐고 입술 사이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이렇듯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막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맞던 최진욱이 눈동자가 어느새 풀려 버렸다.

“어라?”

최대근의 손바닥에 우뚝 멈췄다. 이미 눈동자가 풀린 최진욱은 거의 기절 상태까지 와버린 것이다.

“어이! 야! 이제 시작인데 벌써 맛이 가면 안 돼! 정신 차려!”

최대근이 멱살을 잡고는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최진욱은 다리마저 풀려 그대로 푹 주저앉아 버렸다. 이렇듯 허무하게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최대근은 어이가 없었다.

“와씨! 고작 열 대 맞고 쓰러졌다고?”

예전 최대근이 최진욱과 마지막으로 싸웠을 때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 그때를 생각해 딱 100대만 때리려고 했다. 그런데 10대 맞고 쓰러질 줄은 몰랐다. 최대근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김철수를 바라봤다.

김철수도 근처에 있던 똘마니들을 다 처리하고 손을 탁탁 털고 있던 참이었다.

“야, 이 녀석 쓰러졌는데?”

그러자 김철수가 멀리서 안력을 돋웠다. 그때 최진욱의 몸이 살짝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어라, 저 새끼 봐라.’

김철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최대근을 향해 말했다.

“그 새끼 기절 안 했어.”

“뭐?”

“기절한 척하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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